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931 - Chapter 940

1130 Chapters

제931화

하녀의 말에 문 앞에서 지켜보던 하객들이 무의식적으로 란사를 바라보았다.상한아가 호통치려 하다가 란사가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그녀는 일개 하녀 따위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 밖에 서 있는 일행을 쳐다보았다.평소 손님들은 예의상 주인의 뒷마당에 함부로 접근하지 않았다.특히 란사는 성녀라는 신분이 그들보다 직급이 높은데, 여기에 모였다는 것은 틀림없이 누군가 일부러 끌어들였다는 것을 설명했다.장본인이 누군지는 굳이 추측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다만 그녀는 이해되지 않았다.오늘 연회장을 망친 사람은 진국공부의 사람이거나 온모일 줄 알았는데, 생각밖으로 안씨 가문의 걸작이었다.‘설마 안란심이 지시했나?’그녀가 인파 뒤에 서 있는 북진연과 눈빛을 마주친 순간, 그가 팔짱을 끼고 입모양으로 세 글자를 말했다.그것을 알아들은 란사는 단번에 깨달았다.그녀는 머리를 빠르게 회전하면서 안비각 일행을 쳐다보았다.“안 대인, 집안의 하인들이 주인을 제대로 지키도록 잘 가르쳐야겠어요. 하녀는 예의가 없고 노비는 제멋대로 침입하다니요. 만약 저희 하녀들이 제때에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방금 정리한 저택에 시체가 나올 뻔했어요.”란사는 입을 열자마자 반격하기 시작했다.먼저 안씨 가문의 하인들이 주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을 비난하고, 재수 없다는 뜻을 안명주의 탓으로 돌렸다.그 바람에 하객들은 안비각보다 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어쨌든 오늘 란씨 가문에서 재기를 축하하기 위해 잔칫상을 벌였는데, 이렇게 기쁜 날에 안씨 가문의 하인이 의무를 소홀한 탓에 첫날부터 시체가 생긴다면, 얼마나 재수가 없겠는가?입장을 바꿔서 다른 가문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따지고 들 텐데, 하필이면 란씨 가문은 다른 가문이 아니고 란사는 더더욱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아가씨는 저희가 구해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구해준 은혜’ 같은 건 바라지 않아요.”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일그러진 안비각의 표정을 주시했다.“하지만 안 대인께서 돌아가시면 딸과 하인들을 잘 가르쳐야 할 겁니
Read more

제932화

“이보세요, 안 대인.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거 아닙니까? 성녀 전하께서 그저 란씨 연회에 침입한 하인을 벌했을 뿐인데, 이게 사적으로 처벌한 거라니요.”그 사람이 앞장서며 말하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하객들은 단번에 정체를 알아보았다.바로 당대 황후마마의 친아버지이자, 현재 새로 부임한 국구인 임홍문이었다.줄곧 앉아 있던 란사마저도 벌떡 일어서서 반갑게 맞이했다.“임 백부, 오셨어요?”임홍문이 그녀에게 공수하며 환하게 웃었다.“성녀 전하, 감축드립니다. 오늘 폐하께서 부르셔서 잠시 어서방에 머물다가 늦게 왔습니다. 연회에 너무 늦은 건 아니지요?”“마침 잘 오셨어요. 임 백부가 언제 오시든 푸짐한 상을 차려드릴게요.”란사는 임홍문에게 앉으라 권하고 다른 사람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뒤를 돌아보면 섭정왕 전하도 서 있는데, 안씨 가문의 두 분은 감히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솔직히 임홍문은 란사를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미리 딸한테서 오늘 분명 누군가 연회에서 소란을 피울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다.두 사람 모두 진국공일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생각지도 못한 안씨 가문이었다.임홍문이 잠시 사색하더니 자리에 앉은 후 계속 얘기했다.“안 대인이 아랫것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성녀 전하께서 대신 훈계한 겁니다. 그런데 설명하라니요. 안씨 가문은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였습니까? 아니면 누가 뒤를 봐줍니까?”그 말인즉슨 여기에 무슨 수작을 부리러 왔는지 다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란씨 가문이 재기한 날에 소란을 피우는 것은 성녀가 가문을 다시 일으켜 안씨 가문을 압박하는 것이 두렵거나, 안씨 가문은 이미 진국공부과 손을 잡고 지시를 따랐다는 것을 암시했다.현장에 있는 하객들도 바보가 아니니,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그 말에 담긴 뜻을 바로 알아챘다.왜냐면 오늘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 대부분이 란씨 집안과 오랜 친분을 쌓은 사람들이었다.안비각은 순식간에 강한 압박을 느끼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히
Read more

제933화

안명주가 말하려고 할 때, 안비각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먼저 입을 열었다.“됐다, 명주야. 지금 네 꼴을 보거라. 성녀 전하께 폐를 끼치지 말고 아비랑 먼저 돌아가자. 무슨 일이 있으면 나중에 얘기해. 어서, 성녀 전하께 인사하고 가자.”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안명주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화가 치밀어 올라도 꾹 참고 하녀가 가져온 망토를 걸쳐 젖은 몸을 가리고는 못마땅해하며 인사를 건넸다.“성녀 전하, 용서해 주세요. 소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란사는 대답하지 않고 흘겨보았다.이렇게 쉽게 안명주를 놓아주기 싫었는데, 안비각이 눈치가 너무 빨랐다.단번에 위기를 감지하고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물러설 줄이야.만약 온권승 같은 늙은 여우라면 분명 배배꼬면서 떠볼 것이다.정말 하나 같이 만만치 않았다.란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아가씨, 물에 젖어서 고뿔에 걸리겠어요. 차라리 여기서 옷을 갈아입고 생강탕이라도 마시고 가세요.”“쿨럭! 성녀 전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택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서 갈아입는 게 낫겠어요.”이것은 거절이 아니었다.말처럼 란씨 저택에서 두 골목만 지나면 안씨 저택에 도착했다.겉으로 인사치레를 다했으니 란사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집사, 안 대인과 아가씨를 저택까지 잘 모셔다 드리게.”“가주님, 염려 마십시오.”문 밖에서 집사가 길을 안내했다.안비각은 임홍문과 북진연에게도 인사를 마친 후 안명주를 데리고 재빨리 떠났다.안씨네 부녀가 떠나자 란사는 밖에서 구경하는 일행을 훑어보았다.나쁜 심보를 품은 자가 보이지 않자, 오늘은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회가 한창인데 이런 일로 흥을 깨트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마침 며칠 전에 우연히 얻은 화단주가 있는데 여러분 괜찮으시다면 꺼내서 대접해 드릴게요. 다만 저는 몸이 불편하여 술 대신 차로 사과드릴게요.”란사는 그제야 일어서서 하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각 가문에서 온 사람들은
Read more

제934화

“가주님은 저희를 신경 쓰지 마십시오. 화단주만 내어주면 저희가 알아서 마시겠습니다.”제 상서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다들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그러니 하객들을 걱정하지 말고 먼저 볼일을 처리하라는 뜻이었다.필경 뒤를 봐주는 국구 대인이 계시고 심지어 제 상서도 적극 나섰으니, 두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하객들은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두 분의 호의를 알아차린 란사는 확실히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거절하지 않았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주는 충분히 마련했으니 하인들을 얼마든지 부려먹으세요.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십시오.”란사는 여기까지 아주 예의 바르게 양해를 구했다.오늘 방문한 하객들이 생각보다 많았지만 어느 누구도 란씨 가문의 새 주인이 잘못했다고 나무라지 않았다.심지어 그녀의 다른 신분은 공주과 버금가는 성녀 전하이지 않는가?그녀의 앞에서 마땅히 무릎을 꿇고 절을 해야 하지만, 란사는 오늘 성녀의 신분을 내세우지 않았다.이것은 란씨 가문의 가주로서 모두를 대접한다는 것을 뜻했다.그녀가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알기에 하객들도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하객들이 화청에 돌아간 후에 란사는 문 밖에서 아직 떠나지 않은 북진연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면서 빙그레 웃었다.“잘 처신했다.”북진연이 칭찬하며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상자에 들어 있는 인형을 보았다.“네가 준비한 거야, 아니면 안씨 가문에서 준비한 거야?”“역시 전하의 눈은 속일 수 없네요.”란사가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제가 한아한테 시킨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 상자 속 인형을 꺼내 손수건으로 진흙을 닦아냈다.그러자 인형의 배에 ‘란사요절’이라는 네 글자가 드러났다.만약 안명주가 아직도 여기에 있었다면 사람을 저주하기 위해 준비한 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네 글자를 본 북진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불길한 물건은 다시 만지지 말거라.”“
Read more

제935화

“들여보내.”란사는 다시 책상 옆에 돌아가 앉았다.누가 왔다는 말을 듣고 북진연이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충용후 부인은 진국공의 누이동생이자 란사의 고모였던 걸로 기억했다.예전에 란사가 자기 물건을 훔쳤다고 누명의 씌워서 사이가 꽤 안 좋았는데, 오늘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참으로 의아했다.북진연이 예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온아려가 충용후 부인의 신분으로 연회에 왔다면 따로 찾아오지 않았다.방금 연회에서 보이지 않더니, 사적으로 몰래 만난다는 것은 분명 뭔가 있을 것이다.북진연이 란사를 보며 물었다.“내 도움이 필요해?”그러자 란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사소한 일이라 전하께서 나서지 않으셔도 돼요.”“그럼 자리를 피해줘?”“그럴 필요도 없어요. 궁금하시면 여기 앉아서 들으셔도 됩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 볼겸요.”란사가 담담하고 거리낌없이 말하니 북진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맞은편에 앉았다.곧이어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온아려는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왔다.그런데 란사 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북진연을 본 순간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성녀 전하와 섭정왕 전하를 뵙습니다.”“예의를 거두세요.”북진연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성녀 전하께 볼일이 있어 찾아왔으니 난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그 말에 온아려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란사를 쳐다보았다.어쨌든 충용후부의 명성과 관련된 일이니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그때 란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목숨도 지키기 어려울 텐데 다른 사람 눈치 볼 것도 없지요. 용건이 뭔지 말씀하세요. 말하기 어렵다면 이만 가셔도 됩니다.”그 말에 온아려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그녀는 손수건을 움켜쥐고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첫마디부터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성녀 전하, 수월관의 막수 님에게서 의술을 배웠다고 들었어요. 혹시 제가 중독됐는지 진찰해 주실 수 있나요? 저희 가문은 온모 그 계집 때문에 모두 중독되었어요.”“중독되었다고요?”란사는 조
Read more

제936화

“온모라면 당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아요. 예전에 충용후부로 시집갈 때 개고생을 했잖아요.”란사가 웃을 듯 말 듯 비꼬아 말하자, 온아려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그건 온모가 먼저 소택한테 수작을 부린…”“됐어요. 이제 와서 설명할 필요 없어요.”란사는 쓸데없는 말을 듣기 싫어 바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당신 몸에 여독 외에 다른 독이 조금 있어요.”“그럴 줄 알았어!”온아려는 눈을 부릅뜨고 호칭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물었다.“그게 뭐예요? 대체 그 악녀가 제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죠?”“그동안 온모가 준 음식이나 차를 마신 적 있어요?”란사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그러자 온아려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직접 준 건 아닌데… 먹을 걸 가져다준 적은 있어요. 하지만 그 악녀가 충용후부를 통제하고 있어서 음식과 마실 것은 다른 사람이 대신하거든요.”만약 그녀의 말처럼 온모가 먹는 것에 독을 탔다면 온아려와 후야는 틀림없이 중독되었을 것이다.그 얘기를 듣던 란사가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녀가 경성을 떠난 지 불과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온모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온모가 이미 충용후부를 장악했단 말이지?’이 일은 왠지 심상치 않았다.충용후부의 권력과 실력은 만만치 않는데 온모가 그것을 이용해 자신과 맞선다면 정말 귀찮아질 것이다.란사는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고 온아려를 쳐다보았다.“체내에 무슨 독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저기 가서 나무 대야를 갖고 오세요.”온아려는 이것이 나무 대야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시키는 대로 가져왔다.“그렇게 들고 있어요. 더 높이, 더 높게.”나무 대야를 가슴까지 올렸는데도 란사는 더 높이라고 하더니, 온아려의 옆에 다가와 차갑게 말했다.“머리를 대야에 묻어요. 이따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대야를 떨어트리면 안 돼요. 그러다 잘못되면 스스로 책임져야 해요.”온아려는 왠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Read more

제937화

온아려는 벌레 알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내 몸에 이런 끔찍한 것들이 있었단 말이야? 대체 언제 들어갔지? 누구 짓… 아니야, 틀림없이 그 계집이야!’이번 일은 천한 계집 말고 누가 또 있단 말인가?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란사의 말이었다.“이 알은 다 살아 있네요. 크기를 보니까 체내에서 한동안 기생하고 있었네요. 음… 한 달은 안 된 거 같아요.”그 말인즉슨, 온모가 진작에 충용후부 사람들에게 독약을 먹였다는 것이다.다만 최근에 온아려의 체내에서 벌레 알이 점차 안정을 되찾은 후에야 온모가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살… 살아 있다고요? 설마 이 벌레들이 크면 부화도 한다는 말입니까?”온아려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데도 란사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열흘 아니면 보름만 더 늦었다면 이 벌레들이 당신 몸속에서 알을 까고 나왔을 거예요. 그리고 오장육부에 침투해 뼈를 갉아먹고 심지어 머릿속까지 파고들…”그 말에 온아려는 기겁하여 안색이 창백해졌다.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처음에 별다른 증상이 없겠지만 차차 두통, 복통을 느끼다가 사지가 경직되고 마비되면서 행동도 불편해져요. 그리고 몸속에 이런 벌레들이 득실거릴 때면 산송장과 다를 바가 없어요.”쿵!온아려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 철푸덕 주저앉고 말았다.다행히 란사가 나무 대야를 잡아버렸다."어휴, 이런 것들은 잘 담아야 해요. 벌레 알들은 약하고 쉽게 죽지만, 바닥에 떨어져 죽으면 온모가 분명 알아차릴 거예요.”“뭐라고요? 벌레가 죽으면 그 계집이 알아차린다고요?”온아려는 들으면 들을수록 수상하게 느껴졌다.“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어요? 설마 온모가 벌레가 된 건 아니죠?”결국은 황당한 발상까지 생각했다.어떤 의미에서 온모는 두 가지를 정확히 맞췄다.하지만 란사는 온모가 죽다 살아난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충사’라고 들어봤어요?”그 질문에 온아려가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 화본에서 이런 기이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다
Read more

제938화

“빌어먹을 년! 감히 우리 가문에 이런 역겨운 짓을 하다니!”계속 이러다가, 그녀뿐만 아니라 후야와 소택마저도 온모 그 계집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그때 문득 란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성녀 전하, 만약 열흘 보름만 늦어도 알들이 부화한다고 했죠? 그때면 우리 나리는 구할 방법이 없나요?”란사가 턱을 만지며 대답했다.“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구해도 이미 천치나 바보가 되거나, 장애를 가져서 사람처럼 살 수 없어요.”“그럴 수 없어요! 반드시 나리와 소택을 구해야 해요!”온아려는 체면을 따질 여유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는 초조한 마음으로 부탁했다.“성녀 전하는 무조건 방법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제발 우리 나리와 아들을 살려주세요. 참…”그녀는 말하다가 뭐가 떠올랐는지 옷소매에서 손수건으로 싼 물건을 꺼냈다.“이것은 란씨 가문의 가주가 갖고 있던 물건이에요.”손수건을 펴서 보여준 것은 바로 손가락 두 개만큼 큰 옥도장이었다.거기에 ‘향서란씨’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책을 통해 가문을 대대로 이어가고 학문으로 유명했던 경성 란 씨 일족을 의미했다.옥도장을 받은 란사가 밖을 향해 외쳤다.“집사를 불러와!”란씨 가주의 도장은 본 적은 없지만 집사는 분명 보았을 것이다.만일을 대비해 집사를 불러 진위를 확인하고 싶었다.“이거 진짜입니다. 우리 란씨 가문의 가주가 사용했던 도장 맞습니다!”옥도장을 보던 집사가 눈물까지 흘리자, 란사가 신기해서 물었다.“그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어? 모조품은 아니야?”보편적으로 가주의 도장은 쉽게 꺼내지 않는데, 만약 온권승이라면 정말로 보았을 가능성이 있었다.그리고 가짜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집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가주님, 염려 마세요. 절대 모조품이 아닙니다.”그는 옥도장을 조심스럽게 들고 뒤집어 보더니, 눈물을 훔치면서 한곳을 가리키며 설명했다.“여기 보세요. 진짜 가주 도장은 여기 갈라졌는데 자군 아가씨, 즉 가주님의 어머니가 어릴
Read more

제939화

란사에게 들통나자, 온아려는 반박하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었다.“그때는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그냥 란씨 가문의 물건 같아서 챙긴 거예요. 성녀 전하의 모친께서 심하게 앓았는데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비록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죽는 건 바라지 않았어요. 원래 기분 전환해 주려고 도장을 가져간 건데, 큰오라버니가 분노하면서 하인들을 살해했어요. 그제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물건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 당시 살인하는 장면이 너무 장인하고 무서워서 돌려주지 못했어요.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몰래 갖고 있었던 거예요.”지금 그녀가 하는 말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그제야 란사는 어머니가 왜 갑자기 온아려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심지어 적극 나서서 충용후와 짝을 맺어주었는지 이해가 되었다.온아려는 그녀의 큰오라버니인 온권승과 완전히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온권승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교활하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하지만 온아려는 심성이 단순해서 어리석고 나쁘지만 악하지는 않았다.“이 옥도장과 충용후부에서 지난번에 약조를 지킨 것을 봐서, 제가 구해줄게요.”란사가 느긋하게 대답하자, 온아려는 순간 눈이 반짝거리며 활짝 웃었다.“너무 감사해요. 그럼 지금 갈까요? 아니면…”란사는 무심하게 하는 말에 발끈하며 말을 잘랐다.“지금 어디로 간다고요? 경솔하게 움직여서 발칵 뒤집어 놓자는 말이에요?”“그럼 어떡해요. 나리와 소택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지금 가지 않으면 언제 가야 합니까?”온아려는 성격이 급해서 란사가 구하겠다고 답한 순간부터 차분히 기다리지 못했다.그 말에 란사가 날카롭게 쏘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가족들을 구하고 싶다면 입 다물고 제가 하는 대로 하세요. 쓸데없이 말도 하지 마세요!”온아리는 억울해도 어쩔 수 없이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혔다.“됐어요. 일단 일어나고 여기서 기다려요.”란사가 궤짝으로 다가가더니 손바닥만 한 상자를 들고 다가갔다.“열어 보세요.”온아려는
Read more

제940화

“그리고 충용후 부자의 고충은 급할 거 없어요. 하루 이틀 뒤에 제거해도 문제없거든요. 온모도 지금 당장 당신들을 죽이지 못해요. 문제는 다른 것인데…”“다른 것이라니요?”온아려가 의아해하며 묻자, 란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지금 충용후 저택에 얼마나 많은 벌레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그게 얼마든 반드시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저택 내에서 죽여야 해요. 밖으로 내보내는 날이면 온 도성에 해가 되어서 후과를 장담할 수 없어요.”그 말에 몰래 웃던 북진연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녀의 말이 맞았다.대단한 고충은 많지 않지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벌레무리였다.만약 수많은 벌레가 경성 곳곳에 퍼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게다가 온모가 보잘것없는 벌레를 다른 집에 가서도 조종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전부 찾아내는 것은 바다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울 것이다.그러다 북진연은 란사의 벌레들을 떠올렸다.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분명 대책이 있다는 것을 뜻했다.역시나 란사가 말을 이어서 했다.“이 거미는 모든 벌레를 감지하여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어도 찾아낼 수 있어요. 그리고 벌레의 위치를 기억했다가 전부 위치를 파악한 후에 당신을 찾아갈 거예요.”온아려가 다급히 물었다.“그러고 나서는요? 제가 기회를 봐서 거미를 가져오면 되나요?”란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그때면 거미를 가장 가까운 곳에 숨겨 놓으세요. 그리고 제가 갈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이렇게 말했는데도 온아려는 믿기지 않아 망설이자, 란사는 말을 마치고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온아려가 던졌던 눈알 거미가 바로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기어서 벌레알을 담은 나무 대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이어서 거미는 벌레 알들을 향해 입을 쩍 벌리더니, 순식간에 깨끗이 먹어 치웠다.“염려 마세요. 정말 무슨 일이 발생하면 거미가 당신들을 보호해 줄 거예요.”그제야 온아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직도 기이하게
Read more
PREV
1
...
9293949596
...
11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