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숨을 헉 들이켰다. 강민아가 돌아보자 심은호는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한몫 챙길 수 있게 허락해 줘요.”그러자 강민아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심은호 씨, 환영해요.”심은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속에 이질감이 드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단순히 이혼 후가 아니라 결혼 전에도, 결혼할 때도 늘 심은호의 그림자는 있었다.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남자는 기꺼이 그녀와 동행했고, 그녀가 멈추고 싶어 할 때면 심은호 역시 가만히 서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봤다.한때 심은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나에 대한 그쪽의 믿음과 도움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때 심은호는 이렇게 답했다.“그러면 나한테 더 많고 큼지막한 이득을 줘요. 민아 씨, 예전엔 내가 민아 씨를 데리고 세상을 누볐지만 이젠 민아 씨가 날 이끌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줘요. 할 수 있죠?”심은호가 손을 잡자 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온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알겠어요.”안채린은 심은호와 강민아의 모습을 보며 두 눈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반 대표님, 두 달만 기다리면 아주 굴욕적인 구경거리를 볼 수 있겠네요.”그러면서 우경아에게 말했다.“그때가 되면 우리도 기적의 순간을 볼 수 있게 우 대표님이 초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우경아는 표정을 굳힌 채 안채린의 말을 무시했다.반하준은 부신 그룹 임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도련님, 학교로 모셔다드릴게요.”반하준의 비서가 민이에게 말을 걸자 안채린이 자진해서 다가왔다.“꼬마 도련님, 내가 차로 데려다줄까?”민이가 물었다.“그쪽이 왜 날 데려다주는데요?”안채린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네 아빠와 맞선을 봤거든. 네 새엄마가 되고 싶어.”민이는 충격에 빠진 눈으로 안채린을 바라보다가 이내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난 새엄마 필요 없어요!”아이가 거부감을 드러내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민아, 왜 새엄마가 싫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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