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범충은 이를 갈며 눈을 번뜩였다. 마지막 순간이 오지 않았고 오랜 세월 쌓아둔 그의 업적이 북진연의 손에 무너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여봐라, 진 대장은 어디 있느냐?”“나으리, 대장님은 지금 성루 위에 계십니다!”“가서 내 명을 전해라. 당장 호위병들을 이끌고 북진연을 막으라 하거라!”“예, 바로 가겠습니다!”“장 부관!”범충의 부름을 들은 장 부관이 다급히 앞으로 나왔다.“예, 나으리. 소인이 무엇을 하면 될까요?”“말을 타고 관저로 돌아가 묘청과 함께 밀실 중의 모든 것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 전하라. 절대 북진연에게 그 어떤 단서도 넘겨서는 아니 된다!”“그럼 나으리는 어쩌실 건가요?”범충은 이글거리는 눈빛을 하고 말했다.“아무리 북진연이라고 해도 내 목을 치려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게야! 만약 그가 갑자기 공격을 결정한 이유가 밀실의 비밀을 발견한 거라면 그것들만 옮기면 북진연은 명분을 잃게 될 테지!”“예, 알겠습니다!”범충은 집사에게 다가가 지시했다.“돌아가서 어머니께 장원에 있는 것들을 모두 이전하라 알리거라. 서둘러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예!”지시를 내린 그는 마차로 돌아가 주먹을 꽉 쥐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큰소리로 북진연을 향해 소리쳤다.“섭정왕 전하, 창주의 폭설 재앙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아십니까? 그런데 전하께서는 병사를 이끌고 재난 구제를 오셨으면서 지부인 저를 공격하시는군요. 재난 구제는 사실상 거짓말이고 저를 죽여 조정의 방관에 대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닙니까?”“저는 창주성의 백성들을 최선을 다해 돌봐왔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전하께서는 저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시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억울하군요!”“범 지부를 보호하라!”“조정의 망나니들이 지부 나으리를 해치지 못하게 하자!”“맞소! 범 지부는 좋은 관료입니다!”이미 재난으로 조정에 신뢰를 잃은 백성들은 범충의 감언이설에 속아 그를 지키고자 그의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