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201 - Chapter 210

373 Chapters

제201화

돌아가는 길에 온사는 추월의 등에 업혀 그녀의 목을 꽉 껴안았다.두 사람은 그 뒤로 방금 전 비밀에 대해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온사는 있는 그대로 추월에게 비밀을 보여주었고 추월은 영원히 그 비밀을 지켜줄 것이다.수월관으로 돌아오자 날이 밝았다.온사는 잠을 자는 대신, 공간에 있는 영수를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북진연이 당도하기 전에 다시 추월을 불렀다.그녀는 추월에게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추월아, 전에 진국공 신변의 그림자 호위는 너도 봤지? 어떤 것 같았어?”추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실력이 괜찮은 것 같았어요.”“그래, 그럼 나와 섭정왕 전하께서 마차를 타고 떠난 후에 넌 진국공 저택으로 가서 사람을 한명 납치해 줘.”“예.”추월은 상대가 누군지 묻지도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온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도 많이 봤던 사람이야. 온모 알지? 걔 지금 부상 때문에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하고 있을 거야.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고 걔를 납치해 줘.”“걱정 마세요.”추월이 자리를 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북진연이 천명이 되는 흑기군을 이끌고 당도했다.온사가 타는 마차 외에도 재난 지역에 보내는 보급 물자도 있었다.“가지, 이제 출발할 시간이오.”그들이 수월관 대문에 도착할 무렵, 막수 사태가 다급히 쫓아왔다.“무우야, 이거 갖고 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막수 사태가 건넨 보따리 안에는 그녀가 직접 조각한 평안 부적이 있었다.온사는 물건을 받고 막수 사태와 한번 포옹한 후에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사부님. 곧 다녀올게요.”“그래, 그래… 안전에 주의하고 다녀오거라.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마.”막수 사태의 두 눈이 촉촉하게 젖었다. 그녀는 못내 아쉬운 마음에 온사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마치 아이를 물가에 처음 내보내는 어머니의 모습과도 같았다.“알겠어요, 사부님. 저 이만 가볼게요.”온사는 다시 막수와 포옹을 나눈 뒤에 마차에 올랐다.“무우야, 빨리 돌
Read more

제202화

온장온의 얼굴에 비친 걱정의 감정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는 진심으로 먼 곳에 가는 온사를 걱정하고 있긴 했지만, 이번 여정이 온사의 선택이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다.“공자,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이번 금주행은 저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겁니다. 제가 꼭 가야겠다고 해서 폐하께서도 허락하신 거지요. 아무도 제 결심을 흔들 수는 없습니다.”“온사야, 너 미쳤니?”예전이나 지금이나 온장온은 동생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렇게 위험한 곳에 왜 굳이 가려는 게야? 넌 왜 항상 말을 안 들어?! 내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네가 성녀가 돼서 여승들만 사는 곳에 와서 고생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 하지만 이건 목숨이 달린 일이야. 금주가 지금 얼마나 혼잡한지 알기나 해?”“온사야, 고집 그만 피우고 오라버니랑 돌아가자!”온장온은 온사가 금주에 가는 것만은 꼭 막고 싶어서 간곡히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말할수록 온사의 표정은 점점 싸늘해질 뿐이었다.“저는 이미 결정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 집에 저는 다시 안 돌아가요.”말을 마친 온사는 가림막을 내리고 북진연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 출발하시지요.”“온사야, 오라비 말 한 번만 들어!”온사는 결국 짜증이 치밀어 북진연에게 냉정하게 말했다.“누가 또 대오의 앞을 가로막으면 재난 지원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잡아들이면 됩니다.”북진연이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그는 온장온에게 담담히 경고의 눈빛을 보내고는 명을 내렸다.“출발!”“예!”“온사야, 가지마! 온사야!”흑기군에 의해 뒤로 밀려난 온장온이 뒤에서 애타게 불렀지만 여동생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온장온은 진국공 가문을 떠나던 그 순간부터 온사는 되돌아올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대오가 멀어진 후, 온장온은 자신을 제외하고도 온사를 보러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둘째야, 여기서 뭐 하니?”말에서 내린 온장온은 마차를 뒤따라가다가
Read more

제203화

온사가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기에 나중에 온사를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흑기군에 의해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했다.마차 안의 온사는 바깥이 소란스러운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제성이 다녀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최소택도 다녀갔고 안란심도 다녀갔다.안란심은 시종과 함께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멀어지는 마차와 군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온사 너는 진작에 날 잊었겠지? 하지만 네가 어떻게 날 잊을 수 있겠어?”안란심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너가 그랬잖아. 앞으로 내가 너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그런데 항상 너한테는 임묘자가 먼저였어.”그러자 안란심은 손바닥에서 피가 나도록 주먹을 꽉 쥐고는 온사가 멀어지는 방향에 시선을 둔 채,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가. 금주로 가서 성녀가 할 일을 해. 너 돌아올 때쯤이면 다시 날 기억해낼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마차는 경성과 점점 멀어지고 그 뒤로는 누가 찾아오지 않았다.행진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피곤하면 차에서 좀 자두시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객잔에 도착할 거요. 도착하면 깨워줄 테니 안심하고 자시오.”“예.”북진연의 목소리에 온사가 순순히 대답했다.솔직히 아침에 영수를 마셔서 그리 졸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힘이 났다.마차 안에서는 옥패 공간에 들어가기 불편하기에 온사는 독경을 꺼내서 읽었다.막수가 챙겨준 보따리 안에는 새로운 의학 서적과 독경을 제외하고 약병들도 가득 들어 있었다.병치료와 부상 치료, 그리고 벌레를 쫓는 약도 있었다.심지어는 수면제와 근육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물, 그리고 최음제의 해독제도 함께 들어 있었다.‘대체 사부는 내가 무슨 위험에 빠질 거라 생각해서 이 많은 걸 준비하신 거지?’온사는 재빨리 약을 도로 보따리에 넣어 공간에 집어넣었다.그러고는 차 안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오후에 잠시 내려 식사를 마친 것을 제외하고는 그들은 쉬지 않고 이동했다.그렇게 날이 거의 어두워질 때쯤에 마차와 군
Read more

제204화

온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온사도 돌아와서 방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입었다.잠시 후, 섭정왕이 다가와 방문을 두드렸다.“사태, 다 되었소?”밥 먹으러 가자고 재촉하는 소리였다.군영에서 오래 생활한 섭정왕 전하에 비하면 온사는 행도잉 매우 더딘 편이었다.그녀는 그 말에 이따가 돌아와서 마저 짐정리를 하기로 하고 밖으로 향했다.“나가요!”문을 연 온사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가요. 아래층 반찬 냄새가 여기까지 풍기네요. 준비 다 됐나 봐요.”마침 배가 고프던 참이기도 했다.북진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말하는 걸 깜빡했군. 마차에 간식 상자를 놓아두었는데. 가다가 배고프면 그걸 먹으면 되오.”이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그리고 자신의 마차도 아니니, 남의 마차를 허락도 없이 여기저기 뒤지고 싶지도 않았다.일층으로 내려가자 옆에 있던 북진연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고개를 들자 언제 온 건지, 아까까지 조용하던 객잔에 손님들이 꽤 들어와 있었다.온사도 이상함을 느끼며 경계심을 세웠다.“내가 있으니 걱정 마시오.”북진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그의 숨결이 귓가에 닿자 온사는 저도 모르게 멈칫하며 어깨를 움츠렸다.그녀는 그저 어색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나리, 아가씨, 이쪽으로 오시지요. 두 분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고요가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북진연이 온사를 이끌고 흑기군이 앉은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고요는 수저와 의자를 챙겨주며 말했다.“나리, 여기 요리사 솜씨가 좋나 봅니다. 반찬이 아주 향기로워서 군침이 흐를 지경이에요.”북진연은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힐끗 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다음에 먼저 먹고 싶으면 말을 해. 어서 먹어.”고요 일행은 그제야 표정이 밝아져서는 급기야 식탁 앞에 마주앉아 먹기 시작했다.온사는 게걸스럽게 먹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다행인 점은 북진연과 그녀는 둘만 따로
Read more

제205화

재빨리 식사를 마친 북진연은 온사가 먹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한참 바라보던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에게 물었다.“왜 고기는 안 먹고 풀만 드시오?”온사는 아까부터 줄곧 야채만 집고 있었다.북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혹시 이 집 고기반찬이 입맛에 안 맞아서 그러시오?”그러자 온사가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전하, 잊으셨습니까? 저 출가인입니다. 출가인은 고기를 먹을 수 없어요.”온사는 현재 법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어서 북진연도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인상을 찌푸렸다.한창 자랄 나이인데 저 자그마한 체구에 고기도 안 먹고 어찌 성장한단 말인가?“조금도 먹으면 안 되오?”온사가 고개를 저었다.“안 되죠.”북진연은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여긴 수월관도 아닌데, 몰래 먹어도 괜찮지 않소.”온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안 됩니다. 수월관이 아니더라도 저는 수련 중이라, 계율을 어기면 수련의 법도를 어긴 거나 마찬가지인게 될 것입니다.”북진연은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비록 그는 수련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온사가 이렇게나 단호하게 말하는데 더 이상 권했다가는 그녀의 기분만 상하게 할 것 같았다.하지만 마음속 걱정이 계속 해결되지 않으니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온사가 드디어 식사를 마치자, 북진연이 그녀에게 깨끗한 손수건 하나를 건넸다.“입 좀 닦고 위층으로 올라가 잠시 쉬고 계시오. 이따가 나도 올라가겠소.”“예.”온사는 그가 뭘 하려는지 눈치챘지만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그녀는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고요, 넌 가서 성녀 전하를 지키거라.”“예!”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고요는 거대한 검을 들고 사람들 틈을 지나 온사의 뒤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온사가 모퉁이로 사라지자 북진연은 싸늘한 시선으로 손님 행색을 하고 있는 오합지졸들을 바라보았다.그들 중 일부는 북진연을 알아보고 지레 겁을 먹은 자들도 있
Read more

제206화

“예.”지시를 마친 그가 뒤돌아서서 위층으로 올라가며 심부름꾼에게 따뜻한 물을 부탁했다.“예… 바로 가겠습니다!”이미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심부름꾼이 부리나케 밖으로 달려갔다.위층으로 올라간 북진연은 온사를 놀래키지 않기 위해 일단 방으로 돌아가 옷부터 갈아입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올라가자 마자 삼층 방 문 앞에 앉아 있는 온사의 모습이 보였다.북진연이 흠칫 놀라며 그녀에게 물었다.“어찌 밖에 앉아 있소? 먼저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소?”“전하를 기다리고 있었죠. 몸에 무슨 피를 그리도 많이 뒤집어썼나요? 다친 곳은 없나요?”그를 본 온사는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괜찮소, 내 피가 아니니까.”북진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랑하듯 말했다.“저런 오합지졸들로는 서른 명 더 와도 내 상대가 아니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요. 아무도 우리 전하의 실력을 못 따라온답니다. 전장에 나가 있을 때 혼자서 수백 명의 적군을 무찌른 분인데 말이에요!”고요는 주절주절 북진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북진연이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고요는 의아해하며 멍한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내가 뭘 잘못했나?’북진연은 눈치 없는 부하의 엉덩이를 걷어찼다.“당장 안 꺼져?!”고요는 그제서야 기죽은 얼굴로 도망쳤다.그는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북진연과 온사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온사가 입술을 깨물며 그에게 말했다.“다친 게 아니라면 됐습니다. 약을 바를 필요도 없겠네요.”북진연은 그제야 온사가 들고 있는 약병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가 다칠까 봐 걱정돼서 약병까지 들고 밖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아, 이제야 기억나는군. 방금 뒤에서 습격하던 놈들이 있어서 좀 다친 것 같소.”방으로 돌아가려던 온사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예? 전혀 안 다쳤다고 하지 않았나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른 더 와도 문제없다고 하던 사
Read more

제207화

온사는 섭정왕이 준수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매혹적인 미모의 소유자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온사는 더 보고 있다가는 갖지 말아야 할 생각까지 가질 것 같아서 다급히 시선을 거두었다.“서… 섭정왕 전하, 머리가 좀 흐트러지셨네요. 먼저 머리부터 묶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따가 약 바를 때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요.”북진연은 일부러 이러고 나온 것이었기에, 온사의 눈빛이 요동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평소에는 외모에 신경도 쓰지 않던 그였지만, 오늘은 마치 구애 중인 공작새처럼 깃털을 활짝 펼치고 자신의 매력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싶었다.“그런가? 방해가 될 줄은 몰랐는데… 사태가 한 번 봐주겠소?”북진연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온사에게로 다가가 일부러 옷섶을 헤치고 빵빵한 팔근육과 등근육을 보여주었다.왜소해 보이던 섭정왕 전하가 이런 근육질의 몸매를 갖고 있을 줄은 온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왜 그러시오? 안 보여서 그러시오? 옷을 조금만 더 내리면 보이려나?”그 말을 들은 온사는 다급히 그를 말렸다.“내리지 마세요!”옷을 더 벗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전하, 상처는 확인했으니 일단 그 옷 좀 입으시는 거 어떤가요?”온사의 당황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북진연은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몸매에 굉장히 자신이 있었다.하물며 그의 얼굴은 몸매보다 훨씬 공격적인 매력을 갖고 있었다.그러니 누가 본들 두근거리지 않을 수 있을까?온사는 정신이 혼미했다.그녀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눈을 가린 채, 한손으로 그의 옷섶을 끄집어서 위로 올렸다.북진연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장난을 더욱 치고 싶어졌다.하지만 그랬다가는 소녀가 도망갈 게 번하기에 치솟는 감성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은발을 하나로 묶었다.비록 무시한 동작이긴 했지만 매혹적인 어깨선이 잘 드러났다.“봤으면 약 좀 발라주시오.”북진연이 은은한 미소를
Read more

제208화

온사는 상처에 약을 바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부하들 있잖아요? 설마 부하들이 전하의 명령까지 거부하겠어요?”북진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내 명을 거절할 자들은 없겠지만 그자들이 내 몸에 손 대는 것은 싫소.”사내가 그의 몸에 약을 바른다?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북진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온사를 달랬다.“방금 사태가 일깨워주지 않았더라면 상처가 있는 것도 까먹었겠소. 부하들이라고 해도 나보다 더 덤벙대는 놈들인데 그런 놈들한테 어찌 그런 부탁을 하겠소.”비록 상처를 입지도 않았지만 소녀가 약병을 들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없던 상처도 만들어낸 그였다.“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계속 그렇게 장난치면 저 약 못 발라드립니다.”북진연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소.”온사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며 북진연의 어깨를 툭 쳤다.북진연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모르는 척했다.북진연이 속으로 웃으며 뭐라고 하려던 찰나, 온사의 방에서 한 소리가 들려왔다.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방 안을 바라보았다.온사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는듯 조심스레 불러보았다.“추월이니?”“사태?”안에서 추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사는 약병을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으로 들어가자 추월이 거기 있었고 그녀의 발치에는 큰 자루 하나가 놓여 있었다.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거기 사람이 들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벌써 납치해온 것인가?”온사는 다가가서 자루를 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모가 그 안에 있었다.온모는 손발이 묶이고 입이 틀어 막힌 상태로 힘껏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온사는 손을 뻗어 온모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헝겊을 빼주었다.드디어 말을 할 수 있게 된 온모가 욕설을 퍼부었다.“온사, 너 미쳤어?! 감히 진국공 저택에 사람을 보내 나를 납치해? 아버지께서 아시면 너희 모두를 잡아가실 거야!”“그런 건 전혀 겁나지 않아.”온사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너 설마
Read more

제209화

온사는 전생을 통해 온모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녀의 어미가 남긴 세력이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독을 사용할 줄 아는 자와 암살자도 있었다.전생의 그녀는 그들의 손에 온갖 고통을 받았다. 이번 생에는 온모가 성급하게 그들을 불러들인 만큼 초조하다는 의미일 것 같았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온사는 이번 기회에 뒤에서 온모를 돕고 있는 자들을 전부 색출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물론 혼자서는 힘드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온사는 고개를 돌려 문밖에 있는 북진연을 불렀다.“섭정왕 전하…!”안에 있는 자가 추월이란 것을 확인한 북진연은 밖에서 온사를 기다리기로 했다.그는 느긋하게 방문에 몸을 기대고 온사가 두고 간 약병을 만지작거리며 온사가 다시 나와 계속해서 약을 발라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안에서 나는 대화를 듣고 있던 그는 그녀가 자신을 부르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왜 그러시오?”그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그냥 죽일 거요? 아니면 목숨은 붙여놓을까?”그는 온사가 뭘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북진연은 온사의 검이 되고 싶었다.그녀는 그의 무우 사태이기에, 사태가 하는 부탁이라면 그게 살인이라고 하더라도 다 들어줄 수 있었다.어차피 이미 너무도 많은 살육을 저지른 그였으니 손에 피를 좀 더 묻힌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그녀가 원한다면 수십 명, 몇백 명, 그리고 몇 명을 죽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온사는 순순히 자신의 말을 따라주는 북진연이 고마웠다.심지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도 존귀하신 섭정왕 전하께서는 그녀가 뭘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돌이켜보면 북진연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의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않고 다 들어주었다.처음엔 여자의 접근을 혐오한다고 해서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지금은 그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사이가 되었고 섭정왕도 흔쾌히 그녀의 검이 되어주었다.그녀가 무리한 부탁을 해도 북진연은 한 번도 그녀에게 싸늘하게 대한 적
Read more

제210화

“이름은….”온사는 고개를 돌려 충격에 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온모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제 기억에는 김사도라는 자였던 것 같아요.”이름까지 온사의 입에서 나오자 온모는 경악하며 몸부림쳤다.“웁! 웁!”안타깝게도 입이 봉인되어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지만, 굳이 듣지 않아도 온사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네가 어떻게 그 사람을 알아?’‘네가 어떻게 그 사람의 생김새랑 이름까지 알아?’분명 그녀의 기억에 김사도는 경성에 나타난 적도 없었고 온사와 만난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런데 온사는 어떻게 그의 존재를 아는 것일까?온사는 분명 김사도를 만난 것처럼 얘기했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김사도는 그녀의 어머니가 남겨준 이국인 자객이었고 온모가 가장 믿는 패였다.이 패를 감추기 위해 진국공부에 돌아온 이후로 한 번도 김사도와 연락을 취한 적이 없었다.진국공가의 사람들이 점점 통제를 벗어나자 어쩔 수 없이 하루 전에 서신을 보낸 게 전부였다.그런데 온사는 마치 진작에 김사도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김사도가 날 배신한 걸까?’하지만 그것도 영 신통치는 않았다. 온사는 분명 김사도를 잡아달라고 말했기에, 만약 김사도가 그녀를 배신했다면 온사가 섭정왕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 리 없었다.충격을 받은 온모는 초조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방금 전까지는 김사도가 와서 구해주기만을 바랐지만, 지금은 그저 그가 하루라도 빨리 이상함을 느끼고 철수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김사도만 살아 있다면 온사는 절대 쉽게 그녀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김사도마저 잡히거나 죽는다면 그녀는 가진 모든 패를 잃게 되는 셈이었다.다음 날, 북진연은 아니나 다를까 온모를 묶어서 마차 지붕 위에 매달았다.그러고는 흑기군을 이끌고 길을 나섰다.자객의 우두머리를 자극해서인지, 이어지는 며칠 간 수많은 자객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워낙 적은 인원수에다가 북진연과 흑기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들의 우두머리는 드디
Read more
PREV
1
...
1920212223
...
3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