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Kabanata 331 - Kabanata 340

596 Kabanata

제331화

예진은 눈살을 찌푸렸다.“생일은 한 사람의 새로운 시작인데... 설마, 네 오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무도 챙겨주지 않은 거야?”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은주는 동생이니까 분명히 오빠 생일을 알고 있을 텐데...’‘그럼 이유가 따로 있는 거잖아.’은주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우리 큰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날이... 오빠 다섯 살 생일이었어. 그게 오빠가 마지막으로 맞은 생일이었고.]“뭐라고!?”예진은 거의 침대에서 뛰어오르듯 몸을 일으켰다. 눈이 커다랗게 뜨인 채, 믿기 힘들다는 듯 은주의 말을 들었다.[그날... 큰어머니가 큰아버지에게 돌아와 달라고, 오빠 생일만이라도 함께해 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대.][결국 죽음을 택한 것도, 오빠의 생일 소원 때문이었어. 아빠랑 같이 생일을 보내고 싶다고, 그게 소원이었는데...]순간, 예진의 머릿속에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그래서 아까 그렇게 화가 난 거구나.’‘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생일에다가 소원 얘기를 하다니, 그게 얼마나 잔인한 말이었는데.’스스로를 후려치고 싶은 기분이었다.수화기 너머로 예진의 가빠진 호흡을 느낀 듯, 은주가 급히 덧붙였다.[예진아, 너무 자책하지 마. 오빠는 다섯 살 이후로 단 한 번도 생일을 기념한 적이 없어. 오히려 매년 생일마다 큰어머니 생각하면서 혼자 추모해.][그게 오빠한테는 큰어머니 기일니까... 오늘 같은 상황은 절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야.][모르지? 매년 이맘때면 오빠는 꼭 사라져. 아무도 어디 있는지 몰라. 그러다 나중에 돌아오면, 늘 엉망진창이 돼 있어.][아마 오늘도 혼자 어딘가에서 감정을 쏟아낸 거겠지. 차라리 그게 나아. 그러니까 제발 오빠한테 화내지 마.]전화를 끊고 난 뒤, 예진의 마음은 온종일 불안했다.문을 두드려야 하나 싶다가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괜히 잘못 말했다가 민혁의 아픈 기억을 또 건드릴까 두려웠다.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하고 넘어가자니 죄책감이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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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꿀물 먼저 마셔요.”민혁이 잔을 내밀자, 예진은 어색하게 의자에 앉아 한 모금 들이켰다.마주 앉은 두 사람은, 둘 사이에 놓인 식탁 위로 조용히 시선을 주고받았다.아침 식사 자리인데도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고, 말없이 삼키는 음식은 목에 걸리는 듯했다.한참이 흐른 뒤, 결국 예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 일은...”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혁이 불쑥 끼어들었다.“선물은요?”“네?”예진은 순간 얼어붙었다.민혁은 최대한 태연한 척했지만, 눈빛에는 어딘가 어색함이 묻어 있었다.“예진 씨가 준 생일 선물, 어디 있어요?”예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집에 있어요. 어제 민혁 씨가 싫어하는 것 같아서 치워 뒀는데...”민혁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좋아해요.”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말이 오히려 분위기를 더 애매하게 만들었다.예진은 혼란스러웠다.‘뭐지, 이 사람? 어제는 그렇게 화내더니...’ ‘오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선물을 찾으면서 좋아한다고 해?’‘그럼 내가... 사과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마음속에서 망설임이 이어지다, 예진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고 민혁을 똑바로 바라봤다.“어제 일... 정말 미안해요. 민혁 씨가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은주한테 얘기 듣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일부러 아픈 기억을 건드리려던 게 아니에요. 그냥... 좋은 마음으로 준비했던 건데...”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이번에는 민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잘랐다.“예진 씨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예요.”그는 고개를 살짝 떨군 채,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어갔다.“어제... 제가 감정 조절을 못 했어요. 예진 씨가 좋은 마음으로 한 건 알아요. 다만...”잠시 말을 멈춘 그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제가 다섯 살 마지막 생일 이후로... 단 한 번도 생일을 보낸 적이 없어요. 이유는... 은주가 이미 얘기했겠지요.”민혁은 손가락을 꼭 쥐었다 풀며,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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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그날이 축복받아야 할 날이라고...’ 그런 말을 민혁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어릴 적 철없던 시절에는 민혁도 생일을 기대했던 적도 있었다.다른 아이들처럼 케이크를 앞에 두고,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비는 순간을 상상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차가운 말뿐이었다.그 날은 축하받을 날이 아니라고.그 날은 민혁이 완전히 고아가 된 날이라고.심지어 어떤 이들은 민혁을 두고 재수 없는 아이, 재앙을 불러온 아이라며 조롱하기까지 했다.그렇게 오랜 세월, 단 한 번도 누군가가 ‘생일은 축하할 날’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그래서 예진의 말은 민혁에게는 빛이었다.깊고 깊은 어둠 속을 찢고 들어온 한 줄기의 빛.‘이 빛이 계속 머물러 준다면, 내 어둠도 구원받을 수 있을 거야.’‘하지만 이 빛이 사라진다면... 남는 건 더 깊게 패인 상처뿐이겠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혁은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이 빛을, 이 따스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예진을 바라보았다.“예진 씨... 더는 참지 않을래요. 오늘은 꼭 말하고 싶어요. 저...”수없이 상상했던 고백의 순간.하지만 이런 평범한 아침 식탁에서, 소박한 빵과 달걀 앞에서 그 말을 내뱉게 될 줄은 몰랐다.그럼에도, 지금만큼은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았다.그러나.따르릉-예진의 핸드폰 벨소리가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예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어 보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민혁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멍하니 앉아 있었다.‘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큰일 날 뻔했어. 그 말까지 해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심장이 두근거리는 동시에 묘한 두려움이 밀려왔다.전화를 건 건 은주였다.복도에서 전화를 받은 예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진아, 너하고 우리 오빠... 괜찮은 거지?]예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응, 괜찮아. 나도 사과했고, 네 오빠도... 진짜 화난 건 아닌 것 같아.”그제야 은주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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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사람들은 제 생일만 되면 다들 피했어요. 괜히 제 상처를 건드릴까 봐, 그날만큼은 아무 일 없는 척했죠.”“예진 씨는... 부모님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제 생일을 챙겨주려 한 사람이에요.”민혁은 똑바로 예진을 바라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이었다.“솔직히 말하면... 전 생일을 좋아해요. 누군가 제 생일을 기억해 주고, 매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길 바랐어요.”“제가 태어난 날을 누군가는 행복해한다고, 그렇게 말해 줄 사람이 있길... 늘...”민혁의 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예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사람... 지금 진짜로 마음을 열고 있구나.’‘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지...’한참이 지나서야 예진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케이크... 냉장고에 넣어 놨어요. 민혁 씨, 만약 마음이 괜찮아졌다면... 오늘 다시 축하해도 되잖아요?”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함께 예진의 집으로 돌아갔다.케이크 위에 초를 꽂고 불을 켰다.민혁은 눈을 감고,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가능하다면... 영원히 예진 씨와 함께 하고 싶어.’초가 꺼지고, 두 사람은 나란히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그때, 민혁이 다시 물었다.“생일 선물은요?”잠시 멍하니 있던 예진은, 그제야 선물 상자를 꺼내 넥타이를 내밀었다.어제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민혁은 곧바로 넥타이를 목에 걸고는, 거울 앞에 서서 매만졌다.“보이죠? 안목 괜찮은데요. 저랑 잘 어울려요. 마음에 들어요.”남자의 표정은 꼭 좋아하는 선물을 받은 아이 같았다.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비춰보며 웃는 모습은 환하게 빛났다.하지만 예진은 알 수 없는 아련함에 가슴이 저려왔다.‘아니야. 저건 연기야. 일부러 나 안심시키려고, 괜히 즐거운 척하는 거야.’그럼에도 민혁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어때요? 나 이거 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보여요?”예진은 대답 대신,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버렸다.예진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민혁을 본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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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그 순간, 민혁의 눈물이 마치 봇물처럼 쏟아졌다.결국 참지 못하고 예진을 안아 버렸다.그 품은 너무나도 절실했고, 마치 금세 사라질 온기를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집요했다.예진은 가만히 그의 등을 다독이며, 그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냈다.‘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버텨왔으면... 이렇게 무너질까...’...한편, 다른 쪽에서는 은주의 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몇 번이고 옷차림을 확인하며 준비한 끝에,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출발하기 전, 은주가 영호에게 주소를 보냈지만 끝내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레스토랑 문 앞에서 은주는 한참을 망설였다.‘들어가야 할까... 아니면 그냥 돌아가 버릴까...’아직 결심도 서지 않았는데...“어머, 이게 누구야? 은주 아니야? 꽤 일찍 왔네? 근데 혼자야? 남자친구는 안 왔어?”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은주는 순간 긴장했다.그녀는 억지로 태연한 척하며 돌아보니, 윤미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곁에는 한눈에도 중년임을 알 수 있는 남자와 함께.머리가 반쯤 벗겨진 ‘M자’ 탈모에, 불룩 튀어나온 배는 허리춤을 삼킬 듯했다.허리띠는 애매하게 배 아래 걸쳐져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괜히 올려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게다가 얼굴 가득 번진 기름기 어린 미소는, 첫인상부터 호감과는 거리가 멀었다.은주는 숨을 고르고,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내 남자친구는 지금 근무 중이야. 경찰이라... 갑작스러운 상황이 많거든. 금방 끝내고 올 거야.”윤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곁의 남자를 은주에게 소개했다.“여보, 여기 내 대학 동창 은주야. 그리고 이쪽은 내 남편, 금리그룹 대표님이시지.”김금호라는 이름의 남자는 은근하게 성공한 자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은주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금리그룹.그 이름을 은주도 모를 리 없었다.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기업으로, 대형 쇼핑몰과 휴양 호텔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곳.하지만 대표에 대한 소문은 늘 좋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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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은주는 윤미의 그 잘난 듯한 태도가 영 못마땅했다. 뒤에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그러던 차에, 드디어 누군가 은주에게 시선을 돌렸다.“야, 이게 누구야? 우리 과 얼짱 은주 아니야? 세월이 흘러도 미인은 그대로네.”은주는 서둘러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미가 성큼 다가와 은주의 팔을 친한 듯 끼어 들었다.“얘들아, 헛된 기대하지 마. 우리 과 얼짱 이미 임자가 있거든.”윤미가 한마디 하자, 동창들의 관심이 일제히 쏠렸다.“뭐? 근데 왜 같이 안 왔어?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냐?”“그러게, 어떤 남자가 은주의 마음을 얻은 건지 다들 궁금하단 말이야.”“말해 뭐 해, 은주 같은 애가 반한 남자면 틀림없이 능력자지.”은주는 난감한 듯 어색하게 웃었다. 마침내 입을 열려는 순간, 또다시 윤미가 말을 가로챘다.“아유, 맞아. 너희들 말대로야. 은주 남자친구, 경찰이래. 그것도 공무원이지 뭐.”이 말에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경찰이라고? H시 경찰? 와, 쉽지 않은데!”“근데 오늘은 왜 안 왔어?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은주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진짜 장윤미... 왜 이렇게 남의 속을 긁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차마 티를 낼 순 없어서, 억지로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근무라서. 아마 시간 내기 힘들 거야.”사람들은 이내 자리에 둘러앉으며 수다를 이어갔다.“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벌써 다들 자기 가정과 일을 꾸리고 있다니. 진짜 세월 앞엔 장사 없네.”“그러게. 은주까지 남자친구가 있다니, 세상 참 변했네.”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선 은주.그러자 윤미가 또 나섰다.“너희 모르는 얘기 있는데, 은주 커플 진짜 사이 좋아. 지난번에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남자친구가 은주 옷도 사 주더라니까?”말을 마치고, 윤미는 곧장 은주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근데 은주야, 오늘은 그 옷 안 입었네? 뭐, 좀 저렴하긴 했어도 남자친구 정성이 담긴 건데 말이야.”은주는 조금도 놀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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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돈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지만, 분명 필요하긴 해. 하지만 나와 남자친구 사이의 마음은... 돈으로 재야 할 필요가 없어.”은주의 말이 끝나자, 테이블 여기저기서 곧바로 야유와 장난 섞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아이구, 우리 얼짱 은주가 저런 말까지 하네? 대체 어떤 남자가 은주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 놨는지 더 궁금해지는데?”“그러게 말이야. 내가 기억하기로, 예전에 은주한테 마음 준 남학생들 줄 서 있었잖아. 다들 공을 들였지만 한 명도 성공 못 했지.”“은주야, 너희 둘은 사귄 지 얼마나 됐어? 결혼은 언제쯤이야? 우리, 청첩장 못 받으면 섭섭하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은주 쪽으로 기울었다.윤미는 그 모습이 못마땅해 속이 쓰렸다.은주는 담담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우리 아직 사귄 지 얼마 안 됐어. 그래도... 나중에 정말 인연이 된다면, 당연히 너희들에게 청첩장도 돌려야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웃음과 환호가 터졌다.윤미는 이를 갈듯, 얼른 화제를 돌렸다.“근데 은주야, 너 예쁘잖아. 그때도 잘생긴 남자들이 줄 서 있었는데, 다 거절했지. 그럼 지금 남자친구는 꽤 잘생겼겠다?”은주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눈썹을 올렸다.“그럼. 어디 가도 빠지지 않지.”영호의 얼굴이 떠오르자, 은주의 눈빛에는 자연스레 자신감이 묻어났다.윤미는 비웃듯 다시 받아쳤다.“잘생겼다면서? 그런데 왜 ‘근무 중’이라는 핑계로 안 나온 거야? 설마 우리가 질투할까 봐 숨긴 건 아니지? 아니면... 사실은 은주한테 얼굴 내밀기 싫은 거 아냐?”그 순간, 테이블 위의 기류가 싸늘하게 바뀌었다.모두가 눈치를 챘다. 이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두 여자의 날 선 신경전이었다.동창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속으로는 흥미를 감추지 못했다.‘이거, 오늘 구경 제대로 하겠는데?’아무도 굳이 나서서 말리진 않았다. 이런 재미있는 구경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은주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어떡하지... 혹시 정말 전화를 안 받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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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그러니까, 은주야. 남자가 돈을 못 벌면 최소한 감정적인 위로라도 해 줘야지. 둘 다 못 하면, 네가 손해 보는 거잖아.”“맞아. 너 술집 한다며? 거기 드나드는 재벌 2세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에 눈에 들어오는 사람 하나도 없었어?”“...”쏟아지는 질문에 은주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진짜... 이쯤에서 자리 박차고 나가버려야 하나?’벌떡 일어나려는 순간.철컥-룸의 문이 열리더니 단정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죄송합니다, 여러분. 갑작스럽게 근무가 길어져서... 늦었습니다.”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쏠렸다.은주도 놀라 두 눈을 크게 뜬 채 고개를 돌렸다.그곳에 서 있는 건, 정말 낯선 모습의 영호였다.깔끔하게 잘 맞춘 정장 차림, 곧게 뻗은 어깨와 군더더기 없는 짧은 머리.‘경찰’이라는 직업의 정의로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모습이었다.영호는 곧장 은주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은주 씨, 미안해요. 늦었죠.”은주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이 사람...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차라리 끝까지 연락도 없이 날 무시할 줄 알았어.’그런데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예전처럼 다정하게 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입가에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고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우리 바보 공주님, 여자친구 동창 모임인데 내가 안 오면 어떡해요? 혹시라도 우리 여친이 분위기에 취해서 술이라도 과하게 마시면, 내가 옆에서 챙겨야죠.”은주의 가슴이 순간 두근거렸다.뭔가 말하려 했지만, 영호는 손을 꼭 쥐면서 눈빛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듯했다.뒤에서 동창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와, 은주야! 네 남자친구 진짜 잘생겼다. 둘이 완전 선남선녀네!”“그러니까, 얼른 소개 좀 시켜 줘. 어디서 이런 보석 같은 사람을 만난 거야?”“그래, 그래! 빨리 소개해 줘!”“...”은주는 잠시 숨을 고르고, 영호의 손을 꼭 잡은 채 의자에 함께 앉았다.“소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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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동창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은주는 한순간 세상이 다 자기 편인 듯 따뜻했다.‘이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든든할 줄 몰랐어.’하지만 그 따스한 공기 속에서, 윤미의 속은 점점 더 뒤틀렸다.‘재수 없어... 다들 은주만 보잖아. 오늘 주인공은 난데...’윤미는 곧장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마침 서빙을 나가려던 직원의 팔을 붙잡으며 목소리를 높였다.“저기요!”그리고는 남편의 팔을 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흔들며 말했다.“여보, 이 집 음식들이야 다 맛있지만 그래도 특별한 게 없잖아. 오늘 내가 동창들 초대한 날인데, 좀 제대로 대접하는 게 어때?”김금호는 허세가 가득한 사람답게 처음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윤미는 기다렸다는 듯, 한껏 거만한 표정으로 주문을 쏟아냈다.“한우 안심 스테이크 사람 수대로 주시고요, 보스턴 랍스터 여섯 마리, 프랑스산 푸아그라도 사람 수대로 주세요. 아, 제일 좋은 레드 와인 두 병도 부탁할게요.”주문이 끝나자 순간 공기가 싸늘해졌다.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었으니, 계산은 가볍게 몇백만 원을 넘을 터였다.김금호도 눈치가 보였는지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표정이 굳어졌다.‘이 여자, 또 시작이네?’곧바로 남편의 눈치를 살핀 윤미가, 먼저 손을 잡고 달콤하게 웃었다.“여보, 내 친구들이 다 그러잖아. 내가 얼마나 좋은 남편을 만났는지, 돈 많고 능력도 있고... 그보다 날 세상에서 제일 아껴 준다고. 나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남자는 결국 체면을 중시한다.김금호는 순간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곧 다시 허세 섞인 미소를 지었다.윤미를 끌어안으면서 입을 열었다.“하하, 별거 아니에요. 사실 제 유일한 취미가 우리 아내 챙기는 겁니다. 윤미 친구분들이라면 제 친구들이나 다름없죠. 오늘은 마음껏 드세요. 제가 쏘겠습니다.”이 말에 룸 안은 또 한 번 들썩였다.“와, 윤미야! 네 남편 진짜 통 크다.”“이 집이 얼마나 비싼데, 게다가 이렇게 많이 시키다니... 두 분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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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은주의 성격은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학창 시절부터 감정을 속이지 못하는 타입, 불편하면 불편하다 말하는 타입.그래서 은주가 화가 난 걸 본 순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는 척했다.윤미는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은주야, 그게 무슨 말투야? 난 정말 좋은 뜻에서 네 남자친구 챙겨 주려던 건데. 설마 내 마음을 곡해해서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은주는 코웃음을 치며 곧장 받아쳤다.“좋아. 그렇게까지 좋은 마음이라면, 나도 사양하지 않을게.”그러곤 직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추가 주문할게요. 82년산 라피트 로칠드 있죠? 자리마다 한 병씩 부탁드려요. 오늘 윤미 사모님께서 큰 뜻을 보이셨으니, 우리도 마음껏 즐겨야죠.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말이 끝나자, 윤미의 얼굴이 굳어졌다.옆에 있던 김금호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그러나 은주는 멈추지 않았다.“프랑스식 에스카르고, 인원 수대로 주시고. 그리고 호주산 전복도 한 사람당 하나씩. 아, 여기 셰프 특선 메뉴도 있죠?”직원의 눈빛이 반짝였다.큰 손님을 만난 듯, 허리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있습니다, 손님. 다만 저희 주방은 미슐랭 출신 셰프라... 특선 메뉴는 가격이 조금...”직원은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그러나 자리에 앉은 모두는 이미 눈치를 챘다.비싸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은주가 시킨 음식은 결국 자기들 앞에 놓일 테니까, 누구도 굳이 나서서 말릴 생각은 없었다.‘공짜로 누릴 수 있는데, 왜 입을 닫지 않겠어.’사람들의 표정에는 은근한 기대와 즐거움이 묻어났다.은주가 계속해서 주문을 이어가자, 윤미는 결국 얼굴이 굳어졌다.“은주야, 물론 오늘은 우리가 초대한 자리지만... 요즘은 다 절약하잖아. 이렇게 많이 시켜서 남기면 그게 더 민폐 아니겠니?”은주는 싱긋 웃으며 가볍게 팔짱을 꼈다. 눈빛에는 여유와 조롱이 뚜렷하게 섞여 있었다.“남길 리가 있어? 이런 레스토랑은 원래 양이 적은 게 기본이잖아. 게다가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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