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를 타고 M국으로 온 고지후와 고윤택은 고요하고 편한 내부 환경 때문인지 장시간의 이동에도 전혀 피로해 보이지 않았다.하지율은 그들이 M국으로 온다는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이미 일정과 동선을 세심하게 정리해 두고 있었다.“윤택아. 여기 놀이공원이 엄청 유명하다는데, 엄마랑 같이 가볼까?”“가고 싶어요!”고윤택의 활기찬 표정에 하지율은 자연스레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 반대편에는 어느새 주용화가 조용히 붙어 서 있었다.“삼촌 없는 동안 사격 연습은 좀 했어?”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고윤택은 주용화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네! 요즘 매일 하고 있어요! 아빠가 선생님까지 붙여줬거든요! 이번에는 꼭 삼촌 이길 거예요!”“좋지. 오늘 잠깐 시간 내서 한 판 붙을까? 누가 이길지 보자고.”“정말요? 너무 좋아요!”세 사람은 나란히 걸음을 맞추며 걸어갔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인데도,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모였다.낯선 외국인들 사이에서, 눈부신 외모의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의 아이까지.지나가는 사람들은 감탄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와... 저 가족 이목구비 뭐야? 진짜 잘생겼다...”“엄마도 예쁘고, 아빠도 저렇게 잘생겼으니 애가 저렇게 자랄 수밖에...”그 말에 고지후는 멍하니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하지율, 주용화, 그리고 고윤택...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완벽한 가족 같은 그 그림은 남자의 심장을 천천히 짓눌렀다.‘윤택이의 아빠는 난데, 윤택이는 나를 닮았는데...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르는 거지?’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할 자리와 시선, 그 모든 것이 주용화에게 빼앗긴 듯한 기분이었다. 고지후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 완벽한 구도에서 배제된 이방인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그 생각이 스치자 고지후의 가슴 어딘가가 미묘하게 일렁였다.누군가 그의 자리를 밀어내는 듯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조용히 가슴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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