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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Author: 복덩이
“강민아의 양아버지가 은혜를 이용해 하준이를 협박하니까 어쩔 수 없이 결혼했죠. 이제 됐어요. 하준이가 드디어 그 촌스러운 시골 여자를 쫓아냈잖아요.”

말하며 연진숙은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환한 미소로 표정을 싹 바꾸었다.

“다들 눈 똑바로 뜨고 서경에서 수준 맞는 재벌가 아가씨 좀 찾아봐요. 내가 하준이에게 맞선 주선할 테니까. 우리 귀한 손자가 크면서 엄마 사랑을 못 받아서야 되겠어요?”

사모님들은 하나같이 들떠서 연진숙에게 어떤 며느리를 원하는지 물었다.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외쳤다.

“어머, 강민아가 기자와 인터뷰했네요. 대단해요. ALI 수학 경시대회 예선에서 1등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대요.”

강민아의 이름이 들리자 연진숙은 바로 입을 삐죽거렸다.

다른 재벌가 사모님들도 큰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ALI 수학 경시대회는 엄청 권위 있는 대회잖아요. 결승에서 상위 20위 안에 들면 대기업, 전문 기관, 명문 대학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일 텐데.”

“제 기억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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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94화

    “민아 씨!”심은호는 강민아를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달려가려 했다.강민아는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한발씩 내딛는 발걸음은 묵직하고 힘차게 이어졌고 시선은 줄곧 반하준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눈빛은 차분하기 그지없어 냉담할 정도라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듯했다.반하준은 강민아의 시선에 가슴이 흠칫 떨리며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마치 재판 피고석에 선 사람처럼 강민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반하준.”강민아의 잠긴 목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난 이제 당신을 모르겠어.”불과 몇 시간 전에 만났는데 이젠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 말이 이 관계의 완전한 끝을 선포하는 듯했다.반하준은 완전히 핏기를 잃은 안색이었다.강민아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육성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거대하고 웅장한 체구가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강한 위압감을 풍겼다.남자의 시선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차갑게 훑더니 마침내 반하준에게 꽂혔다.가슴에서 체포영장을 꺼내 펼쳐 보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렷하게 선고를 내리기 시작했다.“반하준, 너를 불법 감금, 고의 상해, 직권 남용 등 여러 혐의로 법에 따라 체포한다. 체포 영장이 있으니 협조해.”반하준의 동공이 급격히 움츠러들며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육성민!”연진숙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가 반하준 앞을 막아섰다.“너희들이 뭔데 얘를 데려가? 여긴 반씨 가문이야, 내 아들은 부신 그룹 대표라고! 어떻게 감히...”“여사님.”육성민의 목소리는 강철처럼 차갑고 단단했다.“당신 아들이 법을 어겼으니 하느님이 와서 막아도 소용없습니다. 소리 지르지 마세요. 당신 이름도 영장에 적혀 있으니까.”“나를 잡아가도 내 아들은 데려갈 수 없어!”연진숙은 반하준을 단단히 감쌌다. 반하준이 경찰에 연행된다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93화

    반하준은 차갑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텅 빈 거실에서 유난히 거슬리게 울려 퍼졌고 미친 광기 속에 조롱이 묻어 있었다.“심은호!”한 글자 한 글자에 모든 분노와 굴욕을 담아 상대방에게 내던지듯 말했다.“6년 전부터 내 아내를 훔쳐봤어? 태산 그룹 대표가 되어서 이런 추잡한 짓을 했는데 이걸 사람들이 알면 심씨 가문 체면이 어떻게 될까?”반하준은 몸부림치며 심은호의 제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뒷목이 꽉 잡힌 채 굴욕적인 자세로 컴퓨터 화면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심은호는 부인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반하준을 바라보았다. 평소 미소를 머금던 여우 같은 눈동자에는 지금 이 순간 차가운 평정심과 반하준이 이해할 수 없는 당당함이 담겨 있었다.‘도대체 왜 잘난 척이지? 강민아를 6년 동안 훔쳐봐 놓고 부끄러운 것도 모르나?’“민아 씨에 대한 내 감정은 6년도 훨씬 더 됐어.”심은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선명하고 당차게, 마치 얼음 위에 못을 박듯 단단하게 뱉었다.“반하준, 잘 들어. 내가 너보다 민아 씨를 먼저 알았어.”조롱 가득하던 반하준의 표정이 굳어졌다.“넌 딱 한발 앞서 민아 씨와 결혼했지만 단 한번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심은호는 먼 곳에 있는 풍경을 바라보듯 시선이 살짝 멀어졌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반하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민아 씨가 반씨 가문에서 겪는 서러움을 나도 봤는데 넌 외면했어. 그 여자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여자가 외로움에 몸서리쳐도 넌 관심조차 주지 않았어!”반하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고 가슴은 격렬하게 오르내렸다.심은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민아 씨가 한밤중에 홀로 서재에서 일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고 네 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도 봤어. 누구보다 똑똑한 사람을 너희들은 월급 안 줘도 되는 가정부 취급했어.”심은호는 반하준을 붙잡고 있던 손을 풀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시선은 칼날 같았다.“반하준, 내가 아무리 비열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그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92화

    연진숙은 심은호의 기세에 위축되었다가 감시 카메라를 언급하는 말에 다시 허리를 꼿꼿이 펴더니 얼굴에 드리워졌던 당황한 기색은 기쁨으로 뒤바뀌었다.“반씨 가문에 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 안주인인 내가 모를 리 있어?”심은호는 차갑게 웃었다.“민아 씨 뒤에 지켜줄 사람 하나 없다는 걸 알고 반씨 가문에서 횡포를 부렸던데요.”심은호는 노트북을 꺼내어 켰다.“또 뭘 하려는 거야?”반하준이 묻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치며 상대가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반하준은 피할 틈도 없이 심은호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강력한 힘에 눌려 고개를 숙여야 했다.“무슨 짓이야!”연진숙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심은호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뜻밖에도 심은호의 왼손에 뒤로 올려묶은 머리가 잡혀버렸다.“아아악!”연진숙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를 제압하는 것은 반하준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모자 둘이 똑똑히 보라고!”심은호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반하준의 시선이 화면을 향한 순간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조롱 섞인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화면에는 선명한 카메라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지하실에서 강민아가 양손이 묶인 채 벽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었다.이윽고 화면을 빠르게 넘기자 연진숙이 먼지떨이를 휘두르며 달려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날카로운 목소리는 스피커로 재생하지 않았음에도 화면을 뚫고 들리는 듯했다.반하준의 동공이 급격히 움츠러들었다.심은호에게 제압당했을 때보다 더 깊은 굴욕감이 밀려와 그를 강타했다.“이... 이건 말도 안 돼!”연진숙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어 컴퓨터 화면을 가리려 했다.심은호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연진숙은 몇 걸음 뒤로 밀려나며 소리쳤다.“지하실에는 애초에 감시 카메라가 없어. 이건 다 네가 조작한 거야, 조작된 거라고!”“조작이요?”심은호의 목소리는 얼음이 서린 듯 차가웠다.“여사님, 제 인성을 의심해도 기술은 의심하지 마세요. 이건 고화질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91화

    “연진숙 여사님.”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거실 옆 입구에서 들리며 날카로운 칼처럼 연진숙의 독설을 단번에 끊어버렸다.연진숙이 급히 돌아서자 빛을 등진 채 문가에 서 있는 큰 그림자가 보였다.밤바람이 남자의 뒤에서 불어와 코트 자락을 휘날렸다.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평소엔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던 눈이 지금은 한겨울 깊은 연못처럼 차갑게 식은 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심은호였다.걸음을 옮겨 거실로 들어서자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밟을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 여지없는 압박감을 드러냈다.심은호는 연진숙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시선을 곧장 작은 형체에 고정했다.“정아.”입을 열어 부르는 목소리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지며 마음을 달래주는 힘이 담겨 있었다.“이리 와.”정이는 그를 본 순간 애써 고집스럽게 버티던 눈빛이 무뎌졌다.“아저씨!”아이의 외침은 마치 둥지로 돌아온 아기 새의 울음소리처럼 반하준을 뒤흔들었다.정이의 목소리에 반하준의 온몸이 반으로 쩍 갈라지는 듯했다.아이는 달려가 심은호의 다리를 붙잡고 얼굴을 파묻었다. 작은 어깨가 살짝 떨렸지만 꿋꿋이 울음을 참았다.심은호는 몸을 굽혀 아이를 들어 올렸다. 동작이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한 손으로 아이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아이의 등을 감싸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시선을 돌려 연진숙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연진숙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심은호!”울려 퍼지는 반하준의 목소리에 억눌린 분노가 묻어났다. 그의 시선이 심은호가 정이를 안고 있는 모습에 닿는 순간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애 내려놔! 여긴 우리 반씨 가문 구역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무슨 자격으로?”심은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스쳤지만 눈빛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난 사람을 구하러 왔어. 반씨 가문에서 무고한 여자를 불법 감금하고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잖아.”잠시 말을 멈춘 그는 반하준을 올곧게 응시했다.“반하준, 자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90화

    화면 속 강민아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갑자기 고개를 들어 카메라 쪽을 바라보았다.눈동자는 어두운 화면 속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는데 마치 어둠 속 두 개의 별 같았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곳만 응시했다. 차가운 렌즈를 사이에 두고 시공간을 넘어 심은호와 마주 보는 듯했다.남자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며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강민아가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걸, 그곳에 몰래 설치한 카메라를 알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 모조리 들킨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것, 여태 겉으로는 태연하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뒤에서 미친 듯이 자라난 광기까지.심은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눈빛에는 차가운 결의만이 남아 있었다.그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차 문을 연 다음 성큼성큼 반씨 가문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밤바람이 옷깃으로 스며들었지만 온몸에 밴 살기와 아픈 마음까지 날려 보내진 못했다.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항상 어둠 속에서 강민아를 몰래 지켜보며 비굴하게 선을 지키고 있었다.오늘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거실 안의 공기는 마치 굳어버린 듯 무겁게 눌려 있었다.연진숙은 소파 앞에 서서 앞에 있는 조그마한 형체를 내려다보며 분노에 얼굴마저 뒤틀려졌다.도우미가 들뜬 마음으로 달려와 정이가 돌아왔다고 알렸지만 그녀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돌아오다니!반씨 가문을 배신하고 강민아 성까지 따른 계집애에게 반씨 가문은 더 이상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너 혼자 여기 와서 뭐 하는 거야?”연진숙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오랫동안 강민아에게 쌓아둔 원한을 이 무고한 아이에게 퍼붓고 있었다.“네 엄마가 민이를 해쳤는데 어딜 감히 반씨 가문에 와? 너도 네 엄마처럼 수작 부리려는 거지?”앞에 선 정이는 작은 등을 곧게 펴고 있었지만 살짝 떨리는 속눈썹에 긴장한 기색이 드러났다.아이는 어릴 때부터 연진숙을 두려워했고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물러서지도 울지도 않은 채 입술만 굳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89화

    화면 속 강민아가 살짝 움직였다. 손목 통증을 덜기 위해 자세를 바꾸려는 듯했다.그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눈썹을 찌푸렸지만 입술을 깨물며 애써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심은호는 시선을 강민아에게 고정한 채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화면 가장자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차가운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녀를 만지려는 듯했다.이 순간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와 그를 5년 전 그날 밤으로 끌어당겼다.당시 심은호는 반씨 가문 저택에 열리는 파티에 참석했다. 술잔이 오가고 떠들썩한 가운데 자리를 벗어나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려는 순간 강민아가 혼자 정원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맑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달빛 아래 서 있는 뒷모습이 가냘프고 쓸쓸했다.그때 달빛이 그녀의 어깨에 스치는 장면이 예고 없이 심은호를 강타했다.그 여자에게 다가가 묻고 싶었다. 왜 결혼을 선택했는지, 결혼한 지금이 경기장에서 질주하던 때보다 더 행복한지.심은호가 다가서려는 순간 반하준이 나타났다.그는 그림자 속으로 숨었고 그렇게 6년을 숨어 지냈다.유부녀 강민아에 대한 감정은 억눌렀지만 마음 속 악마는 숨길 수 없었다.그래서 미친 결정을 내렸다.반씨 가문과의 협력 관계를 이용해 장비 점검하던 때를 노려 ‘보안 업그레이드'라는 명목으로 저택의 몇몇 중요한 위치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지하 창고도 포함됐다. 당시 심은호는 그곳이 사각지대라 무슨 일이 생기면 감시 보완용으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정말로 사용할 일이 생길 줄이야.만일을 대비해 그런 거라고 스스로 되뇌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감춰진 비열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강민아가 반씨 가문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그녀가 드나드는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연히 그녀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박힌 가시의 통증을 덜어내 줄 수 있었다.긴 시간 동안 심은호는 어둠 속에 숨은 유령처럼 한밤중에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강민아를 몰래 지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1화

    이어 강민아가 물었다. “그쪽과 손잡으면 전 뭘 얻을 수 있죠?”우경아는 미소를 지으며 강민아에게 태블릿을 건넸다.“여기 프로젝트가 있는데 지분을 가져가요. 강민아 씨는 기술을 투자하고 난 돈을 투자해서 수익금을 똑같이 나눠 갖는 거죠. 똑똑한 강민아 씨라면 이 프로젝트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강민아는 우경아가 건넨 프로젝트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마침 자신도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 중이었는데 기술을 알아내더라도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없어서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이었다.반면 우경아 손에 있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0화

    경악하던 반하준의 시선이 천천히 바닥에 놓인 죽으로 향했다.이 죽을 먹으려면 몸을 숙여야 하는데 그게 개와 다를 게 뭐가 있나.화가 치밀어 오른 반하준이 충혈된 두 눈으로 사나운 분노를 드러냈다.“강민아, 일부러 이러는 거지? 내가 그렇게 미워?”우리에 갇힌 성난 짐승이 차가운 철창을 들이받듯이 쇠사슬이 벽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하지만 금세 조용해진 그는 강민아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 그 미소가 꼭 밤의 정적 속에서 피어나는 하얀 꽃 같았다.“강성진한테 강나현을 강승 테크에 데려와 내 비서로 두라고 했잖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8화

    그러다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하고 정이만 데리고 나왔을 때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강민아는 손을 움직이며 육성민이 반하준에게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지켜봤다.반하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순백의 벽에 끔찍한 흔적을 남겼다.강민아는 반용화에게 물었다.“선생님, 저 어떻게 찾았어요?”“여기 스프링 가든이야. 반하준이 네 집 맞은편에 집을 샀어.”강민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집을 언제 샀는데요?”“3일 전에.”강민아는 목구멍에서 울컥 역겨움이 밀려왔다.강나현에게서 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92화

    심은호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와 맞닿은 체온에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강민아는 경직된 그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우리 여친 무사하니까 됐어요.”온전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 강민아를 보자 허공에 매달렸던 그의 심장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갔다.심은호는 이내 팔을 풀었다. 최대한 강민아가 갑작스럽고 불편해하지 않도록 포옹한 시간과 힘을 조절했다.하지만 시선이 강민아의 얼굴에 닿자 그는 도저히 눈을 떼지 못했다.심은호가 적절한 타이밍에 몸을 떼어낸 탓에 그의 온기와 특유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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