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을까 봐서 걱정인 거야, 아니면 네 마음이 아파서 그래?”진시호가 쯧, 혀를 찼다.“하지만 어쩌지. 네가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이 사람은 이미 네 형수야. 내가 어떻게 갖고 놀든 그건 내 마음이지만 넌 만질 수조차 없는 네 형수라고.”“시호 씨...”심나연의 얼굴이 혈색 하나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그렇게 말하지 마.”“왜 그러면 안 되는데? 내 말 틀린 거 있어?”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든 진시호가 도발하듯 진시우를 쳐다보았다.눈을 가늘게 뜬 진시우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컵에 물을 따랐다. 그때, 진시호가 불쑥 입을 열었다.“너, 그 민여진이라는 여자와 아는 사이지?”진시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게슴츠레 눈을 뜬 진시호가 말을 이었다.“예전 그때도 그저 가만히 있던 네가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위해 이호현에게 밉보일 각오까지 하면서 그 여자를 도와준다고?”그날의 일을 진시호는 누구보다 똑똑히 기억했다. 심나연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보면 진시우는 분명 미친 듯이 날뛸 것이던 진시호의 예상과는 달리, 진시우는 오히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진을 떠났다.그렇게 3년이 흘렀고 그동안 온 연락이라고는 전화 한 통이 전부였었다.진시호는 심지어 진시우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것만큼 심나연을 사랑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심나연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진시우가 입을 열었다.“그땐 그 사람이 내 형이라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던 거예요. 이호현 따위가 뭐 별거라고.”“하지만 그동안 난 단 한 번도 네가 날 형으로 대한다고 느낀 적 없는데?”진시호가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뭐가 됐든, 네가 민여진 씨를 남다르게 대한다는 건 사실이야. 너 설마 민여진 씨 좋아하는 거야?”진시우의 목소리보다 진시호의 휴대폰 벨소리가 먼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진시호는 심나연에게 방으로 올라가라고 한 후 베란다로 걸음을 옮겼다.“여보세요.”전화를 받은 진시호가 말했다.“어떻게 됐어.”고안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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