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돌아온 윤제는 집으로 가지 않고 곧장 회사로 향했다.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직원들이 이미 업무를 시작하자, 윤제는 그제서야 사무실 소파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윤제가 눈을 뜨자마자 도순희의 전화가 걸려왔다.[아들, 어젯밤 안 들어왔더라. 이안이가 너 찾으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오늘 시간 좀 내서 아이 좀 볼 수 있니?]최근의 사건 이후 도순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매일 집에서 이안만 돌보면서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성격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이안도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스스로 간식을 자제했고, 밤새도록 오락기를 붙잡고 있지도 않았다.책임을 덜게 된 윤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야 했지만, 평온함이 오래 지속될수록 오히려 마음 한쪽은 더 복잡해졌다.윤제의 마음 속에서는 오히려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내가 원하는 게... 이런 평온이었나?’숙취로 인한 두통이 여전히 가시지 않아서, 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그러나 목소리는 억지로 차분하게 유지했다.“요즘 회사 일이 많아서 며칠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요. 이안이는 어머니가 좀 맡아주세요.”도순희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다. 이안은 내가 볼 테니 걱정 마. 너나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기도록 해.]예전 같지 않은 어머니의 다정한 말에, 윤제의 마음은 오히려 왠지 불편하기만 했다.‘왜 이렇게 모든 게 낯설지...’전화를 끊자마자, 서류를 든 비서 조성민이 기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좋은 소식입니다! 포춘 500대 기업 중 하나인 라이트그룹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우리 회사와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그러면서 성민이 서류를 내밀자, 윤제는 얼른 받아 들고 내용을 훑었다.“라이트그룹은 전자 소프트웨어 설계가 주력이지 않나? 우리 그룹에서 관련 분야에는 자회사 하나 있는 수준에 불과해서, 업계의 선두라고 말하기도 어렵지.”“그런 거대 기업이 국내로 진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