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181 - Chapter 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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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1화

“대체 무슨 짓이냐!”“더는 널 믿을 수 없겠구나!”소우연은 차갑게 그 말을 내뱉자마자 거대 마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홀로 남겨진 은자유는 절박한 눈빛으로 심초운을 바라보며 외쳤다.“초운아, 초운아! 어미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내가 저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설마 내 손으로 해치겠느냐? 어서 이것 좀 풀어다오!”심초운은 손을 뻗으려다 머뭇거리며 말했다.“정말 어머니 말씀이 사실이라면, 저와 태후마마가 돌아올 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초운아, 초운아…!”은자유는 분노가 뒤섞인 함성을 내질렀다.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분명 심초운은 자신에게 그토록 지극정성이었건만, 이육진과 소우연, 심지어 용강한 같은 타인들과 얽히기만 하면 자신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 버려져야 했다.그때였다.거대 마수 혼돈이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희고 검은 두 줄기 그림자가 혼돈의 곁으로 날아들더니, 각자의 법기를 꺼내 들어 괴수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혼돈의 가죽은 워낙 단단해 아무리 베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태후마마, 어찌합니까? 전혀 베어지질 않습니다!”심초운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오라버니가 더 늦으면 위험하다. 어서 놈의 오관을 노려라!”“알겠습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우연과 심초운의 손에서 각각 백색과 흑색의 광보가 뿜어져 나와 혼돈의 눈과 입을 향해 직격했다. 혼돈은 심초운의 공격은 가까스로 피했으나, 소우연이 날린 서늘한 검기는 피하지 못했다. 검기는 그대로 괴수의 목구멍 깊숙이 박혔다.“사부님! 오라버니!”소우연이 초조하게 외쳤다. 잠시 후, 혼돈의 배 속에서 용강한의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죽거라!”소우연은 다시 한 번 온 힘을 끌어모았다. 괴수의 목에 박힌 검기가 순간적으로 거대하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법술에 이토록 강대한 위력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은 그녀는 더욱 정신을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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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2화

“닥치거라!”용강한이 은자유를 매섭게 쏘아붙였다.은자유는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로 심초운을 바라보며 애원했다.“초운아, 어서 이 정혈술을 풀어다오!”심초운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기억 속의 은자유는 언제나 자신에게 극진했다. 그 기억 때문에 그는 지금껏 몇 번이고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그러나 이제야 분명히 깨달았다.은자유라는 존재는 자신뿐 아니라, 이육진과 소우연, 용강한과 이영까지… 그가 아끼는 모든 이들과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다.“초운아?”심초운은 한동안 은자유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결국 그녀를 옭아매고 있던 술법을 풀어주었다.그리고 담담하게, 그러나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그쪽을 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자유를 되찾은 기쁨도 잠시, 그 말에 은자유는 멍하니 굳어버렸다.“방금… 뭐라고 했느냐?”“들으신 그대로입니다.”‘그쪽?’방금 이 아이가 나를 향해 ‘그쪽’이라고 한 것인가?감히 어머니인 나에게, 존칭마저 버리고?은자유는 떨리는 눈으로 심초운을 노려보았다.“난 네 어미다! 고작 저런 외인들 때문에 이 어미를 부정하겠다는 말이냐?”심초운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상처 입은 이육진을 한 번 바라보고, 이어 용강한의 품에 기대어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소우연을 다시 한 번 바라본 뒤, 차분히 입을 열었다.“저 두 분은 제게 있어 가장 소중한 분이십니다.”잠시 말을 멈춘 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굳이 더 설명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등을 돌렸다고 생각하시든, 불효를 저질렀다고 여기시든 마음대로 하십시오.”“앞으로는 절대 구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동안 몇 번이고 그쪽을 살려드린 것으로, 그쪽이 제게 베푼 은혜는 이미 모두 갚았습니다.”그 말에 은자유는 실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네가 대체 무엇이라도 된 줄 아느냐?”심초운은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은자유의 눈빛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세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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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3화

은자유는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멍하니 굳어 있었다.그 사이 심초운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옥새국에 있던 그 여황제 말입니다.”그제야 은자유는 그 어린 여자아이를 떠올렸다.이육진을 쏙 빼닮아 그를 아바마마라 부르고, 소우연을 어마마마라 부르던 아이.마계에 수천 년이나 머물러 있던 이육진이 대체 언제 소우연과 아이를 가졌단 말인가?“말도 안 돼…”은자유의 입술이 떨렸다.“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더는 설명할 수도, 설명할 이유도 없습니다.”심초운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이제 그만 떠나십시오.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다음에 또 마주치게 된다면, 그땐 모자의 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겠습니다.”그 말에 은자유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진실을 밝히면 그가 후회하며 자신을 따라 이곳을 떠날 줄 알았다.그러나 돌아온 것은, 이토록 냉혹한 단절이었다.“정녕… 나를 죽이겠단 말이냐?”은자유가 핏발 선 눈으로 물었다.심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했다.수백 년을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자신의 핏줄이 아니었다니.그 모든 세월과 정을, 이렇게까지 가볍게 부정당하다니.기억을 되찾은 소우연은, 자식에게 부정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심초운을 한 번 바라본 뒤, 은자유에게 나직이 말했다.“초운이는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시는 삿된 마음을 품지 말거라.”“삿된 마음?”은자유는 여전히 용강한의 품에 기대어 있는 소우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네까짓 게 무슨 자격으로 나를 훈계하느냐! 여황제의 어마마마이자 이육진의 부인이라는 계집이 지금은 누구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냐?”그 말에 소우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용강한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용강한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그가 은자유를 향해 냉정하게 일갈했다.“이건 우리의 일이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말을 마친 뒤에도 용강한은 계속해서 소우연에게 영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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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4화

이육진의 눈은 따갑고 흐릿했으나, 방금 벌어진 모든 일을 분명히 보고 있었다. 귀 또한 완전히 닫히진 않아, 그들이 나누는 말들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 덕에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은자유와 심초운을 낳았을 리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그는 소우연에게 죄를 지은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바로 직전, 소우연은 용강한의 품에 그렇게도 깊이 기대어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감히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어 보였으니…‘허, 참으로 우습구나. 운영전에서 함께 지냈던 그 며칠 동안,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인가?’그 순간…“커흑…!”이육진이 갑자기 핏덩이를 울컥 쏟아냈다. 소우연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그를 붙잡았다.“이육진! 이육진, 정신 차려보세요. 괜찮으신 건가요?”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다만 아직 숨이 끊어지진 않았을 뿐이었다.소우연은 겁에 질린 채 그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괜찮을 거예요. 제가 당신의 눈도 고치고, 전부 다 낫게 해드릴게요.”전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생에서도 반드시 그를 살려내겠다고. 그녀는 그렇게 절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육진의 가슴속에서는 미어지는 듯한 고통과 억눌러온 울화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그는 피가 맺힌 눈을 질끈 감은 채 소우연의 품에 몸을 맡겼고, 이내 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렸다.소우연은 근심 어린 눈빛으로 용강한을 올려다보았다.“사부님,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용강한은 몸을 굽혀 이육진의 상태를 살폈다. 혼돈에게 입은 상처는 매우 깊었지만, 다행히도 제때 도착한 덕에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이 녀석, 반은 진짜 병이고 반은 꾀병이로구나.’소우연은 걱정이 앞선 나머지, 자신의 의술조차 믿지 못하고 혹시라도 이육진에게 변고가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강한은 잘 알고 있었다. 소우연의 마음속에서 이육진이 차지하는 자리가 얼마나 큰지 말이다.그는 여느 때처럼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돌아가자.”“네.”소우연이 대답하자, 용강한은 정신술을 펼쳤다. 피로 얼룩졌던 이육진의 몰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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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5화

소우연이 용강한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라버니, 저희가 고칠 수 있을까요?”용강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능경산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의술을 이미 소우연에게 전수해 주었으니, 그녀의 머릿속에도 이육진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 터였다.소우연은 노 장로와 기 장로를 향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저와 사부님이 반드시 마존을 고쳐낼 것입니다.”노 장로는 소우연의 눈빛을 유심히 살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존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깊은 정과 의리가 서려 있었고, 그 모습은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황후마마라 불릴 만했다. 노 장로와 기 장로는 잠시 눈빛을 나눈 뒤, 소우연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마계란 강한 자가 마존이 되는 곳 아니던가.장로들이 물러가자 침궁 안에는 묘한 기류가 감돌았다. 심초운은 그 분위기가 몹시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육진의 심정이 어떠할지,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육진의 연적이 다름 아닌 용강한이라는 사실도 문제였다. 게다가 용강한은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불과 며칠 사이 머리가 저토록 희어졌단 말인가. 도무지 입을 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심초운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소우연은 이육진의 침상 곁에 주저앉아, 평온하게 숨을 내쉬는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젊은 시절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이 자신을 아꼈고, 오로지 그녀 하나만을 위해 세상을 움직였던 사람이었다.용강한은 소우연의 표정을 살피며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했다. 그가 나직이 불렀다.“연아…”소우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맑고 고고했으며, 담담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사부님…”“폐하를 잘 보살피거라.”“사부님께서는 어디로 가시렵니까?”“운영전으로 돌아가련다.”소우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강한은 방을 나서며 그들의 문을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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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6화

“무엇보다 저를 감동시키고, 가슴 뛰게 했던 건… 그 사람이 바로 제가 예전에 도와주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어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저와 같은 곳에서 온 사람이니까요.”소우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영경산에서의 그 세월 동안… 그 사람을 남몰래 연모했던 사람은, 바로 저였어요…”말을 잇다 끝내 목이 멘 그녀는 흐느꼈다.이육진의 손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그 후의 일들도… 제가 어떻게든 그 사람을 유혹하려 했던 거예요. 사부님을 신단 아래로 끌어내린 것이나 다름없죠.”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속삭였다.“부군께도 죄송하고… 오라버니에게도, 정말 죄송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이제 어찌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부군, 저를 원망하시나요?”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저를… 원망하시겠지요…”그 말에 이르자 소우연은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녀는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다.소우연은 옥 같은 손을 들어, 그의 미간을 조심스레 짚었다.검을 닮은 수려한 눈썹을 따라 내려온 손끝이 이내 그의 날렵한 턱선 끝에서 멈췄다.자신조차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데, 이육진은 이 모든 것을 대체 어떻게 감당하겠는가.소우연은 고개를 떨구었다.그녀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방울들이 영롱한 진주처럼 바닥에 점점이 스며들었다.그때였다.누군가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놀란 소우연이 고개를 들자, 이육진과 그녀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육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딱 걸렸구나.”소우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무엇이 걸렸단 말인가?“연아, 네 마음속에도 분명 내가 있지 않느냐.”그가 느긋하게 말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내 얼굴을 이리도 애틋하게 어루만지겠어.”“그게…”소우연은 말문이 막혔다.방금 자신이 했던 고백을, 그가 다 들은 것일까?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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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7화

그의 차가운 얼굴에서 그런 실없는 농담이 흘러나오자, 소우연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제 손을 놓기만 해도 아프단 말씀이세요?”“그래.”“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허언이 아니다.”이육진은 느긋하게 웃었다.“연아, 너야말로 내 유일한 약이니 다른 약은 아무 소용이 없구나.”소우연은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연아.”갑자기 이육진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그는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언제 어느 때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그 무엇도 너보다 중요하지 않아. 나는 그저 네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다.”소우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알고 있구나…’당연한 일이었다.그가 은북국에 갔을 때 이미 모든 것을 알았을 터였다.그럼에도 그는 불같이 화를 내지도, 그녀를 비난하거나 탓하지도 않았다.소우연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그저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일 뿐이었다.이육진이 그녀의 등을 다독이자, 참아왔던 눈물이 끝내 속절없이 떨어졌다.그녀는 어떻게든 눈물을 삼키려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결국 이육진에게 우는 모습을 들키고 말았고, 그는 짐짓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녀를 놀렸다.“이리 어여쁜 연이가 콧물을 다 흘리며 우는구나.”소우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이육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콧물을 흘려도 우리 연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선녀지.”“……”“가서 드실 것 좀 챙겨올게요.”“그래.”소우연은 더는 그 자리에 머물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도망치듯 침궁을 빠져나갔다.이육진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소우연이 얼마나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지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그가 느낀 서운함이나 이곳에서 겪은 모든 일들보다,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다름 아닌 소우연이었다.그녀는 이육진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용강한이 상처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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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8화

“그 사람을 다시 보러 가야겠어요.”소우연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용강한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풀더니,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우연이 침소로 돌아왔을 때, 여종은 이미 식사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녀는 쟁반을 직접 들고 안으로 들어가 침상 머리맡에 작은 의자를 끌어다 놓았다.“연이 네가 직접 먹여주려는 것이냐?”이육진이 웃으며 물었다.그런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그의 말에 소우연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네. 먹여드릴게요.”이육진의 얼굴에 아이처럼 환한 빛이 번졌다.그 모습을 본 소우연도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흘렸다.그녀는 공력을 회복시켜 줄 따뜻한 탕과 음식을 한 숟가락씩 정성껏 떠먹였고, 이육진은 그것을 하나하나 즐겁게 받아먹었다.식사를 마치자, 이육진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소우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라버니를 불러올게요. 당신의 상처는 그분의 도움이 필요해요.”이육진은 입을 열려다 말고, 끝내 아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그는 소우연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믿지 않았다. 다만 용강한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 스스로가 느끼는 죄책감 때문인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소우연은 침소를 나와 운영전으로 향했다.문밖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안을 살피던 순간, 백의를 입은 사내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소우연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더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뗄 수 없게 된 그녀의 당혹감이, 용강한의 눈에 고스란히 비쳤다.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슬픔이 밀려왔다.하지만 이 모든 것이 소우연의 잘못이 아님을 알기에, 그는 뻔뻔함을 무릅쓰고 한 번 더 그녀를 안아주었다.“폐하는 좀 괜찮아졌느냐?”“식사는 하셨어요.”“그럼, 내가 가서 보마.”“네.”이번에는 용강한도 그녀를 놓아주었다.발그레해진 그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아무 말없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소우연은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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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9화

이육진은 용강한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불과 방금 전만 해도 그랬다. 소우연의 손을 붙잡으려 했을 때, 이미 기억을 되찾았음이 분명한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슬며시 그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던가.그 사실은 이육진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폐하의 상처가 다 나으시면, 연이를 데리고 마계를 떠나겠습니다.”“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폐하, 예전에 폐하께서 제게 암시하듯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무슨 말입니까?”“다음 생이 있다면, 폐하께선 연이의 정실이 되고 저는…”용강한은 이육진을 똑바로 바라본 채 말을 이었다.“첩실이라도 좋으니, 정당하게 다투겠노라 하지 않으셨습니까.”“저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습니다.”이육진은 지금이라도 자기 입을 때려주고 싶을 만큼 후회가 밀려왔다!사랑과 은혜는 전혀 다른 문제거늘! 대체 그때 왜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단 말인가.“말한 사람은 무심했을지 모르나, 듣는 사람은 마음에 새기는 법이지요. 하물며 지금 이 상황에서 저희 두 사람이 화목하지 못하다면, 고통받는 것은 저희 둘뿐입니다.”이육진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그렇다 해도 그는 결코 소우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아니, 반드시 소우연의 남자는 이육진, 오직 본인 한 사람이어야만 했다.용강한… 저 자는 기껏해야 첩일 뿐이었다.용강한이 떠난 뒤, 이육진은 분이 치밀어 이를 갈았다.문득 과거 부친의 후궁들이 총애를 얻기 위해 암투를 벌이던 장면들이 떠올랐다.그 기억이 가슴을 후벼 파듯 파고들자, 말할 수 없이 비참해졌다.이제 자신이 용강한과 총애를 다투어야 한단 말인가?하지만 다투지 않는다면…소우연은 고스란히 용강한의 차지가 될 터였다.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구나!……운영전으로 돌아온 용강한은 소우연이 머무는 편전 문 앞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하지만 끝내 안으로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쯤은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이미 얽혀버린 이 관계를 어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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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0화

이육진의 침소를 빠져나온 소우연의 가슴은 터질 듯 요동쳤다.이육진이 용강한과 사이가 좋다고 말한 의미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그들… 그들은 정말…소우연은 두 남자를 양옆에 둔 채 서 있는 자신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고고하기만 하던 용강한을 자신이 이 진흙탕 같은 속세로 끌어내리고 말았으니!그녀는 그저 이곳에서 용강한에게 책임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만약 언젠가 상운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약 이육진이 이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개의치 않는다면, 만약…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요동치던 심장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운영전으로 돌아왔을 때, 소우연은 다시 용강한과 마주쳤다. 마궁이 그리 넓지도 않은 데다 같은 궁전에서 지내는 이상,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사부님.”용강한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는 소우연이 자신을 ‘사부’라 부르는 걸 예전부터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굳이 말리지도 않았다. 소우연이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두는 것뿐이었다.그는 다가와 자연스럽게 소우연의 손을 잡았다. 소우연은 움찔하며 손을 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그대로 내버려두었다.소우연은 용강한을 이끌고 서둘러 편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육진이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를 죄책감에 자꾸만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용강한은 발그레해진 얼굴로, 도둑질이라도 하듯 눈치를 보는 그녀를 보며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이 났다.그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고개를 돌린 소우연과 시선이 딱 마주쳤다. 용강한은 머쓱해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오라버니.”“응.”“그분의 상처는 언제쯤 다 나을까요?”용강한이 그 상처가 왜 낫지 않는지 모를 리 없었다.이육진이 스스로 낫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아마…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하구나.”그는 이육진을 위해 슬쩍 변명을 보태주었다. 용강한은 이육진을 너무도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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