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윤아, 나 이제 잘래.”임재윤이 종업원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할까 봐 민여진의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었다.하지만 임재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말했다.“그래. 일찍 쉬어. 잘 자.”“너도 잘 자.”통화를 끝낸 민여진의 마음이 한결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민여진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자 종업원이 그녀를 다시 자리로 안내했다.그녀가 다시 자리에 앉기 바로 직전, 박진성이 담배를 꺼버렸다.“음식이 다 식어서 다시 해달라고 했어.”민여진은 박진성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박진성은 개의치 않은 듯 종업원에게 말했다.음식을 다시 준비하는 사이, 박진성이 물었다.“화장실에는 왜 이렇게 오래 있었던 거야. 화장실에서 뭐 했어?”민여진이 차가운 눈으로 박진성을 쳐다보았다.“생리가 와서 안에서 조금 앉아 있었어. 설마 이것도 뭐라고 할 건가?”“너 생리일 10일이잖아.”멈칫한 민여진이 아닌 척 거짓말했다.“문채연 날짜와 헷갈렸나 보네. 나 아냐.”그러자 박진성은 말이 없었다.분명 로맨틱한 레스토랑이었지만 각자 앞에 놓인 음식만 먹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전혀 로맨틱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합석해 밥을 먹고 있는 낯선 사람 같았다.한참 밥을 먹고 있던 그때, 밖에서는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보슬비가 폭우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비 와?”민여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박진성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차는 레스토랑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소나기라 곧 그칠 거야.”그칠 거라던 비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미친 듯이 퍼붓고 있었다.종업원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했다.“비는 아마 12시까지 계속 내릴 것 같아요. 지금은 비가 조금 그친 것 같은데 조금 있으면 아마 또 폭우가 쏟아질 거예요. 저희가 준비해 둔 우산이 있는데 필요하세요?”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마워요.”“우산은 몇 개로 드릴까요?”“두 개요.”“한 개.”거의 동시에 나온 대답에 박진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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