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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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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그 후 며칠 동안, 서유라와 서도현은 가짜 납치극의 세부 사항을 비밀리에 준비하기 시작했다.계획을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서유라는 배서준 앞에서 연기를 시작했다.“서준아, 요즘 괜히 불안해. 누가 계속 날 지켜보는 것 같고 설아 씨 쪽에서 또 뭔가 꾸미는 건 아닐까?”저녁 식사 후, 서유라는 배서준 품에 안겨 나직하게 말했다.그러자 배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유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왜 그래? 요즘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 거 아닐까?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무 일도 안 생길 거야.”서유라는 고개를 저으며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마음이 자꾸 불안해.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이렇게까지 겁에 질려 있는 서유라의 모습을 보자 배서준은 더 안쓰러워져 다정하게 달랬다.“걱정하지 마. 내가 별장 경비 더 강화해둘게. 누구도 너한테 손 못 대게 할 거야.”서유라는 얼굴을 붉히며 목이 살짝 멘 듯 말했다.“서준아, 나 진짜 무서워. 저 사람들이 나한테 무슨 짓 할까 봐... 난 정말...”배서준은 그녀를 더 꼭 끌어안고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네가 어떤 해도 입지 않게, 내가 꼭 곁에 있을 거야.”그 틈을 타 서유라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배서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당연하지. 한 개가 뭐야, 백 개라도 말만 해.”서유라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배서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서준아, 당분간 나 혼자 두지 말아 줄 수 있어? 나 혼자 있으면 너무 무서워. 네가 계속 옆에 있어 줬으면 해.”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졌기에 배서준은 거절할 리 없었다.“알겠어. 이번엔 어디도 안 갈게. 그냥 집에만 있을게. 회사 일은 좀 미뤄도 돼.”이 말을 듣고 서유라는 감동한 듯 그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서준아... 고마워.”배서준은 서유라의 등을 다정히 쓰다듬으며 그녀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그 품에 안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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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만에 하나란 없어!”서유라는 단호하게 서도현의 말을 끊으며 한 치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큰돈을 벌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 남설아를 완전히 없애려면 이번 위험은 감수해야 해. 우리가 제대로만 연기하면 배서준 그 멍청이는 백 퍼센트 속을 거야.”서도현은 누나의 눈에서 번뜩이는 독기를 보며 그녀가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여 한숨을 내쉰 뒤 더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누나. 다 누나 말대로 할게. 내가 뭘 하면 되는지 말만 해.”서유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도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그래야지. 이번엔 남설아를 완전히 끝장내는 거야.”며칠 뒤, 서도현은 서유라의 지시에 따라 가짜 납치 현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버려진 폐공장은 을씨년스럽고 허름했으며 곳곳에 거미줄과 먼지가 가득했다.서도현은 몇 사람을 데려와 대충 청소한 뒤, 일부러 어질러진 흔적들을 남겨두어 실제 범행 장소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또한 몇 명의 사람들을 따로 준비시켜 연기에 협조하게끔 조율해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게 완벽한 장면을 연출하려 했다.한편 서유라는 다시 연기에 돌입했다.배서준 앞에서 의도적으로 혹은 무심하게 불안과 초조한 모습을 내비치기 시작했다.“서준아, 요즘 이상하게 계속 불안해. 밤에도 잠이 잘 안 와. 자꾸 악몽을 꿔.”서유라는 배서준 품에 기대 힘없이 말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그러자 배서준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감싸 안으며 다정하게 물었다.“회사 일 때문에 너무 지친 거 아니야? 며칠은 그냥 집에서 푹 쉬자.”이에 서유라는 고개를 저었으나 눈동자 속엔 날카로운 빛이 살짝 스쳤다.“회사 때문이 아니야. 그냥... 누가 날 지켜보는 느낌이 계속 들어. 그게 너무 꺼림칙하고 기분 나빠.”배서준은 이마를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누가 널 지켜봐? 누가 그런 짓을 해?”서유라는 입술을 꼭 깨물고 말할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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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배서준은 서유라를 방 앞까지 데려다주고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푹 쉬어. 잘 자.”“잘 자, 서준아.”서유라는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투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하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이상한 기운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대로 돌아서서 아래층 서재로 내려가 업무를 처리했다.밤은 점점 깊어갔고 어둠은 짙게 내려앉았다.배서준은 모든 일을 마치고 시계를 봤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하여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그러나 침실에 도착해 보니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침대는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누군가가 잠들었던 흔적조차 없었다.순간 배서준의 가슴에는 싸한 불안함이 밀려왔다.곧장 욕실과 드레스룸까지 확인했지만 서유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서유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냉정한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배서준의 심장은 바닥까지 내려앉았다.그는 다급히 아래층으로 달려가 도우미들을 불러세우며 물었다.“유라 못 봤어요? 어디 간 거예요?”도우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유라 씨는 저녁 드신 뒤 방에 들어가셨고 그 이후엔 본 적 없습니다.”집사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대답했다.배서준은 갈수록 불안감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서도현이 허겁지겁 안으로 뛰어들었다.급박해 보이는 표정에 눈빛도 세게 떨리고 있었다.“매형!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숨을 헐떡이며 외치는 서도현에 배서준은 그의 팔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생긴 거야?”서도현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배서준에게 건넸다.“저... 저한테 방금 익명 문자 하나가 왔어요... 누나가, 누나가 납치됐다고요!”배서준은 핸드폰을 낚아채듯 받아들었고 화면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당신 여자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몸값을 준비해. 경찰에 신고하면 그땐 후회해도 늦을 거야.]문자 말미엔 낯선 은행 계좌번호도 함께 있었다.배서준의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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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닥쳐! 네 변명 따위 듣고 싶지도 않아!”배서준은 전화기 너머로 이렇게 소리치고는 남설아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의 가슴은 거칠게 들숨 날숨을 내뱉었고 몸 전체가 분노로 불타오를 듯한 기세였다.‘남설아, 끝까지 발뺌하네? 이런 식으로 죄를 피하려는 건가?’배서준은 곧바로 천기준에게 전화를 걸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지금 당장 경호팀 전원 동원해서 유라의 행방을 추적해. 그리고 남설아, 그 여자도 감시해. 지금 어딨는지, 뭘 하고 있는지 전부 보고하고 납치와 관련된 증거를 반드시 찾아.”“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전화기 너머 천기준의 목소리엔 다소 머뭇거림이 느껴졌지만 곧장 복종하는 듯했다.배서준은 전화를 끊고 어두운 얼굴로 분노를 삼켰다.‘절대 남설아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그 시각, 카페 한켠.남설아는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납치? 서유라가 납치됐다고? 배서준 저 인간, 진짜 정신 나간 거 아냐?”송우민도 의아한 표정으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배서준이 또 무슨 헛소리를 한 거야?”남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서유라가 납치됐대. 그게 우리가 한 짓이라는데 도무지 말이 안 돼.”그 순간, 강연찬이 남설아 옆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물었다.“설아야, 무슨 일이야? 배서준이 뭐라고 했어?”남설아는 조금 전 배서준과의 통화 내용을 빠짐없이 강연찬과 송우민에게 전했다.이야기를 들은 송우민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터뜨렸다.“와 젠장, 서유라가 납치됐다고? 근데 그게 우리가 한 짓이라고? 배서준 그 인간 진짜 돌았네! 서유라 딱 봐도 수상한 여잔데 아직도 믿고 있는 거 보면 멍청하기도 하지.”강연찬 역시 표정이 굳어졌고 눈빛도 날카롭게 변했다.“설아야,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닐 수도 있어. 서유라가 갑자기 납치됐고 배서준이 제일 먼저 우리를 의심했다는 건... 서유라 남매가 또 무슨 계략을 짠 걸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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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강연찬은 조용히 손을 뻗어 남설아의 손등을 눌러주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그러고는 눈빛에 걱정과 다정함을 담아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설아야, 흥분하지 마. 지금 배서준은 이성을 완전히 잃었어. 그런 사람이랑 말다툼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뒤이어 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침착하게 분석을 이어갔다.“서유라 납치 사건 말이야... 시점이 너무 절묘해. 게다가 배서준의 반응도 지나치게 빠르고 격렬했어. 너도 느껴지지 않아? 이건... 서유라가 스스로 짠 각본일 가능성이 커.”남설아는 순간 멍하니 멈춰 섰고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분노가 점점 식으며 이성적인 판단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전 배서준과의 통화를 곱씹어보니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들이 떠올랐다.배서준은 지금 서유라가 하는 말이면 무엇이든 그대로 믿고 있었다.그건 도저히 정상적인 태도가 아니었다.“연찬 오빠, 그러니까 지금 말은 서유라가 납치라는 연극을 꾸며서 시선을 돌리거나... 날 더 몰아가려는 거라는 뜻이야?”남설아의 목소리는 서늘해졌고 눈빛엔 날카로운 냉기가 번졌다.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충분히 가능해. 우리가 계속 이명수 사건을 추적해왔잖아. 서유라도 알고 있을 거야. 그 의사만 찾으면 자기 거짓말이 전부 밝혀진다는 걸. 그러니 어떻게든 우릴 막으려고 할 거야.”송우민은 책상을 탁 내리치며 화를 냈다.“그년 진짜 비열하네! 이런 치졸한 수까지 써? 안 되겠어, 가만두면 안 돼! 남설아, 지금 당장 그 의사부터 찾아야 해. 그 사람만 찾으면 서유라의 민낯을 까발릴 수 있어!”남설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민아 말이 맞아. 지금 중요한 건 막무가내인 배서준의 행동을 신경 쓸 게 아니라 우리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거야. 가장 급한 건 그 의사를 찾는 거지. 그래야 서유라의 거짓말을 드러낼 수 있어.”그녀는 송우민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인맥 총동원해서 수색 범위 넓혀. 그 의사, 아무리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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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천기준의 목소리는 머뭇거리고 있었다.“대표님, 그게... 이렇게 대대적으로 사람을 찾으면 혹시...”“혹시 뭐?!”배서준이 고함쳤다.“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왜 그렇게 말이 많아?!”천기준은 더 이상 말도 못 꺼내고 황급히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배서준은 전화를 끊었다. 핏기없는 얼굴은 어둡게 일그러졌고 당장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았다.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서유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누가 무슨 말을 해도 들릴 리 없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도현은 속으로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자신이 원한 게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배서준이 남설아를 뼛속까지 증오하게 만들어야만 서유라의 죄를 완전히 덮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매형,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 분명 무사할 거예요.”그러고는 거짓된 위로를 건넸다.“남설아 그 여자 미쳤어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조심해야 해요.”배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협박 문자를 노려볼 뿐이었다.눈빛엔 분노와 증오, 그리고 살기가 서려 있었다.‘남설아. 유라가 무사하길 기도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 손으로 반드시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테니까.’카페 안.남설아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천기준에게서 막 문자가 도착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점점 굳어지는 그녀에 표정에 주변도 긴장감이 감돌았다.“배서준이 지금, 도시 전체를 뒤져서 서유라를 찾고 있어. 그리고... 내 행적까지 조사하게 했어.”목소리가 작았지만 그 안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실려 있었다.송우민은 이내 버럭 화를 냈다.“뭐라고?! 그 미친놈이 무슨 권리로 너를 조사해?! 증거도 없이... 그냥 실종됐다고 너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 완전 막 나가는 거네!”한껏 굳어진 얼굴 표정으로 강연찬도 차분하지만 단단한 말투로 말했다.“설아야, 이번엔 서유라가 정말 작정하고 덤비는 것 같아. 가만히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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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그는 갑자기 눈앞에 있던 차 탁자를 걷어차 뒤엎었다.깨진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바닥에 흩어졌다.전화기 너머, 천기준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과 체념이 뚜렷하게 묻어 있었다.“대표님, 저희 정말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도시 전체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런데도 서유라 씨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습니다...”“쓸모없는 놈들! 전부 다 쓸모없어!”배서준이 포효했다.충혈된 두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고 이마 위의 핏줄은 꿈틀거리며 솟구쳤다.“유라 못 찾으면 다들 짐 싸서 나가!!”그는 전화를 거칠게 끊고는 핸드폰을 소파에 내던졌다.그러자 폰이 떨어지며 둔탁한 충돌음을 냈다.그 옆에서 서도현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했지만 속으론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통쾌했다.“매형, 너무 초조해하지 마세요. 누나는 워낙 복이 많은 사람이잖아요. 틀림없이 무사할 거예요.”서도현은 겉으론 위로하는 척하면서 다시 슬쩍 부추기기 시작했다.그 순간, 배서준이 돌연 몸을 홱 틀어 그를 노려봤다.살기 어린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매형, 한번 생각해보세요. 누가 누나를 그렇게 증오할 수 있겠어요? 남설아밖에 더 있나요? 그리고 그 익명 문자도요, 누가 봐도 누나를 노린 거잖아요.”확신에 찬 말투로 말하는 서도현에 배서준은 점점 더 주먹을 세게 쥐었다.머릿속엔 남설아의 차가운 얼굴이 떠올랐다.예전에 그녀가 서유라에게 했던 수많은 악행도 함께 떠오르며 그의 분노는 더 이상 억제되지 않았다.“남설아... 그래, 아주 좋다 이거야.”배서준은 분노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쉰 듯 갈라진 목소리는 듣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끝까지 가보자는 거지? 좋아. 나도 받아줄게.”그는 즉시 다른 번호를 눌러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설아, 그리고 그녀 주변 인물들까지 전부 감시해.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놓치지 말고 사소한 흔적 하나라도 전부 보고해. 증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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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그렇다면 이번 일은 치밀하게 계획된 가짜 납치극일 가능성이 커.”남설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때 송우민이 갑자기 끼어들었다.“그리고 말인데 내 인맥 중 한 명이 연락을 줬어. 외곽 폐공장 근처에서 서도현 쪽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을 목격했다는 거야.”“서도현?”남설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역시... 서도현도 이번 납치극에 한통속이었군.”“설아야, 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강연찬이 조용히 물었다.남설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입꼬리를 씩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서유라랑 그 동생이 그렇게 놀고 싶다면 우리도 끝까지 놀아줘야지.”그녀는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연찬 오빠, 오빠 쪽은 뭐 나온 거 있어?”강연찬이 고개를 끄덕였다.“화승 그룹 기술을 이용해서 익명 문자 발신지를 추적했어. 신호는 폐기된 핸드폰 유심에서 나왔더라고. 그래서 신원은 특정할 수 없어.”“역시 예상대로네.”남설아는 코웃음을 쳤다.“서유라 쪽이 애초부터 모든 걸 철저히 준비해온 거야.”“설아야, 이제 우리한텐 확실한 계획이 필요해.”강연찬은 남설아를 바라보며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자 남설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연찬 오빠, 계속해서 이명수의 행방을 추적해줘. 그 사람이야말로 서유라의 거짓말을 폭로할 열쇠야.”“난 서유라의 은신처를 따로 조사해볼게. 이번이 가짜 납치라면 그 여자도 그렇게 멀리 숨진 않았을 거야.”송우민과 강연찬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계획에 동의했다.며칠 뒤, 인터넷엔 갑자기 남설아를 향한 악의적인 뉴스가 무더기로 쏟아졌다.바로 배서준을 흔들기 위해 서도현이 일부러 유포한 내용이었다.[충격 폭로! 이설 그룹 대표 남설아, 서유라 납치 혐의로 도주 중!][남설아 납치 사건, 경찰 수배령 발부!][내부 고발자 증언! 남설아와 피해자 사이에 깊은 원한... 과거에도 수차례 충돌!]이런 뉴스들은 삽시간에 각종 포털과 매체의 메인에 오르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배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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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서유라는 조심스럽게 손목을 움직였다.거칠게 엮인 끈이 피부를 쓸어 아려왔지만 그녀의 입가엔 희미한 냉소가 스쳐 갔다.묶인 줄은 애초에 꽉 조이지도 않았다.이건 전부 그녀가 꾸민 자작극이었다.조금만 힘을 주자 손목의 밧줄은 쉽게 풀렸다.발목에 묶인 것도 형식적인 수준이라 살짝 당기자마자 헐거워졌다.서유라는 힘없는 신음소리를 몇 번 흘리더니 서서히 차가운 바닥 위로 몸을 쓰러뜨렸다.“읍...”나지막한 신음 소리와 함께 오래도록 갇혀 있던 사람처럼 지친 기색을 연기했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희미한 조명 아래 폐공장은 더없이 음침하고 을씨년스러웠다.거미줄이 구석구석에 빽빽하게 내려앉았고 공기 중엔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떠돌았다.서유라는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몇 걸음 나아갔다.그러고는 일부러 옆에 있던 녹슨 쇠통들을 발로 차 쓰러뜨렸다.“쾅! 쾅쾅!”정적 속에 울리는 철제 충돌음은 더욱 요란하게 퍼졌다.그녀는 금이 가득한 벽면 쪽으로 다가가 드레스를 거칠게 문질렀다.그러자 순백의 원피스는 여러 군데 찢어졌고 그 틈으로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서유라는 미리 준비해둔 작은 칼을 주머니에서 꺼냈다.그리고 팔에 조심스럽게 몇 줄 긋자 금세 붉은 핏방울이 맺혔다.피와 먼지가 섞이며 더욱 참혹한 인상을 주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서유라는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띠었다.“이 정도면 완벽하겠지.”그녀는 치마 속 안쪽에 숨겨뒀던 오래된 핸드폰을 꺼냈다.오직 이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따로 준비해둔 기기였다.화면이 켜지자 서유라는 빠르게 문자를 입력했다.위치 정보가 첨부된 짤막한 문장이었다.[살려줘, 공장.]메시지를 서도현에게 보낸 뒤, 서유라는 즉시 핸드폰 전원을 꺼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그러고는 다시 공장 안에서 ‘도망치기’를 시작했다.일부러 발걸음을 느리게 하고 숨을 거칠게 내쉬며 자신을 더욱 초라하고 지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서도현이 이 문자를 받는 즉시 배서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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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매형! 매형! 진정 좀 하세요!”서도현이 급히 뒤따라 나오며 다급하게 말렸다.“지금 그렇게 달려가면 너무 위험해요. 만약 이게 납치범들이 꾸민 함정이라면 어쩌려고요?”“함정?!”배서준은 걸음을 멈추더니 홱 돌아서며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서도현을 노려보고는 소리쳤다.“그딴 건 상관없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유라를 구해야 해! 그게 불구덩이라도, 난 기꺼이 뛰어들 거야!”“하지만...”서도현이 계속 말리려 하자 배서준은 거칠게 말을 끊었다.“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내 마음은 정해졌어!”그는 고함을 내지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장 밖으로 뛰쳐나갔다.서도현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슬쩍 비틀어 올렸다.그 웃음은 짐승처럼 은밀하고 사악했다.배서준의 차량 행렬은 화살처럼 어둠 속을 뚫고 질주했다.속도는 거의 날아갈 듯했고 타이어와 도로가 부딪치는 소리는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 날카로웠다.곧 차량은 위치 정보가 가리키는 폐공장 근처에 도착했다.배서준은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문을 열고 제일 먼저 뛰쳐나갔다.“유라야! 유라야!”그가 서유라의 이름을 외치며 소리쳤다.그 목소리는 한밤중의 공허한 공간에 길게 울려 퍼졌다.달빛은 희미했고 폐공장은 마치 유령이라도 나올 듯 스산했다.무너진 벽, 녹슨 철제 구조물, 여기저기 흩어진 쓰레기들이 음침한 분위기를 더했다.배서준은 경호팀과 함께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서유라가 있을 만한 곳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유라야! 어디 있어?!”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초조함과 걱정이 온몸을 뒤덮었다.그때, 멀지 않은 어두운 구석에서 약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 몸을 멈칫하더니 배서준은 곧장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어슴푸레한 달빛 아래, 그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서유라는 너덜너덜한 옷차림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팔에는 핏자국까지 선명했다.처참하고도 연약해 보였다.“유라야!”배서준의 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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