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은 모닥불을 둥글게 둘러앉아 정세를 논했다. 군영 안은 더없이 평온했고, 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아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곳처럼 한적했다.이튿날 오후.이육진이 그제야 아갑과 아을을 데리고 소룡진 군영에 당도했다.이영, 심초운, 심연희 세 사람은 이육진 앞에 무릎을 꿇고 일제히 '선황'이라고 칭했다. 아갑과 아을 두 사람은 진작에 이육진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솟구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상운국의 최고 통치자들에게 귀순한 셈이었으니, 실로 혀를 내두를 만한 일이었다.이육진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다들 무고하게 잘 지내더니, 어쩌다 예까지 다 달려온 게냐?”“오라버니께서 조정을 굳건히 장악하시어 천하태평을 이루시고, 남녀노소 모두가 평안히 생업에 종사하는 태평성대를 이루셨습니다. 그러니 저 같은 꼭두각시 황제는 황궁에 있으나 마나 한 셈이지요.”이영이 대답했다.이육진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너를 잘못 보았구나.”이영이 흠칫 놀라 되물었다.“아바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터인데.”이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하, 그러니까 아바마마께서는 자신 역시 아바마마나 어마마마처럼 권력이나 황위에 큰 욕심이 없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었다.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 이영이 다시 물었다.“아바마마, 어째서 어마마마는 함께 오시지 않은 겁니까?”“여기가 우리 본거지도 아닌데 네 어마마마를 뭣 하러 데려오겠느냐? 네 어마마마는 지금 군의관 노릇을 하며 그곳 의원들에게 의술을 가르치고 있단다. 훗날 영남의 의술은 그 의원들을 통해 전해질 터이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네 어마마마가 그 일에 여간 열심인 게 아니란다.”이영은 어깨를 으쓱했다.용강한은 찻잔을 들어 물을 마시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부녀와 장인, 사위가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꽤나 흥미로웠던 것이다.이육진이 힐끗 용강한의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이 대인, 무얼 그리 재미있어 하십니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