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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4화

작가: 주 한잔
“방금 내가…”

용강한이 갑작스레 입을 열자, 소우연은 나직하게 “네”라고 답하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혹, 너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느냐?”

소우연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이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남녀 간의 정을 통했을 뿐만 아니라, 미독의 영향까지 더해져 앞뒤 가리지 않고 매달렸으니 몸에 무리가 간 것은 사실이었다. 기억을 되찾은 직후라 자책할 겨를도 없이 용강한의 한독이 도진 탓에 정신이 없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가 훨씬 더 다정했다.

머릿속엔 그저 감미로운 여운만이 남았을 뿐, 고통 따위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에요.”

희고 마디가 뚜렷한 사내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더는 이곳에 머물 수 없겠구나.”

“그럼 나가시는 건가요?”

“나가야지.”

소우연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 대인은요?”

이육진.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용강한의 숨결이 한 차례 거칠어졌다.

그가 다른 한 손을 천천히 뻗자, 눈에 보일 정도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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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74화

    “방금 내가…”용강한이 갑작스레 입을 열자, 소우연은 나직하게 “네”라고 답하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혹, 너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느냐?”소우연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이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남녀 간의 정을 통했을 뿐만 아니라, 미독의 영향까지 더해져 앞뒤 가리지 않고 매달렸으니 몸에 무리가 간 것은 사실이었다. 기억을 되찾은 직후라 자책할 겨를도 없이 용강한의 한독이 도진 탓에 정신이 없기도 했다.다행히 이번에는 그가 훨씬 더 다정했다.머릿속엔 그저 감미로운 여운만이 남았을 뿐, 고통 따위는 기억나지 않았다.“아니에요.”희고 마디가 뚜렷한 사내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제 더는 이곳에 머물 수 없겠구나.”“그럼 나가시는 건가요?”“나가야지.”소우연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이 대인은요?”이육진.그 이름을 듣는 순간 용강한의 숨결이 한 차례 거칠어졌다.그가 다른 한 손을 천천히 뻗자,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영력이 흘러나왔다. 그의 수양이 전보다 훨씬 깊어졌음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소우연은 문득 생각했다. 용강한과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오로지 그가 최고의 수양을 쌓아 진청산을 꺾고 자신과 행복한 신선 커플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랐었다.“사부님, 지금 진청산보다 더 강해지신 건가요?”그녀가 조심스레 묻자, 용강한이 답했다.“연이 네 소원은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이다!”그것은 그가 이곳에 들어올 때 그녀에게 부여했던 능력이었다.그랬다. 그녀의 소원은 모두 이루어졌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못내 불안했다. 다시 용강한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봐 겁이 났고, 한편으로는 이육진이 걱정됐다.“제 미독과 사부님의 한독이 깨끗이 낫기를 바라요.”용강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소우연은 자신을 꽉 쥔 그의 손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성결한 신단 위에 있던 그를 끌어내린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자꾸만 떠올랐다.그가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혹여나 미독과 한독이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73화

    소우연은 눈물을 쏟으며 진청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과 용강한, 한 사람은 뜨겁고 한 사람은 차가우니 이곳에서는 서로가 천생연분이라고. 더불어 오직 서로에게 의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던 그 잔인하면서도 매혹적인 말까지도…'서로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다…'소우연은 법술을 부려 용강한을 침상 위로 가볍게 옮겼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가 그의 곁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두 팔로 그를 꼭 껴안았다.“오라버니, 전 오라버니를 원망하지 않아요.”그녀는 용강한이 이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은 진심이었다.잘못된 것은 자신이지, 용강한도, 이육진도 아니었으니까!소우연은 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지탱해 일어나, 차갑게 얼어붙어 보랏빛이 된 그의 입술에 그대로 입을 맞췄다.진청산의 말대로 그녀의 몸은 뜨거웠고 용강한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두 사람은 마치 서로를 위해 태어난 짝 같았다.향 하나가 다 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소우연은 용강한의 거칠어진 숨소리를 느꼈다.그는 깨어났다. 그저 눈을 뜨지 않았을 뿐이었다.“사부님, 절 버리지 마세요.”소우연이 그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저는 절대 사부님을 원망하지 않아요. 사부님은 저 높은 곳의 성결한 신령 같은 분이신데, 제가 감히 사부님을 이 속세의 번잡한 정욕 속으로 끌어내린 거예요. 그러니 사부님도 저를 탓하지 마세요.”용강한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는 제 위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눈가가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용강한은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 자국을 닦아주었다.“연아, 정말로 나를 원망하지 않느냐?”“원망하지 않아요.”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렇다면… 연아, 네 마음속에 내 자리가 한 자락이라도 남아있느냐?”소우연은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를 지어 보였다.“한 자락뿐이겠어요? 제가 마음을 품은 분은 사부님이 유일해요.”“유일하다…”“네, 유일해요.”소우연은 그가 믿지 못할까 봐, 혹은 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72화

    용강한은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소우연의 곁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떨리는 손으로 망설이다 끝내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며 물었다.“연아, 괜찮느냐?”그의 눈동자가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으나, 채 일 초도 버티지 못하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가 너무도 추잡하고 가증스럽게 느껴졌던 탓이다.“저는 괜찮아요.”소우연이 담담하게 답했다.그녀의 살결에 닿은 용강한의 손은 뼈저리게 차가웠다.“사부님, 대체 어찌 된 일이세요?”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그를 바라보았다.오늘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사실 그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다. 전생의 기억을 잃은 채 이곳에서 백 년이라는 세월을 용강한과 함께 지내오지 않았던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만났던 이였기에, 그녀의 마음은 자연스레 그를 따랐다.결국 스스로가 나약했던 탓에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했던 것이리라.용강한을 사랑하게 된 것은 단순히 진청산의 계략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토록 뛰어난 사내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자신에게 보여준 헌신과 애정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그러니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하지만 상운국에는 이육진과 세 아이가 있었다. 그러니 감히 용강한을 넘보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저 그가 진정으로 연분을 만나 행복해지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말이다…용강한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소우연 앞에 무릎을 꿇었다.소우연 역시 놀라 함께 무릎을 꿇었다.“사부님, 사부님…!”“연아,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 네 처지를 틈타 그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용강한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에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아니에요. 제가 강요한 거예요. 사부님과 함께하는 것… 그건 제 평생의 소원이었단 말이에요.”소우연의 목소리가 울먹임으로 젖어 들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몸 상태였다.“대체 왜 이러세요? 몸이 너무 차가워요.”용강한의 입술은 이미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고, 눈썹 위에는 마치 서리가 내려앉은 듯했다.“아무래도… 한독이 도진 모양이구나.”“어쩌다 이렇게까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71화

    용강한은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창백했던 얼굴에 희망 어린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이내 이어진 그녀의 말은 그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만약 정말로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때는 오라버니가 도사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인연이 닿는 정인을 만나 부창부수하며 평생을 은애하며 살아가시길 바랄게요…”“오라버니가 제게 베풀어 주신 그 모든 은혜를 생각하면, 저는 이번생에도, 그리고 다음생에도 오라버니의 누이가 되고 싶어요.”용강한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침상 곁으로 주저앉았다.꿈결에 이육진을 부르며 '부군'이라 칭하고, 그에게 했던 그 절절한 맹세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가슴에 박혔다. 칼날은 멈추지 않고 심장을 헤집어 놓았고, 숨을 내쉴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용강한은 마음을 짓누르는 거대한 상실감과 고통을 억누르며, 그녀의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몸과 마음은 갈수록 싸늘하게 식어갔다. 마치 생명이 다해가는 것만 같았다.그녀가 어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깨어난 그녀가 자신을 혐오하며 멀리할까 봐 겁이 났다.분명히 알고 있었다.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진청산이 설계한 함정이며, 모든 것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었다.그럼에도 그는 소우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그녀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 소우연이 아니던가. 한두 번, 아니 세 번까지는 거절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눈이 빨개지도록 울며, 왜 자신을 원하지 않느냐고 서럽게 묻는 것을 그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용강한, 네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예전 천기의 반동을 겪었을 때와 같은 추위였으나, 그때는 마음만은 따뜻했다. 소우연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소우연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이육진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결국…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70화

    한참 동안 찬 바람을 맞고 난 뒤였다.심초운은 이육진이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땅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보자, 멀리 옥새국에 있을 이영이 떠올랐다.이영 역시 진정단에 중독된 상태였다. 그녀의 독이 발작했을 때, 이영과 소열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소우연과 용강한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지금 이육진이 겪고 있을 비통함이 얼마나 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폐하, 적어도 태후마마께서는 살아 계시지 않습니까. 적어도 두 분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습니까.”심초운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막막했으나,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차디찬 흑사강 변에 언제까지고 누워 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육진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심초운은 그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육진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적막한 밤하늘만을 응시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이윽고 심초운도 그 곁에 몸을 뉘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그곳에 아주 오랫동안 누워 있었다. 유명계 밖의 시간으로 따지자면 아마 사나흘은 족히 흘렀을 터였다.운영전.용강한은 끊임없이 영력을 소우연의 몸속으로 불어넣었으나, 그녀는 좀처럼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연아, 눈을 뜨거라. 어서 일어나렴…”그의 이마에서 콩 죽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초조함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영력을 소모한 탓인지 알 수 없었다.불과 열 몇 시간 전, 그는 끝내 자신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기적인 욕심에 소우연의 뜻을 받아들였다.그녀와 살을 맞대고 그토록 원하던 정을 나누었다. 꿈속에서나 그리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소우연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는 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마침내 용강한을 온전히 가졌노라고, 정말로 소원을 성취했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그녀는 그의 수양이 삼계에서 으뜸이 되기를 바랐고, 두 사람이 신선 같은 연인이 되어 온 세상을 자유로이 누비기를 꿈꿨다. 그녀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69화

    소우연은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그의 두 눈을 가렸다. 그가 차마 보지 못하겠다면, 보지 않아도 좋았다.그녀는 곧바로 몸을 굽혀 그의 입술을 머금었다.그의 차디찬 몸과 그녀의 뜨거운 몸은 극과 극이었으나,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그 무엇보다 완벽하게 맞물렸다.소우연이 다음 단계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그때, 용강한이 돌연 몸을 뒤집어 그녀의 위로 올라왔다.그의 입가에 맺힌 멈출 수 없는 미소에는 고진감래 끝에 얻은 희열과 애달픈 슬픔이 공존하고 있었다.“연아, 참으로 대담하구나!”“대담해질 거예요!”소우연은 용강한을 바라보며 진주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여기서 오라버니를 처음 뵌 그날부터, 제 마음속엔 오라버니가 깊게 뿌리 내렸단 말이에요.”용강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든 결과는 내가 감당하마. 네가 원한다면, 나는 평생 너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저도 오라버니를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어쩐지 지금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오라버니'라는 부름이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게 들려왔다.구리 고리에서 풀려난 하얀 비단 휘장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침상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그 안에서 어렴풋하게 뒤엉킨 두 사람의 실루엣은 더없이 우아하고 아름다웠다.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그들은 지칠 줄 모르고 서로를 탐했다.유사하의 수양버들 근처.이육진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인근의 산 몇 개를 통째로 날려버렸다.소우연이 용강한에게 '혹시 신선이냐'고 묻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깨달았다. 소우연의 마음이 이미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변했다기보다는 이곳의 소우연이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용강한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수십 년을 함께해온 세월이 있는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가 어찌 모르겠는가.“허허허, 하하하하!”이육진은 마치 마귀에 홀린 듯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유사하 근처의 산들을 평지로 만든 것도 모자라, 그는 강물을 향해 분노를 쏟아부었다. 그가 내지른 몇 번의 장풍에 유사하 바닥에는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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