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저택으로 돌아간 온아려는 눈알 거미를 꺼내지 않고, 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는 충용후에게 갔다.“부군, 제가 돌아왔어요.”온아려는 침상 옆에 엎드려 충용후의 두터운 손을 꼭 잡고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충용후는 눈을 서서히 떴다.눈물을 글썽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손을 맞잡아주었다.“염려 마시오. 나 아직 버틸 수 있으니, 어떻게 됐는지 말해 보시오.”온아려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하려는 순간, 란사가 말했던 고충이 떠올라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듣는 이가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충용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에 대고 방금 란사의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했다.모든 과정을 들은 충용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조정의 중요한 신하로서 온아려보다 본 것도 많고 겪은 일도 많았지만, 부인의 입을 통해 란사가 한 말을 전해들은 순간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온모가 이족 출신이라니!’진국공이 이족을 경성에 들인 것도 모자라 온모를 충용후부에 시집보낸 것이었다.“푸업!”열받은 충용후는 갑자기 피를 토하고 이를 갈았다.“온, 권, 승! 어찌 내게 이럴 수 있어?!”깜짝 놀란 온아려는 울면서 그를 앉히고는 떨리는 손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부군, 진정하세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요.”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충용후의 반응으로 보아 오늘날 충용후부가 이렇게 된 것은 자신의 큰오라버니와 관련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그 순간, 아무리 친남매일지라도 온권승이 너무나 얄밉고 원망스러웠다.‘큰오라버니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우리한테 무슨 짓을 했냐고!’이미 진국공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랐는데도 뭐가 부족한지 이해되지 않았다.설마 란씨 가문을 몰락시킨 것도 모자라 지금 충용후부까지 해치려는 짓인가?“큰오라버니한테 따지러 가야겠어요!”온아려가 이를 갈며 일어섰다.“아니오, 부인!”그러자 충용후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차분하게 말했다.“이 지경이 됐으니, 그 사람을 찾아가도 소용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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