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대답했어?”남설아의 손끝이 강연찬의 따뜻한 손바닥 안에서 살짝 움직였다.“협력하려면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했지.”강연찬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날 이용해 칼을 휘두르려거든, 그 칼이 움직일 마음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할 테니까.”남설아는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따뜻한 체온과 안정적인 심장 박동을 느꼈다.“배서준이라는 사람, 목적만 있으면 수단을 가리지 않아. 조심해야 해. 괜히 배건 그룹 문제를 당신 쪽으로 떠넘길지도 몰라.”강연찬은 그녀를 더 꼭 끌어안으며 낮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설아야. 배건 그룹이 이설 그룹에 짐을 지우게 두진 않을 거야. 마틴 쪽은 유 비서가 이미 해외 라인을 통해 세탁 자금의 핵심 증거를 잡아냈어. 머지않아 누가 진짜 힘을 쥐고 있는지 알게 되겠지.”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칼 위로 코끝을 스치듯 닿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이런 더러운 일은 내가 맡을게. 넌 이설 그룹만 잘 지켜.”“응.”남설아가 짧게 대답했다. 배서준과 마틴 때문에 쌓였던 마음의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졌다.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와 함께라면, 어떤 풍파가 닥쳐와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배씨 가문의 저택.서도현은 정갈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누나 보러 왔어.”집사에게 해맑게 웃어 보였지만 눈빛은 자꾸 흔들렸다.거실에서 꽃가지를 다듬던 서유라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네가 웬일이야?”“그냥 누나 보고 싶어서 왔지.”서도현은 과일 바구니를 건네며 시선을 재빨리 저택 안쪽으로 굴렸다.“매형은? 회사 일?”“응, 회사 일이 바쁘잖아. 몰라?”서유라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아, 그럼 나 옛날에 쓰던 방 좀 보고 올게. 그대로 뒀지?”서도현은 말끝을 흐리며 익숙하게 계단을 올라갔다.“도현아, 너...”서유라가 불렀지만 이미 그는 계단 위로 올라가 버렸다.배서준의 서재는 평소 잠겨 있었지만, 서도현은 준비가 돼 있었다.주머니에서 가느다란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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