차가운 땀이 속옷까지 흘러내렸다. 뒷덜미며 관자놀이, 손끝까지 땀이 번졌고, 민여진은 몸을 꽉 움켜쥐었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조금 전, 박진성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가왔을 때, 그것은 단순한 거리 이상의 느낌이었다.분명 문이 있었고 그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이 공기를 찢고 밀려 들어와 그녀를 짓눌렀다.숨이 막힐 만큼 강렬했다.그가 손을 뻗는다면, 그의 손이 문을 뚫고 나와 자신의 목덜미를 움켜쥘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공포였다.무너지는 정신. 머릿속이 순식간에 하얘졌다.그가 떠난 뒤에야 비로소 민여진은 자신이 얼마나 두려웠는지를 자각했다.힘이 풀린 몸이 주저앉았고, 그녀는 자신을 감싸안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숨결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르고, 진정되지 않는 심장이 고막을 울렸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전화벨이 다시 울렸다.민여진은 휴대폰을 들었다.“여보세요?”아무 말도 없었다. 대신, 미세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상대는 임재윤이었다.‘그럼... 방금 전 걸려 왔던 두 통의 전화도, 다 재윤이었던 거야?’박진성의 반응으로 봐선, 방 안에 임재윤이 있다는 걸 그도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가 직접 전화를 걸며 동시에 고 대표와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을 테니까.생각이 이어지자, 이마가 더욱 지끈거렸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임재윤의 전화는 그녀를 끌어 올리는 손길이었다.지옥 끝에서 잡아당긴, 마지막 희망의 끈.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을 쉴 수 있었으니까.“임재윤... 너지?”다시 휴대폰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맞았다.그녀는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가능한 한 평온한 목소리를 냈다.“미안, 몸이 좀 안 좋아서 화장실에 오래 있었어. 몇 분만 더 기다려줘. 금방 돌아갈게.”툭.조용히 울리는 응답.전화를 끊은 민여진은 손을 씻으러 문을 열고 나섰다.그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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