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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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동생도 미인에게 홀렸구먼! 그런데 여자가 둘이라면 차라리 둘 다 살려서 우리가 사이좋게 나눠가지는 건 어떤가?”이태성의 입에서 상스러운 요구가 튀어나왔다.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산채 대문 앞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김사도를 위해서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다.아직은 김사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 같았다.김사도가 그들 몰래 움직이고 있을 때, 이태성도 몰래 부하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산채에 있던 산적무리들은 몰래 산길을 돌아 김사도를 포위했다.“너희들이 데리고 있어도 되긴 하지. 하지만 너희들에게 그럴만한 용기가 있을까?”김사도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동생 말을 들어보니 평범한 인물은 아닌 듯하군. 그런데 방금 전에는 이득이 될 것만 얘기하고 우리한테 주의해야 할 점은 전혀 말해주지 않았지 않나?”그러자 이태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한 어조로 김사도에게 말했다.“망자에게는 당연히 얘기해 줄 필요가 없으니까.”“뭐? 너!”김사도는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음을 머금고 오른손을 들었다. 언제 접근했는지 모를 지네가 순식간에 이태성의 머리를 공격했다.“악!”이태성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형님?”“당장 저 자식 죽여버려!”“죽여!”산적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김사도는 등 뒤에서 쌍검을 꺼내며 냉소를 지었다.“너희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나한테 항복하는 이는 죽이지 않을 거야.”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산적들을 무자비하게 도살하기 시작했다.흑호굴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그렇게 한 시진 후, 흑호굴의 산적의 반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남은 자들은 김사도에게 항복했다.그들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이 사내가 너무나 강력했다.김사도는 시작하기 전 말했던 것처럼 항복한 산적들을 죽이지 않고 항복을 거부한 자들의 시신을 토막내는 모습들까지 그들에게 보여주었다.너무나 잔인해서 현장에 있던 산적들마저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남은 산적들이 반항을 포기하자 김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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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마침 저녁식사 준비를 마친 고요가 커다란 그릇 두개를 들고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왕야, 성녀 전하, 어서 식사하세요!”온사는 자기 몫의 그릇을 받아들었다. 냄새만 맡아도 흑기군의 요리사가 꽤 실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성녀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반찬과 국물 모두 채식이었다.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니 맛이 아주 좋았다.온사는 그릇을 들고 밥을 먹으며 속으로 지금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며칠 전까지 끊임없이 몰려오던 자객들이 오늘에 와서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치 폭풍우 전야의 고요함과 흡사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시오?”정신이 다른데 팔린 온사의 모습을 보고 옆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던 북진연이 물었다.“그자들이 오늘 밤 찾아올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오늘 밤에 무조건 올 거요.”북진연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고개를 돌린 온사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오늘 밤이 그들이 움직이기 가장 최적의 시기이니까. 오늘 밤이 지나가면 앞으로 우리가 도착할 곳은 활동하기에 꽤 불편할 것이오. 이틀만 지나면 우린 목적지에 도착할거예요.”김사도가 만약 또 암살자를 보낸다면 오늘 밤이 최적이라는 얘기였다.“오늘 밤도 푹 자기는 글렀네요.”온사가 웃으며 말했다.북진연의 예상처럼 군대가 교대로 식사하는 시간에 갑자기 수림에서 놈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저 놈들이다! 죽여라!”“식량이야! 저렇게나 많은 식량을 갖고 있었다니!”“역시 사도 형님 말이 사실이었어! 은화도 있다니!”“그럼 일단 은화부터 빼앗자고!”“한 놈도 빼놓지 말고 다 죽여!”식량과 은화를 담은 차를 알아본 흑호굴 산적들은 광기에 미쳐서 우르르 달려들었다.식사 중이던 흑기군은 들고 있던 그릇을 바닥에 버리고 검을 빼들었다.“물자를 보호하라!”처음엔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흑기군은 곧 침착하게 검을 빼들고 산적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이때, 화살 하나가 온사를 향해 날아갔다.북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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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흑호굴 산적들은 흑기군 진영을 흐트러뜨리는데 성공했다. 김사도가 보낸 암살자가 북진연과 혈투를 벌이는 동안, 김사도는 마차 위로 뛰어올라, 온모를 구해주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바로 그때! 쾅하고 예리한 검이 김사도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그는 재빨리 쌍검으로 공격을 막은 후에 상대의 머리를 노렸다.하지만 추월이 더 빨랐다. 그녀는 힘껏 김사도의 복부를 걷어차서 마차에서 떨어뜨린 뒤, 마차 지붕 위에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김사도를 노려보았다.김사도도 고개를 들고 어둠을 닮은 검은 인영을 노려보았다.여기서 이렇게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수를 만날 줄이야.분명 며칠 전에도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공격하는 초식으로 봤을 때는 그림자 호위가 틀림없었다.‘복명 성녀의 사람인가 보군.’온모는 후회가 사무쳤다.온사의 신변에 그림자 호위가 있다는 건 알고 있긴 했지만, 김사도와 연락을 취할 때는 암호로 간단한 얘기만 주고받았기에 추월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은 것만이 변수였다.김사도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그 역시도 그림자 호위의 존재에 꽤 놀란 눈치였다.‘어떡하지.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 습격하기도 어려울 텐데!’온모는 초조함에 몸부림쳤다.마차 안에 대기하고 있는 온사에게 위험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온사는 마차 밖 상황에 귀를 귀울이며 한손에는 독약이 든 약병을, 한손에는 비수를 들었다.누가 마차에 뛰어들기만 하면 바로 독약을 상대의 얼굴에 뿌릴 생각이었다.그런데 차 안으로 침입한 것은 사람이 아닌 검은색의 지네였다.그것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구멍을 파고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온사의 허벅지로 기어올랐다.다리에 간지러움을 느낀 온사가 고개를 떨군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온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는 재빨리 비수의 칼집으로 그것의 머리를 쳤다.쾅!하지만 지네가 너무 딱 달라붙어 있던 탓에 온사는 그것을 쳐낼 수 있기는커녕, 칼집으로 마차 벽을 치고 말았다.마차 안에서 나는 소리는 밖에서 싸우던 추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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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고요 일행이 사람을 잡으러 간 직후, 북진연은 재빨리 마차로 다가갔다.“사태,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차 안에서 난 소리를 들은 사람은 추월뿐만이 아니었다.다급히 가림막을 연 그의 눈에 한 사람의 하얀 종아리가 들어왔다.차 안에서 지네에게 물린 상처가 없는지 온사의 종아리를 검사하던 추월은 재빨리 다시 가림막을 내렸다.온사가 다급하게 말했다.“섭정왕 전하,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지네가 차 안에 들어왔어서 추월이 상처가 없는지 봐주고 있었습니다.”잠시 당황했던 북진연은 지네라는 얘기를 듣고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독성이 있는 것이오? 상처를 제외하고 피부에 바로 닿은 곳은 있소?”온사는 고개를 저으려다가 뭔가 떠올라서 방금 지네를 만졌던 오른손을 들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손가락 끝에 검푸른 색을 띄고 있었다.추월의 안색이 급변해서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온사가 재빨리 보따리에서 은침 하나를 꺼내 주저없이 중독된 식지에 찔렀다.독혈이 천천히 스며들었다.곧이어 그녀는 막수가 든 해독제를 입안에 넣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살짝 스치긴 했는데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 해독제만 먹으면 됩니다.”지네의 몸에도 독이 있을 줄 모르고 방심했기에 생긴 일이었다.물론 방금 전 상황에서 지네를 공간 안에 집어넣지 않고 물렸더라면 상황은 아마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추월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제가 동작이 너무 느렸던 탓입니다. 그 자식을 빨리 처리하고 차 안으로 돌아왔더라면 사태가 그 흉물을 만질 일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바깥에서 듣고 있던 북진연도 죄책감이 몰려왔다.이국인 중에 이런 사악한 비술을 쓸 줄 아는 자가 많다는 것을 간과한 탓이었다.“왕야!”고요가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달려왔다.북진연은 그를 보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고요가 말했다.“왕야, 소인이 무능한 탓입니다. 그자는 왕야의 화살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었는데 달려가 봤더니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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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금주에 도착한 이후, 후끈거리는 온도가 모두를 놀라게 했다.분명 타 지역의 온도는 차가워지고 있었는데 금주 지역은 아직도 한여름처럼 덥고 건조했다. 심지어는 세 달째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풍작을 거두었어야 할 논밭은 말라서 쩍쩍 갈라졌고 강까지 말라서 바닥이 다 드러날 정도였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황무지가 따로없었다.길가에는 야위어서 피골이 상접한 백성들이 무릎을 꿇고 구걸을 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온사와 구제 물자를 실은 대오를 본 그들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비틀거리며 다가왔다.하지만 결국 흑기군의 위압감에 감히 선 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대오는 묵묵히 전진했다.난민을 회피하려는 것 뿐만 아니라 왜 금주에서 이렇게 급하게 기우 대전을 치르려고 했는지 이해됐기 때문이었다.지친 민심을 위로해 주지 않는다면 폭동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행군 속도를 좀 더 올려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는 무조건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예!”흑기군은 침착하고도 빠르게 행군을 이어갔다.그들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드디어 금주 현령 저택에 당도할 수 있었다.소식을 들은 왕수안은 관원들을 이끌고 마중을 나왔다.“섭정왕 전하와 성녀 전하를 뵙습니다!”관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주변 백성들의 주의를 끌었다.복명 성녀가 왔다는 소리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북진연은 싸늘한 시선으로 왕수안을 힐끗 보았다. 그러자 왕수안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너그러이 봐주십시오, 섭정왕 전하. 최근 현령부는 이미 몇번이나 백성들에게 포위당했었습니다. 사실 백성들도 불안해서 저러는 것이겠지요… 다 제가 무능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무리수를 두었습니다.”그는 성안의 백성들이 섭정왕과 복명 성녀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소란이 좀 잦아들 것이라고 기대했다.북진연도 그의 생각을 꿰뚫어보고는 담담히 시선을 돌렸다.“사태, 이제 내려오시오.”주변 상황을 재차 확인한 후에야 그는 마차로 다가가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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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왕수안이 갑자기 큰절을 올릴 줄 예상하지 못했던 온사는 조금 당혹스러워서 다급히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몸을 일으킨 왕수안에게 그녀는 가장 먼저 궁금했던 얘기를 물었다.“기우 대전 때 쓰일 제천대는 이미 지어졌지요?”왕수안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성녀 전하. 섭정왕 전하까지 함께 금주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 밤을 새워가며 드디어 어제 제천대를 완공했습니다. 오늘 사람을 보내 점검도 마쳤으니 내일 바로 기우 대전을 시작하시면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북진연이 말을 덧붙였다.“사태는 일단 돌아가서 쉬시오. 내일 있을 기우 대전을 미리 대비해야지. 내일은 힘든 하루가 될 것이오. 그러니 남은 건 나에게 맡기고 들어가시오.”“예.”온사는 그의 호의를 사양하지 않았다.며칠 길에서 생활하다시피 하느라 피로가 쌓였기에 지금은 휴식이 절실했다. 왕수안은 미리 준비한 방으로 그녀를 안내했다.고요 일행은 그녀가 머물 방을 미리 꼼꼼히 검사했다.북진연은 고요를 시켜 온사의 신변을 밀착 호위하게 했고, 추월은 여전히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온사의 안전을 지켜주었다.방 문을 닫은 온사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중간에 추월이 깨워서 저녁을 먹은 후에 다시 드러누워 잠을 잤다.그날 밤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고 아무도 그녀의 잠을 방해하지 않았다.다음 날이 되자, 온사는 기력을 완전히 회복했다.“성녀 전하, 이것은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기우제 관복입니다. 오늘은 이걸 입고 우리 금주 백성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왕수안은 아침 일찍 방문해서 화려한 붉은색의 관복을 온사에게 건넸다.온사는 그 관복을 힐끗 보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왕수안에게 말했다.“왕 현령, 내 자네가 이번 기우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금주 백성들이 고통받는 지금 내가 이런 화려한 관복을 입고 기우제를 지내면 백성들의 원망을 사게 될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안 그런가?”화려함의 정도가 지나친 관복이었다.그녀는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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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옷을 갈아입은 온사는 흰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시종들의 안내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고요는 아직도 멍하니 있는 왕수안의 어깨를 툭 쳤다.“왕 현령, 성녀 전하는 이미 멀리 갔는데 멍하니 서서 뭐 하시오? 빨리 따라가지 않고?”그제야 정신을 차린 왕수안이 다급히 달려가며 온사를 불렀다.“같이 가요, 성녀님! 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빨리 가자! 늦으면 자리가 없을지도 몰라!”“간다, 가! 좀만 기다려!”“뭐야? 오늘 무슨 날이야?”“자네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것이야?!”금주성 성문 밖, 무수히 많은 백성들이 몰려들어오고 있었다.세 달째 가뭄에 고통받고 있는 그들은 거의 희망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금주성 현령이 폐하께서 친히 책봉한 성녀님을 모시고 기우제를 지낸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고, 무려 하룻밤 사이에 그 소식은 금주성 밖까지 퍼졌다.수많은 백성들은 기우 대전에 참석해 복명 성녀의 얼굴을 보려고 모여들었는데, 점점 더 많은 백성들이 금주성 안에 집결되자 성내의 호위가 부족할 정도였다.북진연은 어쩔 수 없이 반 이상의 흑기군을 파견하여 성내 호위를 도와주게 했다.잠시 후, 기우 대전을 진행할 제천대 주변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천대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관원들은 민심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못 오게 막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제발 아무 일 없이 기우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도했다.비가 바로 내리지 않더라도 순조롭게 끝나 성녀만 안전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사람들의 목서리 또한 점점 커지고 있었다.모든 호위와 흑기군들이 바쁘게 돌아치고 있을 때, 멀리서 기다렸던 소리가 들려왔다.“성녀 전하 납시오!”왕수안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크게 질렀다.온사는 마차에 앉아 수치심을 느꼈다.‘왕 현령은 언제 목청이 저렇게 좋아진 거지?’성녀가 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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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주변은 곧이어 조용해졌다.높은 제천대에 선 온사는 밑에서 그런 얘기가 오가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하늘에 제를 올렸으니 이제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할 시간이었다.온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녀의 예쁜 입에서 청아한 기도문이 흘러나와 백성의 귓가를 간지럽혔다.그들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기도를 듣고 있었다.“대명왕조의 백성 무우, 폐하의 은혜를 입어 복명이라는 호를 받게 되었는 바 있습니다. 금주의 만민을 대신하여 감히 토지의 신과 오곡의 신, 자비로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부디 단비를 내려주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멈춰주시고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여 생의 희망을 안겨주시옵소서.”한마디 한미다 마다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곧이어 제천대 아래에서 북소리가 울리며, 제복을 입은 남녀가 제천대를 둘러싸고 기우제를 위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심금을 울리는 북소리와 성스러운 춤, 그리고 고결한 성녀와 간절한 소망을 가진 백성들이 이 순간 함께 어우러져 가슴 뛰는 장면을 연출했다.온사의 기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한번 해서 비가 내리지 않자 그녀는 다시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대명왕조의 백성 무우, 폐하의 은혜를 입어 복명이라는 호를 받게 되었는 바 있습니다. 금주의 만민을 대신하여 감히 토지의 신과 오곡의 신, 자비로운 하나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부디 단비를 내려주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멈춰주시고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생의 희망을 안겨주시옵소서…!”두번째에도 실패하자 다시 세번째, 세번째도 묵묵부답이자 네번째, 그렇게 온사는 제천대에 서서 같은 기도문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시간이 흐르며 그녀의 목소리도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와 북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제사의 춤도 계속되었다.제천대 아래의 백성들은 고개를 들고 그들의 성녀를 우러러보았다.성녀의 기도문이 반복되지만 여전히 하늘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누군가가 갑자기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부디 단비를 내려주시어 백성들의 고통을 멈춰주시고 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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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비 온다!”“정말 비네?”“드디어 재앙이 끝이 났어!”“아버지, 어머니! 보고 계신가요? 재앙이 끝났어요!”금주성 안팎의 백성들은 미친 사람처럼 밖으로 달려나왔다.그들은 빗속에서 환호하며 무려 세 달 만에 찾아온 큰비를 두 손 들고 환영했다.“성녀 전하 덕분이야!”“맞아! 복명 성녀님의 기도에 하늘도 감명하여 비를 내려주신 게 분명해!”“복명 성녀는 보살님이야!”“폐하께서 친히 책봉한 성녀 전하시잖나.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야! 우리 모두의 성녀님이라고!”금주성의 모두가 빗속에서 온사의 이름을 외쳤다.대명 왕조의 유일 성녀, 복명 성녀.그녀의 이름은 훗날 역사에도 이렇게 불렸다.7일 후, 온사 일행은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이건 어떻게 할 거요?”성으로 들어가기 전, 북진연은 기절한 온모를 가리키며 온사에게 물었다.온사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에게 말했다.“저한테 맡겨주시지요.”“사태 혼자 괜찮겠소? 김사도가 무조건 다시 찾아올 텐데?”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사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남은 암살자들 모두 숨어버린 것 같았다.“괜찮아요. 추월이 있으니깐요. 어차피 그 놈은 추월의 상대가 못 돼요.”온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곤충이나 독을 사용하는 놈이긴 하나, 제가 아는 분께서 놈보다 훨씬 독에 대해 뛰어나시거든요. 그리고 경성에도 돌아왔으니 이제 안전해요.”김사도가 감히 다시 찾아온다면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전생에 그녀에게 온갖 고통을 주었던 사내였기에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온사는 아직 사람을 죽여본 적 없었다.그녀의 눈빛에 순간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김사도만 죽으면 그녀는 바로 온모를 죽일 생각이었다.완벽한 살인 계획을 세운 온사는 다시 마차에 올라탄 후, 추월에게 먼저 온모를 데려가라고 지시했다.그녀와 북진연은 입궁하여 황제에게 인사를 올리고 한바탕 치하와 포상을 받은 뒤에 마차를 타고 수월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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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온사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제가 워낙 먼 길을 떠났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걱정이 되셨겠죠. 사저도 나중에 멀리 나가시면 사부께서 걱정하실 거예요.”하지만 막수는 말없이 앞으로 걷기만 했다.‘아니야, 넌 달라.’무고를 대하는 마음과 무우를 대하는 마음은 달랐다.란자군이 세상을 떠난 후, 감정이란 것을 느껴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보신탕의 양이 많았기에 막수는 먼저 온사를 챙긴 후에 나머지를 다른 사태들에게까지 나눠주었다.온사는 보신탕을 들고 생글생글 웃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감사합니다, 사부! 정말 맛있네요.”“맛있으면 됐어. 전에 네 어미한테도 자주 만들어 줬는데, 매번 내가 만든 국이 제일 맛있다고 하더라.”온사의 어머니를 떠올리자 막수의 얼굴에는 이내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하지만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 모습에 온사는 고개를 떨구고 입을 다물었다.“아, 내가 또 속상한 얘기를 꺼냈구나.”분위기가 이상해짐을 느낀 막수가 말했다.란자군의 사망은 그녀에게 큰 고통과 슬픔을 주었지만 그건 온사도 마찬가지였다.막수는 손을 뻗어 온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착하지. 이번에 금주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보거라. 나도 금주는 한 번도 못 가봤구나.”“좋습니다.“막수가 계속 슬퍼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기에 온사는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그리고 얘기를 들은 막수 사태는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그제야 아끼는 제자가 갑자기 금주로 불려가서 기우 대전을 주관한 이유가 배후에 누군가의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가는 길에 수많은 암살자와 곤충과 독을 쓰는 이국인 놈을 만날 줄이야!“김사도라고 했지? 내 기억해 두겠어. 감히 우리 수월관을 찾아오면 내 가만두지 않아!”막수는 분노에 책상을 쳤다.당장이라도 진국공에게 달려가서 딸 교육 좀 잘 시키라고 윽박지르고 싶었다.언제는 온사를 악랄하고 속좁은 애라고 욕하더니 가장 비열하고 악한 인간은 따로 있었다.온모는 그야말로 사람 같지도 않은 인간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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