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회사에서 한 자리 차지하겠다고요? 당신이 감히?”반하준의 목소리엔 전혀 조롱하는 의도가 비치지 않았지만 모든 존재를 우습게 보는 그의 태도는 타고난 것이었다.한낱 벌레를 조롱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눈에 다른 사람은 벌레처럼 눈길 한 번 줄 가치도 없는 존재들이었다.안채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언제 이런 적나라한 경멸을 겪어본 적이 있었던가.늘 미린국에서의 유학 경험을 자랑스러워했고 저널에도 실렸으며 미래의 휠 스트리트를 빛낼 스타로 떠올랐었다.하지만 반하준에게 그녀는 쓸모없는 쓰레기와 다름없어 보여 안채린의 불그스름한 얼굴이 창백하게 바뀌었다.“그럼 왜 날 차에 태운 거죠?”시선을 내린 반하준의 잘생긴 얼굴은 딱딱하고 차가웠다. 그는 멍청한 사람에게 더 설명하기 싫다는 듯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내일부터 내 생활 비서로 일하면서 매일 제시간에 부신 그룹으로 출퇴근해요.”안채린의 머릿속에 긴 이명이 터져 나왔다.누군가 그녀의 머릿속에 폭탄을 던져 그것이 요란하게 터진 듯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백지장이 되어버렸다.“생활 비서면... 매일 뭘 하면 되죠?”반하준의 차갑고도 오만한 시선이 안채린의 얼굴로 향하며 조용히 그녀의 멍청함을 적나라하게 비웃고 있었다.“뭔지 몰라도 시키면 다 하겠죠. 내일 비서실로 오면 출근해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줄 거예요.”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던 안채린의 두 손이 안으로 말리며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다.“전 제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부신 그룹으로 가는 거예요. 생활 비서로 온갖 잡일을 도맡고 아무나 할 수 있는 허드렛일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반하준이 차갑게 피식거렸다.“그쪽이 무슨 인재입니까? 공개적인 차량 테스트에서 속임수나 쓰는 멍청이지.”“...”안채린은 입술을 꽉 다물었고 긴 침묵 속에서 속으로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어금니를 하도 깨물어 부서질 것 같았다.“생활 비서가 필요한 거면 날 왜 데려왔어요?”반하준의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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