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사의 도발에 완전히 넘어간 범현창은 화살을 꽉 쥐고 치욕에 몸을 떨었다.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었다.“현창아!”범청봉이 호통치며 다시 그를 불렀다.“네 할머니의 지시를 잊지 말거라!”그는 범현창에게 뭐가 중요한지 일깨워주고자 했지만 범현창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삼촌,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서로에게 화살을 겨눈다는 의미지요? 저야 두려울 것 없지만 성녀께서 정말 그리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예리한 화살은 자칫하면 피를 볼 수도 있답니다.”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쓸데없는 말이 많구나. 말을 끌고 오게 하거라.”범현창의 눈가에 진한 살기가 스쳤다.‘주제도 모르는 년.’“좋습니다! 여봐라!”“당장 멈춰!”범현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파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언제 온 건지, 범씨 노부인이 중년 사내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연무장 중앙으로 온 노부인은 다짜고짜 손을 들어 범현창의 따귀를 때렸다.짝 하는 소리와 함께 범현창의 고개가 돌아갔다.“무례한 녀석, 감히 성녀 전하께 그런 불경한 말을 하다니. 당장 안 꺼져?”온사는 말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범현창은 노부인 앞에서까지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는 잔뜩 음침한 눈길로 온사를 쏘아보고는 뒤돌아섰다.“잠깐.”이때, 조용히 관전하고 있던 북진연이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곧이어 그는 친히 우린 찻잔을 온사의 자리에 놓은 후, 성큼성큼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갔다.온사의 옆으로 온 그는 범씨 노부인과 범현창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게 도전장을 내민 것도 모자라 성녀까지 도발한 자이다. 이토록 예의를 모르는 놈을 따귀 한대로 끝낼 수는 없지 않느냐?”“섭정왕 전하, 아이가 철이 없어서 저지른 일이니 제가 손자를 대신해 두분께 사죄를….”“그거로는 부족하지.”북진연은 노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갑게 말을 잘랐다.“그럼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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