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521 - Chapter 530

568 Chapters

제521화

반하준은 민이가 꺼낸 옷을 보자마자 눈가에 담긴 감정마저 멈춰버렸다.민이가 말했다.“이거 정이가 나한테 준 거예요. 아빠, 이 옷 기억나요?”강민아와 이혼한 후 그는 두 사람 사이의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이 순간 반하준의 머릿속에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그날 민이의 생일 파티에서 그의 시선은 무심코 이따금 강민아에게 향했다.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반하준은 다시 기억을 되짚을 때마다 머릿속에 당시 강민아의 미세한 표정과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느리게 재생되었다.비가 와서 정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느라 앞머리는 흠뻑 젖었고 한쪽 어깨는 작은 물방울로 얼룩져 있었다.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소 멍하니 룸 밖에서 들어온 그녀는 민이에게만 시선을 두었고, 민이가 반하준을 언급했을 때야 비로소 덤덤한 눈빛으로 반하준의 얼굴을 흘깃 훑어볼 뿐이었다.남자에 대한 사랑은 진작 식어버렸다.하지만 그는 자신을 향한 강민아의 감정이 변했다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이미 오래전부터 아내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니까.반하준이 정신을 차렸을 무렵 민이는 강민아의 옷을 끌어안고 누웠다.“오늘 밤은 엄마 옷이랑 같이 자니까 너무 행복해요.”반하준의 목구멍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의 바람이 어찌나 단순한지, 옷 한 벌을 얻은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민이는 강민아의 옷에 얼굴 반쪽을 파묻고 더 이상 예전처럼 찡그린 얼굴이 아닌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정이가 왜 이걸 너한테 줬어? 강민아가 주라고 했대?”“이 옷은 나와 엄마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정이가 골랐어요. 엄마가 옷을 갖고 있긴 해도 더 이상 입지는 않는대요.”말하며 민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엄마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나와 정이가 예전처럼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괴로워요.”민이는 침대에 누워 옷을 품에 꼭 껴안은 채 까만 눈으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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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다음 날 아침, 반하준은 테이블에 앉아 우아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오소정은 반하준에게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오늘 그의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남몰래 혀를 찼다. 강민아와 반하준이 이혼한 이후 반씨 가문 집안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반하준이 안 돌아오면 괜찮지만 그가 돌아오면 반씨 가문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오소정은 반하준의 좋은 기분이 조금만 더 지속되기를 기도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을 굳게 먹고 그만둘 생각도 있었다.민이가 위층에서 내려오자 오소정이 반갑게 맞이했다.“도련님 오늘 일찍 일어나셨네요. 제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시다니, 점점 더 어른이 되어가네요.”오소정은 민이를 열심히 칭찬했다.민이는 아침잠이 많고 잠에서 깨어날 때면 늘 심술을 부린다. 예전에는 강민아가 민이를 깨우고 씻기는 일을 도맡아 했는데 나중에 오소정이 하게 되면서 여간 마음고생을 한 게 아니었다.“도련님, 다 씻으셨어요? 얼른 앉으세요. 제가 부엌에 가서 아침 준비해 올게요.” 오소정이 식당에서 나오려고 할 때 민이가 물었다.“어젯밤에 내가 자고 있을 때 누가 내 방에 들어왔어요?”오소정이 불쑥 말했다.“그럴 사람이 어디 있어요.”문득 반하준이 늦은 밤 민이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각이면 민이는 이미 잠이 들었을 거다.오소정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반하준에게로 향했지만 반하준은 민이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게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도련님, 혹시 꿈꾸셨어요?”오소정이 그를 달랬다.민이는 식탁 뒤에 앉아 반하준에게 말했다.“엄마 옷 냄새가 달라졌어요.”반하준이 무시하자 민이가 덧붙였다.“내가 자는 동안 누가 몰래 엄마 옷을 바꾼 건 아닌지 복도 CCTV 확인해 볼래요.”반하준이 대꾸했다.“그러든지.”이미 그가 복도 카메라에 손을 댔기 때문에 민이가 돌려봐도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민이는 여전히 씩씩거렸다.“내 옷을 훔쳐서 바꿔치기한 나쁜 놈을 꼭 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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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반하준은 메시지를 세 번이나 읽으며 정말 강민아가 보낸 메시지인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손가락을 말아쥔 손에 하도 힘을 줘서 하얀 뼈마디가 피부를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꿈이 아니었다. 강민아가 정말 그에게 먼저 연락했다.‘대체 무슨 목적으로 연락한 거지?’둘 사이에 할 얘기가 뭐가 있다고.양자 테크에 문제가 생겨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해지자 강민아가 드디어 그에게 고개를 숙인 것일까?그렇다면 그는 이 고집불통 여자를 마지못해 받아들여야 할까?반하준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화면을 몇 번이고 훑어보았다.강민아가 홀로 밖에서 고군분투해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 예상했다.그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계속해서 내리려고 애썼다.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강민아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바빠.]강민아가 힘들게 용기를 내어 그에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강민아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려고 했다.만나든 안 만나든 그건 자신에게 달린 것이고 그는 강민아가 부르면 가는 개가 아니라는 걸.[정 만나고 싶으면 10분 줄게.][점심 11시에 여의정 1번 룸에서 밥 먹을 거야. 같이 밥 먹자는 뜻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날 보고 싶으면 그 시간에 와. 날 만나서 얘기할 시간 10분 줄게.]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반하준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강민아가 졌다.그녀가 먼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강민아가 그에게 반기를 들고 그와의 싸움에서 철저히 졌다는 의미였다.강민아가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이 정도인가보다.반하준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정오 11시, 여의정 1번 룸 예약하고 식사는 최고급으로 준비해. 누구 초대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한식 먹고 싶어서.”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반하준의 손끝이 이따금 책상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사무실로 그를 찾아온 비서는 반하준의 기분이 유난히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얼마나 좋으면 여의정 1번 룸을 예약해 홀로 거하게 식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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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잠깐.”반하준이 웨이터를 부르자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반 대표님,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목이 턱 막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강민아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평소 어떤 요리를 만들었지?’하지만 그 음식들은 모두 반하준과 아이들이 즐겨 먹던 것들이었다.그는 강민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반하준은 메뉴판을 내려놓고 웨이터에게 말했다.“여기 대표 메뉴 7가지 더 추가해 주세요.”웨이터는 금세 알아듣고 추가할 요리를 그에게 확인했다.원탁에 앉은 반하준은 이런 상황이 낯설었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이 다 모여 그가 오길 기다렸을 텐데 지금은 혼자 빈방에 있으니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심장 박동만 빨라지고 머릿속 생각을 주체할 수 없었다.문 앞에 나타난 강민아는 하늘색 실크 블라우스에 통 넓은 데님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 캐주얼한 옷차림에 익숙했던 그녀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반하준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으며 강민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마치 강민아를 처음 보는 것처럼 그는 몇 번이고 여자를 살펴보았다.어떻게 이혼한 사람이 피곤하거나 낙담한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는 희미한 빛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동그란 진주 같았다.강민아는 반하준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반 대표님 바쁘니까 짧게 얘기하죠.”강민아가 사무적인 어투로 말을 꺼내자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입가에 가벼운 비웃음이 번졌다.강민아가 언제까지 이렇듯 무심하고 오만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었다.강민아는 컴퓨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열더니 컴퓨터 화면을 반하준 쪽으로 돌렸다.반하준은 컴퓨터 화면 속에 자기 얼굴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영상에 나타난 장소와 영상 왼쪽 상단에 표시된 날짜를 통해 어젯밤 침실에서 자기 전에 했던 행동이 찍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카메라가 부분적으로 가려져 있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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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강민아의 행동에 화가 났다기보다 반하준은 오히려 이 상황이 흥미로웠다.과거 그와 강민아 사이의 결혼 생활은 마치 고요한 호수와 같았다. 조금만 건드려도 혼탁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누구도 굳이 휘저으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호수가 아니라 광활한 바다처럼 변해 강민아의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반하준을 삼키려는 듯했다.정말로 뻔뻔한 것이든 변태적인 욕구가 있든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을 강민아에게 보여도 별문제 없었다. 이미 과거에도 본 적은 있으니까.이 시각 강민아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반하준의 눈동자에는 금속 같은 차가운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흥미롭게 눈앞의 여자를 지켜보며 그녀가 다음에 어떤 놀라운 행동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난 당신이 얌전히 있길 바라.”강민아는 노트북을 닫으며 사무적인 차가운 어투로 반하준에게 말했다.“만약 이 영상이 해외 사이트에 올라가 수많은 사람이 보고 당신의 정체를 알아내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걸 원치 않으면 내 삶에서 멀리 사라져 줘.”“나를 협박하는 거야?”반하준이 그녀에게 물었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제법 도발이 담겨 있었다.강민아가 답했다.“그래, 협박이야. 전남편이면 죽은 듯이 사는 게 맞지. 툭하면 내 눈앞에 나타나거나 드론을 이용해 내 방에 침범하는 게 아니라.”강민아는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히 말했다,“반하준, 당신은 지금 한심한 짓을 하고 있어.”남자는 부인할 수 없어 턱을 살짝 끄덕였다.강민아의 말이 맞다. 그는 지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나는 그럴듯한 멋진 전남편이 될 생각이 없어. 우선 내 명성에 영향을 끼칠만한 영상을 손에 넣은 걸 축하해. 네가 영상을 해외 사이트에 올린다 해도 나는 소송을 제기하진 않을 거야. 오히려 많은 사람이 전처에 대한 내 그리움을 알게 될 테니까.”반하준의 말을 들어도 강민아는 마음속에서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우습기만 했다.강민아는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랑 이혼한 거 후회해?”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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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반하준의 시선이 강민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그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며 웃음이 번졌다.“그럼 네가 책임지고 불을 끄면 되겠네.”강민아의 모든 행동이 그를 유난히 끌어당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빙하처럼 차갑던 그의 심장은 강민아 때문에 뜨거운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과거 강민아는 절대 그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그가 식사를 제안하면 강민아는 동의하는 것도 모자라 그를 위해 음식을 차려주고, 새우를 까주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그의 그릇에 올려주곤 했다.하지만 지금 강민아는 그와 함께 앉아서 식사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다.강민아가 그의 말에 격렬히 저항하는 모습을 보자 반하준의 혈관 속 혈액이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일부러 벌을 자처하고 싶었다. 강민아가 아예 칼로 그를 푹 찌르면 오히려 더 흥분할 거다.강민아는 휴대폰을 들어 화면의 시간을 확인하며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이렇게 하면 나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녀는 더 이상 제자리에 갇힌 채 반하준이 돌아보기만 기다리던 과거의 그 여자가 아니었다.쾅!방 문이 부서지며 열리더니 검은색 타이트한 옷과 카모플라쥬 작업복 바지를 입은 육성민이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강민아는 육성민을 보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육성민이 마치 웅장한 산처럼 문을 완전히 막았고 안으로 드리운 그의 그림자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육성민은 눈매를 날카롭게 치켜세우며 반하준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더니 목구멍에서 차가운 웃음이 흘러나왔다.“기억력이 안 좋은가 보네. 반하준, 네 삼촌에게 감금당했던 날들을 다 잊었어?”그 암흑의 나날들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렇게 말하니 단번에 칼로 남자의 가슴을 갈라 그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존재인지 보라는 것 같았다.감금되었던 시간을 그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남자는 자주 밤중에 꿈속에서도 그 시간을 반복해서 되새기곤 했다.“왜, 당신도 날 가두려고?”반하준은 조롱 섞인 냉소를 지으며 어두운 눈동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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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두 사람의 모습은 문 앞에서 사라졌고 3분 후 웨이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들어와 물었다.“음식을 올려도 될까요?”반하준은 물었다. “왜 아무나 들어오게 했죠?”방 안의 분위기는 반하준의 존재로 인해 완전히 싸늘해졌고 웨이터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람이 형사증을 제시해서...”말하며 웨이터는 반하준을 슬쩍 쳐다봤다. 그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의미일 테니 들어와서 바로 요리를 올려도 되는지 물은 것이다. 그는 이 손님을 빨리 내보내고 싶었다.반하준은 말했다.“음식 올려요.”약 20가지의 요리가 모두 테이블에 올려졌다. 반하준은 화려한 만찬을 마주하며 몇 입 먹었지만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회사 근처에 있는 최고의 식당이고 요리를 하는 사람들도 모두 최고급 셰프들이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이 음식들이 꼭 돌을 씹는 것처럼 느껴졌다.“민아야, 만둣국 한 그릇 끓여줘.”그는 중얼거리며 말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반하준은 차갑게 피식 웃으며 냅킨을 던지고 룸을 떠났다....대형 지프차가 시커먼 검은 말처럼 앞쪽 작은 차들을 지나치며 고속도로를 질주했다.강민아는 팔꿈치를 차창에 가볍게 기대고 오후의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스치는 것을 느끼며 머릿속 생각이 점차 정리되었다.“반하준 성격상 아마 당분간은 얌전할 거야.”“원하면 그냥 잡아서 넣어.”육성민의 목소리가 들리며 강민아가 입술을 말아 올렸다.“그것보다 방치하는 게 나아. 게다가 그 남자는 쉽게 잡힐 인물도 아니야.”“꼭 파리처럼 무시하면 주변을 윙윙 맴돌면서 존재감을 드러내. 보면 구역질이 난다니까.”반하준을 파리에 비유하는 육성민의 말에 강민아의 목구멍에서 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내 앞에 날아오면 바로 때려버릴 거야.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두 번 때리면 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간 맞아 죽겠지.”그때 강민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모르는 번호임을 확인하고 바로 끊기 버튼을 눌렀다.잠시 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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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육성민은 가볍게 대꾸하며 물었다.“강나현이 누구의 아이를 임신했는지 사람 보내서 알아볼까?”강민아는 웃으며 말했다.“됐어, 난 관심 없어. 강씨 가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든 나랑 상관없어. 날 끌어들이지만 않으면 우린 아무런 접점도 없는 남남으로 각자 알아서 살면 돼.”햇빛이 육성민의 남자다운 얼굴에 비쳤다. “강씨 가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네.”...반하준이 부신 그룹으로 돌아오자 1층에서 그를 만난 직원들은 그가 저기압에 휩싸여 있음을 느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반하준이 나오며 비서실을 지나갈 때 그의 비서와 부하직원들은 모두 일어나 그를 향해 인사했다.남자는 말없이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그가 사무실로 들어간 후 비서실 직원들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대표님 왜 저래? 반 시간 전에 회사에서 나갈 때는 기분이 좋았는데.”“누가 알겠어.”누군가가 속삭이며 불평했다. “이혼한 후로 무슨 기분이 세살짜리 어린애보다 더 변덕스러워.”잠시 후, 대표 사무실 내선 전화가 울렸고 반하준이 전화를 받자마자 비서가 보고했다. “대표님, 강나현 씨가 만나고 싶답니다.”“누구?”반하준은 잠시 반응하지 못했고 비서가 말을 반복했다. “강나현 씨요. 지금 회사 1층에 있는데 대표님을 만나고 싶답니다.”“꺼지라고 해.”반하준은 가차 없이 말했다.강나현이 오랫동안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아 그 여자의 존재를 아예 잊어버렸다. 지금 강나현이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지만 반하준은 살갑게 대할 수가 없었다.그의 태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에 엄규민은 반하준과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돌려 앞에 서 있는 강나현을 바라보았다.강나현은 검은색 몸에 딱 맞는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살짝 부풀어 오른 배가 특히 눈에 띄었다.강나현 같은 인물은 엄규민이 직접 맞이할 필요가 없지만 부신 그룹에 오자마자 대뜸 대표 사무실로 가겠다며 프런트 데스크에 찾아가 VIP 엘리베이터에 탈 권한을 요구했다.데스크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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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강나현은 그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하준 씨 만나게 해줘요!”뭐가 됐든 임신한 여자였기 때문에 엄규민도 보안 요원을 시켜 강나현을 강제로 끌어내지 못했다. 그는 돌아서서 VIP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강나현은 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잠깐만요!”엄규민은 닫기 버튼을 미친 듯이 누르며 경비원들에게 소리쳤다. “저 여자 잡아요!”두 명의 경비원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서 강나현의 앞을 막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엄규민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계속 올라가는 숫자를 지켜보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을 때 그는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대표님.”엄규민은 반하준 앞에 서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무슨 일이야?”고개를 든 반하준은 엄규민이 이미 그를 찾아온 강나현을 처리했다고 생각했다.엄규민은 조금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강나현 씨 말로는 대표님 아이를 임신했답니다.”서서 컴퓨터 화면 속 파일을 살펴보던 반하준은 엄규민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었지만 엄규민은 넓은 사무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몇 초 후, 반하준은 차갑게 말했다,“미쳤네.”엄규민은 재차 반하준에게 확인했다,“강나현 씨의 배가 커지긴 했어요. 배 속의 아이가 정말로 대표님의 아이는 아니죠?”반하준은 그제야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한테 확인하는 거야? 이렇게 어이없고 황당한 일을?”엄규민이 몸을 흠칫 떨며 서둘러 반하준에게 해명했다.“전에 두 분이 가까운 사이긴 했어서...”반하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같이 침대에서 뒹굴 정도로 가까웠나?”엄규민은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하지 못했다.사실 말하고 싶었다. 과거 반하준과 강나현은 마치 쌍둥이처럼 내내 붙어 있었고 강나현은 자주 반하준을 찾아와 그의 사무실에 머물며 떠나지 않았던 것을. 엄규민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만약 어느 날 강나현과 반하준이 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얼굴을 가슴에 붙일 기세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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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반하준이 ‘강민아’를 언급하자 강나현은 그와 재회했다는 기쁨마저 말끔히 사라졌다.“하준 씨, 예전엔 나한테 이렇게 말하지 않았잖아.”강나현의 목소리에는 슬픈 감정이 더해졌다.“밑에서 내 회사 직원들 다 보는데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헛소문을 냈잖아. 그런 너한테 내가 예의를 차려야 해?”강나현은 고개를 흔들었다.“거짓말 아니야. 정말 하준 씨 아이 임신했어!”반하준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어지간히도 아픈가 보네.”그는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네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널 정신병원에 데리고 가 검사를 받으라고 할 거야. 정신이 나간 건지 아니면 죽을병이라도 걸렸는지. 병이 있으면 얼른 검사하고 치료해야지.”강나현은 배를 움켜쥐며 소리쳤다,“난 정말 하준 씨 아이를 임신했어!”반하준이 언성을 높였다.“난 너 건드린 적도 없어. 네가 성모 마리아처럼 수태라도 했단 말이야?”분명 두 세걸음만 내디디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 강나현은 반하준과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한때 이 남자는 그녀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지내며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존재였지만 이젠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하늘과 땅처럼 멀어져 있었다.늘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너그럽게 봐주며 나지막이 말을 건네던 남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반하준은 극한의 분노에 다다른 사자처럼 언제든지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물어뜯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럴수록 강나현은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병원에서 정자 동결했던 거 기억나?”강나현이 멍한 눈빛과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반하준이 홱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강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하준 씨, 난 정말 하준 씨 아이 임신했어. 의사한테 하준 씨 정자로 인공수정 해달라고 했어.”...검은색 지프차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민아야!”갑자기 누군가가 차 앞쪽으로 달려들며 강민아의 이름을 외쳤다.육성민은 가속 페달을 밟으며 그대로 밀어붙였고 상대는 일부러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졌다.“성진 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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