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현준은 본론으로 들어섰다.“어제 나한테 부탁하려다 미처 말 못 한 그 일은 대체 뭐야?”그 말에 민여진의 호흡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손에 쥔 책을 세게 움켜쥐었다.“현준 오빠, 이 얘기 듣고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무슨 일인데?”민여진은 숨을 가다듬었다.“우리 엄마, 어쩌면 아직 살아계실지도 몰라요.”조현준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민여진이 말을 이었다.“말하자면 복잡한데요, 엄마가 사고를 당했을 때 제가 그 곁에 없었어요.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아주 한참 뒤에야 알았죠. 사실 저도 그 결과를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이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그녀는 책갈피처럼 끼워 두었던 사진 한 장을 꺼냈다.“제 친구가 그러는데 이 사진 속 인물이 저랑 엄청 많이 닮았대요. 친구가 하는 말을 들으니 연세도 우리 엄마랑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오빠가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엄마가 맞는지 아닌지.”조현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건네받았다.민여진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숨 쉬는 것조차 무겁고 버거웠다. 만약 민영미가 살아있다면, 그녀는 박진성을 찾아가 끝장을 봐야 할 터였다.잠시 후, 조현준이 사진을 덮고 입을 열었다.“여진아, 가슴 아픈 말을 뱉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 이 사진 속 여자분은 너희 어머니가 아니야.”장정아가 복사한 사진을 진시우에게 건네자 진시우는 담배꽁초를 버리고는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아 씨, 내 말에 따라 사진을 다른 사람 걸로 바꿔 줘서 고마워요.”“고마워할 것 없어요. 도련님 때문은 아니니까요.”장정아의 눈에 갈등이 서렸고 이내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따져 물었다.“도련님, 정말 저를 속이시는 건 아닌 거죠? 사진 속 여자, 정말 민여진 씨 어머니예요?”“네, 맞아요.”진시우는 차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아니, 어쩌면 아닐 수도 있죠.”장정아는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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