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은 소우연이 대답 없이 곤란한 듯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하인에게 말했다.“우선 부인께 별당에 가서 기다리시라 전하세요. 혹시 언제쯤 태자빈 마마께서 오실지 물으면 모르겠다고 하고, 차나 다과 같은 건 내올 필요 없다고요.”하인은 소우연의 눈치를 슬쩍 살폈지만 아무 말이 없자 그대로 물러갔다.정연이 낮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소 부인께서 지금 또 찾아온 건 장군의 다리를 치료해달라거나, 아니면 소우희 아씨의 일 때문이겠죠?”두 사람은 앞뒤로 걸으며 왕부 안 작은 화원을 지났다.이 계절에는 월계꽃과 장미, 치자꽃이 만발하여 정원이 향기로 가득했다.소우연은 치자꽃 가지를 하나 꺾어 코끝에 가져다 댔다.“나는 정말이지 소씨 사람들을 한 명도 만나고 싶지 않구나.”정연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인의 친정 식구니, 주인이 미워하고 복수를 해도, 자신과 같은 하인은 말을 삼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치자꽃 향기가 참 좋네요. 마마께서 좋아하시니 몇 송이 꺾어 방에 꽂아둘까요?”소우연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진우를 불러 만안당에 다녀오자.”“예, 제가 바로 부르겠습니다.”밖에 나가는 일이라 그런지 정연도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만안당에 도착해 약방에 막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건장한 남자가 소우연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 이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남자가 잠깐 멍하더니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태자빈 마마, 신은 임세안이라 합니다.”“임세안?”소우연은 그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반년 넘게 못 본 사이 사람이 몰라보게 변해 한층 더 듬직해졌다.임곽수 어의는 아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예전에 전하를 따라 나간 덕에 지금 군대에서 작은 직책이라도 얻었으니, 모두 다 태자빈 마마 덕분입니다.”소우연이 말했다.“모두 인연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 다 네가 스스로 잘해낸 덕이지 않겠느냐.”물론 기억은 난다. 이육진이 말하길, 임세안이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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