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는 슬쩍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아까 산 핑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하지만 그건 영호가 직접 사준 옷이었다. 은주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다.“맞아. 이 백화점에서 산 거야. 우리 남자친구가 사줬는데, 그게 뭐?”남자친구라는 단어가 나오자 윤미의 눈이 번쩍 뜨였다.“남자친구? 은주, 네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은주는 대답 대신 눈을 굴리면서 시큰둥하게 반응했다.‘내가 연애 좀 하는데, 반응이 왜 저렇게 과장돼?’하지만 ‘남자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은주의 마음은 절로 들떴다.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응, 사귀고 있어. 키 크고 잘생겼어. 완전 모델 몸매에 아이돌 비주얼이지.”게다가 영호가 경찰이라는 사실이 은주에게 더 큰 자부심을 안겨줬다.“솔직히 말하면, 내 남자친구가 경찰인 게 좀 아깝다고 생각해. 얼굴이랑 비율만 보면 연예인 해도 될 정도니까.”은주는 속으로 윤미의 남편을 그려봤다. ‘어차피 뻔하지 뭐. 배만 불룩 나온 졸부 아니면, 못생긴 돈 많은 아저씨겠지.’윤미가 특별히 미인도 아니었고, 그저 젊고 대담했던 게 무기였으니까. 재벌가에서 원하는 아내의 조건, 가문, 외모, 과거 그 어떤 것도 충족하지 못할 게 뻔했다.역시나, 은주의 말에 윤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미묘한 불편함이 얼굴에 스쳤다.“허, 네 남자친구가 경찰이라고?”은주는 양팔을 가볍게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번졌다.“그래.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야.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지.”역시나 윤미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금세 억지로 짜낸 듯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윤미는 또다시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눈빛에는 은근한 비웃음까지 섞여 있었다.“그래 봐야 뭐하겠어? 월급도 얼마 안 될 텐데. 그러니 널 이런 데 데리고 와서 옷을 사는 거겠지.”“은주야, 같은 여자로서 하는 말인데, 우리 나이쯤 되면 품격을 좀 추구해야 해. 이런 옷 입으면, 내 피부는 바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