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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쓰레기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582 챕터

제481화

서유라는 배서준의 품에 꼭 안겨 눈물을 뚝뚝 흘렸다.끊어진 구슬처럼 멈추지 않는 눈물 속에서 서유라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몸을 떨며 흐느꼈다.“서준아... 나 너무 무서웠어. 다시는 널 못 볼 줄 알았어...”배서준은 서유라가 느낀 공포와 무력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걸 느끼며 그녀 팔에 선명하게 남은 상처 자국을 보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올랐다.“무서워하지 마, 유라야. 이제 괜찮아. 내가 왔어. 다시는 아무도 널 다치게 하지 못하게 할 거야.”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는 조심스럽게 서유라의 얼굴을 감싸 쥐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엄지로 닦아냈다.“말해봐. 그 사람들이 너한테 뭘 했어?”떨리는 목소리는 듣기 싫은 대답을 듣게 될까 긴장해 하는 것 같았다.서유라는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배서준을 올려다보고는 훌쩍거리며 고개를 저었다.“나... 나를 여기 묶어두고 먹을 것도 안 주고 물도 안 주고... 게다가 때렸어. 서준아, 진짜 너무 무서웠어. 죽는 줄 알았어.”말을 마친 서유라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는 너무도 처절해 듣는 이의 가슴을 찢는 듯했다.심장이 칼에 베인 듯 아파와 그는 서유라를 더욱 강하게 껴안았다. 마치 뼈와 살 속에 그녀를 품어 지켜주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이제 울지 마, 유라야. 다 끝났어. 괜찮아졌어.”그는 계속해서 서유라를 다독이며 안심시켰다.그러다 서유라의 손목과 발목으로 시선이 내려갔다. 밧줄 자국이 깊게 패여 있었으며 살이 벗겨진 곳에서는 피까지 배어 나오고 있었다.순간 배서준의 분노는 다시금 활활 타올랐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고 무서울 만큼 강렬했다.그는 문득 통화 속에서 들렸던 남설아의 차가운 말투와 조롱을 떠올렸다. 그러자 억눌렀던 증오가 화산처럼 폭발하고 말았다.‘유라를 납치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잔혹하게 학대하다니!’배서준의 눈이 벌겋게 충혈됐고 관자놀이가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으며 꽉 쥔 주먹에서는 뼈마디가 울릴 정도의 소리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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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자. 의사들이 널 잘 돌봐줄 거야.”배서준은 다정하게 속삭였다. 다친 새끼 고양이를 달래듯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그는 서유라를 안고 폐공장을 빠르게 걸어 나와 조심스럽게 그녀를 차량 뒷좌석에 눕혔다.서도현은 황급히 문을 열어 도와주며 여전히 잊지 않고 배서준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꼭 제대로 조사하셔야 해요. 배후에 있는 진짜 범인,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하지만 배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한 번 쳐다봤을 뿐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무겁게 끄덕였다.그는 곧장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고 차량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폐공장을 벗어나 빠르게 달려나갔다.운전 중에도 배서준은 룸미러로 뒷좌석의 서유라를 자주 살폈고 그 눈빛엔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한편, 남설아의 아파트.컴퓨터 모니터에는 감시 카메라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남설아와 강연찬은 나란히 선 채 집중해서 화면을 분석하고 있었다.“봐, 연찬 오빠. 서유라가 저 별장을 떠난 시간이 밤 8시. 그리고 감시 카메라가 끊긴 시점은 8시 5분.”남설아는 화면 속 시간을 가리키며 차분하게 설명했고 강연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예리한 눈으로 모니터를 주시했다.“폐공장의 위치 정보가 들어온 시각이 밤 10시였지. 그럼 서유라가 탈출하고 구조 요청 메시지를 보낸 건 10시쯤이 맞을 거야.”곁에 있던 송우민은 혀를 차며 감탄했다.“이 서유라란 사람, 연기력 대단한데? 그렇게 오랫동안 납치당한 척하면서도 시간 계산은 정확하게 하고 완벽하게 탈출까지 해내다니. 저 연기력으로 오스카 안 가는 게 아까울 정도야.”그러자 남설아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야 배서준이 완전히 속지. 자기가 정말 납치당했고 끔찍하게 고통받았다고 믿게 하려면 말이야.”“하지만...”강연찬은 화면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결정적인 실수가 하나 있지. 여기 봐. 감시 카메라가 끊기기 직전에 검은 그림자가 스치듯 지나가.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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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병원, VIP 병실.서유라는 새하얀 병상 위에 조심스럽게 눕혀졌고 몸에는 포근한 이불이 덮여 있었다.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고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으며 손등에는 링거가 꽂혀 있어 보기만 해도 몹시 쇠약해 보였다.배서준은 침대 옆에 서서 단 한 순간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 깊은 눈동자엔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때, 금테 안경을 쓴 중년의 의사가 손에 든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배 대표님, 서유라 씨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그 말에 배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말씀이십니까, 의사 선생님. 유라가 지금 얼마나 안 좋은 건데요?”의사는 심각한 얼굴로 안경을 고쳐 쓰며 설명을 이었다.“신체 여기저기에 외상이 있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누가 봐도 학대를 당한 흔적입니다.”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그보다 더 우려되는 건 정신 상태입니다. 극심한 공포로 인해 정서가 매우 불안정하고 초기 진단 결과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 쉽게 말해 정신적 외상입니다.”그 말에 배서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머리끝까지 치솟는 분노가 억눌러지지 않을 정도였다.병상에 누워있는 서유라를 바라보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그 미친놈들, 감히 유라를 이렇게 만들다니!’“입원은 얼마나 해야 합니까.”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폭발 직전의 분노가 꾹꾹 눌려 담긴 말투였다.의사는 다시 한번 안경을 밀어 올리며 조심스레 대답했다.“일단 당분간은 입원하며 심리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회복까지의 기간은 서유라 씨의 신체와 정신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배서준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 주변은 숨 막힐 듯한 기류로 가득 찼다.“알겠습니다. 최고의 약, 최고의 의료진... 무조건 완벽하게 치료해주십시오.”그의 목소리는 싸늘하고 단호했다.의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배 대표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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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서유라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생명의 끈을 쥔 사람처럼 그녀는 배서준의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서준아, 그 사람들.... 그 사람들 정말 무서웠어...”끊어질 듯 이어지는 말, 떨리는 목소리에는 아직도 공포가 가시지 않은 듯했다.배서준의 가슴이 잔뜩 조여왔다.“유라야,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그 사람들이...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서유라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듯했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동자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 서려 있었다.마치 그 어둡고 음침한 폐공장으로 다시 끌려간 것처럼 말이다.서유라의 목소리는 떨렸고 말끝마다 공포에 질린 듯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먹을 것도 안 주고 물도 안 줬어. 그리고... 날 때렸어.”그녀는 붕대가 감긴 팔을 살며시 들어 보이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채찍으로 날 때리고 발로도 찼어... 서준아, 난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다시는 널 못 볼 줄 알았어...”말을 끝맺기도 전에 서유라는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듯 오열했다.그 울음은 절망과 공포, 그리고 억울함이 뒤섞인 듯 가슴을 후벼팠다.배서준의 심장은 수천 개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하여 그는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이젠 괜찮아, 유라야. 다 끝났어. 넌 이제 안전해. 내가 있잖아. 다시는 누구도 널 해치게 두지 않아.”그는 부드럽고도 단호한 말투로 서유라를 다독이며 같은 말을 반복해서 전했다.그렇게 배서준 품에 안겨 한참을 울고 나서야 서유라는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물로 흐려진 시선으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내가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다니... 정말 꿈만 같아.”배서준은 애틋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바보야, 이건 꿈 아니야. 넌 정말 돌아온 거야. 그리고 이제 절대 널 떠나보내지 않을 거야.”이내 그는 말을 멈췄다가 차갑게 굳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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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남설아의 시선이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돌아갔다.모니터 속 감시 카메라 영상에는 서유라가 별장을 떠나는 장면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은 어둡고 싸늘했다.“저 공장... 뭔가 수상해.”남설아가 갑자기 입을 열며 침묵을 깼다.강연찬은 즉시 시선을 돌려 폐공장의 감시 영상을 자세히 돌려보기 시작했다.송우민도 컴퓨터 앞으로 다가와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들여다봤다.“그 말은... 이 공장에 최근에 누가 드나든 흔적이 있다는 거야?”그러자 남설아는 화면의 구석을 가리켰다.“여기 봐. 잘 안 보이지만 풀들이 눌려 있고 땅에 바퀴 자국도 있어. 이건 누가 최근에 다녀갔다는 증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강연찬은 해당 구역을 확대해서 다시 살펴보았다.그러자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확실히 그냥 보면 안 보일 뻔했네. 설아야, 역시 네 눈썰미는 대단해.”“서유라, 꽤나 교활하네. 이런 장소를 고르면 들키지 않을 줄 알았겠지?”송우민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듯 말했다.남설아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고 눈빛에도 싸늘한 기운이 번졌다.“이렇게까지 정성 들였다는 건 뭔가 더 숨기고 있다는 거야.”그녀는 이어서 물었다.“연찬 오빠, 위성 영상으로 최근 저 공장에 드나든 기록 확인할 수 있어?”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타자를 쳐 위성 감시 화면을 호출했다.곧 화면이 전환되며 고화질 위성 영상들이 빠르게 나타났다.몇 분 뒤, 강연찬이 모니터를 가리켰다.“설아야, 여기 봐. 이건 사흘 전 촬영된 위성 이미지야. 폐공장 근처에서 차량이 움직인 흔적이 있고 인물 동선도 보여. 차량 번호판도 확인했는데 서도현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야.”남설아와 송우민이 눈을 마주쳤고 그들의 눈빛엔 날이 선 싸늘함이 번뜩였다.“역시 그 자식이야!”송우민이 이를 갈 듯 말했다.“서도현, 저 자식 아직도 미련 못 버렸네. 이번엔 아예 직접 나섰다고?”남설아는 싸늘하게 말했다.“이번 납치극... 서도현도 공범이야. 확실해.”다시, 병원 VIP 병실.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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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그는 복사해 둔 파일을 조심스럽게 암호화된 USB에 저장한 뒤, 컴퓨터에 남은 작업 기록을 빠르게 지웠다.천기준은 USB를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고는 단호한 눈빛으로 앞을 응시했다.‘남 대표님, 이건 대표님이 시킨 일이에요. 절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카페 안, 송우민이 핸드폰을 든 채 굳은 얼굴로 남설아와 강연찬 앞에 다가왔다.“남설아, 확인됐어. 그 의사 움직였어.”송우민은 목소리를 낮추며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곧바로 그를 바라보는 남설아와 강연찬의 눈빛에는 긴장과 기대가 섞였다.“가짜 여권을 샀어. 밀입국하려고 해. 목적지는 M 국이야.”송우민이 빠르게 전했다.“M 국?”남설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하필 M국으로? 설마 서유라가 거기까지 손을 뻗쳐 둔 거야?”“정확하진 않지만 확실한 건 이명수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거야. 아니면 서유라에 대한 핵심 증거를 쥐고 있을 수도 있고.”강연찬은 침착하게 분석했다.“무조건 막아야 해.”남설아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민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명수의 밀입국을 막아. 절대 떠나게 두면 안 돼.”송우민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 나한테 맡겨. 바로 사람 붙여서 막게 할게. 절대 못 떠나게 할 거야.”밤이 내리자 폐공장은 다시 어둠과 고요에 휩싸였다.서도현은 몇몇 사람을 데리고 조용히 공장 깊숙한 곳으로 침입했다.그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감시 카메라를 피해가며 숨겨진 방 하나로 향했다.서도현은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 공구함에서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를 꺼냈다.그 안에는 지문 필름 하나가 들어 있었다.서도현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설아, 이번엔 어떻게 빠져나가나 보자고.”그는 지문 필름을 공장 내 밀실 문손잡이에 조심스럽게 붙이고 손바닥으로 힘주어 몇 번 꾹 눌렀다.지문이 완전히 찍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배건 그룹 긴급 이사회 회의실.분위기는 무겁고 살벌했다.배서준은 회의실 중앙 자리에 앉아 잿빛이 된 얼굴로 이사진을 매섭게 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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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남설아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뭐라고요? 계좌가 동결됐다고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은행 쪽 말로는 우리 회사가 불법 자금세탁에 연루됐다는 신고가 접수돼서 경찰에서 계좌를 동결했다는 겁니다...”비서의 얼굴은 창백했고 말투는 불안에 떨렸다.남설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즉시 핸드폰을 집어 들고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화승 그룹 꼭대기 층 사무실.컴퓨터 화면에 뜬 뉴스 기사를 바라보던 강연찬의 얼굴이 새까맣게 굳어졌다.“배서준, 정말이지 못 참고 덤벼드는구나.”강연찬은 비웃듯이 냉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그러고는 재킷을 집어 들어 입더니 빠르게 사무실을 나섰다.병원 VIP 병실.안정을 되찾았던 서유라는 갑자기 폭주하며 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싫어! 오지 마! 나한테 오지 마! 꺼져! 꺼지라고!”서유라는 비명을 질렀고 온몸은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손등에 꽂힌 주삿바늘을 홱 뽑아버렸다.그러자 피가 즉시 솟구치며 침대를 붉게 물들였다.이어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과도를 집어 들고 자신의 손목을 그대로 그었다.다시 피가 흘러나와 그녀의 하얀 환자복을 붉게 적셨다.배서준은 병실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바로 뛰어 들어왔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유라야! 지금 뭐 하는 거야?!”배서준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달려와 그녀 손에서 과도를 빼앗았고 떨리는 팔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유라야, 괜찮아, 나 여기 있어. 내가 왔어. 이제 괜찮아. 다 끝났어...”배서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되풀이해 안심시켰다.서유라는 그의 품에 안긴 채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고 눈물은 끊이지 않고 흘러내렸다.“서준아, 나 무서워... 그 사람들... 또 왔어... 날 데려가려 해...”서유라는 횡설수설하며 중증의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였다.배서준은 그녀를 꼭 안은 채 더 이상 말도 잇지 못했고 마음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 눈빛마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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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송우민, 이건 네가 참견할 일 아냐. 비켜!”배서준이 매섭게 노려보며 날을 세운 목소리로 외쳤다.“배 대표님, 여긴 남설아의 집이자 제 친구 집입니다. 근데 제 일이 아니라뇨? 그건 너무 넘겨짚는 말씀 아닌가요?”송우민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맞받아쳤다.“너...!”배서준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남설아와 송우민을 번갈아 가리켰다.“좋아. 아주 잘들 하는군. 두고 봐. 끝까지 가보자고!”말을 끝낸 배서준은 분노에 찬 발걸음으로 경호원들을 이끌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폐공장, 밀실.남설아, 강연찬, 송우민, 그리고 천기준 네 사람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다.천기준이 밀실 구석을 가리켰다.“대표님, 우리 쪽 사람들이 여기서 발견한 겁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죠.”남설아는 곧장 다가가 철제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새것처럼 보이는 의료용 구속띠 여러 개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구속띠는 포장이 제거된 상태였지만 각 띠마다 번호가 찍혀 있었다.그중 하나를 집어 들고 번호를 유심히 바라보던 남설아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이건... 병원 전용 구속띠잖아요?”남설아가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맞습니다. 그리고 이 번호는 병원 내부 자산관리용 식별 번호로 보입니다.”천기준이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병원... 서유라?”그때, 남설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어떤 단서가 있었다.“혹시...”송우민 역시 무언가를 눈치챈 듯 놀란 눈빛을 했다.그 순간, 천기준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은 그는 몇 마디 듣고는 얼굴이 묘하게 굳어졌다.자정 무렵, 인터넷은 폭풍처럼 들끓고 있었다.서유라의 라이브 방송이 예고 없이 시작됐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화면 속 서유라는 초췌한 얼굴에 붉게 부은 눈, 팔에는 두껍게 감싼 붕대가 있어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며칠간의 ‘납치 피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일 뿐이에요... 누구한테 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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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남설아와 강연찬은 감시 카메라 시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이 중간 30분 동안, 영상이 완전히 비어 있어. 게다가 공장 외부와 내부 감시 카메라의 시간도 30분 차이가 나.”강연찬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시간 조작을 한 거야.”“서유라 쪽, 정말 수고가 많네.”남설아가 냉소적으로 웃었다.“나를 엮으려고 감시 카메라 시간까지 건드리다니... 참 대단하군.”강연찬은 이어서 키보드를 조작했다.“익명 문자 보낸 IP 주소 추적했어. 예상대로야. 배건 그룹 본사 건물 내부에서 보낸 거야.”“배건 그룹?”송우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서도현 쪽도 못 참고 조작질을 시작했군.”병원 VIP 병실.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서도현은 올라오는 댓글들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누나, 이번 작전은 완벽했어. 지금 인터넷 전부가 누나한테 동정 쏟아내고 있어. 남설아 그년 완전히 끝장이야.”서유라도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배서준 그 멍청이도 완전 내 손바닥 위야. 지금쯤이면 남설아를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겠지.”“당연하지.”서도현은 아첨하듯 웃었다.“확실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 선생님한테 돈 쥐여주고 병원 기록도 조작하게 했어. 누나 정신적 충격이 더 심각하다고 말이야.”“잘했어.”서유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엔 정말 남설아를 다시는 못 일어서게 만들 거야.”같은 병실, 서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배서준과 담소를 나누는 척하고 있었다.하지만 배서준은 이가 갈릴 듯 분노에 차 있었다.‘남설아... 역시 너였어. 유라를 납치해놓고 그 죄를 다른 사람한테 뒤집어씌우려 하다니... 정말 뿌리까지 악질이야.’배건 그룹 대표 사무실.배서준은 감시 카메라 화면 앞에 앉아 있었다.그 화면엔 남설아의 아파트 실시간 영상이 뜨고 있었다.“남설아.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까지 전부 감시해. 24시간 내내. 티끌만 한 흔적도 놓치지 마.”배서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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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진료 결과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신체 상태 양호, 외상없음, 정신 상태 안정, 우울 성향 없음.]남설아, 강연찬, 송우민, 천기준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모두의 눈엔 놀라움과 충격,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가득했다.진실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한편, 강연찬은 바로 기술적인 방법을 이용해 이명수가 근무 중인 병원의 전산 자료를 해킹해 들어갔다.“암호 파일 풀었다.”침착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엔 분명 뿌듯해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사무실의 정적이 깨졌다.남설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에 다가갔다.화면 위, 원래는 깨진 글자들로 가득했던 파일이 정상적으로 복원되었고 정신과 전자진료 기록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기록지 맨 위, 이름을 적는 란에는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서유라.]“정신과 기록?”송우민은 화면 가까이 다가와 눈을 좁히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서유라, 진짜 정신병 있는 거야?”남설아는 빠르게 내용을 훑어본 뒤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었다.“기록은 진짜인데 병은 가짜야.”“무슨 뜻이야?”송우민은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그러자 강연찬이 화면 속 일부 정보를 가리키며 설명했다.“이 기록엔 서유라가 여러 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되어 있고 진단은 전부 우울증이야. 그런데 진료 시기랑 빈도, 그게 수상해.”“수상하다고?”송우민은 더욱 고개를 갸웃거렸다.“처음 진료 기록은 3년 전인데 중간중간 띄엄띄엄 있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진료받은 날짜가 전부 배서준이 서유라에게 뭔가 감정적으로 다가갔던 시점과 맞물려 있어.”강연찬은 단정적인 말투로 이어갔다.“즉, 배서준에게 연민이나 동정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우울증 연기를 한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남설아도 말을 이었다.“게다가 병력엔 중증 우울증이라고 쓰여 있는데 정작 어떤 약 처방도 내려져 있지 않아.”“그럼 더 수상하네.”송우민은 이제야 눈이 번쩍 뜨인 듯했다.“이 여자 대단하네. 배서준 속이려고 우울증까지 연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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