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301 - Chapter 310

330 Chapters

제301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민혁은 밥이 도통 넘어가지 않았다. 젓가락으로 밥알만 괜히 찔러댔다.그 모습을 본 인성이,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마디를 툭 던졌다.“대표님, 그 밥이 대표님한테 뭐 잘못했습니까? 안 드실 거면 주세요. 제가 먹을게요.”인성의 말에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민혁을 바라봤다. 그중에는 예진도 있었다.예진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민혁은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아...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민혁은 인성을 노려보다가 결국 밥그릇을 그의 앞으로 밀어버렸다.“먹어요, 먹어요. 임 변 다 먹어도 돼요.”인성은 민망한 듯 웃더니 얼른 밥그릇을 받아 폭풍같이 먹기 시작했다.그때, 예진이 식사를 마친 예진이 핸드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뒤, 쟁반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민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핸드폰 화면을 힐끔 훔쳐봤다.대화창의 상대가 은주의 프로필 사진인 걸 확인한 순간, 가슴속에 걸려 있던 돌덩이가 스르르 내려앉는 듯했다.‘휴... 다행이다.’순간적으로 속이 시원해지자, 아까는 안 넘어가던 밥이 갑자기 당겼다. 민혁은 인성이 먹던 밥그릇을 빼앗아 오며 말했다.“임 변, 좀 작작 먹어요. 살찌면 한 변도 싫어할 거예요.”인성은 억울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름은 눈치가 빨랐다. 민혁의 감정이 전부 예진에게 맞춰져 있다는 걸 진작에 알아챘던 터였다.잠시 후, 쟁반을 두고 돌아온 예진이 자리에 앉자, 민혁이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요즘 이슈 유지는 잘 되고 있어요. 내일이 바로 2심인데, 한 변, 준비는 어때요?”아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준비 다 끝났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하늘 씨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겁니다.”인성도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동의했다.예진이 덧붙였다.“근데... 내일은 제가 시험이라 법정에 못 가요. 대신에 한 변호사님, 꼭 힘내세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아름은 예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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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그제야 은주는 눈치를 챘다. 영호가 자신에게 옷을 사주려는 거였다.직원이 은주를 한 번 훑어보더니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네, 있습니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브랜드는 일류가 아니었지만, 원피스 자체는 꽤 예뻤다. 무엇보다 영호가 직접 골라서 사주려는 옷이라는 게 은주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했다.직원이 곧바로 은주의 사이즈에 맞는 옷을 가져오자, 은주는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딱 맞는 원피스를 입은 은주가 툭 튀어나오듯 걸어 나왔다.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영호가 고개를 드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한참이나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은주는 깡충깡충 뛰듯 다가와 물었다.“어때요? 예뻐요?”영호의 눈빛에 감출 수 없는 감탄이 번졌다.“예뻐요.”직원은 눈치 빠르게 다가와 영호에게 말을 건넸다.“손님, 정말 안목이 좋으시네요. 여자친구분이 원래도 몸매가 좋으신데, 이런 핏 되는 원피스는 정말 잘 어울리세요.”“사실 이 옷은 아무나 소화 못 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입어봤지만, 이렇게 예쁘게 잘 어울리시는 건 처음 봐요.”사람은 누구나 칭찬에 약한 법이다. 은주는 명품 매장에서야 이런 말들을 수없이 들어봤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예영호 여자친구’라는 수식어와 함께 듣는 칭찬은, 그야말로 가슴속을 꽃으로 채우는 듯했다.영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걸로 할게요. 계산해 주세요.”직원은 서둘러 두 사람을 카운터로 안내했다.가격은 9만 9천 원. 은주가 가진 옷들 중에선 가장 저렴한 축에 속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주는 도무지 벗고 싶지가 않았다. 마음에 쏙 들어버린 옷이라 그냥 그대로 입고 다니고 싶었다.영호도 그런 은주의 표정을 보고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둘은 다시 손을 잡고 백화점을 거닐다가, 긴 줄이 늘어선 디저트 가게 앞에 멈췄다.은주의 시선이 머무는 걸 본 영호가 곧바로 눈치를 챘다.“여기 앉아 있어요. 내가 줄 서서 사 올게요.”조금 피곤해진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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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은주는 예전부터 남의 가정을 깨뜨리고 돈만 밝히는 여자들을 제일 싫어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그건 다 지난 일이잖아.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조금은 달라졌겠지.’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윤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은주는 단번에 깨달았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사실을.“어머, 세상에. 여기서 널 다 보네? 몇 년 만인데, 너도 이제 이런 데서 쇼핑을 하네?”윤미는 입꼬리를 씰쭉 올리며 은근히 깔보는 표정을 지었다.은주 얼굴에 걸려 있던 억지 미소가 그대로 사라졌다. 그녀는 무심하게 입꼬리를 내리고 눈을 굴리며 말했다.“내가 이런 데 안 오면, 너 같은 사람 만날 기회도 없잖아.”그리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시간이 많이 지나니까 다들 변하더라. 넌 여전하네. 참, 보기만 해도 피곤하다.”하지만 윤미는 은주의 뼈 있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칭찬이라도 들은 듯 얼굴을 붉혔다.“아유, 이게 다 우리 남편 덕이지 뭐. 매일 같이 화장품 사다 주는데, 여자는 얼굴이 재산 아니야? 그러니 이렇게 관리 받으면서 살아야지.”그녀는 곧 은주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근데 너는 왜 이렇게 됐어? 집안 사정이 예전 같지 않나 봐? 이런 데까지 와서 물건을 사다니.”“나...!”은주는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가끔은 자신이 너무 예의 바른 게 문제라고 느꼈다. 조금 더 싸가지 없게 굴어야 속이 시원할 텐데.“여기서 산다고 뭐가 문제야? 넌 지금 뭐 대단한 데서 온 줄 알아? 너도 여기 있잖아.”은주의 말에 윤미는 더 우쭐해졌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치켜세운 채,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여기 쇼핑하러 온 게 아니야. 여긴 우리 남편이 하는 백화점이야. 그냥 구경하러 들른 거지. 내 평소 생활 수준은 여기랑 달라. 난 옷도 다 맞춤으로만 입거든. 값싼 건 내 스타일 아니야.”은주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그녀가 떠드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래, 끝까지 해봐라. 얼마나 더 잘난 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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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은주는 슬쩍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아까 산 핑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하지만 그건 영호가 직접 사준 옷이었다. 은주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다.“맞아. 이 백화점에서 산 거야. 우리 남자친구가 사줬는데, 그게 뭐?”남자친구라는 단어가 나오자 윤미의 눈이 번쩍 뜨였다.“남자친구? 은주, 네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은주는 대답 대신 눈을 굴리면서 시큰둥하게 반응했다.‘내가 연애 좀 하는데, 반응이 왜 저렇게 과장돼?’하지만 ‘남자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은주의 마음은 절로 들떴다.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응, 사귀고 있어. 키 크고 잘생겼어. 완전 모델 몸매에 아이돌 비주얼이지.”게다가 영호가 경찰이라는 사실이 은주에게 더 큰 자부심을 안겨줬다.“솔직히 말하면, 내 남자친구가 경찰인 게 좀 아깝다고 생각해. 얼굴이랑 비율만 보면 연예인 해도 될 정도니까.”은주는 속으로 윤미의 남편을 그려봤다. ‘어차피 뻔하지 뭐. 배만 불룩 나온 졸부 아니면, 못생긴 돈 많은 아저씨겠지.’윤미가 특별히 미인도 아니었고, 그저 젊고 대담했던 게 무기였으니까. 재벌가에서 원하는 아내의 조건, 가문, 외모, 과거 그 어떤 것도 충족하지 못할 게 뻔했다.역시나, 은주의 말에 윤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미묘한 불편함이 얼굴에 스쳤다.“허, 네 남자친구가 경찰이라고?”은주는 양팔을 가볍게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번졌다.“그래.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야.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지.”역시나 윤미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금세 억지로 짜낸 듯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윤미는 또다시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눈빛에는 은근한 비웃음까지 섞여 있었다.“그래 봐야 뭐하겠어? 월급도 얼마 안 될 텐데. 그러니 널 이런 데 데리고 와서 옷을 사는 거겠지.”“은주야, 같은 여자로서 하는 말인데, 우리 나이쯤 되면 품격을 좀 추구해야 해. 이런 옷 입으면, 내 피부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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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너...!”윤미는 이를 악물었지만, 더는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솔직히 말해, 선택할 수만 있었다면 윤미 역시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늙고 못생긴 남자에게 억지로 시집가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하지만 은주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차갑게 덧붙였다.“충고 하나 해줄게. 젊음과 외모로 얻은 건 결국 젊음과 외모가 사라질 때 같이 사라지는 법이야.”“아직 젊을 때 챙길 수 있으면 최대한 챙겨. 안 그러면 결국 빈손으로 끝나서 남들한테 웃음거리가 될 테니까.”말을 마치자 은주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돌아섰다.은주는 원래 남에게 함부로 시비를 거는 성격은 아니었다.하지만 안 건드린다고 해서,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었다.은주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윤미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왜 쟤만 그렇게 당당해 보이는 거야?’분노와 질투가 뒤엉킨 윤미는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은주야! 너도 좀 생각해봐야 되는 거 아냐? 네 남자친구, 혹시 나 같은 부류면 어떡해? 결국은 네 옆에 있는 사람이 더 높은 가지를 타려는 걸 수도 있잖아.”은주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윤미를 노려봤다.윤미는 그 반응에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 도발했다.“솔직히 말해, 요즘은 돈 많은 여자만 찾는 남자들 천지야. 네 남자친구가 네 돈 보고 붙은 거라면?”“이렇게 옷이나 사주면서 은근슬쩍 기생하려는 남자라면? 결국 사랑에 속고 돈도 잃고... 그럼 네가 제일 웃긴 꼴이 되는 거지. 여자 인생에서 그보다 비참한 건 없거든.”은주는 싸늘하게 웃으며 이를 악물었다.“내 일에 네가 참견할 필요 없어.”윤미는 다시 비죽거리며 말을 이었다.“참견은 무슨. 같은 동창이니까 해주는 말이지. 오히려 좋은 기회야. 마침 조만간 내가 동창 모임을 열까 하는데...”“다들 남편이나 아내 데려오면 되잖아? 네 남자친구도 데려와. 우리가 감별해 줄게.”이건 분명한 도발이었다.은주는 이런 식의 기 싸움은 절대 못 참았다. ‘좋아.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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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영호는 은주를 잠시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동창회에 가겠다고 한 것도, 은주 씨 친구들 앞에서 내가 검증받아도 된다는 게... 그게 날 위한 거예요?”그제야 은주는 눈치챘다. 영호가 화가 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은주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영호 씨를 친구들 앞에서 평가받게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윤미가 너무 기분 나쁘게 말해서, 나도 모르게 응해 버린 거예요.”“난 영호 씨하고 같이 가서 우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영호 씨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알게 하고 싶어서...”하지만 영호는 대답하지 않았다.‘왜 아무 말도 안 해...? 화가 난 건가, 실망한 건가?’영호의 표정을 읽지 못하니 은주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은주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영호 씨, 혹시 아직도 화난 거면... 우리 그냥 안 가도 돼요.”영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은주 씨, 나도 알아요. 사실 우린 조건으로만 보면 차이가 많아요. 어쩌면 내가 은주 씨한테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고요.”“아니에요. 그런 말 하지 마요.” 은주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영호는 잠시 은주의 눈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 말은... 감정은 결국 우리 둘 사이의 문제라는 거예요. 은주 씨가 우리 사이가 맞다고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죠.”“반대로 맞지 않다고 느낀다면, 굳이 남들이 뭐라 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깨닫게 될 거고요. 그러니까 괜히 감정 때문에 그런 자리에 억지로 나갈 필요는 없다는 거죠.”은주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억울하기도 했다.‘나도 알아, 사랑은 결국 둘만의 문제라는 거.’‘근데... 윤미랑은 예전부터 사이가 꼬였잖아.’‘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피하면, 괜히 내가 주눅 들어 보이고...’‘영호 씨가 내세울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꼴이잖아.’이런 생각이 겹쳐지자, 은주의 속도 차츰 끓어올랐다.“동창회라고 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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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아니요. 무슨 전 여자친구예요. 내 얘기가 아니라 형 얘기죠. 아니, 정확히는 전 여자친구도 아니고... 형 전처, 고예진 씨 말이에요!]예진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윤제는 순간 그대로 굳어졌다.아린은 남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눈치챘지만,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정신을 가다듬은 윤제는 아린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고는 화장실로 들어가 전화를 이어받았다.“지금 누구라고 했어?”선재는 윤제가 여전히 예진 이야기에 흔들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말했잖아요. 전 형수님도 변호사시험 보러 왔더라니까요. 형이 전에 전 형수님이 다시 일 구하고 변호사 하겠다고 했다길래 난 농담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진짜였어요.]윤제의 가슴은 알 수 없는 답답함으로 조여왔다.‘손 안에 꽉 쥐고 있던 연 줄이 이제 막 끊어져 버린 기분이야.’윤제가 대답하지 않자, 선재는 일부러 장난스레 덧붙였다.[형, 우리 전 형수님 이번엔 진짜 독하게 마음먹은 거 같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학교 다닐 때도 워낙 공부도 잘했잖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집에만 있었던 게 오히려 아깝더라니까요.]윤제는 다른 건 몰라도, 누군가 예진을 칭찬하는 소리만큼은 견딜 수 없었다.그리고 순간 마음속에서 묘한 반발심이 치솟았다.비웃음이 입가에 걸렸다.“그래서 뭐? 다 옛날 얘기지. 예전에 잘나갔으면 뭐해. 결국 내 옆에서 무료 가정부 노릇만 하다 끝났잖아. 변호사 시험? 절대 붙을 리 없지.”선재는 곧장 눈치를 챘다.[어, 형. 설마 아직도 전 형수님한테 미련이 남은 거 아니에요? 형 지금 첫사랑하고 곧 결혼한다면서...]그 말에 윤제는 왠지 모를 도발을 당한 듯 가슴이 더 욱신거렸다.그는 냉소를 더 크게 터뜨리며 목소리까지 높였다.“내가 고예진을 못 잊고 있다고? 웃기지 마. 나는 아린이랑 어릴 때부터 한솥밥 먹은 사이야.”“아린이는 고예진이랑은 비교도 안 돼. 자기 힘으로 자리 잡은 독립 디자이너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고예진만 아니었으면 우린 벌써 결혼했을 거야.”사람은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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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아린은 윤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이럴 때일수록 내가 완벽하게 보여줘야 해.’그녀는 곧장 윤제를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위로하는 듯한 제스처였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기분 안 좋아?”윤제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우리가 이제 곧 결혼한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아서 그래.”아린의 입꼬리가 순간적으로 비틀리며 미묘한 냉소가 스쳤다.‘역시... 남자란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해도 속마음은 따로야.’그러나 그녀는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를 더 부드럽게 가다듬었다.“오빠, 우리 둘이 얼마나 많은 걸 겪었어. 결국 이렇게 함께 하게 됐잖아. 나도 그래. 아직도 믿기지 않을 만큼 꿈같아.”아린은 윤제의 품에서 살짝 몸을 떼며 눈을 마주쳤다. 시선은 한없이 따뜻하고 진지했다.“하지만 나는 믿어. 그 어떤 어려움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우리는 반드시 행복할 거야.”그 확신에 찬 목소리에, 윤제의 마음은 비로소 가라앉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린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그대로 입을 맞췄다.결국 결혼식 테마는 아린의 의견대로 동화 같은 왕실 웨딩 콘셉트로 정해졌다.윤제는 순간 예진을 떠올렸다.예진 역시 예전에 이런 로맨틱한 테마를 좋아했었다.하지만 그때는 정략결혼이었고, 양가 하객이 많아 결국 무겁고 형식적인 분위기의 예식으로 끝났었다.그 미완의 기억은 윤제의 마음속에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만큼은 예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결국 날 떠난 게 누구 손해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겠어.’...시험을 마치고 예진이 시험장을 나왔을 때는 이미 점심이 지나 있었다.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민혁과 인성, 그리고 아름이었다. 세 사람이 정문 앞에서 서 있는 모습이 보이자, 예진은 반가움에 급히 달려갔다.‘어떻게 됐을까? 결과는...’궁금한 마음이 앞서 입을 먼저 열 뻔했지만, 세 사람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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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예진은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뉴스를 확인했다. 역시나 오늘 재판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밑에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이제 아름은 명성만큼은 민혁 못지않은 유명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분위기는 한껏 들떴고, 민혁은 모두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잘 됐네요. 앞으로는 우리 로펌을 찾아오는 사람이 더 많아질 거예요. 축하해요, 한 변호사님.”예진은 술 대신 찻잔을 들어 아름과 잔을 부딪쳤다.아름은 잔을 비우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봤다.“사실, 오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였다.“제가... 로펌에서 일한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정말 많은 사건들을 맡아왔는데...”“솔직히 말하면 스스로 흔들렸던 순간도 있었어요. 오늘 사건도 그렇고요. 여러분이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끝까지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민혁은 아름이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이미 짐작한 듯, 잠시 침묵했다.“우리 로펌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서 대표님도 그렇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그렇고. 그래서 더 아쉽지만... 전 결국 퇴직하기로 결심했어요.”‘퇴직?’예진은 순간 얼어붙었고, 인성은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퇴직이요? 선배님, 왜요? 이제는 유명 변호사로 이름도 알리셨는데, 왜 하필 지금이죠?”예진 역시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저 아쉬움만이 밀려왔다.“무슨 길을 선택하시든 저희는 한 변호사님을 응원할 거예요. 그래도... 정말 다시 한 번만 생각해보시는 게 어때요?”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자 아름은 오히려 웃어 보이며 공기를 풀었다.“다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제가 퇴직한다고 해서 이 도시를 떠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앞으로의 일은, 여러분과 더 가까이서 이어질지도 몰라요.”인성은 아름이 이어서 하는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머릿속은 오로지 ‘아름이 퇴직한다’는 생각뿐이었다.‘앞으로 회사에서 아름 선배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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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단순히 사람들이 법을 배워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불공정한 사건들도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잖아요.”그제야 인성은 아름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깨닫고 마음을 가라앉혔다.민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혼자 창업할 생각이에요? 아니면 회사랑 계약할 거예요?”아름은 고개를 저었다.“소속사랑 계약하는 건 생각도 안 해요. 괜히 묶이면 하고 싶지도 않은 콘텐츠까지 올려야 하니까요. 저는 그냥 법률 상식을 쉽게 전하는 계정을 만들고 싶은 거라서, 혼자 운영하는 게 제일 낫죠.”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시작 자금은 있어요?”돈 이야기가 나오자 아름은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지금 제일 큰 고민이에요. 저희 집 사정은 다들 알잖아요. 부모님은 늘 동생만 챙기고, 가끔은 저한테서도 뭔가 뜯어내려 하시고...”“그래서 이렇게 몇 년 동안 일했는데도 모아둔 돈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계정을 키우려면 초반엔 분명히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하잖아요.”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가 말이 없어졌다.예진은 정말 돕고 싶었지만, 이혼하면서 받은 합의금도 전부 집안 빚을 갚느라 다 써버린 터라 손에 쥔 게 없었다.인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갓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얼마 안 돼서 월세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니, 당연히 여유 자금이 있을 리 없었다.결국 이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민혁뿐이었다.예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사실 저는... 우리 로펌도 시대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예 디지털 미디어팀 같은 걸 만들어서 공식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보세요?”‘나 지금... 너무 티나게 말한 거 아니야?’예진은 속으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민혁은 예진의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디지털 미디어팀? 그래서 유튜브 스타 변호사들까지 다 모으자는 거예요? 오... 고 비서가 이런 감각까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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