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721 - Chapter 730

731 Chapters

제721화 바꿔치기

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현준은 본론으로 들어섰다.“어제 나한테 부탁하려다 미처 말 못 한 그 일은 대체 뭐야?”그 말에 민여진의 호흡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손에 쥔 책을 세게 움켜쥐었다.“현준 오빠, 이 얘기 듣고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무슨 일인데?”민여진은 숨을 가다듬었다.“우리 엄마, 어쩌면 아직 살아계실지도 몰라요.”조현준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민여진이 말을 이었다.“말하자면 복잡한데요, 엄마가 사고를 당했을 때 제가 그 곁에 없었어요.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아주 한참 뒤에야 알았죠. 사실 저도 그 결과를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이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그녀는 책갈피처럼 끼워 두었던 사진 한 장을 꺼냈다.“제 친구가 그러는데 이 사진 속 인물이 저랑 엄청 많이 닮았대요. 친구가 하는 말을 들으니 연세도 우리 엄마랑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오빠가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엄마가 맞는지 아닌지.”조현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건네받았다.민여진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숨 쉬는 것조차 무겁고 버거웠다. 만약 민영미가 살아있다면, 그녀는 박진성을 찾아가 끝장을 봐야 할 터였다.잠시 후, 조현준이 사진을 덮고 입을 열었다.“여진아, 가슴 아픈 말을 뱉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 이 사진 속 여자분은 너희 어머니가 아니야.”장정아가 복사한 사진을 진시우에게 건네자 진시우는 담배꽁초를 버리고는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아 씨, 내 말에 따라 사진을 다른 사람 걸로 바꿔 줘서 고마워요.”“고마워할 것 없어요. 도련님 때문은 아니니까요.”장정아의 눈에 갈등이 서렸고 이내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따져 물었다.“도련님, 정말 저를 속이시는 건 아닌 거죠? 사진 속 여자, 정말 민여진 씨 어머니예요?”“네, 맞아요.”진시우는 차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아니, 어쩌면 아닐 수도 있죠.”장정아는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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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누구한테 미움을 샀나

진시우는 잠시 말을 골랐다.그가 채 답하기도 전에 장정아는 싸늘하게 비웃으며 말했다.“도련님, 함께 잠자리를 보내고 싶다는 말을 참으로 고상하게 포장하시는군요.”진시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런 뜻이 아닙니다.”장정아가 따져 물었다.“그럼 무슨 뜻이죠? 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자 친구 자격으로 저를 보살펴주겠다니, 이 뜻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뜻이 있을까요?”그녀는 이내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저 같은 외모와 신분의 여자도 도련님 눈에 들어왔으니, 복 받은 줄 알고 가서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까요?”진시우의 시선은 무의식중에 장정아가 가리키는 얼굴과 몸매로 향했다.그녀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진작부터 그녀가 아름답고 몸매 또한 훌륭하다고 생각했었다.목울대가 저도 모르게 꿀꺽 움직였다. 진시우가 말했다.“제 말이 경솔했고 사려 깊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 뜻은 제가 정아 씨에게 죄를 지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정아 씨가 기뻐할 수 있다면 정아 씨 뜻대로 많은 일을 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정아 씨가 행복하기만 하다면요.”“제가 행복하기만 한다면요?”장정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 보니 눈가가 벌게졌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내뱉었다.“도련님... 아니, 진시우 씨, 당신은 사람을 짓밟는 법을 너무나도 잘 아는군요.”진시우처럼 노련한 사람이라면 설령 그녀를 달래주려는 의도였대도 이렇게 가시 돋친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결국 그는 그녀를 짓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감정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자꾸만 확인시켜 주려는 속셈이었다.“아닙니다.”진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장정아는 그의 해명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걱정 마세요. 저는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진시우 씨가 몇 번씩 상기시켜 줄 필요 없어요. 저는 진시우 씨를 마음에 두지 않은 지 오래니까요.”이 말이 나오자 진시우의 눈빛에 변화가 일었다.그때, 민유혁이 회사 문에서 걸어 나왔다.“정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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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걔도 양성 사람이야

“네? 아니, 어떻게 된 일이래요?”민여진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너무도 작위적인 우연에 말문이 막혔다.“혹시 그쪽에서 협력할 마음은 없는데 대놓고 거절하긴 싫어서 이런 식으로 넌지시 물러나게 하려는 수작은 아니었을까요?”“아니, 애초에 이번 협력은 서로에게 이득인 일이라 누구 하나 손해 볼 건 없었어.”조현준은 헛웃음을 지었다.“그리고 그 사람들 때문에 우리도... 아무튼 그때 너랑 임재윤 씨가 막 연애를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었다면 난 그 사람이 일부러 사람을 시켜 나를 떼어 놓으려 한 거라고까지 생각했을 거야.”민여진은 살짝 웃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 둘 다 그저 농담으로 넘겼다.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조현준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너도 여기 있어? 잠깐만 기다려.”그는 민여진에게 물었다.“대학 동창 한 명이 근처에 왔는데 나한테 줄 물건이 있대. 잠깐 같이 앉아 있어도 괜찮겠어?”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조현준은 친구에게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었고 전화를 끊은 뒤에 말했다.“말 나온 김에 말인데, 내 친구도 양성 사람이야.”민여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지금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대요?”“회사 상사를 따라 출장 온 거래.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지. 국영 기업에 다니는데 꽤 인정받는 데다 이번 출장 끝나면 승진할지도 모른대.”민여진은 그저 웃었다. 양성이라고 하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너무 많아 더는 묻지 않았다.마침 임재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다 끝났어?”민여진은 나직이 속삭였다.“아직.”“같이 점심 먹을 거야?”임재윤은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오늘 일은 거의 끝났어. 네가 볶아준 반찬을 먹고 싶어서 그러는데 같이 돌아가면 안 될까? 내가 데리러 갈게. 응?”그는 말꼬리를 길게 늘여 애교를 부리는 듯했다. 민여진은 그런 임재윤에게 가장 맥을 못 췄다. 그녀는 금세 마음이 약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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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내가 미쳤다고 저 사람이랑 여자를 두고 다투겠어

민여진이 피식 웃자 조현준의 친구인 이경호는 일부러 화난 척 목소리를 냈다.“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 흑심을 품을 사람으로 보이니?”민여진은 기꺼이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경호 씨.”이경호는 정말 신사다웠다. 악수를 한 번 하고는 이내 손을 놓았다. 그러더니 넉살 좋게 물었다.“여진 씨, 여기 사세요? 혹시 이 근처에 맛집 아는 곳 있나요? 우리 셋이 저녁이나 같이 먹어요, 제가 쏠게요! 아, 그리고 말 편하게 해도 되죠? 여진이 너도 그냥 경호 오빠라고 불러!”곁에 서 있던 조현준이 대신 대답했다.“여진이는 여기 사람이 아니야. 몇 년 동안 양성에서 지냈으니 이 근처 맛집은 잘 모를 거야.”“양성?”이경호는 잠시 놀란 듯했다.“대학원 마치고 양성에 돌아가지 않은 지가 적어도 삼사 년은 되었는데 양성에 이렇게 예쁜 사람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네. 내가 외출을 너무 안 했었나 봐.”그저 농담이었지만 민여진은 마음속으로 많은 것을 떠올렸다. 이경호가 자신을 보지 못한 건 당연했다. 5년 전,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비난과 질타를 받으며 강제로 감옥에 갇혔고 그 후에는 앞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길거리조차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었다. 특히 박진성을 다시 만난 이후로는 더더욱 어두운 나날들만 보내야 했었다.민여진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 시간은 오래된 악몽이었다.이경호가 말했다.“그럼 오늘은 내가 쏠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조현준이 민여진의 상황을 설명했다.“됐어. 여진이 남자 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했거든.”“남자 친구?”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내 유리문이 밀리며 187cm의 훤칠한 체구를 가진 임재윤이 가게로 들어섰고 많은 이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머리를 무심히 뒤로 넘겼다. 검은 눈동자에는 서늘함이 담겨 있었다. 오목조목 빼어난 이목구비에 누구도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흘렀다. 그에게 한 번 시선을 주면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었다.주변에서 얕은 탄성이 들려왔지만 임재윤은 익숙한 듯 주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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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네가 멀리 떠날 것만 같아

이경호가 말했다.“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그냥 어쩐지 눈에 익어서.”“눈에 익다니?”이경호가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정말 이름이 임재윤이 맞아? 다른 신분은 없고?”“응, 게다가 넌 임재윤 씨를 만났을 리가 없잖아.”“왜 그렇게 단정 짓는 거야?”조현준이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여진이가 그러는데 그분은 어릴 때 동진에서 자랐고 그 후에 독엔으로 갔대. 두 곳 모두 네가 지낸 곳이 아니니 어떻게 아는 사이일 수 있겠어?”“그러네.”이경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내가 착각했나 봐. 양성으로 돌아가서 아는 사람에게 다시 한번 물어볼게.”...차에 오른 뒤에 임재윤이 물었다.“요 며칠 계속 연락해야 하는 거야?”그는 조현준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이전처럼 노골적인 도발의 기색은 없었다.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현준 오빠가 모레면 떠나시니까 안진과 여기를 오가면서라도 좀 더 만나고 싶어.”“모레 떠난다고?”임재윤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누그러졌다.“배웅하러 갈 거야?”“가야지.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민여진이 낮은 목소리로 아쉬움을 내비쳤다.임재윤은 신호등에 멈춰 선 틈을 타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잠긴 소리로 속삭였다.“이기적인 말이지만 네 모든 아쉬움은 나에게만 남겨줬으면 좋겠어. 조현준 씨한테 가는 관심은 조금만 덜어두고.”민여진이 고개를 들었다. 아름다운 눈에 생기가 돌면서 뜻밖의 기색이 살짝 스쳤다.“임재윤, 지금 질투하는 거야?”“응.”임재윤이 나지막이 웃었다.“그것도 아주 속 쓰리게 질투하는 중이야.”민여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배어 나왔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임재윤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 다시 놓으며 말했다.“그러게.”요즘 그는 줄곧 마음이 답답했다. 민여진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한다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자꾸만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다음 날, 조현준은 조인화와 함께 민여진을 찾아왔다. 조인화는 민여진을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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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어디서 온 시골 아낙네야?

“네, 맞아요.”민여진은 가슴이 저릿했다. 임재윤이 꽤 많은 고생을 했으리라 짐작하며 덧붙였다.“노력의 결과겠죠.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그러게 말이야.”조현준은 시선을 돌리더니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피식 웃었다.“왜 그러세요?”조현준이 물었다.“혹시 이경호 기억나?”“기억하죠.”민여진 기억 속의 이경호는 신사적인 말투에 쾌활하고 마음 씀씀이가 좋은 사람이었다.“오늘 우리 둘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해서 임무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양성으로 돌아갔지 뭐야.”“무슨 일이요?”조현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임재윤이 낯익다나... 양성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하더라고. 오래된 휴대폰에 사진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그걸 찾아보러 간대.”민여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아마 착각한 걸 거예요. 임재윤은 동진과 독엔에서만 지냈고 양성이라고는 귀로 듣기만 했을 텐데 말이죠. 이경호 씨가 어떻게 알겠어요.”“나도 그렇게 말했지. 그런데 워낙 성격이 고집스러워서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니까 그냥 놔뒀어.”민여진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이내 조인화가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내왔다. 그녀는 상을 내오면서 민여진에게 임재윤은 왜 안 보이냐고 물었다.민여진은 임재윤이 오늘 아침에 급하게 나갔던 것을 떠올리며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며칠째 일 때문에 몹시 바빠요. 제가 한번 전화해 볼게요.”“아이고, 그래. 얼른 전화해 봐. 아무리 바빠도 밥은 굶으면 안 되지.”민여진은 조용한 곳을 찾아 임재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번을 걸어도 연결되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돌아와 말했다.“너무 바빠서 못 온대요.”조인화는 아쉬워했고 조현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그분은 대기업 대표라 하루에도 수백 건씩 서류를 처리해야 할 텐데 바쁜 게 당연하죠. 저희같이 한가한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에휴, 나는 우리 여진이도 나중에 엄마처럼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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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널 아프게 하지는 않았어?

조인화는 민망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애초에 자신이 부주의했던 터라 문채연의 막말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그저 애써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뒤쪽으로 오시는 걸 제가 미처 못 봤네요.”“못 봤다니요? 그럼 제가 일부러 부딪치려고 다가왔다는 말인가요? 사람이 멀쩡히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못 볼 수가 있어요!”문채연은 집요하게 따져 물으며 점원을 향해 소리쳤다.“당장 이 늙은이 치워버려요!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잖아요, 도대체 집구석이 어떤 쓰레기장인지. 이런 사람을 들이다니,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옮으면 어떡하려고 그래요!”듣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로 심한 막말이었다. 조인화 역시 저도 모르게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가 입은 옷은 모두 손수 지은 것들이었다. 비록 오래되긴 했어도 더러워지면 늘 깨끗하게 세탁했기에 조금의 얼룩도 없었다.문채연은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였다.“아직도 안 나가요?”조인화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공기 중에도 세균은 있어요. 하물며 사람 몸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세균 있는 곳이 싫다면 무균실 정도가 적당하겠군요.”그 말에 문채연은 잠시 멈칫했다. 민여진을 발견한 문채연은 경멸하는 기색을 띠며 말했다.“오랜만이네, 민여진.”조현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여진아? 서로 아는 사이였어?”“저와 문채연은 아주 오래된 사이죠.”문채연은 불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민여진, 네 사람이라고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 그랬다면 화낼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결국 유유상종 아니겠어? 네 사람이라면 저 아줌마가 이런 짓을 하는 것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문채연의 속셈은 너무나도 뻔했다. 조현준은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어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민여진이 그의 팔을 가로막으며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서 난 네 배짱에 감탄해. 구치소에서 나왔는데도 여전히 저렇게 고고하니 말이야. 듣자 하니 그곳은 찐빵도 차가운 걸 준다던데 고생 많이 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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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정말 임재윤이 맞을까?

민여진을 더 화나게 만든 건 박진성이 그 모든 이야기를 문채연에게 고스란히 털어놨다는 사실이었다.박진성이 문채연 비위를 맞추려 민여진의 곤란함을 비웃음거리로 삼지 않고서야 문채연이 이렇게 자세히 알 리가 없었다.머리가 핑 도는 어지러움을 억지로 누르며 민여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말을 끝내고 조현준에게 돌아섰다.“이제 가죠.”조현준은 민여진의 이상한 기색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뒤에서 문채연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잠깐.”민여진이 걸음을 멈추자 문채연이 다가섰다. 붉은 입술이 민여진의 귓가에 가까이 닿았다.“오랜 친구였던 정을 봐서 너에게 힌트를 하나 더 줄게. 네 옆의 남자, 정말 임재윤이 맞을까?”민여진은 굳어버렸다. 문채연의 몸에서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입술이 파리하게 질렸지만 그 향기를 어디서 맡았는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문채연은 득의양양하게 민여진의 얼굴을 감상하듯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미용실을 나선 뒤에도 민여진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머릿속은 온통 그 낯설고도 익숙한 향기로 가득했다. 분명 그동안 문채연과 가까이 접촉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그녀의 체향이 이토록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여진아, 그 여자는 대체 무슨 사람이야? 말이 왜 그렇게 험해... 게다가...”민여진은 정신을 차리고 미안한 듯 말했다.“제... 전 남편의 여자 친구예요. 그래서 저랑 사이가 좀 안 좋아요.”말을 마친 민여진은 속으로 되물었다.‘박진성이 스스로를 전 남편이라 인정할까?’하지만 이렇게 설명하지 않으면 조인화는 계속 캐물을 게 뻔했다.조인화는 잠시 침묵하더니 애써 다른 이야기로 넘겼다.“어차피 넌 곧 독엔으로 떠나니까 그 여자랑은 만날 일도 없겠지. 앞으로는 다시 안 볼 거야.”“네.”민여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일단 차에 타요. 추워요.”이후 세 사람은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고 분위기는 한결 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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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문채연을 만나러 왔습니다

남자의 윤곽은 여전히 희미했다. 민여진은 몸을 굳힌 채 멈춰 섰고 임재윤은 그녀의 경직된 몸을 느끼고 되물었다.“왜 그래?”민여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나...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임재윤은 그녀의 뜻을 존중하며 외투를 어깨에 걸쳐주었다.“그럼 우리 올라가서 쉬자. 여기 너무 추워서 감기 걸릴 수 있어.”“응...”방으로 올라간 뒤 민여진은 씻는다는 핑계를 대고 욕실 문을 닫았다.찬물을 한 움큼 떠서 얼굴을 닦아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임재윤의 몸에서... 왜 문채연의 냄새가 나는 거지?’순간 문채연이 던졌던 의미심장한 말이 떠올랐다.“오랜 친구였던 정을 봐서 너에게 힌트를 하나 더 줄게. 네 옆의 남자, 정말 임재윤이 맞을까?”예전 같았으면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사람 마음을 뒤흔들려는 문채연의 수작이라 여길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평정심을 찾을 수 없었다.‘임재윤과 문채연은 다른 세상 사람 같았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얽힘이 생길 수 있단 말이지? 그런데 임재윤이... 임재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일까?’“여진아, 안에서 씻고 있어? 물소리가 안 들리는데?”임재윤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민여진은 황급히 대답했다.“머리 말리는 중이야.”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임재윤은 이미 지쳐 잠들어 있었다. 그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니 몸이 잠길 것만 같았다. 가슴이 물먹은 해면처럼 무겁게 눌려와 숨쉬기가 버거웠다.다음 날 아침, 민여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임재윤은 이미 샤워를 마치고 나와 있었다.민여진이 눈을 뜨자 임재윤은 피로와 미안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어제 술을 좀 마셔서... 옷도 네가 갈아입혀 줬더라고.”민여진은 입꼬리를 살짝 당기며 말했다.“우리 사이에 그런 걸로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다만 술 마시는 횟수를 좀 줄일 수 있어? 술은 몸에 해롭잖아.”임재윤이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지금 나 걱정하는 거야?”민여진이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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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박진성이 바로 임재윤이야

직원이 말했다.“먼저 방에 들어가 계시라네요. 문채연 씨가 내내 기다리셨으니 곧 오실 거라고 합니다.”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잠시 후, 문채연이 느긋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소파에 앉은 민여진을 발견한 문채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은가 보네. 내 속뜻을 알아듣고 왔으니.”민여진은 그녀와 실랑이할 시간이 없었다.“너랑 임재윤, 도대체 무슨 사이야?”“나랑 임재윤?”문채연은 코웃음을 쳤다.“민여진,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그게 무슨 뜻이야?”“임재윤이 바로 박진성이야. 박진성이 바로 임재윤이고. 둘은 같은 사람이란 말이지!”쿠웅...민여진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그녀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가슴이 찢기고 영혼이 뽑히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은 마비되어 난잡한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두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들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말도 안 돼!”‘박진성이 어떻게 임재윤일 수 있단 말이야? 박진성이 어떻게 임재윤이냐고! 행동이나 태도,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었는데!’가슴속이 울렁거렸다. 민여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계속 이런 식이면 우린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어!”문채연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아서더니 비웃었다.“민여진,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게 좋아? 넌 이미 스스로 답을 내렸잖아, 안 그래?”민여진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입술이 심하게 떨렸고 몸은 차갑게 식어 아픔을 느낄 기력도 없었다.“내 마음속의 답은 아주 분명해. 임재윤과 박진성은 두 사람이야.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라고! 문채연, 만약 그저 나와 임재윤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라면 똑똑히 일러둘게! 절대로 그럴 일 없어!”그녀는 방을 뛰쳐나왔다. 그러나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 감당할 수가 없었다. 갈비뼈를 때리는 격렬한 박동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밖에서 차가운 바람을 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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