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831 - Bab 840

844 Bab

제831화

범현창이 불쾌한 기색으로 따지듯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저녁상이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할머니께서 무례한 발언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현창아!”범씨 노부인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다급히 범현창의 입을 틀어막았다.역시나 듣고 있던 북진연이 냉소를 짓더니 말했다.“노부인, 자네들은 일족이 오랜 시간 성녀의 초상화를 공양해 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성녀의 또다른 신분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지? 음식 중비에서 소홀했던 건 그렇다 쳐.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안 좋아지기 마련이니 이해하겠네. 그런데 범 공자 너는 일족의 적손으로서 너도 머리가 둔해서 기억을 못한 것이냐?”노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해명했다.“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이 아이에게 성녀 전하께서 출가인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탓에 뭐가 잘못되었는지 전혀 모르고 한 말입니다. 무례를 범하여 송구합니다, 전하.”“현창아, 당장 성녀 전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니?”성녀가 출가인?처음 듣는 얘기에 범현창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귀한 신분의 성녀가 이런 미모를 가지고 속세를 떠났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필 들어왔을 때부터 자신의 짝으로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출가인이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범현창의 두 눈이 잠깐 광기로 번뜩이더니 이내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성녀께서 출가인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모르는 자는 죄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제딴에는 완벽한 미소를 지어보였다.그러나 온사는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북진연은 날카로운 눈길로 그를 노려보며 속으로 어떻게 이자를 죽일지 고민하고 있었다.‘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온사에게 꼬리를 흔들다니! 주제도 모르는 놈!’북진연은 이미 마음속으로 범현창의 사형을 선고했다.그러나 범현창은 위기가 자신을 향해 몰려오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온사가 출가인이라는 얘기에 너무 놀란 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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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성녀 전하께서 다소 감정이 격해지신 것 같군요. 저는 비웃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섭정왕 전하,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성녀 전하도 조금 전의 질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범씨 노부인은 이번에 진심으로 당황했다. 순진하게만 생긴 어린 소녀가 이렇게 강한 입담을 가지고 있을 줄 어찌 알았을까. 그녀는 집요하게 노부인의 말실수를 파고들며 범씨 일족의 가면을 벗겨내려 하고 있었다.노부인은 성녀를 자신들의 편으로 포섭하려던 계획을 완전히 포기했다.범씨 노부인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렇다면 널 완전히 우리의 꼭두각시로 만들어주마.’처음에 노부인은 온사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일 계획이었다.복명성녀라는 특수한 신분이 탐나서였다.만약 온사를 포섭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그들이 하는 일은 성녀의 이름을 빌어 섭정왕을 견제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성인식을 치른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소녀가 이렇게까지 까탈스러울 줄이야.게다가 말끝마다 섭정왕을 옹호하는 걸 보아하니 그들의 사람으로 포섭하기는 그른 것 같았다.노부인은 기분이 언짢았다.그에 반해 북진연은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온사가 그의 편에 서서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를 무시하는 듯한 노부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온사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생각지 못했다.‘역시 온사는 나를 각별하게 생각하는군!’“섭정왕 전하?”그가 반짝이는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자기만의 생각에 취해 있다가 노부인 범씨의 부름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범씨 노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청을 높였다.“전하!”생각이 방해받은 북진연도 불쾌한 눈으로 노부인을 노려보며 말했다.“노부인, 난 성녀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하네. 범씨 일족은 참으로 무례하고 예법을 모르는군. 아니면… 그저 섭정왕인 나를 무시하는 건가?”말을 마친 북진연은 쾅 하고 탁자를 쳤다.살기가 실린 그의 싸늘한 목소리에 노부인과 범현창 모두 가슴이 철렁했다.조금 전 그가 주먹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누구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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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북진연이 끝까지 참수를 주장할 줄 알았던 북진연이 갑자기 비무를 한다니 노부인은 오히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노파가 굳은 표정으로 뭐라 하려던 찰나, 북진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기회를 주겠다는데 마다하고 지금 당장 피가 보고 싶은 게냐? 내 경고 하나만 하지. 내가 여기서 검을 빼든다면 이 대청 안에 피를 볼 자가 한명은 아닐 거다.”대청 안에는 노부인과 범현창을 제외하고도 시종들만 십여 명이 있었다. 하물며 자신과 범현창의 목숨까지 달려 있으니 자존심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노부인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 아니죠. 섭정왕께서 굳이 가시고 싶으시다면 지금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현창아, 당장 연무장으로 가서 자리를 마련하거라.”“참, 성녀 전하는….”“저는 섭정왕 전하와 함께 가겠습니다.”온사가 담담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북진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범씨 노부인이 말했다.“그럼 성녀 전하를 위해 채소 요리를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엔 절대 실수 없이 해야 할 것이다.”“예, 할머니.”범현창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물러갔다.잠시 후, 온사와 북진연은 범씨 일가의 연무장에 도착했다.커다란 연무장 안에 이미 수십 명의 젊은 남녀가 모여 있었다. 그들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온사와 북진연이 나타나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다들 하나같이 오만불손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보고 있었다.연무장 주변을 둘러싼 자들도 적지 않았는데 비무를 하러 온 것은 아니고 뭔가 대비를 하고 온 듯했다.그들의 시선은 북진연과 흑기군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들이 보기에 정말 싸움이 난다면 가장 먼저 흑기군과 섭정왕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딱 봐도 허약해 보이고 벌레 하나 못 죽일 것 같이 생긴 성녀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어차피 섭정왕만 제압한다면 성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북진연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식탁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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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범청봉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공손하지만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온사에게 물었다.“난 홍차를 좋아하지 않고 귀한 공자께서 타주신 차는 더더욱 마시지 않습니다.”온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시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겉보기에 나약해 보이는 성녀가 이렇게까지 가차없는 성격인 줄은 시녀도 몰랐던 것이다.이럴 줄 알았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얘기를 들은 범청봉은 범현창과 시녀를 힐끗 보고는 불쾌한 표정으로 시녀를 욕하더니 다가와서 공손히 말했다.“시종이 굉장한 실수를 했네요. 이해해 주십시오. 제가 사람을 시켜 차를 새로 내오도록….”“그럴 필요 없습니다.”범청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온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여기엔 제가 마시고 싶은 차가 없는 것 같네요.”또 성의라고 하며 어떤 걸 억지로 먹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범청봉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성녀가 이렇게까지 그들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 몰랐던 것이다.마시고 싶은 차가 없다니, 조금 전 올린 것은 10대 홍차 중 최상품인 기문홍차였다.범청봉은 노부인의 막내아들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었다.온사의 말은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성녀께서 오셨는데 어찌 차도 안 내오겠습니까? 그건 예법에 어긋나지요. 차라리 성녀 전하께서 원하시는 차를 말씀해 보십시오. 범가성에는 차가 굉장히 많답니다. 분명 원하시는 입맛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온사는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그녀가 뭐라고 하려는데 옆에 있던 북진연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성녀가 원하는 차는 이곳에 없어.”그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고 예리한 눈길로 범현창을 노려보고는 말을 이었다.“성녀 전하께서는 내가 친히 끓인 차를 가장 좋아하시거든. 주제넘는 자들은 성녀께 차를 올릴 자격이 없다는 얘기야.”그 말을 들은 범청봉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온사는 몰래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맞은편 범현창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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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범현창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무술 실력을 뽐내고 싶었다.북진연은 그런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온사의 가까이로 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여기선 불편하니 경성으로 돌아가면 내 친히 좋은 차를 대접하도록 하지.”온사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한번으로 부족하지요. 섭정왕 전하께서는 차를 우리는 기술이 자신 없나 봅니다?”북진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자신 없었으면 성녀 전하에게 차를 대접한다는 얘기도 못 꺼냈겠지. 성녀만 괜찮다면 매일 대접할 수도 있어.”온사는 점점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 얼굴이 화끈거려 시선을 피했다.북진연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고 이들을 지켜보던 범현창의 두 눈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망할 자식!’범현창은 벌떡 일어나 연무장으로 가더니 무기고에서 활을 꺼내들고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시위를 벗어난 화살이 허공을 가르더니 과녁의 중앙에 꽂혔다.“장하십니다!”“역시 형님이십니다!”“형님의 사격술은 누구도 따라갈 자가 없지요!”“또 보여주십시오, 형님!”방계의 자식들이 분분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범현창은 연달아 열 발을 쏘았고 모두 과녁의 정중앙에 적중했다.“좋아! 사격술이 날로 성장하는구나!”범청봉이 큰소리로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온사도 그쪽을 힐끗 바라보았다.다른 건 몰라도 범현창의 사격술은 꽤 봐줄만했다.과녁은 생각보다 멀리 있었고 어두침침한 환경에서 열 발 모두 적중했다는 것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온사의 시선을 의식한 북진연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범청봉이 웃으며 말했다.“두 분이 보기에 어떠십니까?”온사는 솔직히 답했다.“꽤 봐줄만하네요.”북진연도 눈썹을 꿈틀하더니 온사와 똑 같은 답을 했다.“봐줄만해.”애매모호한 두 사람의 답에 범청봉은 기분이 확 나빠졌다.범현창은 일족 중에서도 사격술이 가장 뛰어난 아이였다. 그런데도 겨우 봐줄만하다니!북진연이 그렇게 말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그런데 약해 빠진 여인이 그런 건방진 말을 하다니 불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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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이는 황가의 위엄에 대한 도발이고 불경이었다.“왕야, 저희가 나서겠습니다!”흑기군들은 전의를 불태웠다.북진연이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들의 무례함을 더 이상 참아줄 수 없었다.흑기군 병사들에게 북진연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하찮은 것들이 감히 권위에 도전하니 굴욕감을 견딜 수 없었다.그러나 범현창의 무례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난 고작 병사 따위와 사격술을 겨루지 않겠다. 너희와 겨루는 것 자체가 내 신분에 걸맞는 행동이 아니지.”“섭정왕 전하, 방금 제 사격 실력이 그저 봐줄만하다고 하셨지요? 그럼 대단하신 사격 실력을 한번 보여주십시오. 설마 전하의 실력이 그저 그래서 못 보여주시는 건 아니겠지요?”“무엄하다!”몇몇 흑기군이 분노하며 검을 빼들었다.북진연은 손을 들어 그들을 말리며 말했다.“네가 굳이 그러고 싶다면 한번 놀아주지. 마침 내가 꼭 받을 게 있으니 말이야.”한번도 아니고 몇번이고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범현창의 언행에 북진연도 화가 치밀었다.처음에는 손가락 하나 자르고 끝내려고 했는데 더는 봐줄 수 없었다.북진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이때, 그의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며 팽팽해진 분위기를 깼다.“넌 섭정왕 전하를 친히 나서게 할 자격이 없어.”북진연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작은 손이 그의 옷깃을 잡더니 말했다.“전하는 잠시 앉아서 쉬고 계십시오. 실력을 먼저 평가한 사람이 저였으니 제가 한번 저 공자와 대결해 보겠습니다.”온사도 상당히 화가 난 상태였다.편견이나 감정을 실어서 그런 평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고 범현창의 실력은 딱 그 정도였다.그녀는 북진연의 사격술을 본 적이 있었다. 허공을 가르는 그의 화살은 진정으로 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범현창의 실력은 일반인이 보기에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북진연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그래서 조금 전 북진연도 어떤 감정을 실어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주제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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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그건 조금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화살은 정확히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그가 잽싸게 피하지 않았더라면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다.온사가 나약하기만 한 여인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범현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괜찮은 사격 실력을 가졌군요. 허나 저를 이기기엔 아직 부족합니다.”“그럼 어디 겨루어 보자꾸나. 내가 괜히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마.”그 말을 들은 범현창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좋습니다.”그는 아무리 그래도 한낱 여인에게 자신이 질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여봐라, 과녁을 뒤로 삼보 옮기거라.”범현창이 말했다.시종들이 과녁을 옮기기도 전에 온사는 고개를 저었다.“삼보로 부족하다.”“부족하다고요? 그럼 성녀 전하께선 어떻게 겨루고 싶으신가요?”온사는 담담하게 말했다.“적어도 뒤로 십보는 옮겨야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는다면 거기서 십보 더 옮겨도 좋다.”“대단한 자신감이로군요.”범현창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첫판부터 십보를 뒤로 옮기라니. 자신의 사격 실력이 그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이따가 과녁에 맞지도 못하면 웃기곘네.”“성녀 전하, 지고 우시는 건 아니죠?”쾅!온사를 비웃던 자들은 갑자기 들린 굉음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북진연의 손을 벗어난 장검이 그자들의 발치에 떨어졌다.마지막에 대놓고 온사를 비웃었던 자는 검집에 머리를 맞아 피가 철철 흘렀다.범청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섭정왕….”“닥쳐!”살기등등한 북진연의 눈빛에 범청봉은 가슴이 철렁하여 입을 다물었다.“성녀의 흥을 깨기 싫어서 여기에 그치겠지만, 만약 또 무례하게 입을 놀린다면 검으로 그자의 입을 찢어버릴 것이다.”겁에 질린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고 뒤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시종들이 와서 머리를 다친 자를 들것에 실어 끌고 갔다.노부인으로부터 받은 범청봉의 임무는 시간을 끄는 것과 동시에 북진연을 안정시키는 거였다.그래서 이 상황에 더 이상 그를 자극할 수는 없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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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대단하십니다! 크흠….”잔뜩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던 자는 뒤늦게 뭔가 떠오른 듯, 조심스럽게 북진연의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다물었다.“성녀 전하, 계속하시렵니까?”범현창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온사에게 물었다.“계속하지.”온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범현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십보 더 뒤로 옮기지요.”과녁이 세워지자 범현창은 다시 차례를 양보했다.“성녀 전하께서 먼저 쏘십시오.”온사는 이제 그가 무슨 수작인지 알아차렸으나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살을 쏘아 과녁의 중심을 맞혔다.범현창도 화살을 쏘았고 이번에도 온사가 쏜 화살을 반으로 갈랐다.범현창은 의기양양한 어투로 다시 물었다.“성녀 전하, 계속할까요?”“계속하지.”“좋습니다. 그럼 십보 더 뒤로.”온사는 세 번째로 과녁을 맞혔고 범현창도 세 번째로 온사의 화살을 갈랐다.“성녀 전하….”“계속해.”이번에 그녀는 범현창이 자랑을 늘어놓기도 전에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끊었다.“다음 번부터는 물어보지 말고 승부가 가려질 때까지 과녁을 옮기거라.”범현창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일했는데도 감히 계속하자고? 내가 월등하고 이기고 있는데?’범현창은 차갑게 코웃음 치고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그럼 성녀 전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그리하여 온사는 네 번째로 과녁의 중심을 맞혔고 범현창은 네 번째로 그녀의 화살을 갈랐다.“십보 더 뒤로 옮겨라.”온사는 다섯 번째로 과녁을 맞혔고 범현창도 과녁을 맞혔지만 이번에는 화살이 살짝 빗나갔다.“십보 더 뒤로….”온사는 여섯 번째로 과녁의 중심을 맞혔고 범현창은 살짝 빛나갔다.“더 뒤로….”온사는 아홉 번의 화살 모두 과녁의 중심에 맞혔다.과녁은 점점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범현창은 일곱 번째가 되었을 때부터 실수를 하기 시작하며 점점 과녁의 중심에서 멀어지더니 아홉 번째가 되었을 때는 과녁을 맞히지 못했다.그가 허공에 화살을 쏜 순간 연무장에 싸늘한 정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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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졌어….”“현창 형님이 지다니.”“이럴 수가, 분명 저 성녀는….”그들은 성녀가 나약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감히 입밖으로 낼 수 없었다.그들이 무적의 사격술이라고 생각했던 범현창이 온사에게 졌기 때문이었다.게다가 범현창이 먼저 도발했으니 범청봉마저 어색함을 금할 수 없었다.그들은 성녀를 너무 얕잡아보았던 것이다.상대는 그저 얼굴로만 성녀가 된 줄 알았는데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을 줄이야.“성녀 전하께서 이토록 사격에 능할 줄은 정말 몰랐군요.”범청봉이 어색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아직 때가 되지 않았고 그들은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화살을 쏘느라 피곤하시죠? 어서 앉아서 좀 쉬시죠.”온사는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그런데 이때!“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그녀의 등 뒤에서 범현창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사는 고개를 돌리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뭘 인정할 수 없다는 거지?”범현창은 이를 갈며 말했다.“대결 다시 합시다. 서서 쏘는 게 아니라 말을 타고 쏘는 겁니다!”그는 어릴 때부터 뭔가를 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북진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건데 일개 여인에게 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온사가 일반 여인이 아닌 성녀라고 하더라도 그는 이 굴욕감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어떻게든 체면을 되찾아야 했다.온사는 피식 웃더니 그에게 되물었다.“말을 타고 화살을 쏘는 내기를 하자고? 확실해?”북진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온사의 기마술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같이 여정을 떠나면서 그녀는 줄곧 말을 타고 그들과 동행하며 뒤처진 적이 없었다.그렇다는 건 기마술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였다.그러니 말 위에서 화살을 쏘는 법을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북진연은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오늘 밤 온사의 또다른 면을 또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확실합니다. 자신 없으신가요?”범충은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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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온사의 도발에 완전히 넘어간 범현창은 화살을 꽉 쥐고 치욕에 몸을 떨었다.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었다.“현창아!”범청봉이 호통치며 다시 그를 불렀다.“네 할머니의 지시를 잊지 말거라!”그는 범현창에게 뭐가 중요한지 일깨워주고자 했지만 범현창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삼촌,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서로에게 화살을 겨눈다는 의미지요? 저야 두려울 것 없지만 성녀께서 정말 그리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예리한 화살은 자칫하면 피를 볼 수도 있답니다.”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쓸데없는 말이 많구나. 말을 끌고 오게 하거라.”범현창의 눈가에 진한 살기가 스쳤다.‘주제도 모르는 년.’“좋습니다! 여봐라!”“당장 멈춰!”범현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파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언제 온 건지, 범씨 노부인이 중년 사내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연무장 중앙으로 온 노부인은 다짜고짜 손을 들어 범현창의 따귀를 때렸다.짝 하는 소리와 함께 범현창의 고개가 돌아갔다.“무례한 녀석, 감히 성녀 전하께 그런 불경한 말을 하다니. 당장 안 꺼져?”온사는 말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범현창은 노부인 앞에서까지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는 잔뜩 음침한 눈길로 온사를 쏘아보고는 뒤돌아섰다.“잠깐.”이때, 조용히 관전하고 있던 북진연이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곧이어 그는 친히 우린 찻잔을 온사의 자리에 놓은 후, 성큼성큼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갔다.온사의 옆으로 온 그는 범씨 노부인과 범현창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게 도전장을 내민 것도 모자라 성녀까지 도발한 자이다. 이토록 예의를 모르는 놈을 따귀 한대로 끝낼 수는 없지 않느냐?”“섭정왕 전하, 아이가 철이 없어서 저지른 일이니 제가 손자를 대신해 두분께 사죄를….”“그거로는 부족하지.”북진연은 노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갑게 말을 잘랐다.“그럼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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