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501 - Chapter 510

541 Chapters

제501화

우경아는 선글라스를 끼고 유명한 남성 모델 그룹을 거느린 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등장했다.그들은 전부 그녀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었는데 어디를 가나 데리고 다니며 요란법석을 떨었다.그녀는 이미 30분 이상 실험장 밖에 있으면서도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무인 트럭이 고속으로 달릴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실험이 성공하고 나서야 그녀는 마치 늦게 도착한 사람처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민아 씨, 또 나한테 깜짝선물을 해주네요.”우경아는 강민아를 향해 걸어오며 사람들 앞에서 친근한 척 굴었다.강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곧 더 놀랄만한 선물이 있을 거예요.”우경아가 놀란 표정을 짓자 강민아는 그녀의 곁을 지나쳐갔다.강민아는 심은호 쪽을 흘깃 쳐다봤고, 심은호는 단 한 번의 눈빛으로 강민아의 뜻을 읽었다.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긴 다리로 성큼성큼 강민아를 향해 걸어갔다.“왜 그래요?”강민아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탁 하나만 들어줘요.”강민아가 정확히 무슨 부탁인지 말하기도 전에 심은호가 답했다.“기꺼이 도와줄게요.”“심은호 씨는 강민아 씨가 참 좋은가 봐요.”안채린은 심은호가 갑자기 강민아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감탄하듯 말했다.반하준은 함께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렸고 민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학생들로 가득 찬 객석에서는 이미 아이들이 떠들고 있었다.“윤정아, 무인 대형 화물차 너희 엄마가 개발한 거야?”“지능형 주행 시스템 연구 개발을 우리 엄마가 했고 화물은 하준 아저씨 회사에서 만들었어.”“와, 네 엄마 아빠 멋지다!”“엄마한테 너희 엄마가 회사 대표님이라고 말했는데 안 믿더라.”“윤정아, 너의 엄마 정말 똑똑하다!”아이들은 정이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강민아와 심은호는 함께 실험장으로 들어가 보행자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향해 다가갔다. 강민아는 직원 중 한 명의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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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강민아가 마이크를 들고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신호 송신기와 수신기는 양자 테크의 제품도, 부신 그룹에서 생산한 것도 아니고 무인 화물차의 주요 판매 포인트도 아닙니다. 제가 지금 차량의 송신기를 파손했으니 다시 한번 실험을 진행하길 바랍니다.”“똑똑한 척은!”안채린이 낮게 윽박질렀다.“강민아, 당신은 미쳤어!”안채린의 고함은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만 들을 수 있었다.우경아가 그녀에게 물었다.“강민아가 왜 저러는 거죠?”안채린의 표정은 싸늘했다.“그냥 주목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죠! 자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것 같아요.”우경아는 강민아가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송신기를 망가뜨리는지 이해할 수 없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실험장 안에 있던 직원들은 실험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 강민아를 보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외쳤다.“강 대표님, 안 돼요!”“강 대표님, 이미 테스트는 성공했으니 더 진행할 필요가 없어요.”강민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시작 버튼을 눌렀다.“이러면 재밌습니까?”무인 트럭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이내 강민아가 말했다.“이전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계속 보행자 역할을 하며 트럭 앞을 지나가세요.”하지만 보행자 역할을 하던 직원 중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왜요, 신호 수신기가 없으면 감히 실험에 참여할 수가 없나요?”그러자 직원들의 얼굴이 유난히 추악하게 일그러졌다.“강 대표님, 저희도 원활한 테스트 진행을 위해서...”직원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인 대형 트럭이 가로등에 부딪혔다.신호 수신기가 없는 대형 트럭은 마치 머리 없는 파리처럼 앞의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했다.대형 트럭은 벽에 정면으로 충돌한 후 실험장 안쪽 벽을 향해 돌진했고 순식간에 실험장 내부 직원들은 혼비백산이 되었다.쾅!대형 트럭이 객석 바로 아래 벽에 충돌하고 나서야 멈춰섰지만 차체 앞쪽 절반이 뒤틀리고 차체에서 부품과 유리 파편이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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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강민아의 말을 듣자 반하준의 가슴이 떨렸다. 강민아가 지금 그를 걱정해 주는 걸까?이혼까지 했는데도 강민아가 이럴 줄은...반하준은 그녀가 쇠몽둥이를 들고 신호 수신기를 격렬하게 내리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 속 얌전하고 조용하던 여자가 순식간에 활기를 띠는 것 같았다.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민아와 다투는 안채린의 목소리가 들렸다.“난 양자 테크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1년인 기간을 그쪽이 3개월로 줄였잖아요. 3개월 안에 지능형 시스템과 센서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요? 당신이 무인 대형 트럭 실험도 망치고 양자 테크가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했어요. 그러고도 대표가 될 자격이 있어요?”강민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실험에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되죠. 계속 숨기고 매번 실험마다 손을 대다가 무인 트럭이 대량으로 도입된 후에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져요?”안채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그쪽이 기간을 짧게 줄여서 생긴 후과죠.”“당신들이 너무 느리니까요! 정상적인 속도면 무인 트럭 프로젝트는 3개월 안에 끝날 수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회사에서 혼자만 시계가 다른가 봐요. 오전 10시에 회사에 와서는 오후 3시면 떠나고, 점심시간엔 2시간 동안 커피와 디저트를 들고 노트북까지 챙겨서 테라스에 나가 디저트 타임을 가져요. 20페이지밖에 안 되는 서류를 줘도 하루 안에 처리하지 못하죠.”안채린이 멈칫하다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안 그럼 내가 쉬지도 않고 996일 동안 그쪽만 따라다닐까요? 양자 테크는 다국적 대기업인 우영 그룹의 계열사인데 직원인 내가 미린국의 업무 시스템에 따라 일하는 게 뭐가 문제죠?”인가요?”“미린국의 라이트 캐피탈은 매년 3400억을 들여 일도 못 하는 벌레들을 먹여 살리느라 오래된 기업이 점차 몰락하고 30년 동안 쌓아놓은 근본만 갉아먹고 있죠. 라이트에서 일할 때 팀을 위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든 적은 있어요? 회사에 신청한 연구 자금으로 골프 세트를 샀던데요. 안채린 씨, 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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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우경아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시청 관계자에게 말했다.“실험에 사용된 트럭을 조작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조사할 겁니다. 시청과 함께 일하는 만큼 데이터 조작이나 허위 통관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우경아는 보기 드물게 정중한 말을 건네며 두 눈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강민아를 돌아보았다.“민아 씨, 정말 엄청난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네요.”우경아는 위선적인 칭찬을 건네면서 마음속으론 당황하기 그지없었다.강민아는 아랫사람들이 수작을 부리는 걸 진작 알아차리고 많은 사람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공개적으로 까발렸다. 그러면 우경아가 나서서 그들을 감싸고 돌 여지가 없고 일이 벌어진 뒤의 상황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게다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허위 조작을 밝히면 우경아의 기도 한풀 꺾일 게 분명했다.양자 테크는 그녀의 것이었고 회사 관계자들도 대부분 그녀가 데려온 사람들인데 위아래로 속임수를 썼다는 건 상당 부분이 그녀의 책임이란 의미다.그 생각에 우경아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음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쓸모없고 한심한 오합지졸들 같으니!’시청 관계자들이 강민아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간간이 우경아의 귀에 몇 마디가 스쳐 지나갔다.“...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옆에서 듣고 있던 우경아는 점점 더 피가 식어가는 느낌이었다.강민아의 시선이 우경아에게 향했다.“우 대표님,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공개적으로 우경아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속임수를 쓴 건 당연히 철저하게 조사해야죠. 난 민아 씨 능력을 믿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지시를 내려서 신호 장치를 구매하도록 허락한 사람을 전부 찾아낼게요.”말하며 그녀의 시선이 안채린과 양자 테크의 다른 임원들을 훑었다.“내 밑에서 일하기 싫으면 바로 나가도 되지만, 실수를 만회하고 싶으면 나와 함께 3개월 안에 전체 프로젝트를 완수하세요. 그땐 보너스도 섭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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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안채린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강민아 씨, 이제 당신한테 남은 시간은 두 달밖에 없어요. 원래는 양자 테크가 이번 테스트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쪽 때문에 다 망했어요. 정말로 두 달 안에 프리즘 시스템을 장착한 무인 트럭이 고속도로를 정확하게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반하준의 장담에 안채린은 단번에 기세등등했고 강민아는 그녀의 말을 인용해 그대로 되물었다.“혹시 매번 테스트에서 부정행위로 통과한 무인 화물차가 정식 출시되면 고속도로를 정확하게 주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말하면서 그녀도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헛소리를 하는 게 누군데요?”안채린의 표정이 어색하게 일그러지자 강민아는 그녀와 더 언쟁하지 않고 이렇게만 말했다.“본인이 직접 사표를 내겠다면 법무팀에 연락해 책임 추궁하는 고소장 작성할 거예요. 아무리 더 좋은 회사에 간다고 해도 이번 실험에서 막중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강민아는 반하준을 돌아보았다. 안채린을 데려가려는 그의 행동은 무척 어리석어 보였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양자 테크가 자동차 실험에서 수작을 부린 걸 목격했는데 반하준이 그들 앞에서 안채린이라는 성가신 존재를 데려갈 줄이야.안채린이 부신 그룹에 들어가면 부신 그룹은 곧 여론의 물매를 맞게 된다.“그 쪽한테 보내는 고소장은 그쪽과 함께 부신 그룹으로 갈 거예요.”강민아는 안채린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와 소송을 잘 병행하길 바라요.”“그건...”안채린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심은호의 목소리가 봄바람처럼 울려 퍼졌다.“부정행위에 관련된 인물들을 추적할 서류는 이미 가져왔고 복사본도 여러 장 만들어놨는데 한번 볼래, 반하준?”심은호가 비서를 힐끗 쳐다보자 상대가 가방에서 서류 더미를 꺼내 안채린과 반하준에게 나눠주었다.안채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툼한 서류 더미를 받아 들고는 재빨리 훑어보았다.반하준은 비서가 건네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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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자리에 있던 부신 그룹 임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양자 테크 직원들도 서로를 바라보았다.반하준은 진찬규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지금이 강민아를 몰아붙일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했다.“오늘부터 양자 테크에서 퇴사한 직원들에겐 기꺼이 부신 그룹의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반하준 씨!”우경아였다. 그녀조차 지금 대놓고 사람들을 데려가는 반하준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했다.“양자 테크에는 적지 않은 우영 그룹 핵심 직원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퇴사하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는 건 반대예요. 이건 경업 금지 약정을 위반하는 행위에요.”반하준은 우경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리에 있던 양자 테크 직원들을 훑어보았다.“오늘 퇴사하겠다는 사람은 누구든 부신 그룹 법무팀에서 여러분들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드릴 겁니다.”반하준의 말이 끝나는 순간 양자 테크의 한 직원이 앞으로 나왔다.“전 기꺼이 안 이사님과 진찬규 씨와 함께 떠날 거예요. 강민아 씨 밑에선 더 이상 일할 수 없어요.”“저도요.”말을 꺼낸 사람은 오랜 우영 그룹 직원이었다.“우 대표님, 우리 회사에 뛰어난 이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런데 강민아 씨는 무슨 능력이 있죠? 어떻게 텅 빈 이력서를 가진 가정주부가 5년, 10년 넘게 일한 우리의 상사가 될 수 있죠? 우리 중에 학교에서 이룬 것만으로도 강민아에게 뒤처지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그 직원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감했다.“맞아요. 고연대 영재반 출신이면 뭐해요?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수학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따낸 건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그걸로 어떻게 회사를 다스릴 능력을 증명할 수 있죠? 전 위약금을 물더라도 강민아 씨 밑에서 일 못해요!”직원 중 한 명은 아예 목에 걸고 있던 사원증을 벗어 던졌다.반하준은 강민아를 슬쩍 보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또 그만두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와요.”양자 테크 직원 중 절반이 걸어 나오자 반하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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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남자의 차갑고 맑은 동공에 순식간에 분노가 번뜩였다. 반하준은 차가운 비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려 우경아에게 물었다.“만약 강민아가 3개월 안에 자율주행 기술을 완전히 정착시키지 못해도 남겨둘 겁니까?”그러자 우경아가 말했다.“내기 계약을 체결해서 양자 테크를 이끌고 성공하지 못하면 강민아 씨는 아마 감옥에 가야 할 거예요.”말하며 우경아는 강민아를 바라보았다. 이 점에 대해선 한치 타협할 여지도 없다고 경고하는 것이었다.우경아는 심은호를 힐끗 보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강민아에게 말했다.“그땐 아무도 구해주지 못하겠죠.”반하준의 목구멍에서 조롱 섞인 비웃음이 흘러나왔다.“그날이 오기를 기다리죠.”반하준은 돌아서서 나갈 준비를 하다가 제자리에 서서 올곧게 강민아만 바라보고 있는 민이를 발견했다.“현민아.”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강민아의 시선도 민이에게 향했다. 반하준과 함께 정광사에서 수행했던 민이는 고작 한 달만에 놀랍도록 컸지만 동시에 무척 야위었다.두피를 꿰매어 머리카락이 자라지 못하자 민이는 아예 머리를 밀고 매일 모자를 쓴 채 밖을 나섰다.모자를 쓴 꼬마는 무척 멋지고 잘생겼지만 민이의 다리로 시선이 향하는 순간 강민아의 눈빛이 한층 암담해졌다.이젠 더 이상 민이의 엄마가 아니었지만 아이를 보니 저도 모르게 아직 다리가 아프지는 않은지, 제대로 재활치료는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그녀가 먼저 나서서 묻지 않아도 정이는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민이가 몇 발짝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고 울음을 터뜨린다는 걸 알려주었다.학교에서 늘 모자를 쓰고 다니는 민이를 보고 뒤에서 수군거리거나 가끔 민이가 절뚝거리며 걸을 때면 남몰래 비웃는 아이들이 있었다.“내가 민이 놀리는 애들 구석으로 데려가서 경고했어요. 또다시 민이 걷는 모습 흉내 내면 걔들 다리도 부러뜨려서 똑같이 절뚝거리며 걷게 할 거라고요!”정이의 씩씩거리는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자 강민아의 두 눈에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그런 강민아의 부드러운 눈빛에 민이가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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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반하준의 말은 한 순간에 파문을 일으켰고 순간 우경아마저 두 눈동자가 번뜩이며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녀가 말했다.“부신 그룹에서 지금 발을 뺀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할 텐데요.”“강민아랑 계속 일하다가 더 많은 돈을 손해 보는 것보단 차라리 지금 적당히 손해를 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그의 살벌한 눈빛이 강민아에게 향하자 강민아는 문득 반하준과 이혼하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무아지경에 빠졌다.과거 반하준에게 부신 그룹 정보기술팀에 입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며 낙하산이 되지 않기 위해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그때 반하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나가서 월급 몇억씩 받아도 무슨 의미가 있어? 차라리 집에서 애를 돌보는 게 낫지. 반씨 가문에 살면서 왜 나가서 돈을 벌어? 어떤 재벌가 사모님이 남편 일하는 회사에서 일해? 남들이 들으면 웃어.”또 몇 년 후 다시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는...“어느 회사에서 널 원하겠어? 대학도 졸업 못하고 직장 경험도 없잖아. 반씨 가문에서 호강하며 지낸 네가 밖에 나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그리고 지금 반하준은 그때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경멸과 조롱이 담긴 시선으로 조용히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네가 뭘 할 수 있냐는 듯.강민아는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반 대표님께서 저와 협력할 의사가 없다면 부신 그룹은 하루빨리 양자 테크와의 협력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공지를 발표하세요. 그래야 양자 테크도 다른 친환경 에네르기 차량 제조사를 협력 파트너로 삼죠.”“강민아,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반하준이 가르치려 들었다.“부신 그룹이 공개적으로 협력을 철회한다고 발표하면 감히 어떤 회사가 너랑 같이 일하겠어?”“내가.”심은호는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태산 그룹도 여러 전기 자동차 제조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대형 트럭이라고 해도 굳이 부신 그룹을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심은호의 말을 들은 반하준은 비웃었다.“끼어드는 것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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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숨을 헉 들이켰다. 강민아가 돌아보자 심은호는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한몫 챙길 수 있게 허락해 줘요.”그러자 강민아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심은호 씨, 환영해요.”심은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속에 이질감이 드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단순히 이혼 후가 아니라 결혼 전에도, 결혼할 때도 늘 심은호의 그림자는 있었다.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남자는 기꺼이 그녀와 동행했고, 그녀가 멈추고 싶어 할 때면 심은호 역시 가만히 서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봤다.한때 심은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나에 대한 그쪽의 믿음과 도움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때 심은호는 이렇게 답했다.“그러면 나한테 더 많고 큼지막한 이득을 줘요. 민아 씨, 예전엔 내가 민아 씨를 데리고 세상을 누볐지만 이젠 민아 씨가 날 이끌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줘요. 할 수 있죠?”심은호가 손을 잡자 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온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알겠어요.”안채린은 심은호와 강민아의 모습을 보며 두 눈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반 대표님, 두 달만 기다리면 아주 굴욕적인 구경거리를 볼 수 있겠네요.”그러면서 우경아에게 말했다.“그때가 되면 우리도 기적의 순간을 볼 수 있게 우 대표님이 초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우경아는 표정을 굳힌 채 안채린의 말을 무시했다.반하준은 부신 그룹 임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도련님, 학교로 모셔다드릴게요.”반하준의 비서가 민이에게 말을 걸자 안채린이 자진해서 다가왔다.“꼬마 도련님, 내가 차로 데려다줄까?”민이가 물었다.“그쪽이 왜 날 데려다주는데요?”안채린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네 아빠와 맞선을 봤거든. 네 새엄마가 되고 싶어.”민이는 충격에 빠진 눈으로 안채린을 바라보다가 이내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난 새엄마 필요 없어요!”아이가 거부감을 드러내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민아, 왜 새엄마가 싫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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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반하준이 민이를 데리고 막 차에 타려는데 안채린이 따라왔다.“반 대표님, 저도 같이 차에 타도 될까요?”민이가 불만스럽게 외쳤다.“안 돼요!”머쓱함에 안채린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건 민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기에 꾹 참고 살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꼬마 도련님, 난 정말 너랑 잘 지내고 싶어.”반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투정 그만 부려.”짜증스러운 어투로 민이에게 경고한 그가 안채린에게 말했다.“타요.”안채린의 두 눈이 의기양양하게 번뜪였다.민이의 하얀 볼은 독을 품은 복어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주차장에는 어린이반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석현아, 뭘 봐?” 정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반석현은 가만히 서서 멀어져 가는 검은색 마이바흐를 바라보았다.정신을 차린 아이는 정이가 내민 손을 발견하고 자기 손을 가져가 맞잡았다.둘이 함께 버스에 올라탄 뒤 정이가 물었다.“그 이상한 아줌마 본 거야? 나도 그 아줌마가 하준 아저씨 차에 타는 걸 봤어. 민이도 같이.”반석현은 정이와 나란히 앉아 휴대폰에 입력한 문구를 보여줬다.[안채린이 사촌 형이랑 맞선을 봤어. 민이 엄마가 되고 싶어 해.]정이는 뒤늦게 반하준이 반석현의 사촌 형이라는 걸 떠올렸다.“민이가 그런 새엄마를 좋아할지 모르겠네. 그 아줌마 이상하던데.”이미 정이의 마음속에 반하준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되었다.반하준이 민이에게 어떤 새엄마를 찾아줄지는 자신과 상관이 없었지만 까다로운 민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정이는 카트를 타던 안채린이 강나현과 닮았던 걸 떠올렸다.‘민이가 강나현 이모 같은 새엄마를 좋아할까?’게다가 정이는 안채린과 아주 짧게 만난 것만으로 이미 마음에 들지 않았다.반석현이 휴대폰 화면을 정이에게 보여주었다.[그냥 이상한 사람이야!]...마이바흐에 탄 안채린은 돌아앉아 한쪽 어깨를 좌석 뒤쪽에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반 대표님께서 저보고 차에 타라고 한 건 결혼을 염두에 두고 저와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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