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준 씨,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당신 비서가 저한테 커피 열여덟 잔이나 사 오라고 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업무 리스트에는 전부 서류 출력에 제본 작업뿐이더라고요.”안채린은 분을 참지 못하고 반하준에게 달려들어 따지듯 말했다. 남자는 냉랭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추며 되물었다.“그 정도 업무 처리 능력도 안 된다는 건가요?”안채린은 심호흡을 한 후, 억울한 듯 강조했다.“지금 저를 단순 잡무나 시키려는 거냐고요. 우 대표님께서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며 저를 미린국에서 스카우트해 왔다는 사실을 잊으신 건 아니겠죠? 양자 테크에서는 이사 자리까지 보장받았었는데 강민아 씨만 중간에 끼어들지만 않았더라면 저는 분명 양자 테크의 CEO 자리에 올랐을 거예요.”반하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당장 부신을 떠나 양자 테크로 복귀하든가, 아니면 주어진 허드렛일이나 성실히 처리하든가.”안채린은 격앙된 표정으로 반하준을 응시하며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반하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렇게 단순한 잡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부신의 청소 부서에서 사람을 더 뽑고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죠. 청소는 할 줄 알겠죠?”안채린은 거의 이를 갈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잡일이나 시키려고 날 스카우트 한 거예요?”반하준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뭘 기대한 건데요? 언제든 부신을 떠나도 상관없어요. 내가 억지로 붙잡아 둔 것도 아니고.”안채린은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부신에 첫 출근한 날,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면 서경에서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순간, 안채린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다시 물었다.“거금을 들여 날 데려와서 직원들 허드렛일을 시킨다고요? 그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신다면 기꺼이 해드리죠.”“거금?”반하준은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생활 보조 인턴 월급이 백만인데 제대로 못 하면 인사팀에 당장 해고하라고 할 겁니다.”안채린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