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91 - Chapter 200

377 Chapters

제191화

북진연은 한바퀴 빙 돌아서 평평한 지면을 찾아 온사를 내려주었다.온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인사를 전했다.“섭정왕 전하께서 계셔서 참 다행입니다. 아니었으면 정말 곤란해질 뻔했어요.”어제 비가 내린 직후라 날씨는 꽤 추웠다.이 날씨에 물에 빠지면 며칠 몸살을 앓을 수도 있었다.북진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살짝 튕기고는 말했다.“그러게 조심 좀 하지. 들지 못할 줄 알면 적당히 담지 그랬소.”‘내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없었으면 어떡했을 거야?’온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이마를 만지며 입을 삐죽였다.“물통 나한테 주고 사태는 옆에 서 있으시오.”말을 마친 북진연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냇가에 있는 물통을 집어들었다.“예? 전하께서요? 그건 법도에 어긋나는데요….”온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를 말렸다.존귀하신 섭정왕 전하께 물심부름이나 시키다니, 누가 알았으면 경을 칠 일이었다.북진연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이런 걸 못해본 것도 아니고.”물을 긷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전장에서 이보다 더 힘들고 더러운 일도 거뜬히 해낸 그였다.사내인 북진연이 팔 걷고 나서니 온사보다 더 빨리 진행되었다.물론 온사도 옆에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내가 물을 긷는 동안 경 좀 읊어 주시오.”지난번에 서로 친구로 지내기로 한 이후로 온사도 북진연을 대하는 것에 많이 편안해졌다.그녀는 편히 앉을 곳을 찾은 후에 열심히 경을 읊기 시작했다.청아한 소녀의 경 읊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북진연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열심히 움직였다.그는 도와주는 김에 온사에게 필요한 물 량을 확인하고는 한통씩 담아 약초 밭에 뿌렸다.온사 혼자서는 반 시진 넘게 해야 할 일을 그는 일각이라는 시간 안에 깔끔히 완성했다.나무통을 내려놓은 북진연은 땀을 닦고는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온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다가 준수한 얼굴에 눈 밑이 검게 변한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어제 제대로 못 주무셨나요? 또 병이 발작한 겁니까?”북진연은 고개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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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존귀하신 섭정왕 전하께서 이렇게까지 긴장할 일은 거의 없었다.만약 부하들이 그 모습을 봤더라면 놀라서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른다.유독 온사의 앞에 있을 때면 자꾸 평소에 없던 모습이 튀어나왔다.북진연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온사의 옆에 몸을 뉘였다.좋아하는 여인이 옆에서 열심히 경을 읊어주니 마치 사랑하는 이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처럼 미묘했다. 달콤한 분위기에 취한 북진연은 긴장을 풀고 스르륵 잠에 들었다.북진연의 숨소리가 잦아들자 온사의 경 읊는 소리도 점점 작아졌다.냇물이 흐르는 소리와 바람이 부는 소리가 미묘한 조화를 이루었다.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 온사도 졸음이 몰려와 눈을 비볐다.‘조금만 눈을 감고 있을까? 어차피 추월이 데리러 올 텐데.’온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옆으로 가서 몸을 뉘였다.북진연과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정 거리를 유지했다.북진연은 잠에서 깨 눈을 뜨자마자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잠든 온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만 더 가까이 가서 그녀의 숨결을 느끼며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싶었다.법복은 약간 흐트러져 있고 머리에 쓴 두건도 풀어져서 길고 검은 생머리가 그대로 옆에 펼쳐져 있었다.온사는 눈을 감고 탐스러운 입술을 살짝 벌린 채, 평온하게 숨을 내뱉고 있었다. 어떤 사내라도 그 모습을 본다면 다가가고 싶었을 것이다.북진연은 가까이 다가가다가 그녀의 입술과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동작을 멈추었다.‘이러면 안 돼.’온사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만약 섣불리 다가간다면 겨우 가까워진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었다.그래서 참아야만 했다.앞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 또한 아니었기에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기회가 오지 않아도 친히 만들면 그만이다.결국 그렇게 정신승리한 북진연은 깨어나려고 꿈틀거리는 욕구를 억눌렀다.북진연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던 순간, 잠든 온사가 갑자기 몸을 뒤집었다.그러면서 북진연의 입술은 그녀의 하얀 볼에 스치고 말았다.북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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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온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입가가 찢어지고 붓기까지 했는데 괜찮을 리가!’완벽한 얼굴이 자신 때문에 흠집이 났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제가 가서 약을 가져오겠습니다. 흉터 남으면 안 되니까 빨리 처치해야 해요!”처소로 급히 돌아가려는 온사의 앞에 추월이 나타났다.“추월? 드디어 돌아왔구나?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추월이 다급히 온사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사태, 빨리 따라오세요. 궁에서 사람이 왔습니다.”“궁에서?”온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돌려 북진연을 바라보았다.북진연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도 모르는 일인 것 같았다.약을 가지러 가기엔 이미 늦은 것 같았다.온사는 재빨리 수월관으로 돌아갔는데, 대문 밖에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막수 사태 일과 덕자 태감이 있었다. 그의 뒤에는 지난번에 그녀를 수월관까지 호송했던 마차도 있었다.“소인, 성녀 전하를 뵙습니다.”온사를 본 덕자는 공손히 그녀에게 예를 취했다.폐하의 심복인 덕자 태감이었기에 온사도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태감, 그렇게 예의 차릴 것 없어요. 그런데 어쩐 일로 이 먼 수월관까지 오셨나요?”덕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성녀 전하께 드릴 말씀이 있으시다고 궁에 한번 오시라고 하였습니다.”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았기에 온사는 잠깐 멈칫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옷만 갈아입고 폐하를 알현하러 가겠습니다.”온사는 덕자의 허락을 받자마자 재빨리 처소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그녀가 들어간 후, 마차 밖에서 기다리던 덕자가 뭔가 이상함을 느껴 뒤돌아섰는데, 부주의로 뒤에 선 사람의 어깨를 치고 말았다.등 뒤에 선 사람을 알아본 덕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소인, 섭정왕 전하를 뵈옵니다! 전하께서 여기 계신 줄도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으니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덕자는 재빨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북진연은 그런 그를 담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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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그 시각, 진국공부.채찍 오십 대를 맞은 이후, 온모는 그대로 몸져누웠다.등 뒤에는 살갗이 찢어져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녀는 매일 고통에 몸부림쳤다.매번 약을 바를 때마다 당장 수월관에 달려가서 온사를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그렇게 겨우 이틀을 버틴 온모는 시종에게서 나쁜 소식을 전해들었다.향하라는 애가 새로 시종으로 온 뒤에 홍엽은 이틀 전에 사라졌다.진국공이 친히 해결해주었다. 거대한 진국공 저택에서 시종 하나가 소리 없이 사라지게 하는 건 그야말로 간단한 일이었다.하지만 그의 그런 일처리 방식이 온모를 더욱 두렵게 했다.온모는 이것을 진국공의 경고로 받아들였다.그게 아니라면 홍엽을 죽일 필요도 없었다.겁에 질린 온모는 며칠간 조용히 지냈다. 하지만 며칠 고통받고 나니 마음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향하에게서 둘째 오라버니인 온자신이 온사를 위해 진국공 가문과 연을 끊겠다고 나갔다는 말을 들은 후로 더욱 증오심에 불타올랐다.“그 천박한 년이 얌전히 있지는 않을 줄 알았어!”온모는 진국공 가문을 떠난다고 나간 온사가 밖에서 가문의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한다고 생각해서 더욱 화가 났다.‘이제 다 네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것 같지? 집을 나간지 며칠이나 됐다고 온자신 그 멍청이마저 집을 나가?’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오라버니들과 심지어 아버지까지 온사에게 빼앗길 것 같았다.온모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내가 어떻게 이 모든 걸 가졌는데! 온사 그년에게 다시 빼앗길 수는 없지!’온모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야말로 천생연분이고 온사의 어머니가 그들의 사랑을 방해했다고 생각했다.그러니 온씨 가문의 모든 것은 자신의 것이며 온사와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이 가져야 할 행복을 모두 빼앗아가서 자신은 비천한 사생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온사 그년과 어미만 없었다면 내가 진국공가 적녀이 되는 건데!’온모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바깥을 노려보았다.“온사의 어미가 내 어머니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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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중서령가의 서출 둘째 아가씨인 안란심은 몇 년 전 물에 빠진 온사를 구해준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로 온사는 안란심을 친구로 생각하며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유명 학자 가문의 임묘자에게 소개했다.온사와 임묘자는 줄곧 안란심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었다.안란심이 서출이라 집안에서 관심을 못 받고 다른 동생들에게 괴롭힘 당한다는 것을 알고는 친히 나서서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까지 했다.안란심이 용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는 맛있는 것, 좋은 게 있으면 항상 먼저 안란심을 챙겼다.아무도 그녀의 혼사에 관심을 주지 않자, 온사는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경성에서 위망 높은 노부인이 직접 나서서 중매를 서주게 도와주었다.그런데 반년 전, 어쩐 일인지 안란심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온사를 불러내서 그녀를 밀어 물에 빠뜨렸다.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비명을 듣고 구해주지만 않았더라면 온사는 아마 그날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온사는 구조를 받자마자 안란심에게 따졌지만 돌아온 것은 악의로 가득 찬 비난뿐이었다.“넌 내가 그때 널 왜 구해줬을 거라 생각해? 당연히 네가 진국공가의 딸이기 때문이지!”“너의 한마디로 저택에서 내 입지가 완전히 바뀌었어. 감히 바라지도 못했던 선자리에 나가게 되었고. 그렇게 선심 쓰듯이 나한테 호의를 던져준다고 해서 내가 널 은인으로 모셔야 해?”“아니, 난 네가 미워! 온사, 넌 내가 널 얼마나 질투하는지 모를 거야!”그날 안란심이 했던 말을 온사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광기에 미친 안란심의 눈빛과 마치 철천지원수를 바라보는 그 악의를 마주하고도 온사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그녀는 비록 아버지에게 안란심을 추궁하라고 고발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더 이상 안란심을 찾지 않았다.그 사실을 알게 된 임묘자는 중서령 저택으로 찾아가 안란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날 이후로 안란심의 인생은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가족들에게 괴롭힘과 비난을 당했고 이미 성사된 혼약마저 파기되었다.“난 왜 보자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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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온모는 순식간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무슨 헛소리야?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안란심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경성에 소문이 쫙 퍼졌어. 온모 네가 오라버니를 독살하려다가 진국공한테 걸려서 채찍을 맞았다고. 게다가 3개월 금족령도 떨어졌다면서?”“너!”분명 아버지는 소문이 새어나가지 않게 잘 처리했다고 했는데 대체 어디서 소문이 퍼진 걸까?‘온사 그년이? 역시 그년 짓이 틀림없어!’물론 온사가 그런 짓을 했을 리는 없었다. 워낙 당시 현장에 사람이 많았기에 온권승이 아무리 저택의 하인들을 엄하게 다스려도 북진연과 북진연의 사람들에게까지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섭정왕은 눈치만 주었을 뿐이었지만, 그의 병사들은 귀신 같이 그의 속마음을 알아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휴가 나가서 술을 마시다가 말실수 좀 할 수도 있지 않은가!밖에서 외식하며 얘기하다가 부주의로 말이 헛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어차피 고의로 흘린 것도 아니고 고의라고 해도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며칠 지나니 역시나 온 경성 사람들이 그날의 일을 알게 되었다.덕분에 북진연의 병사들은 주인의 기분이 좋아져서 편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됐어, 그만 비웃어. 너랑 상의할 게 있어서 불렀어. 폐하께서 온사 그년을 성녀로 책봉한 뒤로, 그년 아주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어제인가 네가 떠올라서 널 해코지라도 한다면 편히 살 수 없을걸?”“어차피 지금 사는 것도 편하지 않아.”안란심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온모의 의도를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같이 방법을 생각하자고 하지만 만약에 그녀가 어떤 생각을 말한다면 그후의 책임은 오로지 그녀의 몫이 될 것이다.온사를 밀쳐서 호수에 빠뜨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그날 이후로 안란심은 온모의 본보습이 얼마나 추한지 알게 되었다.우습게도 진국공 가문 사람들은 온모를 순수하고 선량하며 천진난만한 소녀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악랄하고 비열한 독사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안란심, 내 손에 네 약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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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그로 인해 며칠 후, 황제에게 성녀를 보내달라는 상소문이 올라갔던 것이다.한편, 황실 서재에서 온사가 단정하게 예를 행했다.“소인 온사, 폐하를 뵈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복명 성녀는 고개를 들라.”며칠 안 본 사이에 어린 황제는 자신이 친히 책봉한 대명왕조의 복명 성녀가 꽤 반가웠다.비록 삼촌인 섭정왕이 신변을 지켜주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온사의 안부를 물었다.“진국공 가문과 계속 시비가 있었다지? 혹시 곤란한 일은 없었느냐?”어린 황제의 관심에 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폐하와 섭정왕 전하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에 비록 억울함을 당하긴 하였으나 결국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섭정왕이 성녀의 안전에 유난히 신경 써주었다는 얘기에 어린 황제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전에 섭정왕이 충용 후작가를 찾아가 친히 사건을 해결하고 진짜 도둑을 찾아냈을 때, 충용 후작 일가가 수월관으로 찾아가 온사에게 사과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었다.진국공 가문 셋째 공자가 중독 상태로 쓰러지자 온권승은 자초지종을 따지지도 않고 수월관으로 찾아가 해코지를 했다고 들었을 때, 어린 황제는 온권승이 반역이라도 일으키려는 줄 알았다.그때도 섭정왕이 흑기군을 이끌고 진국공 저택으로 찾아가서 성녀를 지켜주었다고 들었다. 두 사람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나, 진국공 저택에 대대적인 수색이 있었기에, 결국 범인은 진국공의 사생아로 밝혀졌다고 했다.그날 소식을 전해들은 어린 황제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짐이 삼촌께 성녀를 지켜주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삼촌이 이렇게까지 열심일 줄은 몰랐네요.”어린 황제는 흥미롭다는 듯이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그러자 북진연이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폐하의 분부인데 당연히 성의를 다해야지요.”“그런가요?”어린 황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북진연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어린 황제도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세 사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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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온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북진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대명왕조에 가뭄이 든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기우제도 여러 차례 모두 경성에서 거행되었다.어린 황제가 한숨을 크게 쉬며 답했다.“민심을 위로하기 위해서입니다.”올해 금주 가뭄은 3개월째 지속되는 중이고 지원도 수차례 보냈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다.이럴 때 민심을 위로하기 위한 기우 대전을 치른다면 백성들에게 그나마 희망을 심어줄 수는 있었다.이 시점에 책봉된 봉명 성녀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었다.그러니 이 나라의 첫 성녀인 복명 성녀가 금주로 가서 백성들을 위로하고 기우제를 지낸다면 분명 금주 백성들의 불안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었다.자초지종을 들은 온사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세세히 설명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 기도하는 건 성녀로서 저의 책임이지요. 소인은 폐하께서 친히 책봉한 복명 성녀이니까요.”이 나라의 첫 성녀라서 폐하께서 과한 혜택을 그녀에게 내린 것은 사실이었다.어쨌든 칭호와 신분을 받았으니 그녀는 할 일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어쩌면 누군가의 치밀한 음모일지라도 그녀는 가야만 했다.한편, 북진연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기우 대전은 금주 백성들에게 희망을 전파하는 행사였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해서 바로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아주 중요했다.그러니 북진연도 가지 말라고 말릴 수 없었다.게다가 온사 본인이 주저없이 수락하지 않았는가.온사가 이렇게까지 흔쾌히 대답할 줄 몰랐던 어린 황제는 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더 올라갔다.“좋아. 역시 란 고모의 딸이군. 짐이 친히 책봉한 성녀다워.”책상으로 다가간 어린 황제는 붓을 들고 성지를 써내려가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고 가거라. 이번 기우 대전에 삼촌이 너와 함께 갈 것이다.”온사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공사 다망하신 섭정왕 전하인데 저 하나 호송한다고 그 먼 금주까지 왕복하게 하는 건 너무 과한 것 아닐까요?”“아니,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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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성지가 내려지자 복명 성녀가 이틀 후에 금주로 가서 기우제를 지낸다는 사실을 경성 모두가 알게 되었다.관료들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적어도 백성들은 진심으로 선량한 복명 성녀가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원했다.이 시점에 재난 지역에 가기를 꺼려하는 관원들도 많은데 여린 여자의 몸으로 그곳까지 간다고 하는 자체가 대단했다.사람들은 어려운 시기에 발 벗고 나서준 성녀가 용기 있고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건 백성을 마음에 품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결단이었다.한편, 마차에 탄 온사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마차 밖에서 북진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기분이 언짢은 거요?”북진연의 물음에 온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언짢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 폐하께서 얘기하신 중서령의 딸이 오래전 제 친구였어서요.”“안란심?”“예, 맞습니다.”그동안 틈만 나면 수월관에 드나들었기에 북진연은 온사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상대가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온사가 이렇게까지 거부감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부하들이 예전에 알아온 소식에 따르면 안란심과 온사 사이에는 분명한 사건이 있었다.“반년 전에 누군가가 사태를 밀쳐서 호수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더군.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지. 그날 이후로 진국공은 조정에서 중서령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탄핵까지 제안했었지. 설마 범인이 안란심이란 말이오?”그러자 온사는 그렇다고 짤막하게 답했다.그때는 온모가 진국공부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녀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가 바뀌기 전이었기에, 온사가 물에 빠졌었다는 얘기에 온권승은 매우 분노했었다.온사가 온권승에게 안란심을 처벌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온권승은 당연하게 중서령을 탄압했다.안란심의 삶이 힘들어진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온사의 답을 들은 북진연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감히 사람을 죽이려고 물에 빠뜨리다니. 간덩이가 부었군.”온사는 잔뜩 화가 나 있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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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온사는 자기도 모르게 온모가 떠올랐다.그녀를 제외하고 또 누가 이번 기회를 빌어 해를 가하려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게다가 안란심을 이용한 것도 절묘했다.온사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막수 사태는 수월관으로 돌아온 온사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무우야, 굳이 금주로 가야겠어? 예전에도 기우 대전을 치렀지만 모두 경성에서 치렀는데.”막수도 북진연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온사는 웃으며 막수 사태의 손을 잡았다.“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번 금주 가뭄이 예전보다 심각하다고 해요. 금주로 가는 것도 민심을 위로하기 위해서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폐하께서는 섭정왕 전하께 제 호송을 맡으라고 지시하셨어요. 그러니 아무 위험 없을 거예요.”온사는 굳이 막수에게 기우 대전 역시 누군가가 일부러 개입했다는 사실까지는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기우 대전에는 그녀가 꼭 가야했지만, 배후에서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누군가의 뜻대로 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막수 사태를 안심시킨 후, 처소로 돌아온 온사는 바로 옥패 공간으로 들어가서 준비를 시작했다.그녀는 밤새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에 공간에서 나왔다.마당으로 나간 그녀는 쓸 수 있는 약초들을 모두 캐서 공간에 담았다.아쉽지만 뒷산의 약초들은 시간상 가져갈 수 없었다.소박한 옷으로 갈아입은 온사는 추월을 불러 경성으로 가서 약재를 구매하게 했다. 그녀는 모든 약재를 성밖으로 운송하게 했다.추월과 둘만 남게 되자 온사는 결심을 내렸다.“추월아, 잠깐 뒤돌아 있어.”온사가 말했다.그러자 추월은 아무런 의심없이 순순히 뒤돌아섰다.“됐으니까 다시 돌아봐.”뒤돌아선 추월은 눈 앞의 광경에 순간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가면을 쓰고 있는데도 그녀의 경악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추월은 온사가 원래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그리고 방금 전에 가득했던 약재들도 이미 같이 사라진 뒤였다.그 많은 약재를 온사가 순식간에 다른곳에 감추었을 리는 없었다.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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