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그럼 저희는 이만 가시지요.”매번 이렇게 뜨거운 정성을 쏟고도 싸늘한 홀대만 돌아오다니!왕수미가 대체 무슨 배짱으로 감히 대왕의 청을 거절하는지, 소 대장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자칫 화를 돋우기라도 하면 대왕께서 정말로 강제로 손을 쓰실지도 모른다고, 소 대장은 생각했다.소항이 다시 한번 약재방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왕 대인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지.”“그렇죠.”소 대장이 대답했다.“과인이 왕 대인을 의관장으로 봉한 뒤로,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 약재방에 나와 약재를 정리하고, 환약과 가루약을 만들고 있지. 군영의 늙은 의원들과 약효를 의논하는가 하면, 온갖 부상에 어떤 약을 써야 할지도 하나하나 살피고 말이다. 참으로 마음을 많이 쓰고 있더구나.”소 대장은 뭔가 짚이는 게 있다는 듯 다소 놀란 얼굴로 말했다.“그렇습니다. 왕 대인이 겉으로는 냉담해 보여도 하는 일만큼은 참으로 성실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대왕께서 왕 대인을 의관장으로 봉하신 일을 실은 꽤 마음에 두고 있는 모양입니다.”소항이 미소를 지었다.“그래,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과인을 피하는 건, 그저 이휘 그자들을 어찌 대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일 뿐이지.”“틀림없이 그럴 것입니다!”소 대장이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그가 소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러니 대왕께서 장인들에게 선약옥 옆에 처소를 짓게 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되면 지척에서 기회를 노리실 수 있을 테고, 설령 대왕께서 먼저 손을 쓰신다 해도, 일개 아녀자에 불과한 그녀가 어찌 대왕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이휘와 소생이 알게 된다 한들, 왕 대인을 어찌할 수도 없을 것이고, 감히 대왕께 따져 물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소항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들어 하늘을, 저 멀리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웃었다.“그리되면 더할 나위 없지.”소 대장이 손짓으로 길을 청하자, 소항은 그제야 소 대장과 함께 자리를 떴다.약재방 안.이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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