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육성민은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부러뜨렸다.그의 얼굴은 무섭게 어두워졌고 온몸에서는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반하준 그 개자식, 내가 그 자식 목을 베버릴 거야!”강민아는 조용히 말했다.“정이 앞에서는 욕하지 마.”정이는 순식간에 밥그릇을 비웠다. 어른들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기가 있으면 어른들이 마음 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아이는 얼른 밥을 다 먹고 의자에서 내려왔다.“천천히 먹어.”강민아가 주의를 주자 정이는 다람쥐처럼 입에 음식을 잔뜩 넣은 채 강민아 앞에서 여러 번 꼭꼭 씹고 나서야 삼켰다.강민아는 휴지로 정이의 입을 닦아주며 말했다.“오늘은 아래층 놀이터에서 놀지 말고 방에 가서 애니메이션 봐.”평소 저녁을 먹고 나면 정이는 놀이터에 가서 또래 친구들과 놀곤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강나현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올 수 없고 정이도 그녀를 무서워하진 않지만 혹시나 정이에게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싫었다.“네, 엄마.”정이는 그렇게 대답하고 슬쩍 심은호를 보았다.아이는 두 손을 교차시켜 강민아의 다리에 얹고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엄마, 은호 삼촌한테 나랑 게임 하다가 가라고 하면 안 돼요?”강민아가 싱긋 웃었다.“그래.”육성민은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무슨 게임인데?”심은호가 대답했다.“말해도 형님은 몰라요. 형님은 정이랑 게임 안 하니까.”육성민은 어두운 눈빛으로 심은호를 노려봤고 정이는 방방 뛰면서 소리쳤다.“은호 아저씨, 게임방에서 기다릴게요!”심은호는 그릇을 들고 국물을 들이켠 후 말했다.“다 지나간 일이죠.”강민아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네, 다 지나갔어요.”반하준과 강나현의 과거 이야기를 들어도 이젠 더 이상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식사 도중, 강민아는 육성민에게 말했다.“사람 시켜서 강나현 들여보내. 계속 입구에서 소란 떨면 주민들 민원 들어올 거야.”그러면서 덧붙였다.“밥 다 먹고 나서 내가 직접 만나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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