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입술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눈앞엔 곧 마을의 끝이 보였다.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벌써 쫓아오기 시작했어...’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몸을 숨길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허허벌판 시골길, 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예진은 그대로 시골길로 뛰어들었다.뒤를 힐끗 돌아본 순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안 돼... 잡히면 끝장이야.’예진은 마지막 기운까지 쥐어짜듯 달려 나갔다.그때, 반대편 도로에서 한 대의 차량이 다가왔다.희망이 번뜩였다.예진은 달리면서 두 팔을 흔들며 차를 향해 소리쳤다.“도와주세요! 제발!”차는 그녀 앞에 멈춰 섰다.그러나 문이 열리고 나온 두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예진의 발걸음이 얼어붙었다.비록 어젯밤 눈을 뜨진 못했지만,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바로 자신을 납치해 끌고 온 그 두 남자였다.다음 순간, 조보군이 헐떡이며 달려왔다.그리고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X발, 이 년이 또 도망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냐!”예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조보군이 달려들어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예진은 힘없이 휘청거리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안 돼... 아직...’그러나 그 생각마저 잇달아 끊겼다. 예진의 몸은 무너져 내리면서, 의식은 검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조보군은 피식 웃으며 쓰러진 예진의 몸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바로 그때, 이병수 부부와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예진이 붙잡힌 것을 확인한 이병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예진을 훑어보더니 서로 떠들어댔다.“야, 병수가 역시 짝을 잘 골랐네. 둘째 며느리라니, 참 곱다.”“그러게, 딱 봐도 서울에서 대학 다니던 아가씨 같네. 얼굴이 다르다니까.”“...”그들의 시선과 웃음은, 예진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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