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1611 - Bab 1620

1657 Bab

제1611화

이미 부상으로 몸이 허약해질 때로 허약해진 교청주는 란사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감히 나더러 천휘 대인에게 저주를 퍼부으라니, 정말 악독하기 그지없구나!”란사가 교봉을 힐끗 보며 시큰둥하게 웃었다.“교 장로, 들었죠? 내가 기회를 안 주는 게 아니에요.”천시족 대사제의 초대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온갖 수단으로 죽이려는 인간을 어찌 용서하라는 말인가?“가식 떨지 마!”교청주는 입술을 꽉 깨물고 부축하려는 꼭두각시를 밀치고는, 아직도 거지처럼 살려달라고 구걸하는 교봉을 째려보았다.“당장 일어나요! 사내대장부라면 나를 아직도 딸로 생각한다면 당장 일어나서 같이 저 계집을 죽여요! 아니면 오늘 죽어도 수치로 생각할 거예요”딸의 말에 교봉은 온몸이 굳어버렸다.아버지인 자신이 딸에게 수치감을 준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하지만 그동안 섭섭하지 않게 챙겨주었던 부족과 친혈육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아니, 아예 선택할 수 없었다.“겁쟁이!”“폐물!”“자기 딸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무슨 아비야!”교청주가 욕할 때마다 교봉의 두 눈은 점점 붉어졌다.기운 없이 털썩 주저앉은 그는 울분을 참느라 몸을 떨었다.교청주는 악이 끝까지 받쳤는지 전혀 체면을 주지 않더니, 결국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입 밖으로 뱉았다.“당신은 그때 죽어야 했어! 어머니가 구하지 말고 죽게 내버려둬야 했어!”이번에 교봉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쿵!그가 주먹으로 땅을 세게 내리치니, 발밑의 땅에 큼직한 구멍이 생겼다,“교 장로!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잘 생각하고 결정하세요.”흑요가 흠칫 놀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그가 당장이라도 란사를 죽일까 봐 곧바로 칼을 그에게 겨누었다.교봉이 천천히 일어서고 란사는 눈 깜짝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과 마주친 순간, 교봉의 눈동자 속은 망설임과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날카로움도 사라졌다.“성녀 대인, 저 대신 족장과 대사제에게 말을 전해주시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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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쯧쯧, 교 장로, 진짜 독하네.’란사는 조금 감개무량했다.방금 교봉이 자기를 죽이러 오거나 교청주를 데리고 도망치는 줄 알았다.그런데 도망가지 않고 딸의 양쪽 팔을 잘라버릴 줄이야.사실 흑요 일행도 오랫동안 교 장로를 따르면서 이런 선택을 할 사람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다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심지어 격분했던 얼굴에 충격과 믿기 힘든 표정으로 바뀌었다.“아니.”“교 장로, 이건 무슨 뜻입니까?”흑요 일행이 충격에 휩싸인 와중에 만고족 오금도 당황했다가 주변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백수족 교 장로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바로 알게 된 것이었다.개미 한 마리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늘과 땅이 온통 독충으로 도배되어서 교청주는 물론 교봉도 여기서 도망쳐 나가기 힘든 상황이었다.그러니 죽을죄를 지은 딸도 살리고, 부족을 배신하지 않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다만 이런 선택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가능했다.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딸에게 평생 미움을 살 각오를 해야 하니까.“성녀 대인! 청주가 죽어도 죄를 씻기 힘들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저한테 여식 하나밖에 없습니다. 제가 팔을 잘라서 이제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청주가 남은 생을 고통스럽게 살게 만들었으니 부디 죽이지 말고 살려만 주십시오!”양팔이 잘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하는 교청주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래도 차오르는 비통함을 억지로 누르고 다시 란사 앞에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아버지로서 가슴에 남은 간절함을 오로지 혈육을 살리는 데만 사용한 것이었다.앞으로 온갖 고문과 고통을 당하고, 딸은 날마다 괴로움에 시달리다 죽고 싶은 생각도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것이 최선이었다.란사는 속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백수족 교 장로가 이렇게까지 모순된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잔인한 줄 알았는데 외동딸을 살리려고 자신의 존엄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으면서 애원하고, 마음이 약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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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한편, 지금 대부대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중이었다.전방을 살펴보던 기성은 갑자기 소매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옷소매를 걷어 올리자 외손녀가 두고 간 수정 거미가 기어 나온 것이었다.그것을 보고 기성은 외손녀가 찾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무슨 일이야? 설마 무슨 사고라도 난 거야?’기성은 서둘러 수정 거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대방이 전갈을 보내기 전에 먼저 물었다.“성녀 대인이세요? 설마 길을 잃으셨어요? 아니면 무슨 사고라도 났습니까?”그러다 불길한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설마 부패시왕을 만났습니까?”‘분신을 처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나타났어?’옆에서 조용히 듣던 소족장 능운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뛰어왔다.“뭐라고? 성녀 대인이 부패시왕 본체를 만났어?”“성녀 대인! 어서 도망치세요! 안전한 곳을 찾아서 숨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달려가서 구해 줄게요!”수정 거미를 통해 능운이 허둥대면서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은 란사는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달래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난 무사해요. 부패시왕을 찾아가기 전에 중도에서 선봉대를 만났는데 내가 처리하긴 곤란해서 대사제와 소족장이 와서 처리해요. 이 일을 알리려고 연락 드렸어요.”‘선봉대? 성녀 대인이 왜 그쪽으로 갔지?’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리던 기성은 란사가 본래 노선에서 벗어난 것을 발견했다.다행히 많이 벗어난 것이 아니기에 잠시 의심하다가 란사가 길을 잃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외손녀가 무사하면 그만이니 다른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기성이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본론으로 돌아왔다.“혹시 교봉과 교청주를 처리하라는 말씀이세요?”“맞아요.”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필경 기성도 아는 사실이니 굳이 알리지 않아도 백수족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교봉과 교청주는 란사가 직접 대부대에 연락하는 것을 몰랐는데, 아주 작은 수정 거미의 몸통에서 백수족 대사제와 소족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즉시 안색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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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교봉은 제일 먼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차렸다.바로 꼭두각시 매였다.그는 속으로 역시나 생각하며 체념했다.그때 란사가 흑요에게 가까이 오라는 눈짓을 보냈다.“대사제와 소족장이에요. 선봉대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보고하세요.”흑요는 눈빛으로 교청주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를 준 뒤에, 칼을 거두고 앞으로 다가가 란사의 손에서 조심스럽게 수정 거미를 건너 받았다.“소족장, 대사제. 제가 설명하겠습니다.”흑요가 모든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뒤에 수정 거미가 한동안 침묵하다가 맞은편 일행의 목소리를 전달했다.“흑요, 교봉 부녀를 이미 체포했느냐?”흑요가 포위되어 꼼작 못하는 교봉과 교청주를 돌아보며 말했다.“성녀 대인의 도움으로 두 사람을 체포했습니다.”“알았다. 잘 지켜보고 있어. 우리가 최대 속도로 달리면 하루 뒤에 도착할 거다.”기성의 대답에 란사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직접 와서 처리하나 보다.’어쨌든 교 장로는 신분이 있어서 백수족의 대사제와 소족장 외에 아랫사람들은 감히 손을 댈 수 없었다.흑요가 명을 받고 즉시 대답했다.“알겠습니다.”“명심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녀 대인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명심하겠습니다!”백수족에서 직접 와서 처리한다면 란사도 귀찮게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그렇게 밤이 지나고, 기성 일행은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해가 중천에 뜨자마자 요란스러운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야수를 탄 일행이 시야에 나타났다.그중에서 앞장선 사람은 바로 기성과 능운이었다.“대사제!”“소족장!”“드디어 오셨군요!”백수족의 중요 인물들이 등장하자 흑요 일행은 하마터면 눈물을 터트릴 뻔했다.묵묵히 란사 곁을 지키던 오금 일행은 무명 대사제를 보고도 다가가 인사하지 않고 눈빛만 주고받았다.“두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기성은 도착하자마자 먼저 란사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려 죄인들을 물었다.“저기 있습니다.”흑요가 손을 들어 저쪽 나무 그늘 아래를 가리켰다.거기에 교봉과 교청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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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안 돼!!!”그 장면을 직접 본 교봉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어떻게 이럴 수가. 아니야, 내 딸 청주가 어쩌다가 이런 최후를 맞이하게 된 거야.’‘다 내 탓이야. 내가 망설이지 않고 청주를 데리고 도망쳐야 했어.’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평생 밖에서 떠돌이 신세가 되더라도 멀리 도망치고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지 말았어야 했다.“아… 아버지…”목이 잘려 피를 토하는 교청주의 얼굴에 절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교봉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눈을 감기 전에 겨우 한 마디를 남겼다.“아버지를… 증오해요.”마지막 말을 하는 순간 눈이 스르르 감겼다.“안 돼! 안 돼!”“청주야! 내 청주야! 다 내 탓이야. 내가 죽어 마땅한 놈이야!”“자지 말고 일어나. 눈을 뜨란 말이야!”“내 딸아! 내 청주야! 청주야!”교봉은 절규하며 조금씩 생기를 잃어가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주인이 죽자 주변에 교청주의 조종으로 대기하던 고충들도 잇달아 죽어서 땅에 떨어지고, 두 꼭두각시도 픽픽 쓰러졌다.“왜 그러셨어요? 꼭 청주를 죽어야 했어요?”딸의 시신을 꼭 안고 있던 교봉이 고개를 번쩍 들어 짙은 원한이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대사제! 청주는 제 친딸이에요! 저 교봉의 딸이라고요! 아무리 나쁜 마음을 품었어도 성녀 대인을 해치지 않았어요. 어째서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시작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겁니까!”“배신자에게 기회란 없다!”기성은 전혀 타협하지 않고 엄숙하게 대답했다.“교청주가 비록 성녀 대인을 해치지 않았지만 부족을 배신한 증거는 확실하다. 백수족은 신분과 부모를 떠나 누구나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부족을 배신한다면 속죄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사형에 처한다!”“대사제!”분노가 차오른 교봉은 핏발이 선 눈을 부릅떴다.“대사제! 너무 잔인하네요. 저 교봉은 백수족을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수많은 공을 세웠는데, 제 딸이 나쁜 마음을 품었다는 이유로, 제가 이룬 공들을 무시하고 자비도 베풀지 않는 겁니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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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능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사실 기성이 칼을 뽑았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왜냐면 어제부터 쉬지 않고 달려오는 길에서 평소 가장 침착하기로 소문난 대사제가 아무런 태도도 보이지 않다가, 오늘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칼을 들고 교청주를 죽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기성의 편에 섰다.방금 같은 상황에서 마음이 동요해도, 백수족의 소족장으로서 어떤 원칙은 절대 짓밟혀서는 안 되었다.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백수족을 이끌 수 없고 누구도 소족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심지어 나중에 족장이 된 후에 절대 족인들의 신뢰를 저버리면 안 되기에, 기성이 처벌하고 능운이 반박한 것이었다.그의 말에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유일하게 교봉만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었다.사실 소족장의 말이 맞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딸인데 어쩌란 말인가?“아무리 그래도 꼭 죽여야 했어요? 팔이 잘린 얘가 무엇을 한다고 살려주면 안 됩니까?”교봉이 괴로움에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그의 눈물이 흘러서 교청주의 창백한 얼굴에 떨어졌다.“교 장로, 우리가 죽이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 청주가 스스로 이런 길을 택한 거야.”사실 능운도 가슴이 아프긴 마찬가지였다.“아버지와 대사제도 교청주의 신분을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누구도 혼혈이라는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어. 이것만 봐도 아버지는 교청주가 혼혈이라도 받아준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잖아. 아버지와 모든 사람이 신뢰로 받아주었는데, 결국 청주는 어떻게 했지?”“…”“얼마든지 천시족을 선택해도 되지만 백수족을 배신하면 안 되고, 성녀 대인을 해칠 꿍꿍이를 품으면 안 되었어! 성녀 대인은 우리 백수족을 구해준 은인이신데, 교청주는 천시족을 위해 성녀 대인을 죽이려고 했어! 이것이 바로 백수족을 배신하는 행위야!”능운은 말할수록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교청주가 몰래 성녀 대인을 죽이려고 온갖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장 교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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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주변에서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조용한 분위기에서 한참을 침묵하던 교봉이 딸의 시신을 안고 힘겹게 일어섰다.그는 능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선택할 여력도 없어서, 그저 딸의 시신을 안고 묵묵히 돌아섰다.주변을 포위한 독충 무리와 모든 사람을 뒤로한 채 깊은 숲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죽여버릴까?’란사는 잠시 고민했다.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면 깔끔하게 죽여야 했는데, 교봉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에 안쓰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래서 교봉이 떠나게 독충 무리에게 길을 내주라고 지시했다.“소족장, 저 대신 족장님한테 건강하시라고 전달해 주세요.”능운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입을 열었다.“알겠다.”교 장로가 떠난 뒤에, 백수족 선봉대는 하나같이 의기소침해 있었다.처음으로 절멸의 숲을 행하는 임무를 맡았고 이제 막 시작인데 벌써 수많은 일을 겪었다.그리고 임무를 완성하기 전에 배신자가 나타났다.게다가 교 장로까지 백수족을 떠나서 흑요 일행은 지금 심정이 너무나 복잡하고 창피해서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본래 이번 임무의 주도권이 백수족에게 있는데 만고족의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전에 만고족에 배신자가 있다고 한사코 우겼는데, 이제 보니 백수족에 있었고 그것도 장로의 딸이었다.‘근데 교 장로는 어떻게 다른 부족의 딸이 있을까?’흑요는 물어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기성과 능운을 바라보았다.안타깝게도 그들의 대사제와 소족장은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성녀 대인, 많이 놀라셨죠.”그녀의 앞으로 다가간 기성과 능운은 어쩔 바를 몰랐다.“난 괜찮아요.”란사는 고개를 저으며 뒤쪽 숲을 힐끗 보았다.“두 분만 오셨어요?”두 사람이 먼저 출발했어도 이쯤이면 대부대도 거의 도착했을 텐데, 아직도 어떤 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란사가 물어보자 기성과 능운의 안색이 동시에 일그러졌다.“본래 대부대도 함께 오려고 했었는데, 천시족이 나타나는 바람에 지금 뒤에서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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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이걸 어떻게 사용해요?”란사는 백옥정을 들고 뒤집기를 반복하면서 살펴보다가 궁금해서 물었다.그런데 능운의 대답은 “저도 모릅니다.”였다.“네?”란사가 어처구니가 없어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사용법을 몰라요?”“네.”능운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렸다.“우리 백수족에서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 심지어 조상님들까지도 모를 거예요. 남긴 고서에도 자세한 기록이 없었어요.”그 말인즉슨 선인의 보물은 대대로 전해졌지만 누구도 사용법을 모른다는 뜻이었다.란사는 몹시 혼란스러웠다.“사용법을 모르면서 왜 줘요?”‘장식품으로 갖고 있으란 말인가?’능운은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고서에 기록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한 줄만 딱 기록되어 있는데, 뭐,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무슨 내용인데요?”“백옥정은 만고에 봉인되어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으니 인연이 닿는 사람을 만나야 진가를 드러낼 것이다.”“…”이 백옥정의 사용 여부는 인연을 따진다는 뜻이었다.란사가 말문이 막힌 것을 알아챘는지, 능운이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어쨌든 성녀 대인이 갖고 계시면 돼요. 만약 위험에 처하면 이 옥경선인정이 성녀 대인을 지켜줄 수도 있잖아요.”그들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성녀 대인은 일반인도 아니고 워낙 선지와 인연이 있기에, 어쩌면 정말 가능할지도 몰랐다.이쯤에서 란사는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옥경선인정을 거절하려고 했었다.자신을 지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능운이 갖고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녀에게 그다지 귀한 물건이 아니지만 백수족에게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까.백수족 입장에서 성녀가 아니었다면 이리 쉽게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저들이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가짜라도 양심이 있어야 하고, 가져서는 안 되는 물건은 욕심내지 말아야 했다.란사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기성과 능운을 포함한 백수족이 자신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과소평가했다.지금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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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란사는 다시 상자에 든 백옥정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생각에 잠겼다.‘성녀 대인께서 왜 이러시지?’넋을 놓은 란사를 보던 오금과 흑요는 서로를 마주 보며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눈치 없이 방해하지 않았다.다행히 란사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당신들은 부상을 입어서 굳이 따라올 필요 없어요. 일단 근처 안전한 곳을 찾아 쉬면서 상처를 치료해요. 대부대가 오면 합류해서 따라오세요.”“알겠습니다.”오금과 흑요가 명령을 받들었다.예전 같았으면 망설였겠지만 지금은 성녀 대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그들의 속내와 달리 란사 입장에서는 그들이 따라온다면 호위하는 것보다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다.“작은 거미를 잘 챙기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연락해요.”본래 교봉에게 주려고 했는데 이제 소용이 없어졌다.늦었기도 했고 왠지 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이제 와서 고민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두 선봉대를 안전한 곳에 안착하고 돌아온 북진연은 자연스럽게 꼬리로 란사의 허리를 감싸서 자기 등에 앉혔다.덩치가 산만 한 백호는 그렇게 성녀를 태우고 절멸의 늪의 가운데를 향해 사라졌다.“섭정왕 전하, 한연 선검에 대한 단서가 있습니까?”백호는 개천을 가로질러 천천히 땅에 착지한 뒤에 대답했다.“아무런 단서도 없어. 그저 의식이 회복한 날부터 가끔씩 똑같은 꿈을 꾸는 게 다야. 꿈에서 내가 인기척이란 없고 오직 검만 있는 곳에 나타났는데, 검에 새긴 글자가 바로 ‘한연 선검’이었다.”‘또 꿈이라고?’란사가 계속 물었다.“꿈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전하와 선검에 관한 일이요.”북진연이 길을 재촉하면서 회상했다.“그 당시 내가 선검 앞에 다가가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멀리 떨어지면 백호로 변했던 것만 기억해. 꿈에서 깨어난 뒤에 검의 이름만 기억하고 검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어. 그래서 반드시 이 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그의 얘기를 듣고 란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전하께서 꿈에서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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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습지는 특히나 교목이 무성하고 하늘 높이 자라서 대부분 햇빛을 가린 탓에 숲 속은 어두컴컴했다.땅바닥은 축축해서 이끼가 잔뜩 끼고, 전방에 깊은 웅덩이가 여러 개 있었다.멀리서 보니 고요하고 이끼가 덮인 수면 아래에 신비롭고 위험한 물건이 숨어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너무 조용해서 더 수상했다.하물며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여기에 터를 잡은 무언가가 나타났나? 아니면 벌써 부패시왕이 나타났나? 아니야, 부패시왕은 아닐 거야. 주변에 독충 무리가 나타나지 않았어.’앞서 부패시왕이 두 번이나 당당하게 나타난 것을 떠올린다면 이곳에 오기 전에 독충들의 천라지망과 흡사한 감시 범위 내에 들어왔을 것이다.‘그럼 놈의 무엇일까?’란사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눈앞의 습지만 주시했다.특히 전방 지대를 더욱 유심히 지켜보았다.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여기 습지에 덩굴이 수상할 정도로 많다는 것을 알아챘다.숲에서 가장 깊은 웅덩이 외에, 양쪽 교목이 우거진 길에는 온통 짙은 적갈색의 덩굴이 쫙 깔렸다.덩굴의 가지에는 잎이 많지 않고 손목만큼 굵은 뾰족한 가시들이 빼곡하게 자라 있었다.이런 덩굴이 사방에 깔려서 얼핏 보면 뱀들이 얽혀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주변의 교목까지 휘감아서 양쪽 길을 완전히 차단하고 말았다.덩굴이 드문 곳은 유독 전방에 웅덩이가 있는 곳인데, 식물이 성장한 밀도만 봐도 란사와 북진연은 어떻게 된 일인지 단번에 알아챘다.다만 상대방이 덩굴 속에 있는지 웅덩이 밑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두 사람을 노리고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어쨌든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으면 란사와 북진연도 바보처럼 무식하게 들이대지 않을 것이다.역시나 놈은 란사와 백호가 움직이지 않자 조바심이 났는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주변에 바람이 일렁이자 란사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주인님, 뒤를 조심하세요!]그녀의 직감이 맞아떨어졌다.고개를 돌렸더니 허벅지보다 굵고 뱀 같은 적갈색 덩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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