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은 피식 웃으며 은주의 손을 잡아 끌어 다시 앉혔다.“내 말은 그게 아니야. 부씨 집안이라는 게 마치 불구덩이 같잖아. 나야 겨우겨우 기어 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젊은 나이에 스스로 뛰어들겠다니... 그게 참 안쓰럽단 말이지.”은주는 예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하고 찔렀다.“야, 너 제정신이야? 내연녀 걱정을 다 하고 있네. 내가 보기에, 너 지금 성인군자병 걸린 거야. 고쳐야 돼.”예진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도 알아. 그래도 이제 난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부씨 집안과 얽힌 모든 건, 이제부턴 내 삶과는 아무 상관없어.”...같은 시각, 결혼식장은 분주해졌다.시간이 되자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된 것이다.별다른 이벤트도 들러리 입장도 없었다.게다가 아린의 아버지 역시 해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결국 신랑과 신부가 함께 입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신랑, 신부 입장하겠습니다!”사회자의 외침에 맞춰, 아린은 윤제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붉은 카펫 위를 걸었다.윤제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고, 아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화동 복장으로 차려 입고 앞장선 이안은, 두 사람 앞에서 꽃잎을 흩날리며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따뜻한 음악이 흐르고, 곳곳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아린의 귀에 또렷이 꽂혔다.“내연녀 치고는 대단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까 고씨 집안 딸이랑은 비교도 안 되네.”“그래? 신랑 전처 본 적 있어?”“아, 너는 H시에 나중에 와서 모르겠구나. 예전에 고씨 집안 잘나갈 땐, 예진이가 H시에서 알아주는 금수저였어. 성인식도 완전 성대하게 했지. 그때 나도 갔었거든.”“맞아, 고예진은 얼굴도 기품도 흠잡을 데가 없었어. 결혼한 뒤엔 집에만 틀어박혀 잘 안 보이더니, 집안 망하니까 흔적도 없어졌지만...”“그러게. 결국 남자는 꽃도 제대로 못 가꾸잖아. 그렇게 예쁜 아내 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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