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함현에겐 딸 하나와 아들 하나가 있었다. 허명욱이 바로 그의 아들이자, 허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을 호칭하는 이름이었다. 그는 올해 열여섯으로, 1년 전 무과에 급제했다.대연국의 법도에 따르면, 무과에 급제한 이들은 모두 이부에서 관직을 정해주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허함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둘째 집이 지금 얼마나 어수선한지 좀 전에 보고 오지 않았느냐? 우리까지 괜히 끼어들어 번거로운 일 만들지 말자꾸나.”그러자 허주연은 다급해졌다.“아버지는 늘 남이 먼저죠! 그럼, 명욱이는 어떻게 해요? 둘째 숙부가 사고 쳤을 땐, 언제 저희까지 생각했었나요?”“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해 보마. 굳이 둘째를 끌어들이지 말자꾸나.”“둘째 숙부가 지금 위국공인데, 우리 처지에 이보다 더 좋은 인맥이 어디 있어요?”허함현은 뭐라 더 얘기하려 했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허정안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정안아, 어떻게 여기까지 나왔느냐?”허정안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아까 백부님께서 절 위해 나서주셨잖아요.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허함현이 미소를 지었다.“괜찮다. 날도 추운데, 어서 들어가 보거라.”“말뿐인 감사, 누가 못해?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행동으로.”허주연이 옆에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주연아!”허함현이 나무라자, 그녀는 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도 없이 마차에 올라탔다.“정안아, 네 동생이 아직 어려서 그렇다. 마음에 두지 말 거라.”“괜찮습니다, 백부님. 주연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요.”허정안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눴고, 허함현은 허정안의 배웅을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그렇게 허정안은 다시 혼자가 되었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영이 기다리고 있었다.“아가씨,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죠?”소영이 약간 긴장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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