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041 - Chapter 1050

1059 Chapters

제1041화

“그러니 이제 그만 좀 요구하세요. 당신들은 그럴 자격 없으니까.”하지율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연상진은 분노에 일그러진 얼굴로 무언가를 쏟아내려 했으나 하지율이 그보다 더 빨랐다.“거울 가져다드려요? 지금 당신들 얼굴 좀 봐요. 이게 가족을 대하는 표정인지, 원수를 대하는 표정인지.”“이익...”그 한마디에 연상진은 단박에 말을 잃었다.연상준과 연재영 역시 표정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때, 연태훈이 급히 나서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그는 이 냉전이 더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율아, 네 오빠들 말 너무 진지하게 듣지 마. 조급해서 말이 거칠어진 것뿐이야. 이리 와서 윤택이랑 옆에 앉아. 정미 구하는 건 우리가 다시 논의할 테니.”바로 그 순간, 하지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 쏠렸다.연상진의 눈에는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가득했다. 그는 이 통화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 예감했다.“하지율, 네가 납치범들과 어떤 식으로든 결탁한 게 드러나면... 그때는...”그러나 하지율은 그의 협박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고 망설임 없이 스피커폰을 켰다.수화기 너머로 심다희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지율아, 네가 조사해 달라고 한 거 전부 확인했어. 너를 쫓던 그 사람...”잠시 숨을 멈춘 그녀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연씨 가문 사람이야. 그것도 네 셋째 오빠, 연상준 쪽 사람이더라.”“...”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하지율이 조용히 말했다.“알았어, 고마워, 다희야.”“우리 사이에 무슨... 네가 Z국에서 죽을 만큼 힘들었을 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돕게 돼서 너무 기뻐.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응.”짧은 대화를 마치고 통화를 끊은 하지율은 무심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당혹감이 뒤섞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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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주용화의 말이 끝나는 순간, 거실의 공기는 마치 한겨울처럼 서늘하게 식어갔다.“만약 임채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손씨 집안 사람들은 틀림없이 당신을 오빠의 재산을 갉아먹는 여자라고 비난했을 겁니다. 이런 친정이라면 평범한 집이라 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죠.”말끝에 맺힌 조소가 파문처럼 번지자 연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은 일제히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화를 내고 싶었지만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연태훈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결국 낮게 사과했다.“지율아... 이건 정말... 아버지가 너에게 미안하다.”주용화는 부드럽게 웃었지만 그 이면에는 감출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서늘한 칼날이 있었다.“말만으론 부족합니다. 행동으로 보여주셔야죠.”연재영은 그의 끼어듦이 더없이 성가셨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연씨 가문 쪽은 할 말이 없는 형국이었다. 억지 변명은 위선만 더 짙게 할 뿐이었다. 그는 억눌린 표정으로 하지율을 바라보았다.“하지율, 네 생각은 어때.”하지율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조건이 있어요. 첫째, 손형원 씨를 지금 당장 연씨 저택에서 내보내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해 주세요.”연재영은 주저할 틈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좋다.”그는 그 자리에서 집사를 호출했다.“손형원 씨를 지금 이 자리에서 모시고 나가도록 해.”집사는 공손한 태도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이제 나가 주십시오.”손형원의 눈빛이 순간 예리한 날처럼 차갑게 번졌다. 분노와 굴욕감에 휩싸인 그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하지율. 오늘 일... 결코 잊지 않으마.”그의 서늘한 목소리에도 하지율은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래요. 어차피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일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텐데요, 뭐.”그녀는 이내 남자의 차갑고 음습한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당신이 손씨 가문의 가주라 해도, 연경 그룹과의 협력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여기서는 아무 의미 없어요. 내가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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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손톱이 피와 함께 빠져나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만큼 잔혹했다.단서현은 숨조차 들이켜지 못한 채 넋 놓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충격에 입이 벌어진 채였지만 그 속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비명은 끊어질 틈 없이 이어졌다. 그것은 인간의 것이 아닌, 짐승의 울부짖음에 가까웠다.연정미의 손톱이 하나씩 뜯겨 나가자, 그들은 망설임 없이 그 위에 소금물과 고춧가루를 덧부었다.단서현은 외국인들이 어떻게 그런 고문 방식을 고안해 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이 이 정도로 잔혹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그들은 곧이어 어디서 잡아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독이 있을지도 모르는 뱀 몇 마리를 그대로 연정미의 몸 위에 던졌다.연정미가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다고 해도 그녀는 명문가에서 귀하게 자란 아가씨였다.단서현도 이런 뭣 같은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게다가 이 인간들은 정말 많은 고문 방법을 알고 있었다.그들은 연정미의 몸에 손대지 않겠다고 하긴 했으나 그게 고문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결국 모든 것은 연정미의 고문 영상을 기다리는 석유 재벌과 금융가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었다.그때, 누군가 음습하게 웃으며 잔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고통을 넘어선 모욕감이었다.“우리는 이 여자를 만져서도, 불구로 만들어서도 안 돼. 하지만 괴롭힌다는 목적은 달성해야겠지. 저쪽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며? 머리카락과 눈썹을 전부 밀어버려도 과연 그 미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오,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단서현은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지켜보았다.곧이어 연정미의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고 뽀얀 두피가 드러났다.그러나 연정미는 대머리가 되었음에도 이목구비가 또렷한 탓에 여전히 아름다웠다.하지만 눈썹까지 모두 사라지자 그 조화로운 아름다움은 일순간 뒤틀려 기묘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렸다.벽 모퉁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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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구두 굽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텅 빈 공간을 울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 소리가 손형서의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순간 숨을 멈춘 그녀는 잠시 자는 척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나 곧 기계로 변조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깬 거 알아.”들켰다는 사실을 깨달은 손형서는 더 이상 숨기려 하지 않았다.“당신 누구야? 왜 나를 납치한 거지? 돈을 원하는 거야?”그 말에 남자가 낮게 웃었다.“돈은 썩어 넘쳐나. 그런 건 필요 없어.”순간 손형서의 심장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라는 건가?’“네가 원하는 게 뭔데?”“네 오빠.”남자의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비틀려 있었다.“나는 손형원하고 사이가 좀 안 좋거든. 너를 납치한 건 당연히 네 오빠 때문이지. 이곳엔 이미 완벽한 덫을 깔아뒀어. 그 자식이 걸려들기만 하면 돼.”그는 잠시 낮게 웃었다.“듣자 하니 오빠와 어릴 때부터 서로 의지하며 자랐다지? 네가 오빠를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버릴 수 있을까... 한번 보고 싶어서 말이야.”손형서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누군가 이곳에 나타나 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손형서는 성급하게 손형원에게 연락해 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다.‘우선 상대의 정보를 끌어내는 것이 먼저야.’“네가 누군데? 우리 오빠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러는 거야? 나는 죄 없는 사람이야. 남자들 싸움에 아무 힘도 없는 여자를 끌어들이는 건 좀 비겁하지 않아?”남자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남자들 싸움? 너희 오빠는 남에게 손을 쓸 때 성별은 따지지 않던데.”“!”손형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녀가 아는, 손형원이 여자에게 손댄 일은 단 한 번, 연정미 때문이었다.‘또 연정미야? 또!? 그년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납치당할 일도 없을 텐데.’손형서의 내면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럼에도 그녀는 숨을 고르며 최대한 침착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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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생각 정리를 마친 손형서의 호흡이 조금 가라앉았다.손형원은 평생을 권력과 음모 속에서 버텨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조악한 함정을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손형서는 최대한 차분하게 물었다.“이제... 오빠와 통화하게 해 줄 수 있어?”남자는 순순히 손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손 대표님? 동생분이 그쪽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짧게 말한 그는 수화기를 손형서의 귀에 가져다 댔다.수화기 너머의 손형원은 단숨에 상황을 꿰뚫을 수 있었다.“형서야, 전화 건 사람 누구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손형서는 숨을 몰아쉬며 급하게 쏟아냈다.“오빠, 나 납치됐어! 이 남자가 30분 안에 오라고, 안 오면 나한테 남자들을 ...”그러나 남자는 그녀가 문장을 끝내기도 전에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멍하니 자리에 굳어 있던 손형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녀는 공포보다 불만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내 말 아직 안 끝났는데 왜 끊어?”남자는 여유롭기만 했다. 그의 목적은 애초에 손형원의 불안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말을 하다 마는 게 네 오빠에게는 더 큰 공포로 다가올 테니까. 그리고 말이야... 혹시 손형원이 네 순결 따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안 올 수도 있고.”순간 손형서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녀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손형서와 손형원은 M국에서 함께 자라며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배웠다. 손형서가 첫 경험을 남겨둔 이유도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마음이 동하는 남자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다가오거나 함부로 손을 대려는 남자들은 모두 그녀의 기준에 턱없이 모자랐다.그러나 주용화를 만난 뒤, 모든 기준이 바뀌었다. 그의 신분을 몰랐을 때조차 그와 가까워지는 게 싫지 않았고 이제는 그를 평생의 반쪽이라 믿고 있기에, 손형서는 자신의 처음을 오직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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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남자는 비웃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손형서를 힐끔거렸다.“세상에,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우연인가?”손형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아니야! 전부 네가 오빠랑 나를 이간질하려고 거짓 정보를 흘린 거잖아!”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던 남자는 지루하다는 듯 부하에게 손짓했다.“믿지 않는다니... 좋아, 그럼 이따 나와 저쪽의 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수밖에.”남자의 뜻을 알아들은 비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손형서를 내버려둔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비서는 그의 지시대로 라이브를 준비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이 켜졌다. 손형서는 저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켰다. 화면 속 남자와 마주 앉아 있는 사람... 그건 단 한 번도 손형원의 곁을 비운 적 없던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최측근 비서였다.손형서의 심장은 서서히 식어갔다. 손형원은 결국 오지 않았다. 그는 먼저 연정미를 구하러 갔다.그때, 휴대전화에서 가면을 쓴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제가 알기로는 손형서 씨가 먼저 납치되었죠. 그런데 손 대표님은 동생을 내버려두고 연정미부터 구하러 가셨더군요?”손형서는 그 말에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것은 단순한 납치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시험하는 게임이었다.손형원의 비서가 담담히 말했다.“요구가 있다면 말씀하십시오.”남자는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요구는 하나뿐입니다. 손형원을 직접 만나는 것. 이렇게 하죠, 손 대표에게 전화해요, 오늘 안 오면 소중한 여동생에게 남자의 맛을 보여줄 거라고.”순간, 비서의 표정이 참담하게 흔들렸다. 이 사안을 혼자 결정할 수 없었던 그는 곧장 손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바로 연결됐다.손형원의 차가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손형서의 귀에 그대로 꽂혔다.“하, 별것도 아닌 일로 유세는. 알아서 하라고 해.”순간, 손형서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그녀는 그 뒤에 두 사람이 나눈 말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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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손형서는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처럼 비틀거리며 병원에 도착했다.병원으로 걸어오는 내내, 거리의 사람들은 연정미 납치 사건으로 떠들어댔다. “이 일로 연정미도 이제 손형원이랑 만나주겠지?”“들었어? 연정미 구하려다가 손형원이 다쳤대.”“와... 이 정도면 요즘 시대엔 보기 힘든 상남자지. 좋은 남편감이야.”질투와 흥분이 뒤섞인 목소리들이 그녀의 귓속에서 울려댔다.병원에 들어서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환자든, 간호사든, 의사든 모두가 연정미 이야기뿐이었다. 손형서는 간호사들의 대화를 엿들어 연정미가 입원한 병실을 알아냈다.현재의 그녀는 누가 보더라도 처참할 만큼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 어떤 시선도 그녀를 향하지 않았다. 병원 전체의 관심, 모든 인력, 모든 시선이 연정미 단 한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심지어 응급 처치가 시급한 중증 환자마저 연정미 뒤로 밀렸다.예전의 손형서였다면 무심히 웃어넘겼을 것이다.그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먼저 치료받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평생을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믿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 믿음은 무참히 깨져 버렸다.손형서는 조용히 그 속에서 원한과 분노의 싹을 틔웠다.‘왜? 내가 왜 연정미보다 늦게 치료받아야 하는 거야?’비척거리며 병실 문 앞에 도착한 손형서는 유리창 너머의 광경에 숨을 멈췄다. 그녀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현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의사들, 연씨 가문 부자들, 단서현, 그녀의 오빠 손형원까지...늘 냉담하던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떠올라 있었다. 친동생이 실종되었을 때조차 저런 표정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손형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문득, 손형원과 서로 없이 살아갈 수 없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들은 서로를 지켰고, 서로의 세계 그 자체였다. 그녀는 확신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손형원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은 자신일 거라고.연정미가 등장해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을 때도, 얼마 전 자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연정미를 도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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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손형원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접혔다. 그가 직접 움직였다면 처음부터 상대가 짠 판을 들춰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먼저 연정미를 찾아야 했다. 손형서의 일은, 평소처럼 유능한 비서에게 맡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은 그의 치명적인 오판이었다.그가 납치범에게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은 단순한 무심함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저 상대가 경계를 풀도록 만든, 철저히 계산된 한 수였다.실제로 그의 부하들은 이미 별장 주위를 조용히 봉쇄하고 있었다. 손형원은 한 치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았다.“형서 위치는?”손형원의 목소리는 낮고도 차가웠다. 그의 물음에 비서가 답했다.“단서를 따라 다른 빌라도 찾아냈지만 그곳도 이미 비워진 상태였습니다. 근처에 있던 CCTV는 모두 파괴되었고... 현재 아가씨의 위치는 완전히 묘연합니다.”“하...”손형원의 인내는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쓸모없는 것들! 자기 구역에서 납치법 하나 못 찾아!?”잠시 머뭇거리던 비서가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대표님께서 연정미 씨 찾는 데 투입하신 인력 때문에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고작 몇 시간 만에 연정미를 찾아낸 것도, 손씨 가문과 연씨 가문이 동시에 최정예 요원을 투입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손형원은 잠시 말을 잃었다.“... 계속 추적해. 단서 나오면 바로 보고하고.”“예.”그가 막 통화를 마치자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이내 문이 열리고, 하지율과 주용화가 안으로 들어섰다.“...”순간, 병실 모두의 시선이 차갑고 고요하게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 어젯밤 하지율이 손형원을 밀어내고 미끼 역할을 거부했던 일이 모두의 기억에 선명했다.하지율이 내건 조건은 오로지 연상준에게 쫓긴 사건 하나에 대한 정리뿐이었다. 그 외에는 어떤 협조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결국 연씨 가문, 손씨 가문, 단씨 가문이 힘을 합쳐서 연정미를 되찾았다. 하지만 발견된 연정미는 충격에 반쯤 숨이 끊어진 채였고, 가혹한 고문의 흔적이 몸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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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곧이어 묵직하고도 찰진 마찰음과 함께 연상진의 얼굴이 90도 꺾였다.짝!크게 힘을 준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는데, 그는 그대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허물어진 자세로 하지율의 발치에 쓰러진 연상진은 초라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지조차 못했다.주용화가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하지율 씨를 가르치시겠다면서요? 그런데 왜 바닥에 누워있는 거죠? 돌아가신 어머님께 죄송해서 절이라도 올리시는 건가요?”연재영과 연상준은 침통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상진은 대체 왜 자꾸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하지율에게 손을 대려 할 때마다 어떤 꼴을 당하는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멍청하게 자꾸만 그녀에게 달려들었다.게다가 주용화는 단순한 경호원이 아니었다. 연태훈은 ‘석유 재벌이 총기를 꺼낸 사건’ 을 꺼내며 그를 극찬했고, 평범한 사람은 물론, 어느 정도 무술을 익힌 사람이라도 그와 맞서기 힘들다고 했다.연상진은 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뒤늦게나마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는 충혈된 눈으로 하지율을 향해 노골적인 증오를 드러냈다.연상준이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연상진, 너 지금 너무 피곤해 보여. 여긴 우리가 지킬 테니까 넌 먼저 돌아가. 정미가 깨어나는 대로 바로 연락할게.”연상진의 뺨은 팅팅 부어올라 있었지만 아무도 하지율을 탓하려 들지 않았다.지금 입을 열었다가는 하지율이 날카로운 말로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무엇보다, 먼저 손을 올린 건 연상진이었다. 그리고 최근의 그는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분노에 사로잡혀 평소의 냉정함을 잃은 상태였다. 누군가가 제동을 걸어주는 편이 오히려 그에게도 나았다.연태훈이 조용히 말했다.“상진이 너는 이만 돌아가. 사람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회복에 방해가 될 테니...”연상진은 손끝으로 따끔하게 화끈거리는 뺨을 매만졌다. 방금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제야 실감한 듯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지율을 차갑게 훑어본 뒤 병실을 나갔다.잠시 뒤, 연태훈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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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잠시 숨을 고른 단서현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는 했는데... 그게 사실일지는... 저도 확신할 수 없어요.”연상준은 하지율 쪽으로 눈을 흘겼다. 그녀를 스치는 시선 속에는 의심과 불신,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가 낮게 물었다.“그 사람들이 뭐가 부족해서 정미 손을 노린 건데?”단서현은 그 말속에 담긴 의미를 전혀 읽지 못한 채 순진하게 답했다.“의사가 정미 손은 괜찮다고 했어요. 바이올린도 다시 켤 수 있고 레이싱이나 다른 활동에도 크게 지장 없을 거래요. 상대가 정미의 손을 다치게 하려고 한 건... 그냥 괴롭히고 싶었던 것뿐일 거예요.”그 답을 들은 연상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가 이어질 문장을 뱉지 못한 채 침묵한 이유는 단 하나, 납치범들이 가벼운 고문을 목적으로 움직일 리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의사의 진단은 정확했다. 연정미의 뼈와 내부 조직은 멀쩡했고 손가락 상처는 피가 많이 나서 흉측해 보일 뿐, 치료만 하면 금방 회복될 수준이었다.정중한 문병 인사를 마친 하지율은 담담한 얼굴로 병실을 나섰다. 주용화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그녀가 병원 현관으로 걸어 나가는 순간, 뒤쪽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그녀의 걸음을 붙잡았다.“잠깐만요! 하지율 씨.”고개를 돌린 하지율의 시야에 숨을 몰아쉬는 단서현이 들어왔다. 단종건의 손녀인 그녀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익숙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하지율은 방금 전 연태훈의 소개로 연정미와 단서현이 절친한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참이었다.그녀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제게 볼 일이라도 있으신지?”단서현은 사랑스러운 외형과 달리 무척이나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숨기지 않았다.“고지후 씨랑 이혼하셨다면서요?”“맞아요.”하지율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실... 예전부터 고지후 씨를 짝사랑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다른 남자와 약혼을 마친 상태라 고백할 수 없었죠. 제가 약혼을 해제했을 때, 고지후 씨는 이미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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