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철이 선임한 변호사는 예진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주성민 로펌의 신입 변호사 강동원이었다.주성민은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로펌을 차렸고, 제법 많은 변호사를 영입했다.아이러니하게도 성민의 로펌이 맡는 사건들은 늘 민혁의 로펌이 맡은 사건들과 맞부딪히곤 했다.이규철은 꾹꾹 눌러 담은 분노를 삼키며, 자신의 변호사 강동원과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리고 마치 미리 합을 맞춘 것처럼, 이규철의 얼굴에 곧바로 죄책감 어린 표정이 번졌다.‘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얼굴을 바꿀 수 있나?’예진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드러내며 이를 악물던 남자가, 이제는 마치 모든 걸 후회하는 양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방금 전 이규철의 흉폭한 기세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 이 모습만 본 사람은 결코 그가 아내를 피투성이로 만든 폭행범이라 믿지 못했을 것이다.잠시 후, 이규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봉춘영을 향한 얼굴에는 연민과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다.“제가 한 일이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정말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날 밤 술에 너무 취해서,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예진은 즉시 이규철의 속셈을 알아챘다.‘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심신상실을 주장해서 면죄부를 받으려는 건가?’예상대로, 곧 강동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재판장님, 먼저 저희 측은 아내를 폭행한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다만 사건이 벌어진 날, 제 의뢰인은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고, 당시 소주 한 병 반과 맥주 세 병을 마셨습니다.”“저희 측은 이미 그 자리에 있었던 증인을 확보했고, 실제로 술을 마셨다는 증거도 제출하겠습니다.”그는 준비해 온 서류를 꺼내 방청석과 재판부에 차례로 배포했다.이어 강동원은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이처럼 과도한 음주로 인해 의뢰인의 판단력은 심각하게 저하되었고, 기억이 단절되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습니다.”“즉, 행동을 스스로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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