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여진의 부름에도 임재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여긴 민여진이 침대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민여진은 임재윤이 대체 언제 나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세탁실로 향했을 땐 침대에 있던 사람을 확인하지 않았다. ‘날도 이렇게 추운데, 어디 간 거야?’임재윤이 갈만한 곳을 떠올리고 있던 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 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남자 특유의 향기가 묻어있었다. 민여진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임재윤?”“응, 나야.”순간 민여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앞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어디 갔었어?”민여진의 손을 잡는 남자의 손이 조금은 차가웠다. 남자가 다른 한 손으로 설명했다. “교수님이 많이 움직이라고 하셔서 일찍 일어났던 참에 산책 좀 하고 왔어. 왜?”“아냐.”민여진은 순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무엇 때문에 불안한 것이지 분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진성이 임재윤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고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 “다음에 산책하러 갈 땐 나도 같이 가.”“안 힘들어?”임재윤이 장난스레 말했다. “너 어제 오랫동안 잠을 못 잔 사람처럼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잖아. 나중엔 내 말에 대답도 안 하고.”그 말에 민여진은 괜히 창피해졌다. 얼마 전까지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찜찜한 부분이 있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이미 그 어느 때보다 임재윤은 그저 임재윤일 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다. “어젠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래. 이젠 충분히 쉬었어. 오늘 나 엄청 일찍 일어난 거 못 봤어?”빨래 바구니의 옷을 힐끔 쳐다본 임재윤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네. 심지어 부지런하게 빨래도 하고. 여자친구가 되더니 점점 더 다정해진 것 같아. 그나저나 여자친구의 의무는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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