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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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온모는 경악한 눈으로 온아려를 바라보았다.“어딜 감히 눈을 부라려? 측실 주제에!”온아려는 냉소를 짓고는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네가 우리 충용 후작가에 시집을 올 수 있었던 건 내 아들이 인자한 마음씨를 가졌기 때문이야. 내 아들이 사정사정하지 않았으면 이미 순결을 잃은 너 따위를 내 집으로 들이지도 않았어!”온모는 이를 갈며 반박했다.“제 순결을 가져간 건 오라버니예요.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하! 소택이가 왜 너 같은 걸 품었는지 내가 굳이 여기서 말해줘? 그런 비열한 수작을 부려 놓고도 감히 정실을 바랐어? 우리 충용 후작가가 만만해?”온아려는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는 짜증스럽게 어멈을 재촉했다.“시간 지체하지 말고 빨리 안으로 들어가. 길시를 넘겨버리면 이년 데리고 내 집에서 꺼질 준비나 하고!”“예, 부인.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온모 아씨를 세자의 방으로 모시겠습니다.”어멈은 뒤돌아서 가마꾼들을 재촉했다.온아려도 뒤돌아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걸음을 옮겼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이때 임연주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그녀는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진국공부와 충용 후작가의 혼례인데 찾아온 손님을 문전박대하는 게 어딨어요?”온아려는 불청객인 온사와 임연주를 보고 있자니 짜증만 치밀었다.하필 온사의 신분을 생각하면 함부로 내쫓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혼례식이라고는 하지만 성대하게 준비한 게 아니라 친한 가족들만 불러서 여분의 자리가 없네.”너희들을 위한 자리는 없으니 이만 꺼지라는 의미였다.특히나 친한 가족들을 강조한 것은 온사에게 들으라는 의미였다.‘예전이나 네가 내 가족이었지 어디 외부인 주제에 손님이랍시고 내 집에 발을 들여?’임연주는 생글생글 웃으며 온아려에게 말했다.“괜찮습니다. 저희가 이 집 친척은 아니니까요. 어쨌거나 우리 가문은 진국공가와 오랜 친분을 쌓아왔고 저도 진국공가의 오라버니들과 어릴 때부터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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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온사는 온아려의 분노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복장을 고른 것도 사실이었다.“미리 언질도 없이 찾아온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출가하기 전에 온모는 저의 동생이었으니 동생의 혼인식에 신혼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결례 무릅쓰고 갑자기 찾아오게 되었습니다.”온아려는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신혼 선물이면 진국공가로 가져가도 되는데 하필 혼례식이 시작되기 직전에 신혼 선물이랍시고 찾아온 건 무슨 심보란 말인가!온아려는 경계 어린 눈길로 온사를 주시하며 말했다.“신혼 선물을 전달하러 온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죠. 다만 성녀 전하, 이거 하나만은 짚고 가시죠. 오늘이 비록 측실을 들이는 혼례식이라고 해도 충용 후작가의 잔치에 소란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소란을 피우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다분한 말이었다.‘네가 성녀면 다야? 충용 후작가에 밉보이면 너도 편하지 못할 줄 알아!’온아려는 온사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그러나 온사는 그런 말을 듣고도 여전히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부인. 저와 연주는 그저 선물만 전달하러 왔을 뿐입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저희가 가져온 신혼 선물을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말을 마친 그녀가 손짓하자, 임연주의 호위가 상자 두 개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정교한 나무 상자는 붉은색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딱 봐도 정성 들여 준비한 티가 났다.그제야 온아려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어쨌거나 손님으로 오셨는데 이만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성녀 전하. 그리고 연주 아씨.”온아려는 성녀인 온사가 무슨 신혼 선물을 가져왔을지 무척 궁금했다.사람들 앞에서 선물을 열어 보였을 때, 만약 너무 약소하면 온사의 신분에 맞지 않으니 온사는 통이 작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만약 풍성한 선물을 준비했다면 그건 그거 대로 충용 후작가의 체면이 사는 일이었다.어쨌거나 황제가 책봉한 성녀가 신혼 선물까지 준비해서 친히 걸음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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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한편, 온사는 온모가 뭘 꾸미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는 향하가 몰래 자리를 뜨는 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온아려의 안내를 받으며 오랜만에 충용 후작가의 문턱을 넘었다.“성녀 전하 납시오!”충용 후작가의 체면을 위해 온아려는 불편함을 참고 온사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주었다.지금의 온아려는 지극히 머리가 잘 굴러갔다.어쨌거나 충용 후작의 부인되는 사람이고 가문의 잔치에 참석하는 귀빈의 신분이 높을수록 가문의 체면이 산다는 이치 정도는 알고 있었다.그러니 온사의 도래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성녀 전하를 뵈옵니다!”온사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잔치에 온 손님들은 분분히 일어나 그녀에게 예를 행했다.구석진 곳에서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성녀 전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지? 오늘은 그저 충용 후작가에서 측실을 들이는 작은 잔치에 불과한데 귀하신 분이 여기까지 걸음하실 이유가 있을까?”“그건 양 대감께서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충용 후작 세자께서 오늘 측실로 들이는 분이 성녀 전하께서 출가하시기 전 여동생이기 때문이지요.”“아! 그런 거였군. 그러니까 성녀 전하께서는 그 측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귀한 걸음을 하신 거겠군.”“아니요, 그건 절대 아닐 겁니다!”“그건 또 뭔 소리야?”“성녀 전하께선 진국공가의 적녀이시고 세자의 측실은 외부에 알려진 바로는 사생아라는 말씀입니다.”“충용 후작 세자가 측실로 들이는 여인이 진국공의 사생아라는 소리야?”“정말 모르셨나 보네요. 게다가 충용 후작 세자는 전에 성녀 전하의 정혼자였지요. 그런데 파혼하고 전하의 사생아 출신 여동생을 측실로 들인 셈입니다. 참으로 재밌지 않나요?”“뭐… 뭐가 그렇게 복잡해?”“양 대감께선 정말 아무런 소문도 못 들으셨나 봅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외출 좀 하세요. 이렇게 소식통이 없어서야 나중에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경성 사람들 모두 알지만 모두가 모른 척해야 하는 참 아이러니한 사실이기도 하죠. 어쨌거나 성녀 전하가 세자의 측실과의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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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그러니 온아려가 싫든 좋든 가장 고귀한 신분의 상징인 상석은 온사에게 양보해야 마땅했다.온사도 주저없이 자리에 앉았고 임연주도 당당하게 그녀의 옆에 가서 앉았다.“아니….”온아려는 임연주의 거동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충용 후작이 나서며 온아려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왜요? 제가 여기 앉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을까요?”임연주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들 부부에게 물었다.충용 후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씨는 임씨 가문의 후손이고 성녀 전하의 절친이기도 하니 당연히 거기에 앉아야지요.”온아려는 이 상황이 여전히 이해가 안 됐지만 부군이 괜히 이러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충용 후작은 조용히 온아려를 끌고 구석진 곳으로 갔다.“방금 전 왜 저를 말리셨습니까? 그 계집애가 무슨 자격으로 거기 앉아요?”충용 후작은 담담히 말했다.“임연주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임씨 가문의 후손인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으니 잘 대접해서 보내드려. 뭔가 일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란 말이야.”황후 책봉 교지가 정식으로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태후께서 임연주를 자주 궁으로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도 있었다.충용 후작은 굉장히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그래서 온아려가 임연주와 마찰을 빚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 한 것이다.딱 봐도 임연주나 온사는 충용 후작가를 대적하려고 온 게 아니었다. 아마 표적은 온모일 것이다.물론 멍청한 그의 아들도 피해를 보겠지만 후작은 그런 상황을 굳이 막고 싶지는 않았다.솔직히 그가 바라던 바이기도 했다.그는 여전히 먼저 일을 저지르고 멋대로 혼인을 고집한 최소택과 온모가 괘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혼인을 허락해 주었다고 하여 그들의 괘씸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했다.“소택이는 고생 좀 해야 철이 들어.”충용 후작이 말했다.“고작 측실을 들이는데 이렇게 집안이 소란스러운데 나중에 정실을 들일 때는 어떻겠어? 그때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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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최소택 저 자식 눈빛이 왜 저래? 어휴, 역겨워. 설마 네가 자기한테 미련이 있어서 온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임연주는 묘한 시선으로 온사를 바라보는 최소택의 눈빛을 보고 역겨움이 치밀었다.온사는 눈을 더럽히기 싫어 그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있었다.최소택의 모습은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그는 온모를 데리고 부모님 앞으로 가서 차를 올리는 도중에도 온모와 온사를 번갈아보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온모는 면사포를 쓰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수시로 고개를 돌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그녀는 불편함을 참으며 작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오라버니, 어딜 그렇게 보세요? 차를 올려야 하는데 어서 찻잔을 저에게 주셔야죠.”“아, 그래.”최소택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찻잔을 들어 온모에게 건넸다.그러다가 너무 서두른 탓인지 찻잔이 온모의 손에 닿으며 뜨거운 차가 그녀의 손등에 튀고 말았다.“아!”온모는 갑작스런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온모야!”사고의 장본인인 최소택은 화들짝 놀라며 찻잔을 내려놓고 온모의 손을 살폈다. 뜨거운 찻물에 손등은 이미 뻘겋게 부어 있었다.“미안해, 온모야. 다 내 잘못이야. 많이 아프니? 내가 불어줄게.”“아니… 저는 괜찮아요. 오라버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말은 그렇게 해도 온모는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멍청한 자식! 어떻게 혼례식에서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지?’‘명색이 충용 후작가의 세자인데 어쩌면 이렇게 멍청할까?’그러나 온모는 멍청이가 아니라면 그녀의 얕은 수에 속아넘어가지도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온아려는 허둥대는 둘의 모습을 보자 억눌렀던 짜증이 다시 치밀었다.“그만해. 귀빈들이 다들 기다리고 계신 거 안 보여? 빨리 시작해.”온모는 그 틈을 타 손을 살며시 빼고는 역겨운 마음을 참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서방님, 식을 계속해야죠.”그 말을 들은 온아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싸늘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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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온모가 황제의 후궁이 될 뻔한 사실을 경성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건 그녀가 쫓겨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굳이 잊혀져가던 사실을 온아려가 다시 꺼낸 것은 사람들 앞에서 온모의 귀뺨을 친 것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온모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가난한 수재에게 시집가지 않으려고 강수를 두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충용 후작가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애초에 온아려가 어떻게든 최소택과 그녀를 맺어주려고 애썼던 사람이 온아려였다.그런데 양녀 신분을 잃었다고 이렇게 태도가 바뀔 줄이야!‘역씨나 온씨 성을 가진 자들은 다 나쁜 자식들이야!’그녀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결심을 불태우며 화를 꾹 참고 말했다.“어… 아니, 마님 말씀이 맞습니다. 소첩이… 결례를 범했네요.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앞으로는 예절 법도를 잘 따르고 마님과 후작 나리께 효도하겠습니다.”‘곡 내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맞보게 될 거야!’온아려는 온모의 말이 진심이 아닌 걸 알지만 적당한 선에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어쨌거나 사랑하는 아들의 혼인식이고 아무리 재수 없어도 참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 굳이 지금 꼬투리를 잡을 필요는 없었다.“됐어. 계속해.”온아려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온모에게서 차를 받았다.온사와 임연주는 흥미진진하게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임연주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온사야, 어떻게 됐어?”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다 됐어.”의식이 끝난 후, 최소택은 일단 온모를 방으로 데려가려 했다. 임연주가 뭐라고 입을 열려는데 어딘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 측부인을 벌써 방으로 돌려보낸다고요?”“제가 특별히 신혼 선물을 준비해서 왔는데 가마가 너무 빨리 가서 하는 수없이 충용 후작부까지 오게 되었네요.”‘이 소리는… 안란심?’임연주는 고개를 홱 돌리고 구석진 곳에 면사포를 쓴 채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비록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임연주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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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안란심?’임연주뿐만 아니라 온모도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최소택에게 물었다.“안란심이 왜 여기 있어요?”그런데 질문을 들은 최소택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대꾸했다.“누가 안란심이야? 쟤 안란심 아니야.”온모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저 여자가 안란심이 아니면 누군데요?”온모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최소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넌 아직 몰랐어? 안란심은 며칠 전에 이미 죽어서 장례까지 다 치렀잖아.”“죽어요? 그럴 리가요!”만약 안란심이 죽었다면 조금 전 말을 한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온모는 면사포를 들고 그쪽을 자세히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최소택이 말했다.“저 사람은 안란심이 아니야. 저 사람은 안씨 가문에서 최근에 밖에서 데려온 셋째 아가씨 안신혜야. 듣기로는 어렸을 때 잃어버린 적녀라는데, 서출인 안란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안란심….’과연 그저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일까, 아니면 같은 사람일까?온모는 당장 다가가서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았다. 온아려는 안신혜라는 이름을 듣고 묘한 웃음을 지었다.“그럼 온모 너도 선물을 구경하고 돌아가거라. 어차피 굳이 빨리 방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도 없지 않니.”온아려는 이제 시어머니가 되었으니 온모의 기를 죽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온모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이건 거대한 함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온아려가 무슨 생각인지는 제쳐두더라도 안란심인지 진짜 안신혜인지 모를 여자의 말투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기다 밉상인 임연주까지!이 많은 사람들이 오늘 그녀가 망신당하는 꼴을 기대하고 있었다.‘내가 두려워할 줄 알고? 그리고 온사 너! 감히 이곳에 발을 들였으니 너도 한번 혼쭐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지!’온모는 손을 뻗어 최소택의 허리를 콕 찔렀다.“소택 오라버니, 아까 향하를 시켜 전한 말을 못 들으셨나요?”온모는 최소택이 나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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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온모는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애써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러나 온사를 속이기에는 부족했다.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온모에게 말했다.“내가 준비한 선물은 좀 특별한 거라서 괜히 네 기분만 망치지 않을지 걱정이야.”“그러니 내가 준비한 선물부터 풀어보는 게 좋겠어.”온모는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최소택의 손을 뿌리친 후, 향하를 불렀다.“그 녀석은 아직이야?”향하가 작은 소리로 답했다.“곧 도착할 거예요.”임연주는 그러거나 말거나 호위를 시켜 준비한 신혼 선물을 가져오게 했다.그런데 하필 이때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으니!“이건….”“이건 제가 충용 세자의 측부인을 위해 준비한 신혼 선물이에요.”안신혜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임연주의 호위를 제치고 먼저 선물이 담긴 상자를 최소택과 온모의 앞에 내밀었다.그것은 정교한 무늬로 조각된 상자 네 개였다.안란심은 고개를 돌려 임연주에게 도발의 눈빛을 보냈다.임연주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저년이 안란심이 아니면 내 성을 갈겠어!’안신혜는 고개를 돌리고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여러분도 알다시피 화려한 깃털을 가진 공작새는 우아함의 상징이지요. 동시에 변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자와 측부인의 사랑을 축복하기 위해 정성을 들여 준비했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시종에게 눈짓했다.“어서 상자를 열어 세자와 측부인, 그리고 여기 계신 귀빈들에게 선물을 보여드려.”그 말을 들은 시종이 다가와 상자를 열었다.네 개의 상자 안에는 각기 다른 선물이 들어 있었다.하나는 공작새 깃털로 만든 부채였고 하나는 공작 깃털로 만든 모자, 그리고 또 하나는 공작새가 수놓여진 옷이었으며, 마지막 하나는 두 마리의 공작새를 수놓은 신발이었다.사람들에게 선물을 선보인 안란심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세자, 제 선물이 마음에 드십니까?”선물을 확인한 최소택은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손님들도 선물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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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별거 아니야. 공작새와 관련된 선물이었어.”최소택은 음침한 얼굴을 하고 직접 가서 상자를 쾅 닫았다.누가 봐도 분노에 사무친 모습이었다.축복받아야 할 혼례식에서 기괴한 선물을 받았으니 누구라도 화가 났을 것이다.그러나 안란심은 선물을 열기 전에 공작새가 상징하는 의미를 강조하며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한다고 해주었으니 대놓고 욕설을 내뱉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선물이 이상하다고 욕을 한다면 오히려 속 좁은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물론 구멍 난 신발에 관해 시비를 걸 수도 있겠지만 하필 그와 온모가 혼전 정사를 하다가 시종에게 들킨 사실이 온 경성에 소문이 퍼졌으니 이 상황에서 화를 내봐야 충용 후작가만 우스워질 뿐이었다.결국 최소택은 조용히 화를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그는 길게 심호흡하고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셋째 아가씨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선물까지 들고 누추한 제 혼례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꼭 저택을 찾아가서 보답을 드리리다.”안란심은 생글생글 웃으며 답했다.“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요, 세자.”“셋째 아가씨?”온사는 의아한 얼굴로 임연주를 바라보았다.“안란심은 가문에서 둘째가 아니었나?”임연주도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그랬지.”그런데 왜 최소택은 셋째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까?“실수였을까?”그럴 수도 있었다.하지만 온사는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두 사람은 어차피 나중 가면 알게 될 사실이니 그냥 넘기기로 했다.어차피 오늘 그들의 목적은 안란심이 아니었다.“이제 연주 아씨의 선물을 열어볼 차례네요. 무슨 선물을 준비했을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실례가 될 정도로 추레한 선물은 아니겠죠?”안란심은 고개를 돌려 임연주를 바라보며 도발하듯 말했다.임연주는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가지수는 많지 않아도 네 선물보단 추레하지 않을 거야.”최소택은 굳이 남의 혼례식에 와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이가 갈렸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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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물론 그건 귀빈들의 생각이 아니라 온모가 당혹스러운 점이었다.“임연주 저년은 또 무슨 생각인 거지?”‘설마 정말 선물이나 주려고 온 건가?’하지만 온모는 바로 그 생각을 부정해 버렸다.그녀는 임연주가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왔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렇다면 왕 대사의 작품에는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오라버니, 그냥 받고 절대 펼치지 못하게 해요.”온모는 옆에 있는 최소택에게 말했다.그러나 곧이어 억눌린 분노가 느껴지는 최소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미 늦었어.”임연주는 온모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림을 펼쳤다.안에는 제비가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아닌, 까마귀 두 마리가 호수가 보이는 정자에서 장난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딱히 문제가 될 건 없는 것 같지만 까마귀는 인간의 형태와 너무도 흡사하게 그려져 있었다.게다가 그림의 배경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소택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사방에서 비웃음과 혐오 가득한 시선이 쏟아졌다.최소택은 수치심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임연주!”분노가 폭발한 그는 잡아먹을 듯이 임연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일부러 가짜 그림을 가져와서 우리 충용 후작가에게 수모를 주려는 거야? 충용 후작가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최 세자,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억울하죠. 아무리 그래도 저는 임씨 가문의 딸인데 어떻게 가짜 그림으로 세자와 측부인을 농락하겠어요?”“못 믿겠으면 보세요.”임연주가 손짓하자 온사는 들고 있던 물잔을 그녀에게 건넸다.임연주는 물잔을 그림에 대고 뿌렸다.사람들이 경악하는 소리와 함께 그림이 서서히 물에 젖기 시작하더니 까마귀가 장난치는 장면에서 진짜 제비가 물놀이를 하는 유원도로 바뀌었다.최소택은 눈을 부릅뜨며 따졌다.“무슨 그림이 이렇게 이상해? 이게 가짜가 아니면 명화에 물을 붓는 네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지?”그는 진짜 유원도를 본 적이 없기에 이 그림의 오묘함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최소택뿐이 아니라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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