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81 - Chapter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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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란사의 말을 들은 온권승의 얼굴은 순간 음침하게 굳어졌다.그러나 그는 결코 이 거래를 포기할 수 없었다.“란사, 난 이미 충분한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그런가요?”란사는 담담한 어투로 대꾸했다.“해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죠?”태도가 어떻든 그녀는 주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온권승은 란사가 끝까지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을 보고 거래가 성사될 희망이 없음을 알았다.‘그렇게 나온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지.’어떻게 해서는 그는 절대 용골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본진으로 돌아간 그는 호성에서 데려온 의원을 불러 다리에 묶은 목제 의족을 확인하도록 지시했다.이족의 땅으로 진입한 후, 가장 큰 수확이라면 바로 이 목제 의족이었다.그가 일어서서 걸을 수 있던 건 모두 이 의족 덕분이었다.한쌍으로 10일 정도 버틸 수 있었는데 길을 재촉하며 말을 타느라 거의 폐기되기 직전이었다.완전히 못 쓰게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온권승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려 은 이천 냥이나 하는 의족을 빼서 집어던졌다. 그러고는 의원을 시켜 새로 갈아 끼우라 명했다.호위의 도움을 받아 다시 말에 오른 온권승은 고개를 돌려 란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음침한 살기가 잠깐 그의 눈빛을 스쳤다.‘불효녀 같으니라고! 넌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고 네가 가진 용골련을 손에 넣을 것이야!’돈신족 부락으로의 여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로웠다.란사는 이곳에 오기 전에 보았던 괴랄한 제전을 보고 온 터라, 엄청나게 위험한 곳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밖으로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그럼에도 란사 일행은 돈신족의 땅에서 숙박하지 않고 노선도를 얻자마자 그곳을 떠났다.그후 몇 시진이 지나지 않아,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지세가 높고 시야가 트인 곳을 찾아 쉬어가도록 하자.”온권승의 명이 떨어지자, 그의 호위들은 금세 적합한 장소를 찾아냈다.막 감정이 곬이 커진 터라, 란사는 그를 믿을 수 없었다.그래서 온권승의 명이 떨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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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깊은 밤, 숲속. 란사는 조용히 막사 안에 누워 있었다.겉보기에는 고른 숨소리에 담요까지 덮고 자는 것처럼 보였지만 의식은 매우 맑은 상태였다.그녀는 유성의 시야를 빌려 자신의 막사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막사 밖 숲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시간이 흐르며 깊은 숲에서 들려오던 벌레 소리마저 점차 잦아져 갔다.동시에 어둡고 기이한 분위기가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란사가 유성의 시야를 통해 본 숲의 느낌은 그러했다.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오늘 밤 온권승이 손을 쓴다면 그는 뭘 할까?배후에 은둔 중인 땡중을 소환할 것인가?란사는 저도 모르게 기대에 차올랐다.아직 그 땡중과는 제대로 겨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예전에 진국공부에서 잠깐 충돌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둘 다 자신의 진짜 실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특히나 현재 란사의 독충 군단은 그때보다도 현저히 실력이 강해진 상태였다.그녀는 그 땡중의 지팡이가 여전히 자신의 독충 무리를 제압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그러나 악담라는 오늘 밤 그녀와 정면으로 겨루려 하지 않고 대신 깜짝 선물을 두 개나 보내왔다.어둡고 침침한 밤, 갑자기 주변이 꽉 막힌 듯한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곧이어 인간 형상의 검은 그림자 하나가 막사 앞에 나타났다.상대는 칼을 들고 곧바로 란사가 있는 낙사의 지붕을 공격했다.그러나 상대의 칼날이 막사 지붕에 닿기도 전에 한줄기 섬광이 일었다.챙!검과 검이 부딪치며 아찔한 소리가 났다.순간적으로 튀어오른 불빛이 어둠을 밝히며 어둠 속에 있던 추월이 모습을 드러냈다.“내 주인을 해치려는 자는, 모두 죽인다!”차가운 가면 아래, 추월의 눈은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말을 마친 그녀는 즉시 상대에게 검격을 날렸다.상대는 실력 차이를 금세 깨달은 것인지, 날렵하게 몸을 날려 피한 후 곧바로 도망쳤다.추월은 그자의 뒷모습을 사늘히 노려보다가 막사 앞으로 다가갔다.“저 놈이다! 잡는 즉시 철살하라!”고양의 목소리가 때맞춰 들려왔다.그렇게 흑기군 정예들이 숲 속 곳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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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열 마리의 시귀는 막사를 덮치며 동시에 폭발했다.추월 일행이 그것들을 막을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폭발이 끝난 후에 확인해 보니 다행히 부상자는 거의 없었다.“소주!”추월은 미친 사람처럼 폭발로 찢겨진 막사 안으로 뛰어들었다.그녀는 멀쩡하니 서 있는 란사를 보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란사는 폭발이 일던 순간에 곧바로 옥패 공간 안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추월도 이를 단번에 알아챘다.그녀는 즉시 란사의 곁으로 다가가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소주, 괜찮으십니까?”“응. 난 괜찮으니 걱정 마렴.”란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추월과 고양 일행을 안심시켰다.“시귀 몸속의 화약은 그리 많지 않았어. 그들의 진짜 목적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었던 거야.”그 말을 들은 추월과 고양은 다시 경계태세를 취했다.그렇다면 온권승의 진짜 목적은 대체 무엇이었을까?그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함일까?추월은 고개를 돌려 온권승의 막사가 있는 쪽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제가 가서 다 몰살하고 오겠습니다.”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목숨을 빼앗으면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다.그러나 란사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한아야?”그녀는 큰소리로 한아를 불렀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추월은 들고 있던 검을 꽉 움켜쥐었다.고양과 란사의 눈빛도 순간 차가워졌다.방금 막사가 폭발할 때 누군가 혼란을 틈타 한아를 잡아간 모양이었다.온권승의 목적은 처음부터 란사가 아니었다.그는 란사와 정면으로 맞서면 자신의 사람들이 결코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을 알고 그녀의 사람을 잡아가기로 선택한 것이다.추월은 줄곧 몸을 숨기고 있었고 고양의 곁에는 언제나 흑기군이 같이 있었기에 유일하게 란사의 곁에 홀로 있는 한아를 노린 거였다.란사는 주먹을 꽉 쥐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온권승이 있는 막사를 향해 걸어갔다.막사 가까이로 다가가자 누군가 나서서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성녀 전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란사를 막은 자는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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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노태봉은 당장 그를 쳐죽이고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상황에 뻔뻔하게 자신에게 명을 내리다니!이 늙은이가 일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빌어먹을!"노태봉은 욕설을 내뱉은 뒤 즉시 명령을 내렸다."모두 즉시 진국공을 호위하라!"황제가 파견한 자들이 갈라진 천막 속에서 빠져나온 온권승 일행을 뒤로 감싸며, 맞은 편의 추월을 경계하며 바라봤다.추월은 검을 손에 쥐고, 차가운 시선으로 호위들에 둘러싸인 온권승을 응시하고 있었다.이미 그를 끌어내는데 성공했기에 란사는 추월에게 더 이상의 명은 내리지 않았다.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한번만 묻겠다. 한아는 어디에 있지?"온권승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한아가 누구냐? 나는 알지 못하……""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아이가 무사하다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란사는 시치미를 떼는 온권승을 대놓고 저격했다. 그녀의 눈빛에서 뚜렷한 살기가 스쳤다.“그 아이가 무사치 못하다면, 오늘 밤 너희 모두가 죽을 것이다.”온권승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음침한 눈으로 란사를 응시하다가 한참 지난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나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그 아이는 내 손에 있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아이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 용골연을 내놓기만 하면, 내가 그 아이의 안전을 보장하겠다.”이때, 곁에 있던 온모가 급히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아버지, 옥패도요….”온권승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이런,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것이 있구나. 용골련 하나로는 부족하지. 용골련은 네 시녀의 안전만 보장할 뿐, 그 아이를 되찾고 싶다면 다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란사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뭘 원하는 거지?”온권승이 말했다.“북진왕부와의 정혼 신물, 옥패를 내놓거라.”그 얘기가 나오자 란사의 뒤에 있던 추월과 고양의 표정이 착잡해졌다.정혼 신물이라니!대체 누구와 누구의 정혼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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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나도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을 내놓거라.”주변 공기는 다시 순식간에 팽팽하게 고조되었다.란사는 차가운 눈빛으로 온권승을 응시하며 말했다.“협상의 여지가 전혀 안 보이는군. 그럼 어쩔 수 없지. 시작하거라.”란사가 지시를 내린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수히 많은 독충들이 땅속에서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녀석들은 온권승 일당이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그들을 서서히 포위해 왔다.온권승은 순간 당황하여 눈을 부릅떴다.이 벌레 무리는 지난번에 그를 습격했던 그 녀석들이었다.‘역시 저년의 배후에는 충술사가 있었구나!’온권승은 즉시 큰소리로 소리쳤다.“선배님, 도와주십시오!”독충들이 거의 온권승에게 접근하던 순간, 분노한 고함소리가 멀리서 전해져 왔다.“당장 물렀거라!”란사의 독충 무리는 그 위압적인 소리에 기가 눌려 걸음을 멈추었다.그러나 곧바로 위압에서 빠져나와 온권승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조심하세요, 아버지! 막내야! 당장 내 뒤로 물러서!”온자월은 가장 먼저 온권승과 온모의 앞으로 달려가 두 사람을 감쌌다.그가 막아서는 바람에 독충들은 모두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고작 벌레 몇 마리라면 온자월은 두렵지 않았다.물리지만 않으면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독충들은 그의 몸에 달라붙자마자 얼굴과 손과 같이 바깥에 드러난 피부를 공략했다. 벌레에 닿은 피부에서 강렬한 작열감이 전해졌다.“온자월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온모는 그의 손을 보자마자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벌레들 몸에 독이 있어요!”온자월의 손은 벌레들에게 살짝 스쳤을 뿐인데 시커멓게 변하더니 커다랗게 부어올랐다.노태봉이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뒤로 물러서거라! 당장! 횃불! 횃불로 벌레들을 쫓아내야 한다!”똑똑한 자들은 재빨리 불로 벌레를 쫓아 버리려 했다.그러나 란사의 독충 무리는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사방팔방에서 독충들이 일행에게 몰려들었다.방어하는 것조차 버겁고 조금만 방심해도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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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선배님! 지금 당장 나서주시지 않는다면 앞서 약속드렸던 그 모든 것은 모두 무효가 될 것입니다!”온권승의 간절한 요청은 마침내 어둠 속 인물의 응답을 이끌어냈다.종소리가 숲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그 마성의 울림은 독충 떼를 멈추게 하더니 사람의 정신력까지도 뒤흔들었다.란사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시야가 흐려지더니 갑자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이를 악물고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는 곧바로 경계태세를 취했다.“흥! 이건 예상하지 못했군. 마종의 종소리를 듣고도 버티는 자가 있을 줄이야.”악담라가 드디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바로 홀로 버티고 있는 란사를 바라보았다.승려의 눈에는 놀라움이 잠깐 스치더니 이내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마치 그녀가 여전히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를 간파하려는 듯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아무런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악담라의 눈빛은 점점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 찼다.“대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나요? 스스로 털어놓는다면 이 승려가 당신이 처단하려는 자를 대신 처단해 드리지요. 어떤가요?”그 말을 들은 온권승의 얼굴색이 바뀌었다.악담라를 불러내어 란사를 처리하려 했는데 어쩐지 이 땡중은 배신의 뜻을 내비친 것이다.온권승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란사는 그의 당황한 모습에 속이 후련했지만, 자신의 비밀을 노리는 자를 더욱 불쾌해했다."제가 처단하려는 자는 제 손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도움은 거절하죠."란사는 냉랭한 목소리로 단호히 거절했다.그 말을 들은 악담라가 냉소를 흘렸다.“당신이 가진 비밀이 무엇이든 제 눈에 들었으니 반드시 밝혀낼 것입니다. 분수를 알고 행동한다면 이 승려도 양보하겠지만, 만약 분수를 모른다면….”“모른다면 어쩔 생각입니까?”란사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싸움을 원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죠.”“그래요? 굳이 죽음을 자초하다니! 오늘 밤 이 승려가 성녀께 분수를 깨우쳐 드리죠.”악담라가 지팡이를 땅에 내리꽂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압도적인 위압이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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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성… 녀가… 누구지?”이족 거한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서투르지만 중원어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성녀를 찾는다는 얘기에 란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마침 맞은편에 있던 온모가 기뻐하며 그녀를 가리키려는 순간, 란사가 그녀보다 발랐다.“저쪽입니다. 저 여인이 바로 성녀예요.”이족 거한은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려 온모의 굳은 표정도 보지 못한 채 다시 물었다.“누구! 누가… 성녀라고?”란사는 온모를 가리키며 재차 말했다.“저 여인이요! 저 중원 여인이 바로 당신이 찾는 성녀입니다.”이곳의 사람들 모두 이족 복장을 갈아입었지만, 유독 온모만은 머리에 두건을 두르는 것이 못나 보인다며 옷만 입고 머리에는 따로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았다.이족 거한은 란사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얗고 말간 얼굴에 얼굴도 전혀 가리지 않아서 한눈에 봐도 이족인들과는 차림새가 달랐다.‘중원 여자다!’게다가 온모의 주변을 보면 노태봉과 진국공부의 호위무사들이 그녀와 온권승, 그리고 온자월을 중심에 두고 호위하고 있었다.무리 중에 여인은 온모뿐이라, 옆 사람들은 그녀를 모시는 호위와 시종들처럼 보였다.이족 거한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성녀… 님! 창왕… 전하께서… 모셔오라… 하셨어요! 저를… 따라오세요!”거한이 온모를 향해 말했다.온모는 다급한 마음에 횡설수설하며 반박했다.“아니, 저 아니에요! 저는 성녀가 아닙니다! 전 아니라고요!”“저쪽이 성녀예요! 당신이 찾는 사람은 저쪽이에요!”이 괴물 같이 생긴 이족에게 끌려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다.만약 상대가 성녀를 죽이려는 것이라면, 끌려가는 것은 란사를 대신해 죽는 거나 다름없었다.온모는 필사적으로 자신은 아니라고 말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이족 거한이 고개를 돌렸지만 가리킨 곳에는 미소년만 있을 뿐, 성녀는 보이지 않았다.그쪽 사람들은 모두 현지인처럼 차려입어서 남녀 구분조차 잘 되지 않았다.이족 거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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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아니… 아… 아버지! 살려주세요!”온모는 어떻게든 반박하려 했지만, 이족 거한은 그녀가 성녀라고 완전히 확신한 상황이었다.거대한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물러서! 당장! 막내야, 도망쳐!”온자월은 어떻게든 거인을 막아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거인의 상대가 아니었다.검을 들고 나섰던 그는 거인의 몸에 닿아보지도 못하고 주먹에 맞아 그대로 쓰러졌다.“대사님, 제 딸을 어떻게….”“안 됩니다.”악담라는 단박에 온권승의 말을 끊으며 거절했다.온권승은 줄곧 악담라의 뒤에 꼭 붙어 있었다. 그가 악담라와 대체 무슨 거래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악담라는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구경하면서도 그를 완전히 내치지는 않았다.그러나 온권승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설 생각은 전혀 없었다.“저 발산인이 하는 말은 진국공도 들으셨겠지요. 그는 창왕의 명을 받고 온 자입니다. 이족 왕실의 창왕의 부하란 말이에요. 창왕이 성녀를 잡아오라고 하였다면, 곧바로 죽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따님을 그쪽으로 보내는 게 어떤가요? 어차피 왕성으로 가려던 길이니 거기 가서 만나는 건 시간문제겠지요.”발산인이란 이족 거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온권승은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지만 란사의 독충들은 악담라에게서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희동이도 발산인인가?’그러나 희동은 체형을 제외하고 외모적으로는 이족이 아닌, 중원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온권승은 독충이 뒤에서 엿듣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는 악담라의 말을 듣고 손쓸 도리 없다는 듯, 바라만 보는 노태봉 일당과 이족 거인을 번갈아보다가 마지못해 악담라의 말을 묵인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몸에서 령패를 꺼내 온모에게 던져주었다.“온모야, 이 령패를 가지고 가서 창왕을 만나거라. 위험하다 싶으면 이걸 꺼내 보여주면 된다! 먼저 왕성으로 가 있으면 우리도 곧 따라갈 것이다!”“싫어요, 아버지! 저 안 가요!”온모는 령패를 들고도 한사코 고개를 흔들었다.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거인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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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온권승은 란사를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 타협하기로 했다.“대사님, 이만 그 아이를 풀어주시지요.”불구가 된 몸을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 그는 적어도 용골련만은 빨리 손에 넣어야 했다.그러나 악담라는 그의 지시를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아미타불. 그건 안 됩니다.”온권승은 순간 인상을 확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죠?”악담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방금 전에 끌려간 따님에게 흥미가 좀 생겨서요. 그 아이를 다시 데려온다면 한아라는 아이를 풀어드리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악담라 대사님, 설마 저를 농락하신 겁니까?”그러나 악담라의 표정은 진지했다.“그럴 리가요. 승려는 타인을 농락하지 않습니다.”“그럼 그 아이가 끌려갈 때 왜 가만히 있었나요?”곁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온자월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난 창왕과 원수를 지고 싶지 않네.”아주 단순한 이유였다.그러나 온권승과 온자월 부자는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특히나 온권승은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악담라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대사, 그 아이는 이미 거인이 데려갔으니 그 계집을 계속 데리고 있는들 대사에게 이득 될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 계집을 풀어주고 거래부터 성사시키죠.”온권승은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제가 장담하죠. 딸아이를 되찾은 후에 반드시 대사의 앞에 데려오겠습니다.”“아버지!”온자월이 소리치며 반발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늙은 땡중에게 막내를 넘기겠다는 말씀인가요? 그 아이를 망가뜨릴 셈입니까!”온자월은 악담라와 온권승의 대화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닥치거라!”계속 방해만 받으니 온권승은 더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너라는 녀석은 허구헌날 이상한 생각만 하고 제대로 된 일은 하나 하는 게 없는 주제에! 저분이 네 동생에게 관심이 있다는 게 꼭 그런 의미일 거라 생각하느냐! 그런 잡생각할 시간에 네 처지나 잘 생각해 보거라! 네 목숨도 보전하기 힘든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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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온권승의 분노한 고함이 터지자, 온자월은 그제야 아버지가 진심으로 분노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아버지가 악담라의 말을 그대로 믿을까 봐 온모를 위해 뭐라도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온권승의 안색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그는 원망 가득한 눈으로 란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이게 다 너 때문이다!”그는 이번에도 모든 잘못을 란사에게로 돌렸다.의자를 가져와 앉은 란사는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찻잔을 들었다.그녀는 오늘 밤에 온모의 비밀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물론 이미 알고 있던 일이라 어떻게 되는 그녀로서는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악담라가 진심으로 온모에게 흥미를 느낀다는 것, 연구 목적이든 무엇이든 간에 결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는 한아를 인질로 잡고 있었다.겉으론 온권승을 도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녀를 엮으려는 수작이었다.란사는 침착하게 악담라의 술수를 꿰뚫어보았다.저 땡중은 분명히 창왕이 온모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온권승의 인력으로는 창왕의 손에서 온모를 되찾아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그래서 란사를 엮으려 한 것이다.란사가 가진 인력이나 사정이 어떻든간에 그녀는 진짜 성녀였다.그녀가 정면에 나선다면 분명히 온모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악담라 역시 란사의 비밀에 흥미가 동했지만 캐낼 수 없는 비밀보다는 이미 모든 게 드러난 온모에게 더 관심이 갔다.그래서 악담라는 재빨리 표적을 바꾸어 란사를 이 판에 끌어들이려 한 것이었다.란사도 그걸 알고는 있지만 먼저 입을 열 수는 없었다.한아는 무조건 구할 것이지만 성급한 모습을 보일수록 땡중은 쉽게 한아를 풀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란사는 일부러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였다.어차피 급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악담라 대사, 말은 끝까지 해야지요. 왜 그 아이가 송장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온권승의 얼굴은 완전히 흙빛이 되었다.“제 딸이 비록 이상한 구석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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