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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Author: 주 한잔
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었다. 그가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는 듯 붓을 들어 상소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심초운은 상소문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서재에서 평범한 책 한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서로 말 한마디 없이, 한 사람은 책상에 엎드려 상소문 검토하고, 한 사람은 온돌 위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렇게 한 시진이 흘렀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심초운은 조용히 서재의 등잔에 불을 밝혔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다 끝나셨나요?”

이영은 시선을 들었다.

이 아이는 도대체 무슨 속셈인걸까.

“그래.”

그녀가 답하자, 심초운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책상 위에 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누님과 함께 저녁을 먹어도 될까요?”

“…심초운, 제발 날 누님이라고 부르지 말거라. 너 때문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구나.“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이름을 부르던지.”

“영아?”

그게 무슨 호칭인가. 이 아이는 한 번도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이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요즘 참 이상해졌구나.”

“아니요.”

“……?”

그 따뜻하던 눈빛은 어느새 날카로워졌고, 이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심초운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 나가거라.”

그가 정말 경계심과 불쾌감을 자아낼 만큼 이상하게 굴자, 이영은 내보내려 했다.

심초운은 똑바로 서며 말했다.

“그럼 천천히 마무리하십시오. 전 수라간에 가서 수라상이 다 차려졌는지 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서재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이영은 요동치는 가슴을 부여잡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심초운… 미쳤나 봐.’

‘영이라니… 어른도 아니면서…’

이영은 이마를 짚으며 웃음이 터뜨렸다.

‘그래, 어른이 맞지. 초운이는 이미 다 컸잖아.’

상소문은 이미 다 검토를 마친 후였다. 하지만 오늘의 심초운은, 그녀의 모든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이 많은 해 동안 무공과 술법을 겨루며 지낸 날들조차 사실 그 아이의 진짜 실력을 전부 본 게 아니었다. 그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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