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요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육성민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봤으니까.하지만 지금처럼 요리할 때의 행동 하나하나 흐뭇하게 살펴보지는 않았다.‘어떻게 가스 불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 이렇게 우아하지?’강민아 본인도 주방에서 간단한 샐러드를 만들곤 했지만 샐러드를 섞는 자세가 이렇듯 보기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심은호는 무엇을 해도 우아한 사람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내비게이터 역할을 할 때도 우아했고, 그녀와 키스할 때도 고상한 눈매에 눈을 뗄 수 없었다.그는 등을 곧게 펴고 있었다. 거실에 설치된 카메라가 주방 문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남자의 긴 다리와 9등신 몸매가 모두 화면에 담겼다.이어 정이가 화면에 등장해 심은호 옆으로 다가오자 심은호는 이미 만들어 둔 음식을 정이에게 건넸다.정이와 둘이 먹는 거라 음식량은 적었지만 사용한 접시는 비교적 컸다.정이가 요리를 테이블로 옮기자 심은호는 밥을 그릇에 담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강민아는 그가 무심코 카메라 쪽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챘다.그 한 번의 시선에 꼭 훔쳐보다 들킨 도둑이 된 것처럼 강민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에 찔렸다.‘심은호는 지금 누군가가 카메라로 보고 있다는 걸 모를 텐데?’게다가 집에 성인 남자가 등장했는데 카메라로 심은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것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심은호는 앉아서 정이와 함께 식사했고 두 사람의 그릇에 담긴 밥의 양은 비슷했다.정이는 젓가락을 들어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심은호가 만든 음식은 갈수록 정이의 입맛에 맞았다.화면 너머 정이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강민아는 배고픔이 느껴졌다. 텅 빈 장 속이 요동치며 내는 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고 강민아는 책상 위 문 여는 버튼을 눌렀다.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주문하신 저녁 식사가 도착했습니다.”강민아는 무심코 말했다. “이렇게 빨리요?”최근 강민아는 회사에서 자주 야근했고 비서가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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