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는 마차 안에 숨어 있었다.소우연과 이육진이 그 앞을 지나갈 때, 마차를 못 본 건 아니었지만… 이민수는 고개 한 번 들 용기도 없었다.두 사람 역시 굳이 그를 찾아 조롱할 생각 따윈 없었다.그건 오히려 자신들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니까.그렇게 한참이 지났다.이민수는 초조함에 발끝을 떨며 인내심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이 짧은 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소우연과 이육진이 자신을 얼마나 비웃고 조롱했을지, 그런 장면만이 반복되어 떠올랐다.그 생각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드디어 아령이 마차에 올라타자, 이민수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대체 뭘 그리 오래 떠들었느냐!”그 순간, 그가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 있는지 단박에 느껴졌다.남자의 본분을 잃은 뒤로, 그는 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이성도, 판단도 모두 무너져 있었다.그래서 아령은 주저 없이 꿇어앉았다.마치 하늘을 우러르듯, 그를 전부로 삼는 듯한 태도로 애원했다.“세자 저하, 화내지 마세요. 전 그저… 소우연을 어떻게든 죽일 방법이 없는지, 그년에게 물어본 것뿐이에요.”“지금 소우희는 손발도 못 쓰고, 입도 못 열고 글도 못 쓰는 처지야. 그런 애한테 뭘 물어보겠다는 것이냐.”“저하, 소첩이 어리석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그리하지 않겠습니다. 세자 저하는 소첩의 의지처인걸요. 저하가 싫어하시는 건, 무엇이든 고치겠습니다.”그녀는 조심스레 말했다.모든 것이 부서진 남자 앞에서, 자신의 전부를 그에게 바치는 듯한 태도로 말이다.이민수는 입을 열었다가, 잠시 숨을 들이켰다.아령의 태도는 얌전하고, 그의 기분을 살피는 데에 매우 능숙했다.“그만 일어나거라. 내 아들을 다치게 하면 안 되니.”“예, 저하.”아들. 정말 그녀 뱃속에 이민수의 씨가 자리 잡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혹여 거짓이라면, 그 거짓을 유지하기 위해 더 큰 거짓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었다.이민수처럼 이성을 잃은 자를 속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는 평범한 남자와는 달랐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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