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준의 시선이 강민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그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며 웃음이 번졌다.“그럼 네가 책임지고 불을 끄면 되겠네.”강민아의 모든 행동이 그를 유난히 끌어당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빙하처럼 차갑던 그의 심장은 강민아 때문에 뜨거운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과거 강민아는 절대 그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그가 식사를 제안하면 강민아는 동의하는 것도 모자라 그를 위해 음식을 차려주고, 새우를 까주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그의 그릇에 올려주곤 했다.하지만 지금 강민아는 그와 함께 앉아서 식사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다.강민아가 그의 말에 격렬히 저항하는 모습을 보자 반하준의 혈관 속 혈액이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일부러 벌을 자처하고 싶었다. 강민아가 아예 칼로 그를 푹 찌르면 오히려 더 흥분할 거다.강민아는 휴대폰을 들어 화면의 시간을 확인하며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이렇게 하면 나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녀는 더 이상 제자리에 갇힌 채 반하준이 돌아보기만 기다리던 과거의 그 여자가 아니었다.쾅!방 문이 부서지며 열리더니 검은색 타이트한 옷과 카모플라쥬 작업복 바지를 입은 육성민이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강민아는 육성민을 보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육성민이 마치 웅장한 산처럼 문을 완전히 막았고 안으로 드리운 그의 그림자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육성민은 눈매를 날카롭게 치켜세우며 반하준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더니 목구멍에서 차가운 웃음이 흘러나왔다.“기억력이 안 좋은가 보네. 반하준, 네 삼촌에게 감금당했던 날들을 다 잊었어?”그 암흑의 나날들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렇게 말하니 단번에 칼로 남자의 가슴을 갈라 그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존재인지 보라는 것 같았다.감금되었던 시간을 그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남자는 자주 밤중에 꿈속에서도 그 시간을 반복해서 되새기곤 했다.“왜, 당신도 날 가두려고?”반하준은 조롱 섞인 냉소를 지으며 어두운 눈동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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