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는 긴장에 등줄기까지 흠뻑 젖은 상태였다.얼굴에는 여전히 난처한 기색이 남아 있었지만, 하지율를 향한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그가 하지율을 향해 고개를 낮게 숙이며 짧게 말했다.“아가씨, 상준 도련님께서... 잠시 돌아오시랍니다.”하지율은 그 말에 아주 가벼운 미소만 지었다.“좋아요. 마침 차에 기름이 떨어졌거든요. 번거롭겠지만 부탁드릴게요.”비서는 잠시 말을 잃었다.‘방금 전까지 도시 전체를 뒤흔든 인물이 지금은 심부름을 부탁받은 사람처럼 순하게 웃는다고?’그는 이 상황을, 특히 하지율을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일단을 지시받은 일을 완벽히 진행해야 했다. 비서가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에게 눈빛을 보내자, 건장한 남자들이 동시에 움직였다.그들은 하지율 일행의 양옆에 딱 달라붙어 도주로를 봉쇄했다. 작은 틈 하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기세였다.하지만 하지율은 그 모든 움직임을 바라보면서도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얼굴로 조용히 뒷좌석에 올랐다.유소린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하지율 옆에 앉았고, 주용화는 아무 말 없이 앞좌석에 자리했다.차가 출발하자 뒤에서 여러 대의 차량이 동시에 라인을 잡고 포위하듯 따라붙었다.오늘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지율에게 ‘움직일 틈’ 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그러나 정작 하지율은 창밖을 한번 스쳐보는 것 말고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도망칠 기색도, 경계하는 눈빛도, 분노도 없었다.너무 조용했다. 너무 얌전했다.그 과도한 얌전함이 오히려 비서의 신경을 끝까지 바짝 곤두세웠다.‘무섭다... 언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비서는 손바닥 가득 고인 땀을 느끼며, 긴장 속에서 차를 운전했다.차는 오랜 시간 달린 끝에 연씨 가문의 대저택 진입로에 들어섰다.비서는 그제야 미세하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살아 돌아온 기분이었다.하지율 일행이 본관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거실 한가운데 연씨 가문의 인물들 전원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맞은편에는 손형원 남매까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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