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Bab 321 - Bab 330

330 Bab

제321화

은주의 말에 예진은 걸음을 멈추고 곧장 은주를 바라봤다.“은주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네 진짜 마음은 뭐야? 영호 씨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창피한 일이야?”“나...”은주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가 금세 붉어지면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했다.“그런 뜻은 아니야. 그냥...”그러나 그 다음을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다.예진은 오랜 친구를 잘 알고 있었다.은주는 결코 돈만 보고 사람을 고르는 타입이 아니었다.그랬다면 아예 영호와 사귀지도 않았을 것이다.다만 은주의 뼛속 깊은 자존심이 문제였다. 윤미에게 비웃음 당하는 꼴은, 절대로 참을 수 없는 성격이니까.예진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정말 영호 씨를 좋아한다면, 그냥 당당하게 인정해. 별 의미 없는 사람들 눈치 보다가 네 마음까지 망치면 안 되지.”은주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진은 한층 더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영호 씨가 재벌 2세처럼 배경이 화려한 건 아닐 거야. 근데 영호 씨가 널 얼마나 진심으로 아끼는지, 다들 다 알잖아.”“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마음 다해 사랑해주는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나라면 창피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러울 것 같아.”그 말을 듣고 은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예진아. 나도 알아. 근데 지금은... 영호 씨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잖아. 이러면 동창회도 같이 못 가겠지.”예진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꼭 그렇지도 않아. 시간하고 장소만 전해줘. 마지막에 어떻게 할지는 영호 씨가 스스로 선택할 거야.”...한편, 민혁은 준비해온 식재료를 모두 꺼내 정리하고 있었다.멀찍이서 예진과 은주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민혁은 천천히 과일을 씻기 시작했다.여자들은 마음이 불편할 때면 꼭 절친에게 속내를 털어놓곤 한다.민혁 눈에는 지금 은주가 예진을 달래 주고 있는 듯 보였다.‘예진이 혹시 부윤제 결혼 소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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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예진은 피식 웃으며 은주의 손을 잡아 끌어 다시 앉혔다.“내 말은 그게 아니야. 부씨 집안이라는 게 마치 불구덩이 같잖아. 나야 겨우겨우 기어 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젊은 나이에 스스로 뛰어들겠다니... 그게 참 안쓰럽단 말이지.”은주는 예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하고 찔렀다.“야, 너 제정신이야? 내연녀 걱정을 다 하고 있네. 내가 보기에, 너 지금 성인군자병 걸린 거야. 고쳐야 돼.”예진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나도 알아. 그래도 이제 난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부씨 집안과 얽힌 모든 건, 이제부턴 내 삶과는 아무 상관없어.”...같은 시각, 결혼식장은 분주해졌다.시간이 되자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된 것이다.별다른 이벤트도 들러리 입장도 없었다.게다가 아린의 아버지 역시 해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결국 신랑과 신부가 함께 입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신랑, 신부 입장하겠습니다!”사회자의 외침에 맞춰, 아린은 윤제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붉은 카펫 위를 걸었다.윤제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고, 아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화동 복장으로 차려 입고 앞장선 이안은, 두 사람 앞에서 꽃잎을 흩날리며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따뜻한 음악이 흐르고, 곳곳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아린의 귀에 또렷이 꽂혔다.“내연녀 치고는 대단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까 고씨 집안 딸이랑은 비교도 안 되네.”“그래? 신랑 전처 본 적 있어?”“아, 너는 H시에 나중에 와서 모르겠구나. 예전에 고씨 집안 잘나갈 땐, 예진이가 H시에서 알아주는 금수저였어. 성인식도 완전 성대하게 했지. 그때 나도 갔었거든.”“맞아, 고예진은 얼굴도 기품도 흠잡을 데가 없었어. 결혼한 뒤엔 집에만 틀어박혀 잘 안 보이더니, 집안 망하니까 흔적도 없어졌지만...”“그러게. 결국 남자는 꽃도 제대로 못 가꾸잖아. 그렇게 예쁜 아내 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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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결혼식은 대체로 무난히 끝났다.하지만 아린의 마음 한구석은 개운치 않았다.수년간 꿈꿔온 웨딩마치, 인생의 가장 빛나는 날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예진의 이름 섞인 뒷말들로 얼룩진 것이다.신혼 첫날밤, 신혼집은 다름 아닌 윤제와 예진이 함께 살던 그 집이었다.하루 종일 이어진 피로 탓인지, 윤제는 밤이 깊어져도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아린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윤제의 옆구리에 바짝 붙었다.윤제는 여전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아린은 그의 팔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오빠, 아직도 믿기지 않아. 우리가 진짜 결혼하다니... 이제 정말 한 가족이 된 거잖아.”윤제는 그제야 책을 덮고 아린을 끌어안았다.“그래, 오늘 하루 고생 많았지. 얼른 자자. 내일도 피곤할 거야.”윤제가 스탠드 쪽으로 손을 뻗자, 아린은 순간 몸을 일으켰다.“오빠, 사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윤제도 상체를 세우며 아린을 바라봤다.“우리 이제 부부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잖아. 그런데 언제까지나 어머니랑 한집에 살 순 없잖아. 그래서...”아린은 눈치를 보듯 말을 흐렸다.윤제가 본가로 돌아가 도순희와 이안과 함께 지내길 내심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아린은 바보가 아니었다.며느리로서 도순희의 간섭을 받으며 살 바엔, 지금처럼 두 사람만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도움을 받는 편이 훨씬 편안했다.윤제가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다.“네 말은... 우리가 앞으로 여기서 계속 따로 살자는 거야?”아린은 서둘러 그의 팔을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니, 오해하지 마. 나도 어머니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야. 근데 알잖아, 세대 차이도 있고...”“또 어머니는 연세도 있으신데, 우리 옆에 계시면 자꾸 신경 쓰셔야 하잖아. 차라리 우리가 따로 살면 어머니도 오히려 편하시지 않을까 해서.”윤제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아린을 바라봤다.아린은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말하면, 그냥 오빠랑 단둘이 지내보고 싶어. 우리 둘, 여기까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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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다음 날 아침, 예진과 민혁은 먼저 이연과 나정을 데리러 갔다가 함께 법원으로 향했다.피고 측 도서라와 그의 변호인은 개정 30분을 앞두고서야 여유 있게 모습을 드러냈다.예진은 민혁의 비서 자격으로 이연과 나정 곁에 앉았다.도서라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채,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듯 오만한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그가 선임한 변호사는 다름 아닌 주성민이었다.정하늘 사건 1심을 승소로 이끌며 이름을 떨친 성민은 최근 들어 명성이 부쩍 높아진 상태였다.돈을 아끼지 않는 도서라라면, 당연히 성민 같은 변호사를 데려왔을 터였다.예진은 맞은편에 앉은 성민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성민 역시 시선을 마주치자, 예진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진도 예의 바르게 미소로 답했다.곧 재판이 시작되었다.민혁이 원고 측 대리인으로 먼저 일어나 발언을 이어갔다.“먼저 여기 계신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결혼... 다들 하셨습니까?”의외의 질문에 법정 안이 순간 술렁였다.방청석에 앉은 이들은 웅성거리며 서로의 상황을 주고받았다.결혼한 사람도, 이미 아이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재판부 쪽을 바라보니, 세 명의 판사 중 두 명은 남성, 한 명은 여성.겉모습만 봐도 가정을 가진 기혼자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민혁은 멈추지 않고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요?”두 번째 질문에 법정 안 공기는 더 활기를 띠었다.민혁은 잠시 법정을 둘러보며 숨을 고르더니, 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어갔다.“여기 계신 여성분들께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남편과 함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돈을 벌기 위해 몸이 상할 만큼 일했고...”“결국 재산은 모았지만, 본인은 병약해져 집에서 요양만 하게 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세월이 흘러 안색은 수척해지고 젊음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남편의 사업이 번창했다는 것, 그리고 귀엽고 예쁜 딸이 곁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남편이 바람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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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원고 측은 최소한 전체 재산의 50%는 상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부부 공동재산의 경우, 원고 측은 이를 되찾을 권리가 있습니다.”“법의 존재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데 있고, 그렇기에 법의 판단 또한 정의로워야 합니다.”민혁의 발언이 끝나자, 법정 안은 박수로 가득 찼다.이연과 나정은 이미 눈가가 붉어진 채,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하, 예전부터 그랬지. 남자가 성공하고 나서도 본처하고 끝까지 같이 가는 경우가 어디 있다고. 남자가 돈 좀 생기면 변하는 게 본성이야!”“이런 말도 안 되는 상속 제도는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내연녀 자식도 떳떳하게 상속받는다고? 그럼 우리 여성들의 권리는 어디서 보장받아?”“맞아. 결혼이라는 게 남자들한테는 아무런 구속도 안 되잖아. 결국 여자만 족쇄 차는 거지.”“이래서야 누가 결혼을 하겠어. 결혼율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분위기는 순식간에 원고 측으로 기울었다.도서라는 결국 참다못해 선글라스를 벗어 던졌다.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그럼에도 주성민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차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원고 측 말씀, 사회적 도덕의 잣대에서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저희 의뢰인의 처신이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요.”“그러나 법은 도덕을 재단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법은 그 자체로 지켜야 할 규범입니다.”성민의 시선이 곧장 판사석으로 향했다.“송호국 씨는 생전에 명확히 유언을 남겼습니다. 재산을 제 의뢰인과 아들에게 물려주겠다고요.”“게다가 아들은 송호국 씨의 친자입니다. 상속권이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고, 어느 법조문을 살펴봐도 전혀 하자가 없습니다.”주변의 웅성거림이 잠시 가라앉았다. 성민은 끊김 없이 덧붙였다.“또한 원고 측이 주장하는 공동재산 문제에 대해서도, 저희는 전혀 이의가 없습니다. 오히려 원고 측이 원한다면 공동재산을 명확히 정리해 돌려주겠다는 입장입니다.”‘공동재산이라니... 웃기는 소리.’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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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증인의 진술이 끝나고 퇴장하자, 민혁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자리에 앉았다.법정 안은 이미 분위기가 기울어 있었다. 방청객들은 하나같이 이연과 나정을 지지했고, 심지어 재판부마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원고 측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도서라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성민이 곧바로 도서라의 팔을 눌러 앉혔다. 이어 성민은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다.법정을 벗어난 도서라는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곧바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성급하게 불을 붙이고는 깊게 연기를 빨아들였다.성민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그녀를 따라 나왔다.“변호사님, 제가 이번에 변호사님한테 얼마나 큰돈을 썼는지 아세요?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마세요.”“그 돈은 저한테는 절실해요. 만약 이번에 변호사님이 어떻게든 제 손에 들어오게 해주면, 앞으로도 보답은 확실히 해드릴 테니까.”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의뢰받은 이상 끝까지 책임지는 게 제 일입니다. 그건 분명히 아실 겁니다.”“책임? 지금 분위기 안 보이세요? 모든 사람이 그 두 모녀 편이잖아요. 이러다간 내 돈이 전부 날아간다고요!”도서라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지만, 성민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도서라의 담배 케이스에서 한 개비를 뽑아 든 성민이 불을 붙였다.짙은 연기 사이로 드러난 성민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래서 어쩌라고요? 방청객들이 다 그 모녀 편을 든다고 해서 판사가 감정대로 판결할 것 같습니까?”“법정은 여론조사장이 아닙니다. 법전에 적힌 대로만 움직이는 게 판결이에요.”도서라는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지금은 인적 물적 증거까지 다 모였잖아요. 송호국이 죽기 전에 재산을 빼돌렸다는 게 이미 드러났다고요.”성민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재산을 빼돌린 걸 다 잡아낼 수 있으면, 이 나라에서 이혼하고 빈털터리 되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을까요?”도서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의심과 기대가 교차하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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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그리고 원고 측 변호인이 방금 언급한 해외 자산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 측 주장대로 절반을 분할하는 데 동의합니다.”성민의 발언에 법정이 다시 술렁였다.하지만 민혁은 이미 예상한 수순이라는 듯 담담했다.그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할 때부터 이상함을 눈치챘다.송호국이 남긴 막대한 재산 중 해외 부동산은 사실 큰 가치가 없었다. 이미 시세가 떨어진 곳도 많았다.정말로 돈이 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수집품과 귀보석들.그리고 그 모든 건 ‘개인 소유’로 분류될 수 있었다.‘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최저한의 생활 보장만 약속했던 거야.’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해외 자산의 절반이라 해도 수십억 원. 거액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당장 나정이가 사회에 나가 자립할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액수였다.결국, 우여곡절 끝에 내려진 1심 판결은 이랬다.해외로 빼돌린 재산의 절반은 이연과 나정에게 귀속.그 외의 자산은 유언장과 법률에 따라 전부 도서라 모자가 차지.최종적으로 이연과 나정이 손에 쥔 건 오십억 원 남짓이었다.적은 액수일 수도 있지만, 이미 손에 들어온 돈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 된 도서라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내가 왜 저 여자하고 저 여자 딸한테 돈을 줘야 하는 거야...’이를 악문 도서라는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 성민과 함께 법정을 먼저 빠져나갔다.예진은 마음이 복잡했다. 준비한 것에 비해 결과가 시원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연과 나정을 다독였다.“그래도 이제 나정이 학비 걱정은 없잖아요.”이연은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전 원래 기대도 안 했어요. 이 정도라도 받을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해요, 변호사님, 고 비서님.”민혁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고맙다는 말씀은 안 하셔도 됩니다.”예진은 조용히 나정의 어깨를 두드렸다.“앞으로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야 돼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나중에 결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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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예진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민혁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왜요? 또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의심하는 거예요?”예진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차에 올랐다.“아니거든요. 그냥... 민혁 씨 말이 맞는 것 같아서요. 변호사가 된 이유가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서잖아요.”“우리가 나서지 않았다면, 이연 사모님하고 나정 씨는 지금처럼 편하게 살 수 없었을 거예요. 아무것도 못 얻었을 수도 있고요.”그 말에 민혁은 미소만 지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병원에 들러 민혁의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갈았다.그 뒤 고씨 가족의 집에 들러서 짐을 챙겨 다시 돌아갈 준비를 했다.송승예, 고환일과 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매일 따뜻한 집밥이 준비돼 있었으니까.하지만 그래도 오래 신세지는 건 좀 눈치가 보였다. 결국 오후 내내 짐을 옮기고 나서, 예진은 회사로 향했다.민혁은 그때부터 자취를 감췄다.평소라면 어디 간다고 한마디는 남기던 민혁이었는데, 오늘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예진 역시 대표의 행선지를 캐묻는 직원이 될 수는 없으니 그냥 넘어갔다.퇴근 시간이 되어도, 민혁은 돌아오지 않았다.‘지금이 기회일지도 몰라.’예진은 로펌에서 나오자마자 서둘러 케이크 가게에 들렀다. 작은 생일 케이크 하나, 그리고 장을 보면서 식재료를 바리바리 챙겼다.오늘만큼은 자신이 직접 요리해서, 민혁에게 따뜻한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었다.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다 보니 벌써 저녁 7시.네 가지 반찬과 국, 그리고 케이크까지.마지막으로 민혁에게 줄 넥타이를 케이크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예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은주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하지만 9시가 넘도록 민혁은 돌아오지 않았다.차려둔 음식은 다 식어버렸고, 창밖에는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참다못한 예진이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민혁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민혁 씨 핸드폰이 이렇게 꺼져 있는 건 처음인데...’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심지어 은주에게도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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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예진은 긴장된 눈빛으로 민혁의 온몸을 훑어보았다.다행히 그는 손 외에는 다른 상처가 없는 듯했다.안도의 숨을 내쉰 예진은 민혁을 끌어들여 거실로 데려가서 그대로 소파에 앉혔다.잠시 후, 약상자를 꺼내 들고 민혁의 손을 조심스레 살폈다.예진은 보면 볼수록 납득이 되지 않았다.민혁은 본래 충동적이거나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절대.’그러니 이런 상처가 단순히 싸움에서 비롯된 건 아닐 터였다.차라리 단단한 물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고 보는 게 더 맞았다.예진은 내내 찌푸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주었다. 혹시나 더 아프게 할까 봐 손끝이 떨릴 정도였다.“오늘 병원에서 약 바꿔줬을 때 의사 선생님이 조금 괜찮아졌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다시 상처를 냈으니 내일은 분명히 붓겠죠. 아침에 꼭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해요.”“비 맞은 거예요? 우산도 없이... 전화라도 좀 하죠. 이런 계절에 비 맞으면 감기 걸리기 딱 좋은데, 상처에도 안 좋아요.”예진은 혼잣말처럼 계속 중얼거렸다.“안 되겠어요. 감기약이라도 미리 먹어둬야지. 혹시 모르니까...”그렇게 말하며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민혁의 손이 그녀를 붙잡았다.예진이 겨우 몸을 세우자, 그가 힘을 조금 주는 바람에 앞으로 휘청이며 가까워졌다.그리고는 민혁이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젖은 머리카락이 예진의 옷을 더럽힐까 두려운 듯 담요를 사이에 둔 채, 머리를 예진의 배에 기댔다.예진의 몸이 순간 굳었다.‘이게 뭐야... 갑자기 왜...’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밀어내려고 할 때, 낮게 갈라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움직이지 마요. 잠깐만... 그냥, 잠깐만 쉬게 해줘요.”이토록 무너진 민혁의 모습은 처음이었다.마치 세상이 멈춘 듯한 순간.예진은 결국 손을 뻗지 못한 채, 민혁의 품 안에 안긴 채 그대로 서 있었다.그렇게 십여 분이 흘렀다.예진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민혁은 도대체 오후에 어디를 갔던 걸까, 무슨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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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진은 선물 상자를 열어 안에 들어 있던 넥타이를 꺼내 보였다.“생일 선물이에요.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요.”하지만 민혁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그제야 예진은 그의 호흡이 눈에 띄게 가빠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뭐지? 뭔가 이상해.’“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오늘따라 민혁은 너무 낯설었다.그는 이를 악문 채 낮게 내뱉었다.“누가 말해줬어요?”예진은 멍해졌다.“오늘 생일인 거요? 아무도 안 알려줬어요. 서류 정리하다가, 민혁 씨 주민번호 보고 기억해둔 거예요.”예진은 조심스레 선물 상자를 내려놓았다.“아직 자정 전이니까... 소원은 빌 수 있잖아요. 잠깐만요, 라이터 좀 찾고요.”예진이 몸을 돌려 찾으려는 순간, 등 뒤에서 민혁의 씹어 삼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진 씨가 이렇게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순간, 예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런 말이 민혁의 입에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예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민혁 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그제야 민혁이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눈빛은 날카롭게 가라앉아 있었다.“제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누가 허락했어요? 제 일에 끼어들라고? 누가 허락했냐고요? 제 생일 챙기고 선물까지 준비하라고?”“거기에다 소원까지 빌라고? 예진 씨, 정말 멋대로네요.”민혁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칼날처럼 박혀왔다.예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숨쉬기조차 힘들만큼.‘이 사람... 왜 이러지? 설마 비 맞고 감기 걸려서, 열 때문에 헛소리하는 건가?’예진은 다급히 다가가 그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다.“열도 없는데... 그럼 왜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다음 순간, 민혁은 예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늘 따뜻하던 남자의 손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차가웠다.그 차가움이 머릿속까지 스며들자, 예진은 비로소 깨달았다.‘혹시, 정말로 화가 난 거야?’예진이 무언가 말을 잇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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