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보던 중, 핸드폰 알림음을 듣고 무심코 화면을 열어봤다.‘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말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윤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윤제는 곧장 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린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윤제가 이 메시지를 보면 분명 전화를 걸어올 거라는 걸.차 안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화면에 뜬 발신자를 확인하자, 아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오빠, 지금 바쁜 거 아니야?”[응, 오늘은 좀 괜찮아. 검사 다 끝난 거야?]아린은 목소리를 한껏 여리게 꾸몄다.“응, 다 끝났어. 크게 문제는 아니래. 오빠... 이번 생에 단 한 번이라도 오빠 신부가 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충분해.”윤제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그 한 마디에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내가 아린이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건 아닐까?’‘이렇게까지 아픈 몸으로 버티면서도... 날 원하다니.’입술을 꼭 다문 윤제는 결심하듯 말을 꺼냈다.[그런 말 하지 마. 아린아, 우리 결혼식... 앞당기자.]아린의 눈빛이 순간 번쩍였다.‘겨우 진단서 한 장으로 이렇게까지 쉽게? 정말 거저 먹기인데.’그러나 겉으로는 마치 망설이듯, 한숨을 섞어 말했다.“오빠... 우리 일이 이미 소문이 자자하잖아. 다들 알 텐데, 괜히 내가 오빠 발목 잡는 건 아닐까 걱정돼.”남자는 본능적으로 이런 연약한 말에 약하다.아린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예상대로 윤제의 목소리엔 단호하지만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이렇게까지 힘든데, 내가 어떻게 손 놓고 있어? 아린아, 내 사랑은 절대 세상 소문 따위에 흔들리지 않아.]아린은 입술 끝을 억눌러가며 답했다.“오빠를 믿어. 그럼... 오빠 말대로 하자.”통화를 끊는 순간, 아린의 입가엔 더 깊은 미소가 번졌다.‘역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쉬운 건 죄책감에 흔들리는 남자야.’그녀는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으며 병원을 빠져나갔다....퇴근길, 영호는 예진이 보낸 메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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