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아는 정이를 데리고 쑥과 다채로운 조롱박으로 장식된 유치원 활동실로 들어섰다. 찹쌀의 은은한 향기가 코를 스치던 중 창가에 서 있는 반용화를 한눈에 알아보았다.그는 오늘 연한 베이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훤칠하고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이 주변의 시끌벅적한 환경과 동떨어져 보였다. 옆에는 반석현이 조용히 서서 전자책 리더기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큰 눈망울로 주위를 경계하며 살피고 있었다.“작은할아버지, 석현아!”정이는 들뜬 새처럼 한걸음에 달려갔다.반용화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이 정이를 지나쳐 강민아에게 향했다. 차가운 눈동자에는 이제 막 녹기 시작한 눈처럼 희미한 온기가 스쳤다.“민아야.”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전화로 들었을 때보다 훨씬 따뜻했다.“선생님, 석현아, 일찍 왔네요.”강민아는 웃으며 다가가 자연스럽게 쪼그려 앉아서 반석현과 눈높이를 맞추었다.“석현아, 오늘 같이 찹쌀떡 만드는 거 어때?”반석현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강민아를 보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전자책 리더기 화면을 빠르게 넘긴 후 기기를 들어 보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정이가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정갈한 글씨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차분함이 느껴졌다.“그래, 내가 가르쳐 줄게!”정이가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활동이 시작되자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테이블 앞에 둘러앉았다.반용화는 무심한 얼굴로 눈앞에 담가둔 찹쌀, 깨끗이 씻은 도구들과 여러 가지 속 재료를 살펴보더니 남몰래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치 복잡한 실험 과정을 검토하는 표정 같았다.강민아는 반석현과 정이에게 능숙한 시범을 보였다. 손가락이 민첩하게 움직이더니 금세 찹쌀떡 모양이 잡혔다.“우선 납작한 반죽 위에 앙금을 넣고 가장자리부터 모으면서 동그랗게 모양을 다듬은 다음...”반용화도 강민아를 따라 반죽을 가져갔다. 실험할 때면 한 치 오차도 용납하지 않던 그 손으로 말랑한 반죽을 만지고 있자니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반죽은 그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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