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에게 더 이상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민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장 서중국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서중국은 욕조에서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있던 참이었다.전화 화면에 ‘민혁’이라는 이름이 뜨자, 조금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전화를 받았다.[이 녀석, 이렇게 빨리 작은아버지한테 고맙다고 하려고?]민혁의 목소리는 이를 악문 듯 날카로웠다.“작은아버지, 예진이한테 찾아가셨죠? 도대체 뭐라고 하셨어요?”목소리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서중국은 몸을 곧게 세웠다.[뭘 또 대단한 걸 말했겠어. 네 녀석이 대체 언제쯤 고백할 건지, 내가 손 놓고 기다리다 늙어 죽을까 봐 말이지. 그래서 그냥 네 마음을 조금 흘린 것뿐이야. 어때, 지금 상황은 좀 나아졌냐?]서중국 역시 근본적으로는 민혁을 위하는 마음이었다.민혁도 잘 알고 있었다. 작은아버지가 경솔하게 입을 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늘 분별 있고,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오늘 예진이 집에 돌아와 단도직입적으로 ‘좋아하냐’고 물었던 걸 떠올려 보면, 서중국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했다.민혁은 이를 꽉 깨물었다.“작은아버지, 저희 문제에 괜히 끼어들지 마세요. 진짜 두 사람 잘 되는 걸 보고 싶으시면, 결혼식만 보고 조용히 J시에 내려가 계시죠.”그 말과 함께, 민혁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서중국은 멍하니 전화를 바라보며 눈을 몇 번 깜빡였다.[뭐야? 이 녀석, 혹시 고백하다가... 차인 거야? 에이, 설마 그렇게 망신을 당했겠어?]...전화를 끊은 민혁은 곧장 은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마침 은주는 영호가 야간 당직이 없는 날이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데이트를 준비하며 들떠 있었다.둘만의 낭만적인 저녁을 막 시작하려던 찰나였다.“은주야, 나 큰일 났어.”민혁은 조금 전 벌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털어놓았다.얘기를 듣고 있던 은주는 거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약속했던 낭만적인 고백은 어디 가고, 도움은커녕 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버리다니.‘오빠는 왜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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