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사는 온아려의 분노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복장을 고른 것도 사실이었다.“미리 언질도 없이 찾아온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출가하기 전에 온모는 저의 동생이었으니 동생의 혼인식에 신혼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결례 무릅쓰고 갑자기 찾아오게 되었습니다.”온아려는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신혼 선물이면 진국공가로 가져가도 되는데 하필 혼례식이 시작되기 직전에 신혼 선물이랍시고 찾아온 건 무슨 심보란 말인가!온아려는 경계 어린 눈길로 온사를 주시하며 말했다.“신혼 선물을 전달하러 온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죠. 다만 성녀 전하, 이거 하나만은 짚고 가시죠. 오늘이 비록 측실을 들이는 혼례식이라고 해도 충용 후작가의 잔치에 소란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소란을 피우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다분한 말이었다.‘네가 성녀면 다야? 충용 후작가에 밉보이면 너도 편하지 못할 줄 알아!’온아려는 온사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그러나 온사는 그런 말을 듣고도 여전히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부인. 저와 연주는 그저 선물만 전달하러 왔을 뿐입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저희가 가져온 신혼 선물을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말을 마친 그녀가 손짓하자, 임연주의 호위가 상자 두 개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정교한 나무 상자는 붉은색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딱 봐도 정성 들여 준비한 티가 났다.그제야 온아려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어쨌거나 손님으로 오셨는데 이만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성녀 전하. 그리고 연주 아씨.”온아려는 성녀인 온사가 무슨 신혼 선물을 가져왔을지 무척 궁금했다.사람들 앞에서 선물을 열어 보였을 때, 만약 너무 약소하면 온사의 신분에 맞지 않으니 온사는 통이 작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만약 풍성한 선물을 준비했다면 그건 그거 대로 충용 후작가의 체면이 사는 일이었다.어쨌거나 황제가 책봉한 성녀가 신혼 선물까지 준비해서 친히 걸음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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