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의 침묵 끝에, 용강한이 입을 열었다.“옥새국을 제대로 다스리려면… 우선 황태자부터 있어야 할 것이다.”소열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용 대인.”소열은 포권을 취하며 예를 올렸으나, 더는 무슨 말을 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환상 속에서 황태자가 있든 없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싶은 생각이 스쳤다.용강한은 무심히 손을 내저었다.“그만 돌아가 보아라.”“부디 강녕하시옵소서, 용 대인.”소열은 예를 마치고 소매를 휘날리며 돌아섰다.곁에 서 있던 이 내관이 재빨리 뒤를 따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폐하, 용 대인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간택을 통해 후궁을 널리 들이시고, 자손을 번창시키시는 일입니다…”“이 내관.”“예, 폐하. 말씀하시옵소서.”소열의 걸음이 멈췄다.“앞으로 다시는 이 일을 입 밖에 꺼내지 마라.”이 내관은 순간 숨이 턱 막힌 듯 얼어붙었다. 후계자도 없이 이 강산을 어찌 지키려 하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소열이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짐은… 장차 황제가 될 재목을 직접 골라 세울 것이다.”이 내관의 입이 벌어진 채 굳어버렸다.소열은 그 모습을 보고도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다. 그의 속마음을 이 내관이 이해할 리 없었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그리 놀랄 것 없다.”“아, 아니, 그게 아니오라… 저기!”이 내관이 다급히 소열의 등 뒤를 가리켰다.그곳에는 현명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 사이로, 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소열이 급히 돌아섰다.그녀를 본 순간, 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태… 태후 마마….”태후라고?이 내관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소열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드디어 정신을 놓으신 것인가…?’ 저 여인은 분명 능운종의 제자인데, 어찌 태후라 부른단 말인가. 그동안 소우연과 이육진, 심초운, 이영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그로서는 더욱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