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Chapter 71 - Chapter 80

508 Chapters

제71화

강민아는 딸에게 물었다.“정아, 계속 승덕 학교에 다니고 싶어?”정이는 사람들 틈에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민설윤과 반연주를 돌아보았다.이미 학교 안으로 들어갔는데 교문 앞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교장도 연행되고 감찰 위원회에서 학교를 수색하며 적지 않은 선생님들까지 불려 가 심문을 받았다.특히 어린이반 학생들은 수업할 생각이 사라진 채 교문 앞에 서 있었다. 비록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만 다들 목을 빼고 구경하기 바빴다.정이가 몇몇 학부모들을 향해 말했다.“저랑 엄마한테 정중하게 사과하세요. 그러면 저도 승덕 학교로 돌아올게요.”비록 다섯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름이 강윤정으로 바뀐 뒤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 학부모들까지 무례하게 군다는 걸 알 수 있었다.몇몇 학부모들이 교장과 결탁해 그녀를 학교에서 쫓아내려고 했을 때 무척 속상했다.분명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강윤정이 된 게 이들에겐 경멸하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됐을까.“우정아.” 학부모들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내 이름은 강윤정이에요.”몇몇 부모들은 말문이 막혀 고개를 들고 강민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온전히 딸을 응원하듯 정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한 학부모가 참지 못하고 설교를 늘어놓으려는 찰나 다른 사람들이 말렸다.그들은 싱긋 웃는 얼굴로 허리를 굽혔다.“강윤정 학생, 우정 어머니, 우리가 말실수했네요. 정말 미안해요.”“우정 친구가 계속 승덕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어요. 우리 딸과 친하게 지내던데 이대로 헤어지길 원하지는 않겠죠?”정이는 승덕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 강민아에게 물었다.“엄마, 정말로 자기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는 건 어떻게 알아요?”강민아는 잠시 생각했다.“제 기억으로는 몇몇 사모님께서 개인 SNS 계정을 갖고 계시던데요. 우리 딸이 더 이상 승덕 학교 교내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해 여러분이 SNS에 우정이를 괴롭혔다는 내용과 함께 사과문을 올려주세요.”한 학부모가 곧바로 얼굴을 찡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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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정이는 한 손에는 반연주를, 다른 한 손에는 민설윤을 들었다. 절친한 두 친구를 끌어안고 아이가 빙글빙글 돌자 이 장면을 본 반진경이 빽빽 소리를 질렀다.“반우정, 뭐 하는 거야! 내 딸 당장 내려놔!”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세 소녀의 행복한 웃음소리였다.강민아는 정이가 민설윤과 반연주를 그대로 공처럼 던져버릴까 걱정되어 살며시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학교 가자.”정이는 민설윤과 반연주를 내려주었다. 두 친구의 얼굴에는 땀이 맺혔지만 정이는 숨을 헐떡이지도,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은 채 동그란 눈동자로 강민아의 손에 들린 서류를 바라보았다.“내 생활기록부는 이미 가져왔는데 다시 가져가도 돼요?”강민아가 말했다.“네 이름 바꿨잖아. 엄마가 이번에 생활기록부 수정하는 것 신청하려고 학교로 온 거야.”강민아는 쪼그리고 앉아 딸에게 진지하게 말했다.“정아, 네가 승덕 학교에 있는 친구들 떠나기 싫어하니까 엄마는 네 결정을 응원할게. 다른 학부모들은 이제 가만히 있겠지만 민이랑 같은 반이라...”“엄마, 전 절대 물러서지 않아요!” 정이의 눈빛이 진지하게 반짝였다.“민이한테 난 절대 쉽게 괴롭히지도 무시할 수도 없는 강우정이라는 걸 보여줄 거예요!”강민아가 봄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좋아.”딸이 선택한 길이니 정이가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유를 줄 거다.정이는 왼손에는 반연주, 오른손에는 민설윤의 손을 잡은 채 통통 뛰며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강민아가 뒤돌아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민이가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린 민이는 곧바로 고개를 홱 돌렸다.“쳇!”역시 엄마는 그와 화해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원하지 않는걸.“현이 형, 안녕!”민이는 강나현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안녕. 민아, 학교 끝나고 아빠랑 같이 데리러 올게.”민이는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현이 형이 최고다. 아빠를 설득해 유치원에 데리러 오는 거야말로 제일 대단한 사람이다.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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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그의 목소리는 금방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정말이에요? 어디 봐요.”“프린스턴, 스턴퍼드, 캘리 공대 학생들 전부 이 전업주부 밑에 있어요.”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헉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반하준의 비서 역시 직원들의 대화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단지 그들보다 침착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그는 반하준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ALI 수학 경시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참가자 정보를 잘못 입력한 게 틀림없어요. 지난 몇 년간 ALI 수학 경시대회 금상을 수상한 참가자들은 전부 해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최고 엘리트들이거나 국내 명문 대학의 학자들이었어요. 그런데 전업주부가 어떻게 수학 경시대회에서 그것도 1등을 하겠어요. 정말 그렇다면 ALI 그룹 명성도 망가질 텐데요.”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직원이 휴대폰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예선 1등 참가자는... 강민아, 나이 27세, 고연대학교 학사, 졸업 후 7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내...”ALI 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확인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정보였다.전국적으로 많은 기대를 받는 이 수학 경시대회는 참가자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최고의 교육 기관으로 진학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그렇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대기업과 명문 대학에서 먼저 연락할 수 있도록 자기 이력서를 공개한다.상위 100명의 참가자 중 학사는 강민아 한 명뿐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매년 수많은 상을 받거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해외 유학생들인데 강민아의 이력서만 텅 빈 공백과 함께 ‘전업주부'라는 네 단어로 7년간의 삶을 요약했다.비서의 머릿속이 윙윙거렸다.“이름이 뭐라고요?”“강민아요. 엄 비서님 보세요.”직원이 엄규민에게 휴대폰을 건네자 엄규민은 눈을 크게 뜨며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러고는 허허 실없는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 세상에 이런 재밌는 우연도 있네요.”엄규민은 불안한 마음으로 반하준을 바라보았다.반하준은 강민아가 고연대학교를 졸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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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만약 선배가 박사 학위까지 따고 쭉 과학 연구의 길을 걸었다면 지금쯤 저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됐을 거예요.”“사랑에 눈이 멀어도 정도가 있지!”“이력서에 7년 동안 헛짓거리를 했다고 써야 했네요.”“신이 절대적으로 뛰어난 두뇌를 주었는데 그걸 남편을 챙기는 데 쓰다니.”“근데 고 팀장님 선배는 왜 또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했대요?”고성호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저 한탄만 했다.“언젠가 제가 선배랑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가 밖으로 나왔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강민아가 갑자기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했다는 건 분명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에요.”“남편의 응원을 받고 대회에 참가한 걸 수도 있잖아요?”“남편이 응원했으면 애초에 학사 학위만 땄겠어요?”“어휴, 이래서 남자한테 기대면 안 된다니까. 공부도 못하고 사랑도 못 받는데 결국엔 스스로 자기 인생 살아가야죠.”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나서며 중얼거렸다.“엘리베이터 안이 너무 추워요.”그곳에는 반하준과 엄규민만 남았고, 엄규민은 내내 반하준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ALI 수학 경시대회 예선에서 1등을 한 사람은 분명 대표 사모님이 맞다. ‘저 사람들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아무 말이나 뱉네!’반하준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한참 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던 부신 그룹 주주들은 반하준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축하드립니다. 사모님께서 ALI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네요.”“대표님, 사모님께서 언론을 들썩이게 했어요. 온갖 기자들이 인터뷰하러 찾아갔다고 들었어요.”“하준아, 곁에 네 사람들을 둬야지. 지금 당장 네 아내를 회사로 들여. 수학에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네. 당장 기술팀으로 보내. IBM 대표도 이 소식을 듣더니 우리 부신 그룹에 대한 신뢰가 한층 두터워졌대. 기술팀에 6천억 더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하더라.”반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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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기자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회의실은 적막감이 감돌았다.강민아는 이어지는 인터뷰 내내 부신 그룹과 반하준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대형 스크린에서 IBM 대표가 우리말 사전을 꺼내더니 원하는 단어를 찾아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언급, 어떤 문제에 대하여 말함... 가치,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언급할 가치가 없다... 아하!”그가 놀라운 듯 말했다.“하준 씨, 그쪽 아내에게 당신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네요.”그는 두 손을 벌리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회의실에 서 있는 반하준을 바라보았다.“그쪽 아내가 당신을 전남편이라고 부르는데, 수학 경시대회 1등을 한 부인과 이혼을 했나요?”회의실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뀌며 다른 주주들은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대표님, 사모님과 이혼하셨어요?”“기자 앞에서 전남편이라고 하던데 정말 이혼하셨어요?”“그냥 싸웠다더니 정말 이혼하셨어요? 그럼 부신 그룹에 영입할 수는 있는 건가요?”반하준이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말하려는데 엄규민이 황급히 휴대폰을 반하준에게 건넸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인스타에 공식적으로 이혼을 발표했어요.”반하준은 엄규민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휴대폰 속 강민아의 인스타를 응시했다.순식간에 남자의 턱이 굳게 다물어지며 두 눈엔 점점 더 매서운 기운이 감돌았다.휴대폰을 꺼낸 순간 문득 자신의 계정으로는 강민아의 게시물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강민아는 진작 그를 차단했고 그 시각 반하준의 계정은 읽지 않은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대부분은 아내가 전국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축하하는 메시지였는데 강민아의 게시물을 본 일부 사람들은 정말 이혼한 게 맞냐고 묻고 있었다.반하준은 보이지 않는 힘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했다.강민아의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을 클릭하니 이혼합의서를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경사 났네.]그 네 글자가 마치 수백만 개의 바늘이 되어 반하준의 눈을 마구 찌르고 모세혈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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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강민아의 양아버지가 은혜를 이용해 하준이를 협박하니까 어쩔 수 없이 결혼했죠. 이제 됐어요. 하준이가 드디어 그 촌스러운 시골 여자를 쫓아냈잖아요.”말하며 연진숙은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환한 미소로 표정을 싹 바꾸었다.“다들 눈 똑바로 뜨고 서경에서 수준 맞는 재벌가 아가씨 좀 찾아봐요. 내가 하준이에게 맞선 주선할 테니까. 우리 귀한 손자가 크면서 엄마 사랑을 못 받아서야 되겠어요?”사모님들은 하나같이 들떠서 연진숙에게 어떤 며느리를 원하는지 물었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외쳤다.“어머, 강민아가 기자와 인터뷰했네요. 대단해요. ALI 수학 경시대회 예선에서 1등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대요.”강민아의 이름이 들리자 연진숙은 바로 입을 삐죽거렸다.다른 재벌가 사모님들도 큰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ALI 수학 경시대회는 엄청 권위 있는 대회잖아요. 결승에서 상위 20위 안에 들면 대기업, 전문 기관, 명문 대학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일 텐데.”“제 기억엔 고작 학사 학위만 따낸 강민아가 어떻게 수학 경시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죠?”“혹시 조직위원회에서 강민아가 반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걸 알고 체면을 생각해 1등을 준 게 아닐까요?”“그건 아닐 거예요. ALI 수학 경시대회 조직위원회는 모두 명문대 출신의 고능한 학자들이에요. 게다가 강민아는 인터뷰에서 이혼했다고 했으니 반씨 가문 사모님의 덕을 절대 볼 수가 없어요.”연진숙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ALI 그룹과 부신 그룹이 협업하고 있어요. 내가 하준이한테 ALI 그룹 측에 연락하라고 할게요. 부신 그룹 때문에 그 여자애를 봐줄 필요는 없다고.”말하며 그녀는 웃었다.“조직위원회가 부신 그룹 때문에 예선 1위에 올려줬는데 주제도 모르고 인터뷰까지 하네요. 본인이 어떤 수준인지 정말 모르는 건가. 기자들 앞에서 반씨 가문과 선 긋는 건 오히려 잘된 일이에요. 결승에서 한 방 먹어봐야 정신 차리지. 허, 기자들이 주목하는 만큼 큰 창피를 당할 거예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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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눈을 뜬 반하준이 휴대폰을 집어 들자 강나현이 만든 ‘서경팸' 단톡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십 개 쌓여 있었다.평소에도 강나현은 단톡방에서 서경 재벌 2세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지만 반하준은 지금 그들이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게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서경팸’ 단톡방을 클릭하자 누군가 ALI 수학 경시대회 예선전 명단을 보내며 특별히 강나현을 언급했다.[대회 1등이 네 언니인데?][나현, 네 언니가 그렇게 똑똑해? 그런 얘기 한 적 없었잖아.]지켜보던 누군가가 겁도 없이 단톡방에서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이혼하자마자 전국 최대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네. 전남편 반하준 씨는 소감이 어때?]이때 강나현이 튀어나와 반하준을 태그하며 말했다.[7일에 민아 언니가 심은호랑 같이 나타났던 거 기억나? 그날이 경시대회 예선 당일이었어.]강나현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그날 민아 언니 시그니엘 떠나지 않았어? 그날 인터넷도 다 끊었다며 대체 어디서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한 거야?]반하준이 답했다.[심씨 가문에 가서 하루 동안 그곳에 머물렀어.]강나현은 충격받은 듯한 이모티콘을 보냈다.[심씨 가문에서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했다고? 심씨 가문 심한기 교수가 서경대 수학과 교수잖아. 그렇다면 설마...]강나현의 말에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설마 강민아가 대회에 참가할 때 심 교수가 옆에서 도와준 거야?]강나현이 대꾸했다.[누가 알겠어. 내가 알기론 ALI 수학 경시대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대회 규칙상 온라인에서 자료를 찾을 순 있지만 문제를 유출해선 안 되고 그 누구와도 문제에 관해 토론해서는 안 돼. 하지만 온라인은 빠져나갈 구멍이 충분하잖아.]서경팸 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그게 맞을 거야. 7년 동안 주부로 살았는데 어떻게 수학 지식을 아직도 기억할 수 있어. 심씨 가문에서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했다면 심한기가 부정행위를 도왔을 확률이 높지.]강나현이 단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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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반하준의 표정이 확 굳어지며 깊고 어두운 눈동자엔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7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온 여자가 수학 경시대회 1등을 했다는 소식에 온 인터넷이 열광하는 동안 의심의 목소리도 곪아가고 있었다.강민아의 이름은 하루 종일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뉴스 인터뷰로 그녀에 대한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저녁에 한 인터넷 블로거가 강민아의 스승이 서경대 수학과 학장인 심한기 교수라는 소식을 전했다.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 블로거는 수학 경시대회 예선전 당일 강민아가 심한기 학장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문제를 풀었다는 내부 정보를 입수했다.이 블로거는 강민아가 심한기에게 문제를 유출한 후 심한기가 화이트보드로 문제를 풀고 답을 직접 적어 강민아가 그대로 답을 베낀 것으로 의심했다.이 때문에 강민아가 예선에서 단숨에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거다.[7년 차 주부가 ALI 수학 경시대회에서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유명 블로거가 문제를 제기하자 인터넷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일부 네티즌들은 대회 당일 강민아가 심씨 가문 근처에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했고, 서경대 학생들도 강민아가 과거 심한기가 가장 아끼는 학생이었다는 사실과 강민아를 서경대에 영입하기 위해 심한기가 고연대의 한 교수와 얼굴을 붉힐 정도로 다퉜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폭로했다.곧이어 서경대 교내 게시판에 한 수학과 학생도 글을 올려 토론에 열기를 더했다.[강민아는 자주 심씨 가문에 가서 우리랑 같이 문제를 풀었고 ALI 대회를 준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됐어. 심한기 교수도 특별히 신경 써줬는데 과거 강민아가 교수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결혼한다며 자퇴했어도 심씨 가문에 와서 수업 듣는 걸 허락했어.]서경대 학생은 본인 말의 진실성을 증명하기 위해 심씨 가문에서 강민아의 사진을 몰래 찍은 것까지 올렸다.이제 강민아와 심한기가 밀접한 사이라는 게 사실상 맞다고 밝혀졌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익명의 계정이 그 글에 자신의 추측을 게시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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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주부는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할 자격도 없다!”예선 발표 이후 ALI 수학 경시대회 조직위원회에선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ALI 그룹이 수학 경시대회를 주최한 이래 가장 큰 신뢰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강민아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온라인 댓글이 늘어나자 대회 조직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수년간 온라인 대회에서 5대의 카메라로 여러 각도에서 참가자들을 지켜보는데 우리 심사위원을 뭐로 보고!”“오합지졸들이 한데 뭉쳐서 청원을 올리면서도 참가자 중 누구도 감히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아요. 전부 학교 이름만 적는데 자기들이 정말 학교 대표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학교가 전부 망신을 당하게 생겼어요!”“우리 심사위원이 강민아 씨 문제 푸는 과정을 세 번이나 살펴봤는데 부정행위 의혹은 없었어요. 인터넷 사람들이 우리를 건드린 건 큰 잘못이에요.”“위원장님,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가만히 있으면 우리를 가마니로 본다니까요.”가마니 취급을 받는 칠순의 노인, 하성훈 위원장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명령을 내렸다.“대중들에게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죠. 내일 모든 플랫폼에 강민아 씨 대회 참가 영상을 공개하세요. 부정행위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자신들 눈으로 똑똑히 보라고 하죠.”... 강민아는 한밤중에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강민아 씨, 인기 검색어 봤어요? 지금 예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강민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네, 봤어요.”그러자 기자가 물었다.“심한기 교수님 댁에 가서 예선 문제에 답변한 게 사실인가요?”강민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맞아요.”전화를 받고 있던 기자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기자의 이름은 지유빈, 승덕 학교 문 앞에서 강민아와 정이를 옹호했던 그 여기자였다.강민아가 그녀에게 말했다.“제가 교수님 댁에서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교수님이 제 부정행위를 도왔다는 증거는 없어요. 이 일이 교수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전 당시 문제를 풀기 위해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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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강민아는 통화버튼을 눌렀다.“심은호 씨.”그녀의 차분하고 정중한 목소리가 늦은 밤 통화하는 애매한 분위기를 날려버렸다.이어 남자의 자상한 중저음 목소리가 들렸다.“검색어 봤어요.”강민아가 서둘러 물었다.“교수님은 괜찮으세요?”“벌써 주무세요.”심한기가 인터넷 가십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을 확인한 강민아는 안도했고 심은호가 말을 이어갔다.“편히 주무시라고 제가 몰래 수면제 두 알을 넣었어요.”“...”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교수님께서 인터넷 댓글 보고 화 많이 나셨죠?”“그쪽 부정행위를 도왔다는 모함이 아니라 4년 전에 장기명과 일어났던 갈등이 다시 언급되어 화가 나서 몸을 떨더라고요. 모두가 수재인 장기명을 질투해 아버지가 일부러 짓밟았다고 생각해요.”강민아는 죄책감, 양심 때문에 서경대를 자퇴한 후 무의식적으로 서경대와 관련된 모든 뉴스에 귀를 닫았다.그래서 자퇴 후 심한기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장기명은 저도 잘 아는 사람이에요.”강민아가 입을 열었다.반진경의 남편이었던 장기명을 가족 모임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늘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중후한 외모에 수수한 옷차림을 한 그는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사람 표정을 잘 읽고 부지런히 움직여서 반씨 가문 어르신들도 트집을 잡지 못했다.강씨 가문을 둔 강민아에 비하면 장기명은 정말 무일푼이었다.외딴 변두리 도시에서 태어나 가난한 집안에서 힘들게 공부해 하성 사범대에 입학한 뒤 다시 피나는 노력으로 서경대에 들어가 박사 학위를 받고 서경대에 남아 교직에 몸담고 있었다.반진경은 그의 지혜롭고 섹시한 두뇌에 매료되었다.올해 초 반진경은 장기명이 학장이 되는 건 정해진 사실이며 서경대에서 가장 젊은 학장이 될 거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다녔다.강민아는 장기명도 수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장기명과 교수님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요?”“4년 전에 장기명이 발표한 논문 못 봤죠? 보내줄 테니까 한번 봐요.”강민아는 의아해하며 노트북을 손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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