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봐도 대왕의 마음속에서는 그 왕수미라는 여인이 왕권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양세봉은 멋쩍게 웃을 뿐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그저 사람을 시켜 안주 두어 접시를 내오게 한 뒤 소 대장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술자리가 길어지자, 소 대장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양 장군, 우리 대왕께서… 대왕께서 변하셨습니다다.”“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소 대장이 술잔을 치켜들자, 양세봉은 얼른 그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소 대장님,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입니까. 여기서 하신 말씀은 제 입 밖으로 단 한 글자도 새어 나가지 않을 테니 편히 말씀해 보십시오.”“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소 대장이 양세봉의 어깨에 덥석 손을 얹었다. “영남이 갈수록 살기 좋아지고 있고, 대왕께서도 영남왕의 자리를 굳건히 다지셨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여색을 철저히 멀리하시던 대왕께서, 돌연 그 왕 부인에게 홀딱 빠지실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양세봉이 난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내가 여색을 밝히고 여인을 마음에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지요. 허나 이 천하에 아직 출가하지 않은 여인이 그리도 많고, 정 안 되면 과부라도 좋을 텐데, 왕 부인에게는 멀쩡히 지아비가 있지 않습니까.”소 대장이 무릎을 쳤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대왕께선 참…' 양세봉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이 소항이라는 자, 행실도 너무 형편없지 않은가.소 대장이 말을 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대왕께서 정녕 그 왕수미를 마음에 품으셨다면 이휘에게 당당히 요구하거나, 정 안 되면 힘으로 빼앗기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매일같이 이렇게 찾아가 진을 치고 있는 것보다는 낫단 말입니다.”양세봉이 입술을 삐죽이며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맞아요.”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이 스쳤다. '맞긴 뭐가 맞아, 엄연히 지아비가 있는 몸이거늘. 그 주인에 그 수하라더니, 소 대장의 생각도 어지간히 극단적이군.'소 대장은 울지도 웃지도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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