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551 - Chapter 560

568 Chapters

제551화

남자가 요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육성민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봤으니까.하지만 지금처럼 요리할 때의 행동 하나하나 흐뭇하게 살펴보지는 않았다.‘어떻게 가스 불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 이렇게 우아하지?’강민아 본인도 주방에서 간단한 샐러드를 만들곤 했지만 샐러드를 섞는 자세가 이렇듯 보기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심은호는 무엇을 해도 우아한 사람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내비게이터 역할을 할 때도 우아했고, 그녀와 키스할 때도 고상한 눈매에 눈을 뗄 수 없었다.그는 등을 곧게 펴고 있었다. 거실에 설치된 카메라가 주방 문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남자의 긴 다리와 9등신 몸매가 모두 화면에 담겼다.이어 정이가 화면에 등장해 심은호 옆으로 다가오자 심은호는 이미 만들어 둔 음식을 정이에게 건넸다.정이와 둘이 먹는 거라 음식량은 적었지만 사용한 접시는 비교적 컸다.정이가 요리를 테이블로 옮기자 심은호는 밥을 그릇에 담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강민아는 그가 무심코 카메라 쪽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챘다.그 한 번의 시선에 꼭 훔쳐보다 들킨 도둑이 된 것처럼 강민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에 찔렸다.‘심은호는 지금 누군가가 카메라로 보고 있다는 걸 모를 텐데?’게다가 집에 성인 남자가 등장했는데 카메라로 심은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것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심은호는 앉아서 정이와 함께 식사했고 두 사람의 그릇에 담긴 밥의 양은 비슷했다.정이는 젓가락을 들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심은호가 만든 음식은 갈수록 정이의 입맛에 맞았다.화면 너머 정이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강민아는 배고픔이 느껴졌다. 텅 빈 장 속이 요동치며 내는 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고 강민아는 책상 위 문 여는 버튼을 눌렀다.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주문하신 저녁 식사가 도착했습니다.”강민아는 무심코 말했다. “이렇게 빨리요?”최근 강민아는 회사에서 자주 야근했고 비서가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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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비서가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은 오빠분과 사이가 정말 좋네요. 행복하겠어요!”강민아는 비서에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문득 육성민에게 미안해졌다. 그를 방패로 쓰다니...“나랑 오빠는 줄곧 사이가 좋았어요. 오빠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도 잘 챙겨요.”비서가 감탄했다.“우와, 이렇게 좋은 오빠가 있다니 너무 부러워요. 그럼 전 대표님 식사 방해 안 할게요. 맛있게 드세요.”비서가 떠난 후에야 강민아는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그녀는 다시 도시락 그릇을 열었다. 그릇 안에 다양한 음식이 가득 차 있었는데 모두 강민아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강민아는 음식을 먹으며 앞쪽 삼각대에 휴대폰을 세워두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가정용 카메라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강민아는 식탁에 놓인 몇 가지 음식이 자신의 도시락 속 음식과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심은호와 정이는 밥을 먹는 속도가 빨랐다. 매번 식사할 때마다 강민아는 정이에게 천천히 먹으라고 당부했고 때로는 정이가 음식을 삼키기 전에 10번은 꼭 씹도록 세어주기도 했다.하지만 심은호는 강민아처럼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이를 챙길 수 없었고 정이의 밥 먹는 속도를 직접 간섭하기도 어려웠다.강민아가 고개를 들어 휴대폰 화면을 보니 정이가 심은호를 도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우리 오늘 밥을 너무 빨리 먹은 것 같아요.”주방에 들어간 심은호는 그제야 자신이 먹는 속도와 정이가 먹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정이와 함께 식사를 마쳤다는 것은 정이가 평소보다 빨리 먹었다는 의미였다.“다 아저씨가 만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정이가 애교를 부리자 심은호는 코끝에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다음에는 천천히 먹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해 줄게. 엄마가 없어도 밥은 천천히 먹어야지.”정이는 입을 내밀며 슬픈 척했지만 심은호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말하는 걸 알았다.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심은호밖에 없어서 몰래 더 빠르게 밥을 먹었던 것이었다.“하지만 아저씨가 만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천천히 먹으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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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에는 또다시 심은호의 답장이 나타났다.[명령에 따르겠습니다!]강민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귓가엔 마치 이런 말을 하는 심은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이어서 심은호가 또 하나의 메시지를 보냈다.[다음에 또 도시락 보내도 돼요?]조심스럽게 묻는 말투였다.[음식 잘하던데요.]강민아는 칭찬하며 덧붙였다.[앞으로 내 저녁은 심은호 씨한테 맡길게요.][명령에 따르겠습니다!]심은호가 또다시 같은 문자를 보냈다.[심은호 씨 혹시 역할극 좋아해요? 꼭 기사 같네요.]심은호의 답장이 튀어나왔다.[그럼 민아 씨 기사가 될게요.]강민아의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기사는 모시는 주인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 돼요.]강민아는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자신과 심은호의 대화를 살펴보며 마치 서로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강민아의 입가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끌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중에는 아마 심은호가 의도적으로 유도한 탓도 있었다.그의 유혹은 잔잔하게 흐르는 깊은 물 같아서 어느새 저도 모르게 스며들게 했다. 심은호의 마음은 강민아도 잘 알았지만 이 남자는 조금도 공격적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그저 강민아를 향해 여태껏 그녀가 한 번도 본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세상의 대문을 열어주었다.그런 심은호의 세상에 들어갈지 말지는 오로지 강민아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그랬다. 이 남자는 결코 강압적으로 그녀의 세상에 침입한 적이 없었다.지금 심은호가 강민아의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또한 그녀의 포용과 적극적인 초대에 의한 것이었다.심은호의 답장이 휴대폰 화면에 튀어나왔다.[난 오직 민아 씨 뜻대로만 움직이고 어떤 요구도 다 들어줄 거예요. 필요한 게 있다면 제일 먼저 날 떠올려줘요.]강민아의 시선이 심은호가 보낸 몇 마디 글을 훑고 또 훑었다.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강민아는 즉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몇 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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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강민아는 휴대폰을 쥔 손이 저릿저릿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쉽게 미모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심은호 씨가 올 때쯤이면 이미 필요 없겠네요.]심은호의 메시지가 곧바로 떴다.[나 회사 아래에 있어요.]강민아의 손이 흠칫 떨리며 무의식적으로 바닥까지 내려오는 통유리창을 흘끗 쳐다봤다. 물론 그녀가 있는 높이와 각도에서는 아래층에 있는 심은호를 볼 수 없었다.강민아는 경계하며 물었다.[여기 왜 왔어요?]머릿속에선 이미 심은호의 답을 예상하였다.‘너무 적극적인 남자는 쉬워 보이는데...]쉬운 남자는 아무런 정복욕이나 승부욕을 자극하지 못했다.심은호가 사진을 한 장 보냈는데 손에 든 도시락이었다.[야식 전해주러 왔어요. 이미 프런트에 부탁해서 갖다주라고 했어요.]‘엇, 그냥 이렇게 갔다고? 그냥 야식만 주고?’마치 누군가 고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심은호가 야식을 프런트에 맡기고 떠났다는 생각에 강민아의 마음속에는 겹겹이 파문이 일었다.그제야 그녀는 상대가 던진 미끼에 마음이 혹했다가 현실과 상상의 괴리감에 다소 허탈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강민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자기 손가락이 이미 통화 버튼 위에 놓여 있음을 발견했다.휴대폰 화면에 심은호와 통화가 연결되었다는 표시가 뜨자 강민아는 휴대폰을 귀에 가져갔다.“올라와서 잠깐 있다가 갈 줄 알았는데 그냥 야식 배달만 시킨 게 됐네요.”강민아는 심은호에게 고맙다고 말하면 괜히 선을 긋는 것 같아 입술을 달싹이며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할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이내 그녀의 귀에 남자의 매력적이고 듣기 좋은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나한테 상 좀 줘요.”강민아의 마음속에서 또 한 번 파문이 일었고 마치 스스로 미끼를 무는 물고기처럼 되물었다.“어떤 보상을 원해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유리문 너머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강민아는 프런트에서 야식을 가져온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바로 손을 뻗어 문 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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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강민아는 심은호가 가져온 야식을 먹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심은호가 웃으며 말했다. “육성민 씨랑 비교하면 어때요?”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은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바로 말을 바꿨다.“미안해요. 날 민아 씨 오빠와 비교하는 게 아닌데. 난 감히 그 사람과 상대가 안 되죠.”심은호 본인을 낮추는 듯한 말이었지만 남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오빠가 내 입맛을 길들인 거라 그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지금 심은호 씨가 한 음식이 내 입맛에 꽤 맞는 건 사실이에요.”심은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오늘 밤 갈 데가 없어서 그러는데 여기서 함께 있어도 괜찮죠?”강민아가 이렇게 대꾸했다.“마음대로 해요.”야식을 먹고 난 뒤 그녀는 계속해서 일을 했다. 한밤중까지 야근하던 중 강민아가 고개를 들자 심은호는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마스크가 붙어 있었고 남자는 잠든 것처럼 보였다.마스크를 붙인 채 잠들다가 마스크가 얼굴에 너무 오래 붙어 있으면 오히려 피부에 해로울 수 있었다.강민아는 다가가 심은호의 얼굴에 붙은 팩을 떼어냈다.심은호가 깨어나자 길고 풍성한 속눈썹 사이로 눈동자가 드러나는 모습이 마치 동화 속 잠든 미남이 깨어난 듯했다.강민아가 그를 놀리며 말했다. “왜 갑자기 피부 관리에 공을 들이는 건데요?”심은호가 자기 얼굴을 만졌다.“남자의 미모는 곧 여자의 자랑이죠. 외모가 내 무기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부드러운지 한번 만져볼래요?”심은호는 몸을 일으켜 앞으로 기울이더니 강아지처럼 머리를 내밀고 강민아가 쓰다듬어 주길 기다리는 듯했다.강민아는 무엇에 홀린 듯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따뜻한 손끝이 남자의 뺨에 닿자 미세한 전류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심장까지 전해지며 가슴 한가운데서 짜릿한 전율이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손등을 감싼 채 끌어당기며 여자의 손바닥이 자기 뺨에 완전히 밀착되게 했다.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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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카메라가 꺼질 리가 없잖아요.” 강민아가 무심코 말을 던지자 심은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여우처럼 가늘고 깊은 눈매로 그녀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강민아는 이상함을 느끼고 휴대폰을 꺼내 직접 개발한 회사 전용 앱에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자 회사 건물 전체에 아직 닫히지 않은 출구가 전부 폐쇄되었다.강민아는 엘리베이터의 3층 버튼을 눌렀다.보안실이 있는 3층으로 심은호가 그녀를 따라 들어가니 당직 중이던 경비원이 의아한 눈빛으로 강민아를 바라보았다.경비원은 강민아의 얼굴을 응시하며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렇게 물었다.“대표님? 아직 회사에 계셨네요.”보안실의 경비원들은 강민아를 직접 본 적이 없었지만 입사 후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일부 경영진의 얼굴은 알아볼 수 있었다.강민아가 당직 직원에게 물었다. “여러분, 혹시 이상한 점 발견하지 못했어요?”직원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요.”강민아는 모니터 화면을 훑어보다가 그중 한 명의 당직 직원에게 말했다. “잠시 비켜주시겠어요?”당직 직원이 일어나자 강민아는 바로 그의 자리에 앉아 재빨리 방금 자신이 이용한 3번 엘리베이터의 카메라 영상을 불러왔다. 화면을 빠르게 돌려봤지만 3번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타지 않았다.심은호가 그녀 뒤에 서서 입을 열었다.“이 시간에 우린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어요.”그러나 모니터 속 3번 엘리베이터에는 사람이 타는 모습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직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대표님께서 평소 사용하시는 VIP 엘리베이터는 영상 기록이 비공개로 되어 있어서 확인하시려면 직접 도출해야 합니다. 저희는 VIP 엘리베이터 카메라 영상을 확인할 권한이 없습니다.”“제가 방금 3번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카메라 영상에는 제가 타는 모습이 전혀 찍히지 않았네요.”당직 직원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요!”상대가 말을 뱉는 순간 강민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이미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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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카펫 식 수색을 할까요?” 심은호가 강민아에게 묻는 동안 그녀는 한 손으로 마우스를 조작하며 더 이른 시간대의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쥐 한 마리 상대하느라 큰 소동을 벌일 필요는 없어요. 세 층의 감시 카메라를 해킹할 수 있다면 뒤에 한 팀이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옆에 서 있던 두 명의 당직 직원들은 아직도 어리둥절했다.“대표님,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그들은 강민아와 심은호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다. 회사에서 감시 카메라를 전문으로 보는 직책이었기에 당연히 어느 정도 프로그램 코드를 알고 있었다.그들 스스로 명문대 컴퓨터학과 졸업생이 양자 테크에서 감시 카메라나 들여다보는 건 재능을 썩히는 일이라고 여기며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그들은 자신의 출셋길이 막힌 것에 대해 한탄하고 있었다. 명문대 졸업생인 인재가 월급 400만원을 받으며 보안실에 갇혀 감시 카메라나 보고 있다고.그런데 조금 전 강민아의 컴퓨터 조작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고 강민아가 엘리베이터 감시 카메라가 교체된 걸 발견하기 전까지 무슨 작업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비록 강민아가 많은 우수한 학자들을 제치고 유명한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지만 양자 테크에 들어와 대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강승 테크라는 든든한 배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서경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로 부를 쌓은 부신 그룹 대표의 전처였다.그녀에게 그런 집안 배경과 인맥이 없었다면 과연 단번에 양자 테크의 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을까. 게다가 아무런 배경도 없이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안채린을 쫓아냈다.그런데도 두 명의 당직 직원들은 자신들이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예감했고 한 번이라도 실수를 저지르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대표님,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한 보안 직원이 말하자 이내 심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어느 지역 경찰이 양자 테크의 감시 카메라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해킹당한 사건을 해결해요?”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고 별다른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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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강민아는 심은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 유혹적인 모습이 마치 밤에 피어난 향기로운 장미처럼 생생하게 상대의 눈동자에 선명한 색채를 남겼다.“미안해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이건 양자 테크 내부 문제라 내 사람을 불러서 해결하는 게 익숙해요.”심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민아 씨 말이 맞아요. 어쨌든 나는 아직 그쪽 사람이 아니니까요.”옆에서 대기하던 두 명의 직원은 얼굴을 가슴에 깊숙이 파묻고 싶어질 지경이었다.심은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뭔가 엄청난 정보를 들은 것 같았다.‘서경에서 내로라하는 심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직 우리 대표님 사람이 아니었어?’두 직원은 입사한 이래로 보안실에서 영상만 들여다봤지만 자기 회사 대표님 스캔들에 대해선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강민아는 심은호를 흘겨보았다.누가 누구의 사람이라는 말은 듣는 사람이 괜한 생각을 하게 했다.두 직원은 강민아가 자신의 노트북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노트북에 USB를 꽂는 모습을 보았다.USB에 양자 테크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걸 봐선 권한 잠금장치인 것 같았다.양자 테크의 대표인 강민아는 사내 네트워크에서 당연히 최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강민아가 내부 네트워크 데이터를 조사하는 동안 심은호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오늘 본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2초 뒤에야 두 직원은 뒤늦게 심은호가 자신들에게 한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들은 즉시 대답했다.“네.”아직은 이 일자리를 지키고 싶었으니까.“도련님,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의 허락 없이는 오늘 밤 일에 대해 밖에서 한 마디도 떠들지 않을게요.”게다가 자신들의 부주의로 벌어진 큰 소동이 외부에 알려지면 회사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컴퓨터 화면의 차가운 빛이 강민아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쳤다.줄줄이 이어지는 영어 문자열이 화면에 나타나며 위로 올라갔다.두 명의 직원은 강민아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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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분석 방향은 맞았어요.”심은호가 말했다.“그 말은 완전히 맞춘 건 아니라는 뜻이네요.”“방금 내부 네트워크 데이터를 분석해 봤는데 회사 내부 데이터가 매일 우영 그룹 본사로 흘러가고 있었어요. 우경아는 계속 양자 테크 데이터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다른 쪽에는 우경아만큼 높은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 개미가 집을 옮기듯 양자 테크 데이터를 조금씩 회사 밖으로 빼내야만 했겠죠.”차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네온 불빛이 밖에서 비춰들어 와 심은호의 얼굴을 안개처럼 뒤덮으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했다.앞쪽에 빨간불이 켜지자 차가 멈춰 섰고 심은호는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 있는 강민아를 바라보았다.강민아의 옆모습에서 걱정스러운 기분은커녕 피로한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심은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들뜬 것 같네요.”“이래야 재밌잖아요. 안 그래요?” 강민아가 되물었다.“장기간 데이터 연구만 하는 건 지루한 일이에요. 나도 우경아가 난이도를 올릴 줄은 알았지만 다른 사람까지 끼어들 줄은 몰랐어요.”“앞으로 가만히 있을 생각이에요?”강민아는 조수석 등받이에 기대어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물론 뭔가를 해야죠. 게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내일부터 양자 테크의 모든 데이터는 그쪽 회사 클라우드 저장소에 백업될 거예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이미 합의한 거고 그건 우경아도 알고 있어요. 내가 새로운 클라우드 저장소를 열면 데이터가 두 군데에 백업되는 셈이죠. 그리고 우영 그룹에 넘기는 데이터는 약간의 수정을 거칠 거예요.”이 말을 듣고 심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민아 씨가 뭘 하려는지 알겠어요. 그 사람들이 얌전히 굴면 함께 협력하겠지만 수작이라도 부리면 그들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겠네요.”이어 심은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부신 그룹까지 없애버릴 생각은 안 해봤어요?”“부신 그룹을 겨냥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반하준이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안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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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심은호는 다소 굳은 자세를 유지한 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전 그 움직임은 마치 잠결에 무의식적인 행동인 듯 품속의 상대가 다시금 고르고 안정적인 숨을 쉬기 시작할 때까지 말이다. 심은호는 뒤늦게 천천히 허리를 편 다음 발로 살며시 차 문을 닫은 뒤 강민아를 안은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정말 가벼웠다.심은호는 속으로 감탄했다. 품에 안긴 여인은 마치 낙엽 한 장 같아서 자신이 팔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남자의 몸속에서 뜨거운 피가 끓어올랐다. 그는 가장 원초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너무 가벼워 늘 80kg 무게를 치는 남자에게는 한 손으로 강민아를 안아 올리는 것도 거뜬할 정도였다.그런데 심은호의 얼굴에는 땀이 맺혔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면 그 안의 빛에 강민아가 잠에서 깰 것 같았다.심은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강민아는 웅크린 아기처럼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남자의 호흡이 가빠졌다. 품 안에서 고요히 잠든 얼굴에는 평소 날카롭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무방비한 부드러움만이 남아 있었다. 심은호의 목젖이 살짝 움직이며 강민아를 안은 팔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면서 곤히 잠든 강민아의 꿈을 방해할까 봐 발걸음은 오히려 더 가볍고 안정적으로 옮겼다.엘리베이터는 소리 없이 올라갔다.도착한 뒤 심은호는 강민아를 안은 채 엘리베이터를 나와 그녀의 아파트 문 앞에 섰다. 잠시 멈칫하던 그가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불렀다.“민아 씨? 집에 도착했어요.”강민아는 웅얼거리며 나지막이 대답할 뿐 깨어날 기미도 없이 오히려 심은호의 품속으로 얼굴을 더 깊이 파묻었다.심은호의 눈가에 못 말린다는 듯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한 손을 빼내어 자연스럽게 현관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도어락이 자동으로 열리자 심은호는 한 손으로 문을 열고 강민아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심은호는 불을 켜지 않고 창밖으로 스며드는 도시의 빛을 빌려 익숙하게 거실을 지나 침실로 곧장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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