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거기까지 흐르자, 고환일은 더 이어갈 말을 찾지 못했다.짧은 정적이 흐른 뒤, 송승예가 억지로 분위기를 살리려는 듯 예진을 바라보며 웃었다.“예진아, 밥 먹고 나서 엄마랑 쇼핑 갈래? 새 옷 몇 벌 사자. 이제 변호사도 됐으니, 옷차림도 좀 신경 써야지.”예진은 고개를 저었다.“엄마, 옷은 충분해요. 회사 들어갈 때 이미 몇 벌 사 놨어요. 괜히 돈 쓰지 마세요. 전 변호사 되는 거지, 전시해 놓는 꽃병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딸의 단호한 거절에 송승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오늘은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까, 우리 다 같이 영화나 보러 갈까? 요즘 새로 나온 코미디가 재밌다던데.”평소 영화라면 관심도 없고, 나이 든 몸으로 극장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는 건 힘들어하던 송승예였다.그런 제안에 예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의아하게 어머니를 바라봤다.“엄마, 오늘 왜 그래요?”송승예는 순간 얼어붙은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내가 금방이라도 속마음을 들킬 것 같아, 고환일이 급히 나섰다.“에이, 네 엄마가 그냥 너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지. 요즘 집에 있긴 해도 늘 바빴잖아. 마침 오늘은 한가하니까 너하고 같이 좀 보내고 싶은 거야.”예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아무래도 뭔가 숨기고 있네. 연기도 너무 서툴고...’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민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아버님, 어머님. 그럼 오늘은 다 같이 근교로 나들이 가는 게 어떨까요? 날씨도 좋고, 요즘 다들 나가서 바람 쐬잖아요.”“마침 은주도 남자친구가 생겼다던데요. 전에 인사드린 적 있는 예영호 경찰관요. 은주랑 영호 씨도 같이 부르면 사람도 많고 더 즐겁지 않겠어요?”민혁의 제안에 송승예와 고환일은 기다렸다는 듯 얼굴이 환해졌다.“좋지, 좋다! 그래, 같이 가자.”모두의 반응이 한껏 들떠 있는 걸 보자, 예진도 괜히 거절해 분위기를 깨긴 어려웠다.“그래요, 다 같이 가요.”송승예는 벌써 신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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