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한은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창백했던 얼굴에 희망 어린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이내 이어진 그녀의 말은 그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만약 정말로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때는 오라버니가 도사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인연이 닿는 정인을 만나 부창부수하며 평생을 은애하며 살아가시길 바랄게요…”“오라버니가 제게 베풀어 주신 그 모든 은혜를 생각하면, 저는 이번생에도, 그리고 다음생에도 오라버니의 누이가 되고 싶어요.”용강한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침상 곁으로 주저앉았다.꿈결에 이육진을 부르며 '부군'이라 칭하고, 그에게 했던 그 절절한 맹세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가슴에 박혔다. 칼날은 멈추지 않고 심장을 헤집어 놓았고, 숨을 내쉴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용강한은 마음을 짓누르는 거대한 상실감과 고통을 억누르며, 그녀의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몸과 마음은 갈수록 싸늘하게 식어갔다. 마치 생명이 다해가는 것만 같았다.그녀가 어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깨어난 그녀가 자신을 혐오하며 멀리할까 봐 겁이 났다.분명히 알고 있었다.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진청산이 설계한 함정이며, 모든 것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었다.그럼에도 그는 소우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그녀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 소우연이 아니던가. 한두 번, 아니 세 번까지는 거절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눈이 빨개지도록 울며, 왜 자신을 원하지 않느냐고 서럽게 묻는 것을 그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용강한, 네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예전 천기의 반동을 겪었을 때와 같은 추위였으나, 그때는 마음만은 따뜻했다. 소우연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소우연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이육진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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