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661 - Chapter 670

1136 Chapters

제661화

“한아야.”온사의 부름과 함께 한아는 그제야 온모를 풀어주었다.온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다가와 겁에 질린 온모를 내려다보았다.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한번 더 기회를 줄게.”그녀는 품에서 검은색 알약 하나를 꺼내 온모의 입안에 넣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온옥지의 장원, 너한테 있지?”온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나한테 뭘 먹인 거야?”“난 모른 척하는 멍청이를 살려둘 생각이 없어. 네가 생각하는 게 아마 맞을 거야.”온모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손에 있는 건 맞지만 토지 문서는 충용 후작부에 있어. 날 풀어줘야 그걸 가져오지.”“급할 건 없어.”온사는 기대에 찬 온모의 표정을 한눈에 담으며 말을 이었다.“어차피 약효는 3일 뒤에 발작할 거야. 그동안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무슨 일이지?”온모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쩐지 온사가 시키려는 일이 아버지와 관련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러나 그녀에게 선택지는 없었다.“이틀 뒤에 넌 친정에 인사를 가겠지. 돌아가면 네 아비의 서재에서 장부 하나만 찾아줘. 네가 해낸다면 해독제를 주고 얼굴에 난 부상도 치료해 줄 수 있어.”온사의 얼굴에는 여전히 흉측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옥여설화고 세 병이면 충분하겠지?”충분하고도 남을 양이었다.옥여설화고 한병이면 흉터를 제거할 수 있고 얼굴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었다.온모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처음 진국공부에 왔을 때부터 질투를 느꼈던 온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정을 내렸다.“알았어. 할게!”최소택이 옥여설화고를 구해다 줄 수만 있었어도 흉터 따위 때문에 온사에게 협박 당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그래도 괜찮았다. 해독제와 옥여설화고를 받으면 그대로 온사에게 되돌려줄 생각이었다.‘그때가 되면 짓밟히는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거야!’온모는 온사의 얼굴을 빤
Read more

제662화

온사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낮에 네가 나한테 한 약속, 아직 안 지켰잖아.”온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내가 무슨 약속을 했다고?”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었다.“잊었어? 너 온자신에게서 가져간 동전 삼천오백 문을 돌려주기로 했잖아. 내가 널 여기로 왜 모셔왔을 것 같아?”모셔온 게 아니라 납치에 협박이 맞을 테지만 온모는 반박할 수 없었다.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남산 산기슭 온자신의 오두막 뒤쪽이었다.그녀가 강물이라 느꼈던 곳은 온자신의 동전을 버렸던 더러운 진흙탕이었다.온모는 당장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다.어쩐지 낮에 동전을 진흙탕에 버렸다고 했을 때 그냥 넘어간다 싶었는데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던 것이다.“물이 이렇게 깊은데 이미 다 흘러갔겠지. 그걸 내가 여기서 어떻게 찾아!”온사는 다시 의자로 돌아가서 추월이 쥐여준 손난로를 받으며 담담히 말했다.“네가 버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 닭이 울 때까지 못 찾으면 방금 전 했던 얘기는 없던 일이 될 테니까.”그렇다는 건 이곳에서 죽을 거라는 얘기였다.온사는 그녀를 살려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온모는 흠칫하며 이를 갈았다.“측부인, 시작하시죠.”상한아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고 진흙탕을 빠져나갔다.굳이 옆에서 감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 온모가 허튼 짓을 한다면 추월의 검이 그녀를 저세상으로 보내줄 것이다.“한아야, 감기 들겠어. 여기 와서 불 좀 쪼여.”온사는 난로를 상한아의 손에 쥐여주고는 모닥불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그 모습을 본 온모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찬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저것들은 강가에서 모닥불이나 쬐고 있다니!‘온사 저년, 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해!’그러나 온모는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강물을 빤히 바라보다가 하는 수없이 손을 뻗어 동전을 찾기 시작했다.버릴 때도 아무 생각없이 버렸기에 도대체 어느 위치에서 버렸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기억난다고 해도 이미 물에 휩쓸려
Read more

제663화

동전 뭉치 서른 다섯 개, 삼천오백 문.진국공부에 돌아온 이후로 그런 푼돈은 거들떠본 적도 없었다.그런데 그렇게 하찮게 생각했던 돈 때문에 한겨울에 강물에 몸을 담고 있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분한 일인가!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이 되어서야 그녀는 모래 속에 숨겨져 있던 마지막 뭉치를 찾아서 힘겹게 뭍으로 나갔다.이제는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마지막… 나… 이제… 돌아가도 되지?”온사는 그제야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이지. 어서 가봐.”드디어 허락을 받은 온모는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쓰러지는 순간까지 온모가 생각했던 것은 평생 다시 동전을 만지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온사는 기절한 온모를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충용 후작부로 돌려보내. 가는 길에 죽지 않게만 하고.”온모를 이용해 온권승의 손에 들어간 란씨 가문의 유산을 되찾을 목적이 아니라면 온모를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물론 강물에 빠뜨려 죽이는 건 온모에게 너무 관대한 처사였다.그래서 죽기 전에 마지막 이용가치까지 다 쥐어짤 생각이었다.추월이 온모를 데리고 떠난 후, 온사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오두막 마당으로 왔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작고 초라한 오두막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물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자물쇠는 온자신이 돌아가기 전에 남겨주고 간 것이었다.그는 온사가 또 화를 낼까 우려해서 자물쇠와 함께 쪽지도 남겼다.대략적인 내용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갑자기 떠나게 되어 직접 전달할 수는 없으니 자물쇠를 남긴다는 내용이었다.그녀가 원한다면 오두막에 한번 와서 보고 만약에 마음에 안 든다면 나중에 돌아가서 더 좋은 선물로 준비해 주겠다고도 했다.그가 남기고 간 서신이나 쪽지에는 그 선물이 뭐라는 말이 없었다.오두막 문을 열고 들어간 온사의 코끝에 진한 매화꽃 향기가 와닿았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었다.작은 오두막 안에는 수많은 매화꽃이 펼쳐져 있었다. 일부는 가지를 꺾은 것이고 일부는 꽃송이만
Read more

제664화

안으로 들어온 후에도 그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가자, 한아야.”그 말을 끝으로 온사는 오두막을 나갔다.“예, 가요!”부름을 들은 상한아는 재빨리 온사의 곁으로 다가왔다. 온사의 손에는 매화가 꽂힌 꽃병이 들려 있었다.수월관으로 돌아간 온사는 꽃병과 꽃을 한아에게 건넸다.“아무데나 놓아둬.”그 말을 끝으로 온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상한아는 꽃병을 안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데나 놓으라면 어디에 놓아야 하지?’상한아는 매화를 바라보며 성녀가 어쩌면 매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힘들게 여기까지 들고 올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한아는 온사의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창가에 놓아두기로 했다. 그러면 매일 아침 창문을 열 때마다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상한아는 꽃병에 물을 갈아준 후, 그것을 온사의 창문 밖에 놓아두었다.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온사는 방으로 돌아온 후 바로 옥패 공간에 진입했다.드넓은 초원에 누워 있던 온사는 재빨리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불개미 떼를 보고 몸을 일으켰다.이번에 경성에 다녀오며 꽤 두둑한 수확이 있었다.금방 성문에 진입했을 때, 온장온의 시종이 그녀를 찾아왔다.그리고 진국공부에 보냈던 거미들이 그녀에게 소식을 전달했다.충용 후작부로 가기 전, 거미 유충들이 뭔가를 가지고 그녀를 찾아왔다. 첫 번째 수확은 어제 온모에게 건넨 독이 든 꽃이었다. 그 꽃은 그녀가 파견한 불개미들이 진국공부의 땅을 파서 발굴해낸 것이었다.두 번째 수확은 지금 불개미들이 가져온 작은 상자였다.상자 안에는 독성 물질이 들었는데 그 효과는 온모의 꽃과 비견할 정도였다.온장온은 지난번에 독에 당하고 죽을 뻔한 이후로 여태 해독제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런 독성과 비견할 정도면 맹독을 띤 물건일 것이다.불개미들에게서 소식을 전달받은 온사는 일단 그것을 공간 안에 숨기기로 했다.이제야 시간이 나서 그게 뭔지 확인하러 들어온 것이다.그녀는 나무상자를 들고 누각으로 들어가 제작대에 상자를 내려놓았
Read more

제665화

온사는 단약이 수상하다는 것을 직감한 이후, 독지네를 소환했다.물론 김사도의 파군이 아닌, 그녀가 손수 육성한 독지네였다.김사도의 파군은 그와 운명을 같이하기 때문에 령수의 기운을 빌어야지 온사의 말을 따랐다.하지만 이미 주인을 정했기에 온사와의 유대감이 다른 독벌레들보다는 약한 편이었다.온사의 소환을 받고 온 독지느네는 손가락 마디 크기의 작은 지네였다.녀석의 특이점이라면 냄새로 약재를 분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온사는 지네를 단약의 옆에 놓아주었다. 지네는 냄새가 마음에 드는지 재빨리 단약 위로 기어올랐다.잠시 후, 온사는 단약에서 피냄새가 느껴졌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그것은 사람의 피였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단약은 인육으로 만들어진 거였다.지네를 통해 답을 들은 온사의 표정이 음산하게 변했다.인육으로 약을 만드는 건 금기 중의 금기였다!이건 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약이 절대 아니고 정상인이 이런 걸 먹을 리가 없었다.그런데 왜 진국공부에서 인육으로 만들어진 단약이 나타난 것일까?온사가 진국공부를 떠난지가 고작 1년이었다.아무리 아버지가 갑자기 이상하고 잔인한 취향이 생겼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이 단약 한 알에 수백 종의 약재가 들어갔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지네가 감별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그렇다는 건 단기간에 만들어진 약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그녀가 진국공부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저택 안에서 이런 걸 본 적은 없었다. 흔적을 남겼다면 이렇게 까맣게 몰랐을 리가 없었다.진국공이 숨기는데 능해서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이건 진국공의 물건이 아닌 것일까?그런데 이 물건이 온권승의 서재에서 발견되었으니 적어도 진국공부 사람과는 관련이 있을 거란 얘기였다.온사는 며칠 전 온장온이 독이 든 화분 때문에 죽을 뻔했던 것을 떠올렸다.‘병을 치료하고자 아무 거나 찾아다니다가 이런 걸 손에 넣었을까?’온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설마….’어떤 멍청이가 온장온 체내의 독을 독으로 억제하려는
Read more

제666화

우연인지 아닌지 단약의 독성과 효능은 온모의 꽃과 아주 똑같았다.온사가 그 꽃을 모두 온모에게 선물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건 아니었다.그녀는 꽃의 줄기와 잎, 꽃잎의 극소량을 채취한 후에 온모에게 주었다.물론 꽃잎 몇 장 사라졌다고 해서 온모가 온사를 의심할 일은 없었다.온사가 정말 그 꽃이 욕심났다면 한 송이 남기면 될 일고 굳이 세 송이 모두 온사에게 돌려줄 이유가 없었다.온사는 단약을 연구할 때 온모의 꽃부터 떠올렸다. 모두 진국공부에서 발견되었기에 둘 사이에 뭔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하룻밤새 내린 결론은, 사람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만성독이라는 거였다.그것은 사람의 생각과 욕구를 통제할 수 있었다.단약의 주요 약재가 온모의 꽃이었다.더 충격적인 것은 그 꽃이 서홍화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그랬다. 그녀가 약초밭에 심은 서홍화와 같은 종류였다.그녀와 임자부는 서홍화가 이미 단종되었다 생각했는데 온모가 그걸 가지고 있을 줄이야!게다가 이미 심어서 꽃을 피웠고 어떤 방법을 거쳐 독이 든 서홍화로 개량하는데 성공했다.이 발견은 온사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온모는 그녀의 약초재배 계획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그녀가 재배하는 약재 중에 서홍화는 가장 주된 약재였다. 온사는 자신만 갖고 있는 희귀 약재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이 넘쳤는데 만약 진국공부에서도 그것을 내놓는다면 문제는 꽤 복잡해질 것이다.온사는 연구대에 놓인 단약과 독꽃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놓치고 있었을까?’한참을 고민하던 온사는 공간을 나가 추월을 시켜 귀운 산장과 섭정왕부에 서신을 보냈다.잠시 후, 북진연이 수월관에 당도했다.서신을 들고 갔던 추월이 마침 남산으로 오는 북진연과 마주친 것이다.서신을 보내고 반 시진 후, 북진연과 온사는 마당에서 마주앉았다.“무슨 일이야?”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온사에게 물었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온사가 먼저 그에게 서신을 보내는 일은 거
Read more

제667화

온사는 장생단과 이족이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북진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그녀에게 물었다.“최근 2년 동안 경성에서 사람이 몇 명이나 죽었는지 알아?”“모르죠.”온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북진연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나이가 들거나 병으로 죽은 사람 제외하고 피살됐지만 관아에 신고되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도 사천삼백 명이 넘어.”“그렇게나 많이요?”온사는 화들짝 놀랐다.2년 안에 사천여 명이 사망했다니 경악할 노릇이었다!날짜로 계산하면 경성에서 매일 여섯 명 정도가 이유도 모르게 사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저는 경성 살면서 이상한 소문을 듣지 못했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온사는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기억을 되짚어도 뭔가 눈에 띨 큰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물론 온 정신이 온모에게 팔려 그녀가 간과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그러나 온모가 진국공부로 오기 전에도 아무런 이상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북진연이 말했다.“내가 최근에 이족을 조사하며 발견한 거야. 조사를 해서야 죽은 자들의 사인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말했다.“대부분 여인들은 죽기 전에 실종으로 보고되었어. 그리고 죽은 사내들 중에 실종자는 없고 오히려 빚더미에 눌러앉은 자들이 자살하거나 누굴 죽이려다가 반격을 당해 죽임을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북진연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조금 이상했다.온사는 계속해서 그의 말을 들었다.“조사해 봤더니 사망자들 중 대부분은 장생단이라는 약을 복용했어.”온사는 단약이 든 상자에서 금박지를 꺼내 북진연의 앞에 펼쳐 놓았다.“장생단, 장생전… 역시 그런 거였어. 하지만 장생전이라는 곳은 처음 들어봐.”온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장생단에 들어가는 특별한 약재가 무언지는 아시나요?”“그게 뭐야?”“산 자의 인육입니다.”그 말을 들은 북진연은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빛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내가 경
Read more

제668화

온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북진연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임자부는 분명 이 꽃이….”“예. 임 의원은 이 꽃이 진작에 멸종되었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이걸 저의 계획에 포함시킨 것입니다.”그런데 지금 변고가 생겼다는 의미였다.북진연은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고 부드럽게 그녀를 위로했다.“임자부가 곧 도착할 거야. 어쨌든 독이 든 꽃이니까 네가 추측한 것이 틀렸을 수도 있어. 약재를 재배하는 방면에서는 네가 나보다 아는 게 많으니 내가 뭐라 할 건 아니지만 독꽃과 진짜 서홍화의 재배 방법은 분명히 다를 거야.”북진연이 한 말처럼 약초 재배와 독꽃의 대배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온모는 독이 든 꽃을 육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원래의 서홍화를 재배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그래서 온사는 임자부를 불러 자신의 추측을 확인해볼 생각이었다.잠시 후, 임자부와 란 집사가 같이 수월관에 도착했다.란 집사는 최근 온사의 개명식을 준비하느라 대부분 시간을 경성 란씨 저택에서 보냈다.온사는 나이든 노집사를 고생시키기 싫어서 알리지 않은 것인데 임자부와 같이 왔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아가씨, 의식에 필요한 준비는 이제 마쳤습니다. 길일을 택하고 시작하시면 됩니다.”“수고 많으셨어요.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이거부터 좀 봐요. 독이 든 꽃인데요….”“제가 한번 볼게요.”그 말을 들은 임자부는 재빨리 다가와서 줄기와 꽃잎을 관찰했다.임자부는 워낙 약재에 능통한 사람이고 란 집사는 약초 재배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귀의독왕의 칭호를 가진 막수사태까지 있으니 네 사람이 힘을 합쳐서 연구해 보기로 했다.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그들은 온모가 만들어낸 독꽃의 성분에 대해 낱낱이 알아냈다.결과는 온사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이 꽃은 씨앗일 때부터 이미 독에 불려서 놓아두었어. 원래의 약성과 효능은 진작에 사라지고 독꽃으로 자라게 된다는 얘기야. 그러니 서홍화의 재배 방식이 아니라 독으로 양분을 주어 재배했을 거야. 이건 약재라도 할 수도
Read more

제669화

온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그날로 정하죠.”이달 8일은 이제 그녀가 진정으로 온씨 가문의 속박에서 풀려나는 날이 될 것이다.경성, 안씨 가문.쾅!단약이 든 나무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장생단이 누군가의 신발 쪽으로 굴러갔다. 안란심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안비각을 바라보며 분노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미쳤어요? 그 많은 사람을 죽인 게 고작 이딴 걸 팔기 위해서였나요?”“이딴 거라니… 이게 얼마나 좋은 건데.”안비각이 웃으며 물었다.“넌 영원한 삶을 갖고 싶지 않니?”“영원한 삶이요?”그 말을 들은 안란심은 차가운 얼굴로 안비각을 비웃었다.“저는 아버지를 신처럼 모시는 멍청한 추종자가 아닙니다. 영원한 삶이란 무능하고 멍청한 인간들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죠.”안비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리석은 딸아, 넌 아무것도 몰라.”그는 장생단을 집어 상자에 다시 넣은 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말한 영원한 삶이란 네가 이해한 영원한 삶과 달라. 세간에는 돈과 권력이 있어야지 진정한 보약을 구할 수 있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일이란다.”안란심은 한참이나 고민해서야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지금 반역을 꾀하시려는 겁니까?”그녀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으며 경계 어린 눈빛으로 서재에서 시중을 드는 시종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못 들은 것 같았다.“걱정 마렴. 저들은 들을 수 없어.”안란심은 가슴을 진정시킨 후 한 시종을 빤히 노려보았다.자세히 본 후에야 그 시종은 귀가 없고 혀도 잘려서 없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이 서재와 정원에서 일하는 모든 시종들이 다 귀와 혀가 잘린 상태였다.안란심은 그제야 매번 서재를 방문할 때마다 느꼈던 괴이쩍은 고요함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네가 원하는 게
Read more

제670화

안란심은 한참이나 안비각을 빤히 쳐다보다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큰 계획을 세웠으면서 어머니나 언니들에게 말하지 않고 서녀인 저에게 말씀하셨다는 건 제가 일을 그르칠까 두렵지도 않으신가 봅니다.”“넌 참으로 똑똑한 아이야.”안비각이 웃으며 말했다.“서출이긴 하지만 신분과 머리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 그건 네 큰어머니와 언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적통으로 태어났지만 모녀가 멍청한 건 똑 닮았어. 내 대업에는 멍청이는 필요하지 않아.”“란심아, 넌 아비를 이해하지? 물론 너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단다.”안란심은 안비각이 준비한 대로 적녀의 신분을 얻는 대신에 원래의 안란심은 지병으로 사망하였다고 되어 있었다.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그녀는 안비각이 뭔가 큰 걸 꾸미고 있다고 예상했다.대업을 도와달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상 강압적인 통보에 지나지 않았다.그녀가 만약 거절한다면 그는 손쉽게 그녀를 제거해 버릴 것이다.그래서 안비각도 그녀에게 선택지가 없다고 말한 거였다.안란심은 주먹을 꽉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전방을 주시했다. 안비각의 눈가에서 살기를 본 순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지요. 대업을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다고 하니 딸로서 당연히 전력을 다해 도와드려야죠. 아버지께서 그 자리에 오르면 저도 수혜자일 테니까요.”“네 말이 맞아.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넌 똑똑하면서도 현명해.”‘똑똑하지 않고 현명하지 못했으면 진작에 이 집에서 피 말라 죽었겠지요.’하지만 그럼에도 괜찮았다. 안비각이 독사라면 그의 딸인 그녀 역시 독사가 될 것이다. 두 독사의 싸움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경성에 알 수 없는 암류가 흐르고 있었다.안씨 가문이 일을 꾸미고 있는 가운데 진국공부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온모가 친정에 인사를 오는 날.“온모야, 도착했으니까 어서 내려.”최소택은 싱글벙글 웃으며 온모를 부축해서 마차에서 내렸다.온권승 일가도 대문 앞에 마중
Read more
PREV
1
...
6566676869
...
11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